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 신현림 포토 에세이
신현림 글.사진 / 문학동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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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82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신현림

 문학동네

 2004.9.24.



아이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 두 팀 중에 한 팀이 끝나, 생계의 위험을 느껴 너무 깊이 고민한 나머지 택시에다 카메라를 잊고, 그만 두고 내렸다. (14쪽)


짧은 저녁 바람 냄새 나는 이 순간, 잊지 않으리라. 몸의 한 부분 마음 한 부분 신경을 쏟으면서 느끼고 간직하려고 애썼다. (37쪽)



《아! 인생찬란 유구무언》(신현림, 문학동네, 2004)을 읽으면 이다지도 굽이가 많고 힘들까 싶은 나날을 꾹꾹 눌러적은 이야기가 흐른다. 그런데 그 굽이도 고단한 나날도, 꾹꾹 눌러적으면서 한 올 두 올 실타래가 풀리지 싶다. 엉킨 타래는 엉켰다고 말하면서 옮겨적으니 풀린다. 꼬인 타래는 꼬였구나 느껴서 읊고 노래하면서 풀린다. 밥벌이에 지치든 사진기를 잃든 나쁠 일이 없다. 혼자 딸아이를 돌보든, 딸아이가 어머니만 바라보면서 삶을 배우든 대수롭지 않다. 스스로 홀가분하구나 하고 깨달으면 된다. 더 많이 쥐어야 홀가분하지 않은 줄 배우면 넉넉하다. 뭔가 더 돋보이게 찍어야 하지 않는 줄 알면 되고, 능금알을 찍든, 어린 딸아이가 어른 딸아이로 자라는 길을 틈틈이 사진으로 찍어도 얼마든지 예술이며 문화인 사진이기에 언제나 삶인 줄 살갗으로 느끼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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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셔터 걸 3
켄이치 키리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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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374


《도쿄 셔터 걸 3》

 켄이치 키리키

 주원일 옮김

 미우

 2016.3.30.



“잘난 척 말해 놓고 결국 아무 힘도 못 되어서 미안해.” “아니야. 하루나의 사진은 좋았는걸.” “응, 조화도 나쁘지 않았어. 심사위원 취향이랑 안 맞았을 뿐이야.” (109쪽)



《도쿄 셔터 걸 3》(켄이치 키리키/주원일 옮김, 미우, 2016)을 읽는다. 사진을 좋아하는 도쿄 푸름이가 걸은 발자국은 세걸음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처음에는 도쿄 골목을, 다음에는 사진모임 동무를, 이윽고 일본 곳곳에서 사진을 즐기는 여러 또래를, 차근차근 눈길하고 마음길을 넓히면서 사진을 헤아리도록 이끄는 만화책이다. 다만 이 만화책은 첫걸음 두걸음 세걸음 모두 그림결이 매우 떨어진다. 줄거리에 맞추어 그림을 그려내려고 몹시 애쓴 자국을 느끼면서도, 좀 서둘렀구나 싶더라. 더 느긋하게 바라보고, 더 차분하게 생각한다면, 더 나은 만화와 사진 이야기가 되었겠지. 바삐 단추를 누른대서 사진이 태어나지 않는다. 더 오래 본대서 더 나은 사진이 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한 가지는 있다. 얼마나 따사롭고 넉넉한 품으로 마주하느냐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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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Little Bears (Library)
Ylla / HarperCollins / 195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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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28


《Two little Bears》

 Ylla 사진

 Paulette Falconnet 글

 Hamish Hamilton

 1954.



  우리가 사진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진을 ‘그 사진이 태어난 그해 그때’에 볼 수는 없습니다. 웬만한 사진은 한참 나중에 보기 마련이요, 전시터에 아예 가지 못한 채 사진책으로 만나기도 합니다. 2000년대를 살면서 1800년대나 1900년대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알 길이 없기도 해요. 사진책으로만 놓고 보아도 1954년에 나온 사진책을 그때 그 판짜임으로 손에 쥐면서 사진결을 느끼기는 어려울 만합니다. 《Two little Bears》라는 사진책을 여러 권 건사했습니다. 처음에는 겉그림이 떨어져 나간 해묵은 사진책을 선물받아서 이런 살뜰한 사진책이 있었구나 하고 놀랐어요. 다음에는 한글판으로 나온 사진책 두 가지를 만났지요. 이러면서 왜 사진책이 한국에서 나오면 종이뿐 아니라 사진결이 뭉개지는가 싶어 씁쓸했습니다. 이러다가 아마존이라는 곳을 알고는 그곳에서 1954년판 사진책을 몇 만 원쯤 치러서 어렵지 않게 새로 장만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만 본다면 어느 도서관도 이 사진책을 안 건사하지만 몇 만 원을 들이면 긴 나날을 가로질러 장만할 수 있고, 사진님 한 분이 길어올린 고운 숨결을 두고두고 새롭게 함께 마실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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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부님은 사진가
장긍선 옮김 / 눈빛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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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29


《우리 신부님은 사진가》

 메리놀 외방 선교회 신부님 사진

 장긍선 신부 엮음

 눈빛

 2017.3.2.



  글은 누가 쓰느냐고 묻는다면 ‘연필을 쥔 사람’이라 말할밖에 없습니다. 그림은 누가 그리느냐고 묻는다면 ‘붓을 든 사람’이라 말하겠지요. 사진은? ‘사진기를 잡은 사람’이 찍을 테지요. 더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아이는 누가 사랑할까요? 밥은 누가 지을까요? 꿈은 누가 꿀까요? 이야기는 누가 할까요? 어떤 일은 손에 쥐거나 들거나 잡은 사람이 할 텐데, 손에 쥐거나 들거나 잡은 사람이 마음에 따사로운 사랑을 담지 않을 적에는 어찌 될까요? 사랑이 없는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을 선보이는 사람들이 연필이나 붓이나 사진기를 놓지 않는다면? 《우리 신부님은 사진가》를 보면서 ‘사진기를 잡은 사람은 사진기를 잡은 사람이 보고 싶은 대로 보면서 찍고 싶은 대로 찍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사진기를 바라보는 사람은 ‘사진에 찍힌 모습대로 찍히기를 바랐’을까요? 그 모습이 그 사진에 나온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일까요? 그처럼 찍힌 모습이 아닌, 더 싱그럽거나 생생하게 살아서 노래하는 살림을 찍히고 싶지 않았을까요? 얼추 백 해가 묵은 평양사람과 평양살림을 만날 수 있는 대목 하나로는 고마운 사진입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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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 아기 곰
일라 글.사진, 이향순 옮김 / 북뱅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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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책시렁 27


《두 마리 아기 곰》

 일라 사진·글

 이향순 옮김

 정진국 글·엮음

 북뱅크

 2009.10.30.



  Ylla 님 사진은 2012년에 앞서 2009년에 한국말로 처음 나온 적 있습니다. 이때에는 ‘일라’라는 이름으로 적힌 《두 마리 아기 곰》입니다. 이녁 사진책은 ‘어린이가 보도록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만, ‘어린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진’이요, 누구나 마음에 기쁜 사랑이 샘솟도록 북돋우는 사진이라 할 만합니다. 이런 사진이지만 그동안 사진책 출판사라든지 사진비평가는 이 대목을 못 읽었어요. 아니, 안 읽거나 등돌렸다고 해야 옳지 싶습니다. 그러나 그림책을 펴내는 출판사에서 이 사진책을 눈여겨보거나 알아차려서 곱게 여미었습니다. 다만 한국 출판사는 1954년에 처음 나온 《Two little Bears》를 옮기면서 사진 흐름을 한 군데 슬쩍 바꾸었습니다. 왜 바꾸었을까요? 왜 바꾸어야 했을까요? Ylla 님은 어린 곰 두 마리한테 이렇게 움직이거나 저렇게 가거나 그렇게 하라고 ‘안 시켰’습니다. 곰이 신나게 놀거나 마실하거나 자거나 움직이는 결에 맞추어 함께 놀거나 마실하거나 자거나 움직이면서 사진을 한 장씩 담았고, 여기에 줄거리를 짜서 새 이야기로 엮었습니다. 애써 옮긴 대목은 고마우나 이야기결을 흔든 대목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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