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자라고, 아이들이 노래하며, 아이들이 숨쉰다. 오늘날 수많은 아버지들은 집안에 머물지 않고 집밖으로 나돌면서 돈을 벌거나 사회운동을 하거나 정치를 하거나 문화·예술을 한다고 애쓴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지 않고 노래하지 않으며 숨쉬지 않으면 무슨 보람이 있을까. 무엇보다, 집밖에서 나도는 아버지들 모두 아기로 태어나 어린 나날을 누리면서 자랐다. 사랑받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어야 사회도 마을도 학교도 무엇도 비로소 움직인다. 아이들 없이 혁명이 있을까. 아이들 없이 교육이나 정치가 있을까. 아이들이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아이들이 해맑게 자라지 않으면, 경제발전이나 관광자원이란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그러니까, 집안에서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청소를 하는 한편, 아이들 보살피고 사랑하는 일이 바로 혁명이요 경제발전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돌볼 줄 아는 데에서 모든 이야기가 비롯하고, 지구별 평화가 싹튼다. 4347.1.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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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일상
백무산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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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3. 한겨을 하늘과 자전거 2014.1.2.

 


  한겨울에 자전거를 달리면 춥다. 한여름에 자전거를 달리면 덥다. 그러나, 한겨울과 한여름에 올려다보는 하늘은 아주 파랗다. 여름에는 훅훅 무더우면서 새파란 빛이요,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으면서 새파란 빛이다. 이 하늘빛이 좋아 자전거를 달린다. 이 하늘빛을 누리고 싶어, 시골집에서 자전거를 끌고 나와 신나게 마실을 즐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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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1-09 15:14   좋아요 0 | URL
하늘빛이 저토록 푸르던가요? 대문도 덩달아 하늘을 닮고자 애쓰는 듯해요. ㅎㅎ

Grace 2014-01-09 15:30   좋아요 0 | URL
아~~~ 자전거!!!
 
아이 스스로 즐기는 책벌레 만들기
김서영 지음 / 국민출판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154

 


잘 노는 아이가 책을 잘 읽는다
― 아이 스스로 즐기는 책벌레 만들기
 김서영 글
 국민출판 펴냄, 2011.6.10.

 


  아이들한테 “놀아라. 신나게 뛰놀아라. 마당에서 실컷 뛰놀아라.” 하고 말하는 어버이나 어른은 얼마나 있을까요. 예전에는 어른들이 아이들더러 “밖에 나가 놀아라.” 하고 으레 말했습니다. 이제 어른들은 아이들더러 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공부해라. 학원에 가라. 숙제 해라.” 하는 세 가지를 말합니다.


.. 아이들이 이렇게 책을 읽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책 좀 읽어라.” 하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어른들 때문은 아닐까 … 아침 자습시간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는 했지만, 그저 책만 읽으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언가 모를 그 이상야릇한 기분의 정체가, 아이들의 책읽기 속에 함께 들어가지 못한 나 자신 때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 함께 책 읽을까?”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  (21, 28쪽)


  잘 노는 아이가 책을 잘 읽습니다. 잘 놀지 못하는 아이는 책을 잘 읽지 못합니다. 놀지 않고 책만 보는 아이는 ‘책이라는 지식그물’에 사로잡힙니다. 책을 읽는 까닭은 ‘책만 읽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살아가면서 스스로 겪기 어렵거나 못 겪을 만한 일이 있어, 내 이웃과 둘레 삶자락을 한결 넓고 깊이 헤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남극이나 북극에 모든 사람이 다 가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프리카 들판이나 중남미 마추픽추에 모든 사람이 다 가 보기는 어렵습니다.


  책으로 칠레 어린이를 만나요. 책에서 노르웨이 푸름이를 만나요. 책으로 아이슬란드 벗을 사귀어요. 책에서 베트남 푸름이와 어깨동무를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구별 여러 동무와 이웃을 만나는 한편, 내가 태어나기 앞서 살아온 사람들 발자취를 헤아립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까닭은 ‘오늘 이곳에서 즐겁게 살아갈 빛’을 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책만 파고들려고 책을 읽을 수 없어요. 그러니까,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먼저 신나게 뛰놀아야 합니다. 한 시간 신나게 뛰놀고 나서 십 분쯤 책을 읽으면 됩니다. 두 시간 개구지게 뛰논 뒤에 이십 분쯤 책을 펼치면 됩니다.


  퍽 어린 아이라면 50분 놀고 10분 책과 사귀면 즐거워요. 좀 자란 아이라면 40분 놀고 20분 책과 사귈 만해요. 열대여섯쯤 되는 푸름이라면 30분 놀고 30분 책과 사귈 만합니다. 그런데, 책읽기가 놀이하기보다 더 길거나 많으면 자칫 흔들릴 수 있습니다. 책은 40∼50분 읽으면서 놀이는 고작 10분조차 안 한다면, 이 아이는 몸이 어떻게 될까요.


  한창 뛰고 놀며 몸을 살찌우고 튼튼하게 가꿀 아이들은 하루에 여덟 시간이나 열 시간쯤은 뛰고 놀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할 일이란 먹고 놀고 자고, 이 세 가지입니다. 이 가운데에 살짝 책읽기를 끼워넣습니다.


.. 재미있는 책을 읽은 날에는 어김없이 책 이야기가 아이들의 일기에 등장한다 … 부모가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면 아이에게도 자신 있게 권할 수 있고, 아이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것이다 … 5학년 오원이는 학급에서 재미있게 읽은 책을 샀다고 자랑한다. 다 읽은 책을 왜 사느냐고 물으니 대답이 기특하다. “저는 좋은 책은 꼭 가지고 싶거든요.” ..  (24, 37, 71쪽)


  아이들이 텃밭을 일구도록 한다면,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텃밭을 곱게 일구는 슬기와 버릇을 익힙니다. 아이들을 자전거수레나 샛자전거에 태워 함께 마실을 다니면, 아이들은 자전거를 익숙하게 받아들입니다. 어버이나 어른이 아이들을 자가용에만 태워 돌아다녀 버릇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는 보람과 뜻과 넋을 배우지 못합니다.


  어릴 적부터 영어를 배우면, 영어를 한결 잘 배울 만할 테지요. 그래요, 영어를 잘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영어를 잘 배워서 어디에 쓸까요? 키가 크나요? 몸이 튼튼하나요? 마음이 착하나요? 생각이 깊나요?


  아이들은 무엇보다 몸이 튼튼하게 자라야 합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몸을 알뜰살뜰 씩씩하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착한 넋과 맑은 얼로 참답고 올바른 마음과 생각을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살가운 마을과 따사로운 보금자리에서 사랑을 누리면서 자라는 아이들일 때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어른들부터 스스로 살가운 마을 되도록 일구고 따사로운 보금자리 되도록 가꿀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이러는 동안 살며시 책읽기를 곁들일 노릇이라고 느껴요.


..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연예인, 선생님, 과학자,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독서지도를 하고 나서는 색다른 직업을 말하는 아이들이 생겼다. 바로 ‘작가’다 … 많은 아이들이 듣기를 좋아한다. 목소리에 자신이 없다고?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또 ‘엄마의 목소리’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들려주기는 아이를 집중하게 하고, 글자만 쫓는 아이들의 눈을 그림으로 옮겨주기도 한다 … 아이들과 독후감을 써 보면서 느낀 한 가지는 평소 글쓰기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아이라도 책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  (92, 115, 182쪽)


  집과 학교에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김서영 님이 빚은 《아이 스스로 즐기는 책벌레 만들기》(국민출판,2011)를 읽습니다. 아이들이 집과 학교에서 ‘책과 어떻게 사귈 수 있는가’를 밝히고, ‘책을 즐겁게 사귀는 길’을 찬찬히 들려줍니다. 이 책에 나오듯이 아침에 딱 10분씩 아이와 함께 책을 누릴 수 있으면 좋지요.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앞서 10분씩 아이와 함께 책을 누려도 좋아요. 아침저녁으로 20분만이라도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아이하고 책을 누리면 좋습니다.


  다만, 책 한 권을 읽히거나 함께 읽더라도 사랑스레 나눌 노릇이에요. 훌륭하다고 하는 책이라 하더라도 사랑스레 나누지 못하면 아이들은 고운 이야기밥을 먹지 못해요. 그리고, 아이들한테 책을 읽히는 까닭은, 아이들만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도 책을 읽을 노릇이에요.


  아이들한테 읽힐 책은 어른들이 먼저 다 읽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은 어른들도 다 함께 읽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만화책을 보면 어른들도 만화책을 보아야지요. 아이들이 즐겁게 보는 만화책뿐 아니라, 아이들이 아직 모르는 아름다운 만화책을 보아야지요. 아이들이 참말 재미나며 아름답고 멋진 만화책을 깨닫고 누릴 수 있도록 ‘학습만화’아닌 ‘참된 만화책’을 제대로 알려주고 보여줄 뿐 아니라, 함께 만화책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요.


.. 결혼하고 남편에게 “첫째는 딸을 낳아 희망이라 하고 둘째는 아들을 낳아 찬이라 하자. 그러면 우리는 희망찬 엄마 아빠가 되는 거고, 우리 집은 희망찬 가족이 되는 거잖아.”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 학교에서 아이들을 처음 만나면 내 이름과 함께 ‘희망찬샘’이라는 닉네임도 알려준다. 여기서 ‘샘’은 선생님의 ‘샘’이 아니라, 고여 있지 않고 언제나 퐁퐁 솟아나는 샘물의 ‘샘’이라고 말해 준다 … 믿어 주고, 격려하기! 그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  (110, 114, 187쪽)


  김서영 님은 이녁 스스로 ‘희망찬샘’이라는 이름을 누립니다. 아이들 이름인 희망이요 찬이기도 하지만, 희망이 찬 샘물과 같이 맑고 밝게 흐르는 넋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려는 마음을 품습니다. 이 마음은 집과 학교에서 아이들 가슴속으로 살포시 스며들리라 느낍니다. ‘희망찬샘’이라는 이름 그대로 아이뿐 아니라 어른 스스로도 즐거우면서 고운 빛이 늘 감돌 만하리라 느낍니다.


  아이들도 저마다 저희 이름을 새롭게 하나씩 지을 수 있어요.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이름 하나하고, 아이들이 ‘앞으로 사랑하며 살아갈 내 하루’를 돌아보면서 스스로 품는 꿈을 담는 이름 하나, 이렇게 두 가지 이름으로 즐겁게 배우고 뛰노는 이야기를 누린다면 아주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 책 읽는 아이가 자라면 책 읽는 어른이 된다 ..  (201쪽)


  사랑받는 아이가 사랑받는 어른이 될 뿐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어른이 됩니다. 꿈을 키우는 아이가 꿈을 꾸는 어른이 될 뿐 아니라, 이웃이 꿈을 꾸도록 돕거나 손길 내미는 착한 어른이 됩니다. 웃고 노래하면서 노는 아이들이 웃고 노래하면서 일하는 어른이 됩니다.


  숲내음 누리는 아이들이 숲을 지키는 어른 됩니다. 나무를 아끼는 아이들이 나무를 보살피는 어른 됩니다. 오늘날 이 사회에 4대강사업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까닭을 헤아려 봐요. 숲과 나무와 들과 바다와 냇물을 제대로 아끼거나 사랑하지 못한 채 학교교육만, 지식교육만 잔뜩 받은 아이들이 끔찍한 일 저지르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요. 책은 책대로, 삶은 삶대로, 놀이는 놀이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꿈은 꿈대로, 아이와 어른이 나란히 아름답게 가꿀 수 있기를 빌어요.


  잘 노는 아이가 책을 잘 읽습니다. 잘 놀면서 책을 잘 읽은 아이가 사랑을 따사롭게 나눌 수 있습니다. 잘 놀면서 책을 읽어 사랑을 따사롭게 나누는 아이가 이 지구별을 곱게 돌보는 한길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4347.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을 말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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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4-01-09 12:05   좋아요 0 | URL
잘 노는 아이가 성격도 좋지요.
어릴 적부터 영어 배우게 하는 것, 반대합니다.
차라리 영어 배우는 시간에 책과 친하면 좋을 텐데요...

숲노래 2014-01-09 13:0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아름다운 삶을 배우고,
어른들은 아름다운 삶을 가르칠 수 있기를 빌어요..

2014-01-20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4-01-20 11:20   좋아요 0 | URL
힘든 해도 있고 덜 힘든 해도 있으리라 생각해요.
올 한 해 예쁘면서 기쁜 일이
솔솔 찾아들어
아름답게 누리시리라 믿습니다.
고맙습니다~~~ ^^
 


 '-적' 없애야 말 된다
 (1669) 식물학적 1 : 식물학적으로는 없는

 

참나무는 우리 나라 활엽수를 대표하는 나무라 할 수 있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없는 이름이에요
《박연-식물, 어디까지 아니?》(고래가숨쉬는도서관,2013) 68쪽

 

  ‘활엽수(闊葉樹)’는 ‘넓은잎나무’로 다듬고, ‘대표(代表)하는’은 ‘잘 보여주는’이나 ‘첫손으로 꼽는’으로 다듬습니다.


  ‘식물학적’은 한국말사전에 안 나옵니다. 따로 한국말사전에 실을 만하지 않은 낱말이기도 하지만, 이런 말을 쓸 일이 없기도 합니다. 비슷한 얼거리로 ‘동물학적·곤충학적·어류학적’ 같은 낱말도 쓸 일이 없습니다. ‘동물학·곤충학·어류학’이라고만 쓰면 돼요.

 

 식물학적으로는 없는 이름
→ 식물학으로는 없는 이름
→ 식물학에는 없는 이름
 …

 

  쉽고 꾸밈없이 쓸 때에 쉬운 말입니다. 가볍고 홀가분하게 쓸 때에 고운 말입니다. 군더더기를 붙인대서 뜻이 깊어지거나 넓어지지 않아요. 군더더기를 붙이면 외려 어렵거나 까다롭거나 힘들 뿐입니다. 4347.1.9.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참나무는 우리 나라 넓은잎나무를 잘 보여주는 나무라 할 수 있지만 식물학으로는 없는 이름이에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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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 에레키테 섬 1 세미콜론 코믹스
츠루타 겐지 지음,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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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301

 


지구별에서 우리가 할 일이란
― 모험 에레키테 섬 1
 츠루타 겐지 글·그림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펴냄, 2013.12.27.

 


  겨울비 지나간 밤하늘은 더 환합니다. 밤별이 초롱초롱 눈부십니다. 고샅마다 등불이 켜진 마을에서도 밤별이 환하구나 하고 느끼니, 등불 하나 없는 숲속으로 깃들면 한결 포근하면서 사랑스러운 밤별잔치를 누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티벳이나 몽골이나 네팔이나 부탄에서는 얼마나 드넓고 아름다운 밤별잔치를 누릴까요.


  밤별잔치를 누릴 수 있는 곳에서 보금자리를 이루는 사람들은 마음속에 고운 별빛을 품습니다. 높다란 멧골이나 싱그러운 숲이나 찰랑이는 바다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슴 가득 별내음을 담습니다.


  먼먼 이웃 별을 가슴으로 품으면서, 우리가 디딘 이 지구별 숨결을 깊이 헤아립니다. 먼먼 이웃 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지구별 숨소리를 고루 살핍니다.


  어떤 나무도 졸업장 따위는 없습니다. 어떤 꽃도 족보 따위는 없습니다. 어느 풀도 은행계좌 따위는 없습니다. 즐겁게 뿌리를 내리고, 씩씩하게 줄기를 올리며, 해맑게 잎을 틔워, 아름답게 꽃을 피웁니다.


- “오늘은 이게 마지막이라 수영이나 좀 하다 가려고요.” (10쪽)
- “다들 돌아갔니?” “응.” “미쿠라, 앞으론 어떡할 거니? 아무래도 본토에 돌아가겠지?” “아뇨, 할아버지랑 둘이서 시작한 일인걸. 저 사람들은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하면 돼요.” (17∼18쪽)

 


  즐겁게 살아갈 나날입니다. 씩씩하게 노래할 하루입니다. 해맑게 이야기 나누는 삶입니다.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사랑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한다면, 더 높은 학교에 다녀야 하거나,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한테 한결 너른 지구별을 일깨우면서, 아이들 스스로 씩씩하고 아름다운 빛을 가슴속에 품는 기쁨을 누리도록 하고 싶어, 학교를 세워 무언가 가르칩니다.


  입시지옥이 된다면, 초등학교조차 아이들한테 덧없습니다. 제대로 된 삶을 보여주고, 아름다운 꿈을 들려주지 않는다면, 모든 학교는 감옥과 똑같습니다. 아이들은 규칙이나 규정을 지키는 톱니바퀴가 되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빛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삶을 누려야 합니다.


  즐겁게 살아야지요. 씩씩하게 노래해야지요. 해맑게 이야기해야지요. 아름답게 사랑해야지요. 아이도 어른도 이 지구별에서 할 일이란, 오직 사랑하는 삶입니다.


- “신기루 섬 말하는 거 아니냐? 그야 알지. 요샌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 바다에는 득시글댔었지.” (30쪽)
- “그리고 기다린다. 잠자코 기다린다. 계속 기다린다.” (42쪽)
- “겐 영감님! 나도 드디어 봤어요, 에레키테 섬! 이 눈으로 봤다고요! 상륙할 뻔했는데 아까웠어요. 근데 근데 근데 아무도 안 믿어 준다고요!” (78쪽)

 


  츠루타 겐지 님이 선보이는 만화책 《모험 에레키테 섬》(세미콜론,2013) 첫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 만화책에서 흐르는 ‘모험’을 기쁘게 받아들일 한국땅 어른이나 아이는 얼마나 될까요. 그저 만화에 나오는 이야기로만 여겨야 할까요. 즐겁게 누리는 삶으로 여길 수 있을까요. 한국하고 이웃한 일본에서 드넓은 태평양을 누비는 예쁜 아이가 있으면, 일본과 이웃한 한국에서는 어떠한 삶터를 누비는 예쁜 아이가 있을까요.


  이 나라 어른들은 스스로 어떤 삶을 누릴까요. 이 나라 아이들은 저마다 어떤 사랑을 나누는가요. 설악산이나 지리산이나 한라산을 누비면서 삶을 밝히는 어른은 얼마나 있는가요. 동해나 황해나 남해를 누비면서 사랑을 꽃피우는 아이는 몇이나 있는가요.


  도시로 가서 가수나 연예인이나 배우나 운동선수가 되어야 ‘꿈’인가요. 도시에서 미용사가 되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노동자가 되거나 회사원이 되어야 ‘직업’인가요.


- “미쿠라. 이런 시대착오적인 생활 고집하지 말고, 좀 제대로 된 일을 해 보렴.” “응, 알아요.” (107쪽)
- “에레키테 섬은 대충 계산하면 지름 800미터 정도. 섬치고는 너무 작아. 게다가 항상 이동하고 있어서 위치가 일정하지 않으니 더 찾기 힘들고, 바람만 잘못 타도 잃어버릴 정도로 작고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고…….” (112쪽)

 


  시골 면소재지에 꼭 피시방이 있어야 할까 궁금합니다. 뭐, 면소재지쯤 되면 한 군데쯤 있을 만하겠지요. 그러나, 면소재지이든 읍내이든, 피시방 한 군데조차 없이 고즈넉한 시골마을 되도록 가꿀 만합니다. 아이들이 갈 피시방도 없이, 어른들이 갈 술집도 없이, 모두들 숲을 누리고 바다를 누릴 만합니다. 어른들부터 술집을 닫고 편의점도 닫으면서, 피시방 또한 함께 닫고 극장 또한 없어도 돼요. 숲이 극장이고 바다가 극장인걸요. 숲에서 먹을거리를 찾고 바다에서 먹을거리를 건지면 돼요. 술을 마시고 싶으면 가게에서 사다가 마시지 말고, 집에서 스스로 담그면 돼요. 스스로 흙을 일구어 밥을 얻고, 스스로 풀을 뜯고 열매를 따며 고기를 낚아 아침저녁 차리면 돼요.


  씩씩하며 즐겁게 꾸리는 살림이 있은 뒤에 모험이 있습니다. 살림을 알뜰살뜰 가꾸면서 삶이 태어납니다. 살림을 맑고 밝게 돌보는 밑바탕에서 사랑이 싹틉니다.


  넘실거리는 바닷물이 극장입니다. 봄에도 겨울에도 지절거리는 숲속 새들 노랫소리가 극장입니다. 여름에 흐드러지고 가을에 멋드러진 숲빛이 극장입니다. 소나기와 무지개가 극장입니다. 누런 들판과 콩 터는 도리깨질이 극장입니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요. 삶이 모두 다큐멘터리인걸요. 카메라로 찍어서 극장에서 보아야 다큐멘터리가 되지 않아요. 스스로 누리는 삶이 언제나 다큐멘터리입니다. 할매 할배 살아온 이야기를 애써 녹음기에 담아야 하지 않아요. 우리 가슴에 고이 담아 우리 아이들한테 찬찬히 물려주면 넉넉해요. 옛이야기와 일노래는 언제나 가슴에서 가슴으로 물려주고 물려받았지, 녹음기나 책에 적바림해서 잇지 않았어요. 가슴으로 들려주지 못한다면 옛이야기가 아닌걸요. 가슴으로 부르지 못한다면 일노래가 아닌걸요.


- “아들의 연구 자료네. 유감이지만 이것밖에 안 남았지. 태평양 쓰레기 벨트를 알고 있나? 해안에서 흘러나온 무수히 많은 쓰레기가 모이는 곳인데. 쓰레기는 태평양의 해류를 타고 결국 특정한 해역에 갇히게 되지. 한 번 들어가면 그곳에서 나올 수가 없네.” (136∼137쪽)
- “포기하지 말고 힘내자. 설령 올해 망한다고 해도 3년 뒤가 있어. 그게 망해도 또 3년 뒤.” (172쪽)


  역사를 따로 가르쳐야 하지 않아요. 콩 한 포기가 살아온 나날이 역사예요. 역사책이 굳이 있어야 하지 않아요. 쑥 한 포기가 걸어온 길이 역사예요. ‘한복’이 역사가 아니에요. 풀에서 섬유질을 얻고, 섬유질을 다스려 실을 자은 뒤, 가늘고 곱게 실꾸리를 엮어서 베틀을 밟아 천을 마련하고 이 천을 오리고 기워 옷을 짓던 삶이 바로 역사예요. 볍씨를 띄워 쭉정이를 가린 뒤 볏모를 내고, 모내기를 한 뒤, 즐겁게 보듬어 가을걷이를 하고 나서 절구질을 하고 조리질을 하며 솥에 물을 알맞게 맞추어 안쳐서 먹는 밥 한 그릇이 바로 역사예요.


  역사란 삶입니다. 문화란 삶입니다. 교육이란 삶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예술도 모두 삶입니다. 과학도 수학도 철학도 모두 삶입니다. 삶이 아닌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학문으로만 있는 학문은 ‘죽은 책’입니다. 죽은 책으로는 어떤 이야기도 샘솟지 않고, 어떤 문화도 되지 않으며, 어떤 역사도 되지 않아요.

 

  죽은 책만 붙잡으니, 이 나라 한국에 모험이 없어요. 죽은 책만 들먹이니 살갑거나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태어나지 않아요.


  살아서 숨쉬는 이야기를 나누어요. 살아서 숨쉬는 사랑을 노래해요. 살아서 숨쉬는 아이들이 되도록, 우리 어른들부터 살아서 숨쉬는 넋으로 하루를 일구어요. 4347.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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