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 사계절 나이테 그림책 사계절 그림책
조혜란 글 그림 / 사계절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38

 


콩닥콩닥 보드랍고 싱그러운 숨결
― 참새
 조혜란 글·그림
 사계절 펴냄, 2002.4.25.

 


  마루문을 열고 마당으로 내려설 적에 으레 처마 밑에서 딱새 두 마리 부웅 소리를 내면서 휘익 날아갑니다. 마당 한쪽에 있는 제법 우람한 후박나무 가지 사이로 숨습니다. 숲속에 깃들지 않고 우리 집 처마 빈 제비집에 깃들었으면서 무엇이 무섭다고 마루문 열고 마당으로 내려설 적마다 부웅 소리를 내는지 궁금합니다. 그러나, 딱새는 우리를 무서워 하지 않을는지 몰라요. 그저 재미 삼아서 이렇게 부웅 소리를 내며 날아갈는지 모릅니다.


  볕이 좋아 이불을 마당에 널면서 턴다든지, 다 마친 빨래를 들고 마당에 널 적에는 후박나무 가지나 전깃줄에 앉아서 저 사람이 무얼 하는가 하고 빤히 쳐다봅니다. 더 멀리 가지도 않고 날아가지도 않습니다.


  처마 밑 제비집에 제비들이 지낼 적에도 이와 같은 모습이었어요. 마루문을 열고 나올 적마다 부웅부웅 날아가서 괜시리 미안스럽게 하면서 멀리 날아가지는 않아요. 헛간 지붕에 앉거나 전봇대에 앉기 일쑤입니다. 이러면서 저 사람이 왜 마당에 나오고, 마당에 나와서 무엇을 하는가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 새로 이사 온 동네에는 참새가 참 많았어요. 참새들은 마을 가운데서도 맨 앞줄에 있는 우리 집을 가장 좋아했어요 ..  (3쪽)

 


  딱새는 제비처럼 노래를 자주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뒷간에서 똥을 눌 적이라든지, 마당에 놓은 평상에 앉거나 누워서 바람소리를 들을 적에 곧잘 노래를 가만히 들려줍니다. 딱딱딱 하는 딱새 노래는 새로운 빛입니다. 제비들 재재거리는 소리와 또 다른 빛입니다. 박새와 참새하고도 다른 빛입니다. 까치와 까마귀하고도 다른 빛이에요.


  누렁조롱이나 소쩍새가 우리 집까지 찾아올 일은 드물겠지 하고 생각합니다. 이런 큰 새가 바라는 먹이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언젠가 꾀꼬리와 물총새와 지빠귀가 우리 집에 넌지시 찾아올 수 있기를 기다려요. 직박구리가 후박알이나 초피알 먹으려고 찾아온 적이 있는데, 이 새와 저 새 모두 즐겁게 찾아와서 둥지도 짓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기를 기다립니다.


.. 하루는, 동네 아이들이 우리 집으로 와서 처마 밑을 뒤져 무언가를 꺼냈어요. 예쁜 자갈도 같고 조그만 달걀도 같은, 주근깨가 잔뜩 나 있는 그것은 참새알이었어요 ..  (7∼8쪽)


  새가 함께 살면 벌레를 잡습니다. 새가 깃드는 집에서는 새노래를 누립니다. 새가 모든 벌레를 다 잡지는 않습니다. 아마 모든 벌레를 다 잡으면 벌레 씨가 말라서 새로서도 먹이가 없겠지요. 얼마쯤은 두고서 잡아먹지 않으랴 싶어요. 가까운 곳에 있는 벌레만 먹지 않고 이곳저곳 두루 날아다니면서 골고루 잡아먹는구나 싶어요. 왜냐하면, 온갖 새들이 우리 집 마당으로 찾아와서 초피나무와 후박나무에서 잎사귀 갉아먹는 벌레를 곧잘 잡아먹는데, 용케 살아남았는지 일부러 살렸는지 꽤 여러 마리가 그대로 잎을 갉아먹으면서 고치를 만들더라고요. 봄부터 가을까지 제법 많은 나비가 깨어납니다.

 


.. 이불을 뒤집어쓰니 새끼 참새와 우리 남매만이 세상에 있는 것 같았어요. “우리에게 참새가 있는 걸 알면 동네 아이들이 부러워하겠지?” ..  (19쪽)


  조혜란 님 그림책 《참새》(사계절,2002)을 읽습니다. 조혜란 님이 어릴 적에 겪은 일을 그렸지 싶습니다. 조혜란 님이 어릴 적에 새로 옮겨 살던 풀집에 마을 아이들이 틈틈이 찾아와서 처마에 손을 넣고는 참새알을 훔쳐서 삶아먹었다고 합니다. 조혜란 님은 이런 마을 아이들을 보고도 “하지 말라!”고 말리지 못했지 싶어요. 오히려 “나도 참새알 갖고 싶다!”는 생각만 키웠지 싶어요.


  마을 아이들은 ‘이웃집’에 함부로 들어가서 처마를 뒤졌어요. 달리 바라보면, ‘이웃집 밭’에 함부로 들어와서 무도 뽑고 배추도 뽑은 셈입니다. 이웃집 밭에서 자라는 감나무를 타고 올라가 감을 따먹은 셈입니다.


  시골이니 저마다 밭이 있고 나무가 있어요. 제 집 밭에서 무랑 배추를 뽑아서 먹으면 돼요. 제 집 감나무를 타고 올라서 감을 따먹으면 됩니다. 왜 이웃집 처마를 뒤져야 했을까요. 왜 이 아이들은 이웃집 처마를 버젓이 뒤질까요. 이 아이들은 ‘서리’가 아닌 못된 짓을 일삼은 셈 아닐는지요.


  어쩌면 먹을거리가 없어 배고픈 나머지 이곳저곳 뒤지다가 마침 좋은 데를 찾았다고 할 수 있어요. 다들 기와지붕으로 바꾸는데 조혜란 님 집만 풀지붕이 그대로인 만큼, 이곳을 찾아올밖에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둥지를 뒤져 새알을 얻고 싶다면 숲으로 가야지요. 이웃집 아닌 숲으로 가고, 숲속을 누비면서 풀을 뜯고 열매를 따야지요.

 


.. 우리 집에는 더 많은 참새들이 드나들었어요. 짹짹짹 조잘재잘 더 시끄럽고, 더 많은 참새똥이 떨어졌어요. 그래도 나는 처마에 대고 “우리 집에서 나가!” 하고 소리치지 못했어요 ..  (33쪽)


  콩닥콩닥 보드랍고 싱그러운 숨결이 죽습니다. 이웃 아이들은 참새알을 삶아먹고, 조혜란 님과 동생은 새끼 참새를 훔쳤다가 그만 죽이고 맙니다. 조혜란 님은 어른이 되어 이날 일을 잊지 못한 채 그림책으로 남깁니다. 이웃 다른 아이들은 어릴 적 일을 얼마나 떠올리려나요. 이웃 다른 아이들은 어른이 된 뒤 이때 일을 얼마나 가슴에 새겼을까요. 그저 고픈 배를 채우고자 참새알이고 다른 새알이고 몽땅 훑어서 삶아먹었을까요. 작은 새도 콩닥콩닥 보드랍고 싱그럽게 뛰는 숨결인 줄 찬찬히 헤아리거나 살폈을까요.


  참새는 예나 이제나 우리 둘레에서 살아갑니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무리를 지어 조그마한 숨결을 힘차게 건사합니다. 사람들 둘레에서 ‘우리도 너희하고 이웃이야’ 하고 종알종알 노래하면서 겨울을 함께 나고 봄을 기다립니다. 4347.1.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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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1-25 14:22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보관함으로 쏘옥~ ㅎㅎ

숲노래 2014-01-25 18:11   좋아요 0 | URL
수수한 삶을 투박하게 잘 그렸어요~
 

얼굴가리기 놀이 1 - 소꿉놀이 하다가

 


  한창 소꿉놀이를 하던 산들보라가 ‘소꿉 지짐판’을 얼굴에 척 댄다. 네 얼굴을 가리려고? 그런데, 웬만큼 가릴 수 있네. 눈을 다 가릴 수 있네. 눈을 가려서 무얼 안 보려고? 눈을 가리면서 숨으려고? 4347.1.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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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1-25 14:23   좋아요 0 | URL
ㅎㅎ 너무 귀여워요~^^

숲노래 2014-01-25 18:12   좋아요 0 | URL
예쁘게 놀아 주면서 새 기운을 북돋워 주는 아이들입니다~
 

종이인형놀이 1 - 인형들 날다

 


  큰아이가 종이에 그려서 만든 인형을 들고 하늘날기 놀이를 한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종이로 접은 비행기를 들고 누나하고 함께 하늘날기 놀이를 한다. 슝슝 핑핑 하늘을 나는 종이인형은 참말 하늘을 난다. 어떤 하늘을 날까. 하늘을 어떤 마음으로 날까. 어떻게 웃음지으면서 서로 하늘을 가르며 시원한 바람을 마실까. 4347.1.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놀이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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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말 188] 빨래터

 


  마을 어귀에 빨래터가 있습니다. 이곳은 예나 이제나 빨래터입니다. 빨래를 하는 곳이라 빨래터입니다. 저마다 빨랫감을 이고 지면서 이곳으로 찾아와요. 빨랫감은 빨래통에 담아서 가져올 테고, 손으로 복복 비벼서 빤 옷은 집집마다 빨랫줄에 널어 말립니다. 빨랫줄은 바지랑대로 받칩니다. 빨래를 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빨래놀이를 합니다. 저희도 빨래를 한다면서 조그마한 손을 꼬물꼬물 움직여 복복 비비거나 헹구는 시늉을 합니다. 그렇지만, 시골마을마다 있는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은 거의 사라집니다. 시골집마다 빨래하는 기계인 ‘세탁기’를 둡니다. 도시에서는 빨래를 맡아서 해 주는 ‘세탁소’가 있습니다. 시골살이에서는 빨래터요 빨랫줄이지만, 도시에서는 세탁기요 세탁소입니다. 4347.1.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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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을 잡으렴

 


  한참 자장노래를 부르는데, 오른쪽에 누운 큰아이가 왼손을 뻗으면서 “아버지, 손.” 하고 부른다. 그래, 손을 잡으렴. 손을 잡아도, 손을 안 잡아도, 늘 네 곁에 있으니, 마음 포옥 놓고 새근새근 잠들렴. 가장 아름다운 꿈을 꾸고, 가장 즐거운 사랑을 누리는 한밤이 되기를 빈다. 네 무지개꿈에는 고운 노래가 흐를 테니, 이 노래를 언제나 가슴 가득 담으면서 푸른 넋 될 수 있기를 빈다. 4347.1.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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