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버린 쓰레기



  우리 눈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쓰레기를 버립니다. 이 모습을 나란히 지켜본 큰아이가 큰소리로 말합니다. “할머니가 저기 쓰레기를 버리네! 버리면 안 되는데!” 틀림없이 이 큰소리를 우리 앞에 있는 할머니가 들었을 테지만, 할머니 손을 떠난 쓰레기는 바닥에 뒹굴고, 할머니는 이녁이 버린 쓰레기를 주울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나는 가만히 서서 지켜봅니다. 큰아이는 앞으로 가더니 할머니가 버린 쓰레기를 줍습니다.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갖다 놓습니다. 큰아이가 돌아옵니다. “벼리야, 훌륭하구나. 우리는 저 할머니를 보면서 우리는 아무 곳에나 아무렇게나 버리지 않는 마음을 배울 수 있으면 돼.” “벼리는 쓰레기 함부로 안 버려.” 2018.4.1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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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엽서를 사랑해



  일본마실을 하며 몇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첫째, 하치오지에 있는 blu room에 다녀오기. 둘째, 도쿄 진보초 ‘책거리’에서 일본 이웃님하고 이야기꽃 펼치기. 셋째, 일본 우체국에서 우리 집 아이들하고 곁님한테 우편엽서 보내기. 넷째, 이렇게 다 하고 나서 진보초 책골목에서 책을 장만하고 사진을 찍기. 다섯째, 우리 아이들한테 새롭고 재미나거나 이쁜 옷을 한 벌씩 장만해 주기. 첫째 일을 마치고서 둘째 일을 했어요. 얼마나 홀가분하면서 기쁘게 했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보통 일반 엽서에 고작 70엔짜리 우표를 더 붙이면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하네요. 우체국에 더 갈 수 있다면 더 부치고 싶었으나, 오늘은 토요일에 이튿날은 일요일입니다. 모레는 월요일이나 아침 일찍 나리타공항으로 가야 해요. 금요일 낮 세 시 반 즈음 하치오지에 있는 우체국에서 엽서를 부쳤어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손길을 담은 우편엽서를 기쁘게 받으면서 함박웃음을 지을 날을 기다립니다. 2018.3.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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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려는 말



  우리는 어떤 말을 들을 적에 반가울까요? 아이하고 마주하는 자리에서 늘 이 대목을 떠올리려 합니다. 때때로 이 대목을 잊을라 치면 조용히 입을 다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내 입에서 어떤 말이 흐를 적에 아이들이 반가이 듣고서 배울 만할까 하고요. 일본에서 며칠을 묵는 길손집에서 잠자리를 치우는 일꾼이 동남아시아 여성입니다. 이 일꾼이 일본 여성이건 동남아시아 여성이건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길손집 치움일꾼이라는 자리를 ‘힘들면서 돈을 벌 자리’로 여길는지, 아니면 ‘즐거이 일자리를 누리면서 돈까지 기쁘게 버는 자리’로 여길는지 궁금했어요. 아니, 내가 이녁처럼 이 자리에서 일한다면 “enjoy your life. enjoy is best power.”라는 말을 스스로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2018.3.3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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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맞게 먹기



  예전에는 ‘안 먹기’라고 여겼으나, 오늘 문득 느끼기로는 ‘알맞게 먹기’이네 싶습니다. 하루 세끼를 하루 두끼로 바꾼 지 열다섯 해 남짓인데, 하루 두끼도 앞으로 다르게 바꿀 만하겠구나 싶어요. 그리고 몸이나 마음을 쓰면서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림을 지을 적에 슬기로운가를 새로 배우려고 요 이레 동안 꽤나 몸앓이를 했다고 느껴요. 일본마실을 하고, 파란방에 깃들어 몸을 다스리며, 골목골목 걷고 이야기꽃을 펴는 동안 숨고르기를 하면서 앞으로 우리 보금자리숲에서 할 일을 찬찬히 되새기려 합니다. 알맞게 먹고, 알맞게 일하며, 알맞게 놀자고 생각해요. 2018.3.29.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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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아눕다



  어제 낮에 읍내 우체국으로 가려고 할 적부터 어쩐지 온몸에서 힘이 쪽 빠집니다. 어떻게든 우체국에 가서 부칠 것을 부치고 집으로 돌아오자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끙끙거리는 날에는 작은아이가 잘 안 도와줍니다. 온몸이 매우 힘들어 어쩔 줄 모르다가도 작은아이한테 말합니다.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 작은아이는 택시를 불러서 타고 가자 하지만, 택시를 부르면 기사님하고 말을 섞을 수밖에 없어 군내버스를 타고 조용히 눈을 붙이고 싶습니다. 아직 해가 걸린 늦은 낮에 집으로 돌아와서 짐을 풀고, 쪽파를 뒤꼍에 심고, 발을 씻고, 신을 헹군 뒤에 긴바지로 갈아입고 곧장 드러눕습니다. 여덟 시간을 꼬박 앓으니 두 다리로 설 기운이 돌아옵니다. 오늘 구미까지 이야기꽃을 펴려 가는데, 순천부터 구미까지 기차를 갈아타고 또또 갈아타는 멀디먼 길에 부디 새 기운이 솟도록 이끌자고 생각합니다. 기차표를 끊고 다음달 대구에서 할 강의계획서를 짜는 데에 한 시간 반쯤 걸리는군요. 2018.3.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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