사진책시렁 13


《Republic of Korea Army vol 1》

 office of information HQ Pok army

 1954



  1954년에 육군본부에서 영어로 펴낸 ‘국군 화보집’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 이 남녘나라가 어떤 길로 나아가려 하는가를 또렷이 보여줍니다. 《Republic of Korea Army vol 1》은 영어로 나옵니다. 첫째 권이라 하니 둘째 권을 비롯해 여러 권 더 나왔을 수 있습니다. ‘국군 화보집’을 들여다보면, 군대보급품을 늘리도록 세금을 내라고 북돋우는 포스터, 대나무창을 쥔 여학생, 논밭을 마구 밟고 달리는 군인, 논둑에 대포를 놓고 쏘는 군인, 죽은 사람들, 무너진 집, 미군 전투기 폭격, 지게로 탄약이며 짐을 짊고 나르는 시골사람, 군부대 위문 기생 공연, 군부대 운동경기, …… 그저 온힘을 군대에 쏟아붓도록 내모는 이야기를 환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길을 가는 군대이고 전쟁무기인데, 이 군대하고 전쟁무기를 거룩하게 보이려 애쓰고, 더 크고 힘센 모습으로 자랑하려 하며, 언제 어디에서나 ‘군인이 맨 먼저’라고 하는 생각을 마구 내세웁니다. 오늘날에는 달라졌을까요? 오늘날에는 더 가멸차게 군대에 사로잡히는 물결일까요? 아니면 이제라도 평화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길을 갈 수 있을까요? 사진은 군대 곁에서 무엇을 했을까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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昭和の記憶―寫眞家が捉えた東京 (大型本)
木村 伊兵衛 / クレヴィス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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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12


《木村伊兵衛 寫眞全集 昭和時代 第二卷》

 木村伊兵衛

 筑摩書房

 1984.2.29.



  사진을 찍으려면 사진을 찍으면 됩니다. 사진기를 손에 쥐면 누구나 사진을 찍습니다. 대학교 사진학과를 다녀야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대학교 사진학과를 마쳐야 사진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직 대학교에 사진학과가 없던 무렵에는 누가 누구를 어떻게 가르쳤을까요? 대학교에서 따로 사진을 다루지 않을 무렵에는 사진을 둘러싼 이야기나 배움길을 어떻게 갈고닦았을까요? 《木村伊兵衛 寫眞全集 昭和時代 第二卷》을 찬찬히 읽다 보면, 사진은 언제나 오롯이 사진으로 말하고 읽고 다루고 찍고 이야기할 뿐인 줄 느낄 만합니다. 사진길을 걷는 삶이란 사진으로 말하는 삶이지, ‘대학교 사진학과로 말하는 삶’이 아니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느 대학교 사진학과’를 나와야 비로소 사진작가요 사진비평가요 사진전문가요 하는 이름값이 생긴다고 합니다. 대학교를 다니지 않았다면, 대학교 사진학과 교수나 동문을 따르지 않는다면, 사진밭에 발을 들이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면 미술대학을 나와야 그림을 그릴까요? 문예창작학과를 나와야 글을 쓸까요?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삶을 사랑하는 살가운 손길로 스스로 생각을 새로 살찌울 적에 사진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넋/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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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the Shadows : A Life of Gerda Taro (Hardcover)
Francois Maspero / Souvenir Pr Ltd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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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진책시렁 11


《out of the shadows a life of Gerda Taro》

 Francois Maspero 글

 souvenir press

 2006 (2008 English)



  보기 좋은 모습만 담는다면 사진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멋있는 그림처럼 찍는다면 이때에도 사진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흐르기에 사진이고, 이 이야기는 삶에서 비롯합니다. 사진을 찍으려 한다면, 사진기 만지는 솜씨가 아니라, 삶을 읽는 눈을 키워야 하고, 삶을 읽는 눈을 다스리는 마음을 살찌워야 하며, 삶을 읽는 눈을 다스리는 마음을 살찌우도록 살림을 지을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out of the shadows a life of Gerda Taro》를 펴는 동안 손길·눈길·마음길·살림길을 가만히 헤아립니다. 사진기를 쥔 이는 왜 사진을 찍을까요? 사진책을 장만하거나 사진전시터를 찾아가는 이는 무엇을 읽을까요? 직업사진가나 보도사진가느 전업사진가나 예술사진가 같은 이름이 아닌, 제 삶자리에서 하루를 사랑하는 숨결로 피어나면서 사진기도 홀가분히 손에 쥘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삶을 사랑하면서 살림을 지으니, 사진을 찍고 읽으면서 새롭게 생각을 지핍니다. 게르다 타로 님이 남긴 발자국을, 또 게르다 타로 곁에서 사진을 찍은 벗님 로버트 카파 님이 걸은 길을 곱게 그립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이 사진으로 어우러집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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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10


《Philippine★Boxer》

 佐藤ヒデキ

  リトルモア

 1999.8.10.



  사진이란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즐겁지 않을 적에는 사진이 못 된다고 생각합니다. 즐겁지 않을 적에는 한낱 손재주나 기계놀음에 그친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북돋우며 즐거우니 사진이요, 사랑을 새삼스레 깨닫도록 가만히 이끄니 즐거워 사진이지 싶습니다. 《Philippine★Boxer》를 읽으면서 사진이 얼마나 즐거운가를 다시 떠올립니다. 필리핀이라는 나라에서 권투선수로 삶을 짓는 이웃을 담아낸 일본 사진가 눈길은 무척 따스합니다. 상냥하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합니다. 햇살이나 바람 같기도 합니다. 저 녀석을 돌주먹으로 때려눕히겠노라는 무시무시한 몸짓을 담는 권투선수 사진이 아닌, 권투라는 운동경기로 밥벌이를 하기도 하고, 이 권투를 고이 받아들여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 하나하나 흐릅니다. 때려눕혀야 하는 권투가 아닌, 삶이라는 자리에서 곁에 두는 권투입니다. 누구 힘이 더 센가 겨루거나 뽐내려는 권투가 아닌, 사람이라는 자리에서 새삼스레 되새기는 권투예요. 어떤 눈으로 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무엇을 담아야 좋은가 하는 사진이 아닌, 어떤 눈으로 담으려 하느냐를 알려주어 배울 수 있는 사진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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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할린의 한인들
김지연 지음 / 눈빛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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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9


《사할린의 한인들》

 김지연

 눈빛

 2016.10.26.



  1982년부터 1993년까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사할린 이야기를 거의 못 들었습니다. 그무렵이니 이런 이야기를 들을 길이 없었을 수 있으나, 한국이라는 나라는 여러모로 막힌 길을 걸었어요. 정치나 사회나 문화나 교육 모두 독재 그늘이 짙기도 했습니다만, 우리 스스로 이웃을 더 넓거나 깊게 바라보려고 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1997년에 《사할린 아리랑》이란 사진책이 나온 적 있습니다. 일본 사진가 한 사람이 스스로 길을 살펴서 일군 열매입니다. 요즈음에는 한겨레 스스로 사할린 이웃을 사진으로도 글로도 더러 담아내는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사진책 《사할린의 한인들》은 아주 자그마한 손짓입니다. 사진으로나 엮음새로나 여러모로 아쉽습니다만, 이나마 한국에서 스스로 사할린 이웃 이야기를 엮었으니 대견하다고 할 수 있어요. 웃고 울고 노래하고 춤추는 이웃이요 우리 살림입니다. 아이를 낳고 돌보고 가르치면서 새로 배우는 이웃이요 우리 삶입니다. 한국에서 다큐사진을 하는 분들은 아직 ‘수수한 우리 삶하고 이웃 살림’을 좀처럼 못 바라봅니다만, 앞으로는 큰짐 아닌 홀가분한 손을 내밀어 어깨동무하는 사진길을 가겠지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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