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서울에서 벗어나 멧골에서 오순도순 지내려고 하던 꿈과 사랑을 담은 만화책 《불편하고 행복하게》(재미주의) 둘째 권을 읽으며 생각한다. 두 사람은 멧골집에서 지내며 무엇이 즐거움을 선물처럼 베푸는가를 느꼈겠지. 돈이 있대서 더 즐겁지 않으나, 돈이 없기에 더 홀가분하지는 않으리라. 그런데, 돈이 있거나 없거나 서로를 아끼는 사랑이 없으면 삶이란 아무것도 아니다. 혼자서 살든 둘이서 살든 아이를 낳아 살든, 다 함께 웃고 노래하는 사랑이 있을 때에 삶이 빛난다. 멧골에 울타리를 치며 술잔치를 했다는 ‘이웃 아닌 이웃’은 얼마나 즐거운 삶이었을까. 집을 빌려 지내는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함부로 공사를 하는 집임자는 얼마나 즐거운 삶이었을까. 두 사람이 서울과 조금 더 멀리 떨어지는 시골로 간다면 어떤 삶이 될까 궁금하지만, 서울과 한결 가까운 시골자락에서 할 일과 누릴 이야기가 더 많다고 느끼는구나 싶기도 하다. 어디에서 살든 스스로 하느님 마음이면 하느님처럼 산다. 어디에서 일하든 스스로 해님 마음이면 해님처럼 산다. 돈을 얼마나 벌든 스스로 꽃님 마음이면 꽃님처럼 산다. 두 사람이 낳은 아이는 두 사람 사랑을 듬뿍 먹으면서 자라겠지. “불편하게 행복하게”를 지나 “기쁘며 사랑스럽게”를 노래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린다. 4347.2.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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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행복하게 2- 시골 만화 에세이
홍연식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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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2월 0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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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도토리순이 (2014.1.30.ㄴ)

 


  설마실로 음성에 갔는데, 마루에 있는 큰 텔레비전에 말썽이 생겼다. 큰아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조르며 텔레비전 보여 달라 하지만, 텔레비전이 망가져서 못 본다고 하니 몹시 서운해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망가졌대잖아. 아버지는 속으로 빙그레 웃는다. 얘야, 우리 집에도 없는 텔레비전인데, 모처럼 텔레비전 있는 집에 와서 못 보니 서운하지? 그렇지만, 텔레비전 없으니 아주 조용히 그림놀이 할 수 있잖아? 큰아이와 한참 그림놀이를 하는데, 큰아이가 불쑥 “나 그려 주셔요.” 하고는 종이를 내민다. 종이를 받고 책상에 올려놓고는 한참 생각한다. 먼저 큰아이가 무릎 꿇고 앉아서 싱긋 웃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고 나서 도토리를 큼지막하게 그린다. 큰아이를 도토리 안에 넣는다. 도토리껍질을 무지개빛으로 한 꺼풀씩 입힌다. 이제서야 큰아이는 “아, 도토리구나.” 하고 알아채면서 도토리 속을 채우겠다면서 슥슥 같이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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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6. 나도 양말 널겠어 (2014.2.2.)

 


  아버지 곁에서 누나가 빨래널기를 거든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네 살 산들보라가 얼른 마루에서 마당으로 뛰쳐나온다. 그러나 네 살 아이는 빨랫대까지 손이 잘 안 닿는다. 까치발을 해야 겨우 손끝이 닿을락 말락. 다른 옷가지는 널지 못하고 양말 몇 켤레를 한 짝씩 들고 나르면서 영차영차 얹는다. 한 켤레를 얹고는 다른 양말을 그 위에 더 얹는다. 얘야, 그렇게 포개어 놓으면 안 마른단다. 그러나, 뭐 네가 처음으로 손이 살짝 닿으며 빨래널기를 거들어 주었구나. 살림돌이가 되고 싶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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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름벼리 빨래널기 거들래

 


  빨래를 마친 옷을 잔뜩 안고 평상에 놓는다. 옷걸이에 꿸 옷가지는 옷걸이에 꿰어 널고, 그냥 널 옷가지는 그냥 넌다. 처음에는 아버지 혼자 하는데, 어느새 큰아이가 알아보고는 “나도 할래!” 하면서 옷걸이를 들고 천천히 꿴다. 키가 자라고 몸이 자라며 마음이 자라는 큰아이가 여러모로 일손을 거드니 한결 일찍 끝나면서 개운하게 마무리짓는다. 4347.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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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이 즐거우냐

 


  마당에서 뛰어놀려는 아이들이 신을 꿴다. 양말 안 신고 그냥 뛰쳐나간다. 작은아이는 처음에 고무신을 꿰려 하다가 긴신으로 바꾸어 꿴다. 큰아이는 털 달린 긴신을 꿴다. 두 녀석 모두 맨발이다. 바람이 싱싱 부는데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두 녀석 쳐다보는 아버지도 맨발로 섬돌에 선다. 아이들 둘레를 맨발에 고무신을 꿴 채 함께 걷고 달린다. 나부터 양말을 찬찬히 신은 다음 고무신을 꿰면, 두 아이 모두 양말부터 찬찬히 신은 다음 저희 신을 찾아서 발에 꿰려나. 뭐, 놀다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잘 느낄 테지만, 양말을 신을 적보다 맨발일 적에 한결 홀가분하다. 양말을 신고 한참 달리거나 뛰다 보면 발에 땀이 찬다. 맨발로 놀아도 발가락에 땀이 날 테지만, 땅바닥에 닿는 느낌은 맨발일 적에 더 재미나다. 이 재미를 더욱 느끼고 싶어 맨발로 뛰노는지 모른다. 4347.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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