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름벼리 종이인형과 함께

 


  우유곽을 잘라서 만든 종이인형을 들고 함께 하늘을 날면서 노는 사름벼리는 종이인형을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에 던져 놓고 다른 놀이를 하기도 하지만, 종이인형을 손에 쥘 적에는 동생한테도 하나 나누어 주면서 함께 놀곤 한다. 밥상맡에 종이인형을 데리고 와서 밥상에 올려놓고 밥을 먹기도 하지만, 수저질을 하다가 밥상 밑으로 떨어뜨리고는 못 알아채기도 한다. 이러다가 종이인형 어디 갔느냐고 한참을 찾는다. 어디 갔겠니? 다 우리 집에 있지. 4347.1.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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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4-01-20 18:35   좋아요 0 | URL
종이인형이 참 이쁘게 만들었네요.^^

숲노래 2014-01-20 19:53   좋아요 0 | URL
네, 온누리에 꼭 하나만 있는 아주 예쁜 인형이에요~
 
고양이의 마술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90
최종천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시를 말하는 시 46

 


시와 농약
― 고양이의 마술
 최종천 글
 실천문학사 펴냄, 2011.3.31.

 


  농약을 치면 농사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농약 뿌리는 값만큼 돈을 잘 벌 수 있을까요. 농약 뿌리는 장비에 들이는 값만큼 돈을 더 벌 수 있을까요. 농약 뿌리면서 몸이 아프기 마련인데, 농약병에 걸려 몸을 고치는 데에 들이는 돈이나 품이란 무엇일까요.


  비료를 치면 곡식과 열매를 얼마나 잘 거둘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비료 치는 값만큼 돈을 잘 벌 수 있는가요. 비료 치는 품만큼 돈을 더 벌 수 있는가요. 비료를 뿌려 더 많이 거둘 수 있다지만, 비료 먹은 곡식과 열매에서는 어떤 맛이 날는지요. 비료를 치면서 흙이 자꾸 죽고 말아 새 흙을 논밭에 자꾸 부어야 하니, 외려 돈은 돈대로 더 들어가는 셈 아닐는지요.


.. 노동이 신 난다면 아마도 / 아내들의 휘청거리는 허리와 가늘고 긴 목 / 그 동작들을 닮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망치질하기)


  숲에 있는 흙은 검은 빛입니다. 사람들 발길이 잦은 숲길은 검은 빛에서 차츰 누런 빛으로 바뀌다가 허연 빛이 됩니다. 사람들이 자꾸 밟으며 지나간 자리에는 풀이 안 돋고 땅이 딱딱해집니다. 사람들이 밟고 또 밟은 자리는 비가 오면 흙이 쓸립니다. 하도 밟아도 딱딱하게 다져졌다 할 텐데, 비가 오면 외려 이런 흙이 쓸립니다.


  풀이 돋은 자리는 비가 와도 흙이 쓸리지 않습니다. 풀뿌리가 흙을 붙잡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풀이 시들고 나뭇잎이 지면서 새로운 흙이 됩니다. 이와 달리, 사람들 발길이 잦아 딱딱하게 되고 만 자리에는 새 흙이 덮이지 않습니다. 논밭도 이와 같아요. 논밭에는 새 흙이 될 풀잎도 나뭇잎도 없어요. 논밭에는 새 흙이 될 벌레조차 주검이 되어 묻히지 못해요.


  그런데, 시골 군청 공무원은 시골 논도랑에 시멘트를 묻습니다. 흙도랑일 적에는 풀이 자라고 고기가 살면서 흙이 곱게 있지만, 시멘트도랑일 적에는 비만 오면 흙이 모조리 아주 빠르게 쓸립니다. 멧자락에서도 이와 같아요. 시외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적에 둘러보면, 고속도로 내느라 멧자락을 동강내고 토막내면서 멧자락이 비에 무너질까 봐 시멘트도랑을 곳곳에 파묻는데, 이렇게 되면 흙은 더 빨리 쓸립니다. 풀이 없고 나무가 없으니 흙을 붙잡을 뿌리가 없어요. 멧기슭에 그물을 덮더라도 흙은 몽땅 쓸릴밖에 없어요.


  바닷가에서도 이와 같아요. 바닷가에 시멘트로 둑을 막고 아스팔트로 찻길을 내면서, 바닷가 모래는 바다로 쓸립니다. 물결이 치면서 모래가 쓸리기도 하고 다시 바닷가로 돌아오기도 하는데, 시멘트둑은 모래가 다시 돌아올 자리를 막습니다. 이리하여, 모래밭을 해수욕장으로 꾸미는 지자체에서는 해마다 모래를 엄청나게 사들여서 바닷가에 뿌려요. 제주섬은 여름철 아닐 적에는 시커먼 그물로 모래밭을 덮어 모래가 물결에 안 휩쓸리도록 막으려 하지만, 모두 부질없습니다. 물결이 치면서 모래가 오락가락할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자리를 모두 시멘트로 막았으니 어쩌겠어요.


.. 나무를 읽는 방법에 대하여 / 나는 시를 써본 적이 없다 ..  (시는 그렇게 죽어라)


  지난 수십억 해에 걸쳐 지구별에서 굶주림이나 헐벗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백 해나 이백 해 사이에 걸쳐 지구별에 굶주림과 헐벗음이 불거집니다. 먹을것 없이 굶고, 입을것 없어 헐벗는 사람이 많습니다. 흙을 가꾸거나 살리지 않습니다. 온통 전쟁무기를 만듭니다. 흙이 얼마나 아름다운 줄 깨닫지 않으면서 고속도로와 찻길과 기찻길을 자꾸자꾸 늘립니다. 집을 지어도 흙을 살리는 집을 지어야 할 텐데, 흙을 죽이면서 시멘트와 아스팔트를 넓게 까는 집만 짓습니다.


  누구나 알 텐데, 시멘트로 논을 바르면 벼가 안 자랍니다. 밭둑을 시멘트로 덮으면 풀이 못 돋겠지요. 곧, 밭뙈기를 시멘트로 바르면 어찌 되겠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못 먹습니다.


  돼지를 치거나 소를 키우면서 우리 바닥을 시멘트로 댄다면, 돼지나 소는 어떤 삶을 누릴까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얻으려고 돼지우리와 소우리를 시멘트로 만들면 어떤 고기를 얻을까요.


  흙바닥이 사라지면 풀과 나무가 살아갈 자리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풀과 나무가 사라지면 푸른 바람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푸른 바람이 사라지면 우리가 마실 바람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돈이 없어도 죽지 않지만, 바람을 1분만 안 마셔도 죽습니다. 아파트나 부동산이 없어도 죽지 않으나, 물을 안 마시면 죽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참목숨이 될는지요.


.. 올해가 모차르트가 죽은 지 250주년이라고 / 그를 추모하며 그의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 오늘은 모차르트만 죽은 날이 아니다 / 오늘은 우리 공장에서 기르는 간절한 눈빛의 / 거멍이가 죽은 날이다 ..  (오늘 거멍이가 죽었다)


  최종천 님 시집 《고양이의 마술》(실천문학사,2011)을 읽습니다. 최종천 님은 공장노동자일까요 일용노동자일까요. 아니면 일하는 시인일까요, 시를 쓰는 노동자일까요.


  아무튼, 최종천 님은 일하는 사람이고,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면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살아가는 사람이며,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이야기하는 사람이면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시집 《고양이의 마술》에는 최종천 님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 작은 시집에는 최종천 님이 일하고 웃으며 울다가 노래하는 삶이 흐릅니다.


.. 여수화학단지에 가시거든 / 그 높은 굴뚝을 보시고 말 게 아니라 / 산봉우리도 꼭 좀 보시라 / 모든 봉우리가 똑! 여자의 유방처럼 생긴 것이다 / 봉우리 중간 위로는 아예 나무가 없다 / 그 밑으로 가야 나무가 엉거주춤 어디 다른 데로 / 가고 싶은 방황을 하고 있다. / 그건 드높은 굴뚝 때문이다 ..  (굴뚝은 높다)


  여수화학단지에 가니 나무가 없는 봉우리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여수화학단지에 가니 굴뚝을 볼 수 있답니다. 여수 둘레에 있는 섬에 간다면 나무로 빽빽한 봉우리를 볼 테지요. 여수 둘레 조용한 시골마을에 간다면 예쁘장한 밭뙈기와 돌울타리를 볼 테지요. 여수 언저리 고즈넉한 숲으로 간다면 숲노래와 숲빛과 숲바람과 숲나무를 한가득 볼 테지요.


  누구나 스스로 선 자리에서 삶을 가꿉니다. 누구나 스스로 살아가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누구나 스스로 사랑을 노래합니다.


  그러니까, 숲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드물어, 숲노래를 시로 그리는 사람이 드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 스스로 느긋하지 못해, 아이와 지내는 사랑을 시로 그리는 사람이 드뭅니다. 일하면서 스스로 짬을 마련하지 못해, 일하는 하루를 시로 그리는 사람이 드물어요.


.. 아파트 뒤 주말농장에는 팻말이 서 있다. / “농약 많이 쳤으니 따가지 마시오.” / 사실 나는 농약을 치지 않은 들깻잎을 따러 / 주말농장에 온 것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 깻잎을 아주 조금만 먹고 있는 벌레가 있다 / 농약을 많이 쳤다는 것은 거짓말이군! / 그러나 참 애교 있지 않으냐! 푸른 하늘아, / 농사를 짓는 이도 농약을 치지 않은 깻잎을 먹고 싶은 것이다 ..  (착한 벌레)


  포도나무에 왜 농약을 칠까요. 농약 그득한 포도를 먹고 싶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알맹이 굵은 열매를 내다 팔고 싶기 때문입니다. 배추밭에 왜 농약을 뿌릴까요. 농약 깊이 밴 배추를 먹고 싶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커다란 배추를 내다 팔고 싶기 때문입니다. 콩 유전자를 왜 건드릴까요. 옥수수 유전자를 왜 건드리나요. 유전자를 건드리니 더 맛나거나 몸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돈이 될 만하기 때문입니다.


  농약을 치는 흙일꾼은 참말 농약을 쓰고 싶을까 궁금합니다. 온갖 수사법을 쓰거나 기교를 부리는 작가는 참말 수사법을 쓰거나 기교를 부리고 싶을까 궁금합니다. 문학비평을 하는 이들은 참말 딱딱하고 어려운 말마디로 주례사비평을 하고 싶을까 궁금합니다. 초·중·고등학교 교사는 참말 아이들을 입시지옥에 집어넣고는 들들 볶으며 괴롭히고 싶을까 궁금합니다.


  우리들은 스스로 하고픈 일을 하는 사람일까 궁금합니다. 우리들은 참말 스스로 가장 사랑하는 빛을 가슴에 품으면서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일까 궁금합니다.


  농약을 걷어치워야 비로소 흙일이 되고, 껍데기를 걷어내야 비로소 글이 되며, 돈에서 홀가분할 때에 비로소 사랑이 됩니다. 4347.1.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시집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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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무엇을 찍는가. 참을 찍는가, 거짓을 찍는가. 참다운 모습을 드러내는가, 참다운 모습을 슬쩍 가리는가. 사진을 찍는 이들은 사진이 모두 보여주거나 모두 안 보여준다고 말하곤 하는데, 글도 이와 똑같지 않은가. 그림이나 노래나 춤 모두 이와 똑같지 않은가. 모든 이야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글이 있지만, 모든 이야기를 감쪽같이 감추는 글이 있다. 굳이 사진만 갖고 두 얼굴이라 할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땅에서 해야 할 말을 하고, 나눌 만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꿀 만한 사랑을 가꾸면 된다. 바보스러운 사람을 볼 적에 바보스럽네 하고 말하는 한편, 바보스러운 자리에서 아름다운 자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햇볕 한 줌 밝힐 수 있기를 빈다. 손가락질은 언제나 손가락질일 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니까. 비바람이 몰아치면 풀도 나무도 모두 쓰러지지만, 햇볕이 비추면 풀도 나무도 모두 푸르게 자란다. 4347.1.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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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털- 노순택 사진 에세이
노순택 글.사진 / 씨네21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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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4. 마루문 걸레질 (2014.1.19.)

 


  쓸고 닦고 이불을 털어서 말리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큰아이가 “나도 도울래.” 하면서 걸레를 물에 적시고는 대청마루를 신나게 닦는다. 그러고는 피아노방을 함께 닦더니, 마루문을 닦겠다고 문을 붙잡고 논다. 큰아이한테 “걸레 이리 줘 보렴.” 하고 말하고는 빨아서 다시 건넨다. 손이 닿는 데까지 죽죽 뻗으면서 유리문을 닦는다. 잘 하네. 예쁘네. 이제 아버지는 빨래를 할 생각인데, 이에 앞서 너희 머리를 감자. 자, 나중에 더 걸레질을 하고 벼리랑 보라랑 머리 감으러 가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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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는 밥

 


  아이들한테 차려 주는 밥이란 아이들만 먹는 밥이 아니다. 아이들이 먹어야 할 밥을 따로 차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먹기를 바라는 밥을 애써 차리지 않는다. 아이하고 함께 맛나게 즐길 밥을 차린다. 어버이로서 여느 때에 늘 즐기는 밥을 차려서 아이들이 이 밥을 기쁘게 맞이해서 아름답게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만 생각해서 차리는 밥이란 없다. 아이를 생각할 적에는 저절로 어버이인 내 몸을 함께 생각한다. 어버이인 내 몸을 생각할 적에도 똑같이 아이들 몸을 나란히 생각한다. 함께 살아가는 숨결인 줄 느끼면서, 서로 맑고 밝게 웃을 나날을 가만히 그린다.


  평화롭게 누리는 삶이란 너와 내가 모두 평화로운 삶이다. 어느 한쪽만 평화로울 수 없다. 나는 누런쌀밥을 즐겨먹기는 했으나, 날푸성귀를 즐겨먹지는 않으면서 지냈다. 날푸성귀가 어떤 풀맛인가를 느낀 지는 아직 열 해가 안 되었다. 날무도 날배추도 날당근도 날오이도 실컷 즐긴 지는 몇 해 안 되었다. 기름으로 지지고 볶기를 내키지 않다 보니, 아이한테 지짐이나 볶음이나 무침은 되도록 차리지 않고, 나 또한 으레 날것으로 먹기 마련이다. 오이지도 맛있지. 그런데 날오이도 되게 맛있다. 김치도 맛있다 할 만하겠지. 깍뚜기도 배추김치도 맛있다 하리라. 그런데 날무도 참 맛있다. 양배추도 여느 풀도 간장으로 살짝 버무려서 올린다. 이렇게 먹을 적에 내 뱃속이 가장 느긋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뱃속이 느긋할까. 하루에 한두 차례 아이들이 누는 똥을 들여다보고 냄새를 맡으면, 아이들도 이런 밥차림이 몸에 맞는구나 하고 느낀다.


  이 겨울 지나고 새봄 찾아오면 아이들과 함께 집 둘레 온갖 풀을 찬찬히 뜯어서 즐겨야지. 아이들이 한 살 두 살 더 먹을수록 스스로 흙에서 풀을 얻고 흙벌레와 흙나무를 찬찬히 눈여겨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가장 또렷하고 힘있게 밥차림 이야기를 알려주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이다. 4347.1.2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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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2014-01-20 11:56   좋아요 0 | URL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밥상이네요.
재료가 좋지 않을 때 양념과 조리법이 복잡해집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죠.

숲노래 2014-01-20 13:55   좋아요 0 | URL
그렇기도 하겠네요.
재료가 안 좋다든지,
재료를 다룰 줄 모를 적에,
양념을 자꾸 쓰면서
조리법도 어려워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