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5.2.3. 작은아이―아버지야



  작은아이가 아버지를 그린다. 오오 멋진걸. 아버지도 긴머리인 줄 잘 아는구나. “여기 아버지 있어.” 하고 말하는 작은아이는 “보라는 아버지 머리 위에 있어.” 하고 덧붙이더니, “비가 내리네.” 하면서 파란 크레파스로 죽죽 긋더니, “에헤헤.” 하면서 온통 붉게 물들인다. “자, 아버지 선물.” 나는 작은아이한테 “쳇. 아버지 얼굴 다 지워서 안 보이잖아. 이 선물 안 받을래.” 작은아이는 “그래? 그럼 다시 그려 줄게.” 하면서, 이번에는 아버지 얼굴만 따로 그리고, 그런 뒤 “보라는 여기 있지” 하면서, 아버지 얼굴 위쪽에 조그맣게 제 모습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그림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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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12 씨앗


  ‘씨앗’을 심어서 가꾸어야 나중에 열매를 거둘 수 있습니다. 씨앗을 심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꿀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거두지 못합니다. 그러니, 시골지기가 아니더라도 해마다 봄이면 씨앗을 심느라 부산하기 마련입니다.

  ‘씨앗’이 있어야 열매를 얻듯이, 연금술사가 금을 얻으려면 수수한 쇠붙이가 있어야 합니다. 수수한 쇠붙이는 씨앗 노릇을 하면서 금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연금술사 솜씨가 아무리 좋더라도, 손에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것도 못 이루어요. 씨앗이란 모든 것을 이루는 첫걸음이자 바탕입니다.

  그래서 ‘씨앗’이라는 낱말은 “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할 수 있음”을 한자말로 ‘가능성’이라고도 가리킵니다. 그러니, 한자말 ‘가능성’은 한국말로 하자면 ‘씨앗’인 셈입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옛말이 있는데, 뿌리는 마음대로 거둔다고 할 수 있고, 뿌리는 손길대로 거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씨앗을 심어도 어떤 사람은 알차게 거두고 어떤 사람은 쭉정이만 거둡니다. 같은 씨앗을 심지만 어떤 사람은 넉넉히 거두고 어떤 사람은 모자라게 거두지요. 왜 그런가 하면, 비료나 거름을 덜 주거나 지나치게 주었기 때문이 아니에요. 어떤 마음과 손길이었으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하는 말은 모두 씨뿌리기와 같다는 뜻입니다. 내가 나한테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내 삶을 스스로 바꾼다는 뜻입니다. 내 마음에 어떤 생각을 씨앗으로 심느냐에 따라 내 하루가 달라진다는 뜻이고, 내 꿈을 스스로 어떻게 지으려 하느냐에 따로 오늘 내 몸짓이 거듭난다는 뜻입니다.

  내 말씨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 마음씨를 헤아려야 합니다. 내 맵씨(맵시)를 보아야 합니다. 씨앗은 바람을 타고 하늘을 가릅니다. 어미나무에서 홀로 떨어진 씨앗은, 그야말로 홀가분한 몸으로 바람을 타면서 어디로든 날아갑니다. 어미나무 곁에 머물 수 있고, 어미나무한테서 아주 멀리 떨어진 데까지 구름과 함께 날아갈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든 다 기쁩니다. 어디에서든 씨앗은 싹이 틉니다. 이리하여, 씨앗 한 톨은 “무엇이든, 언제나,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를 나타냅니다. 말 그대로 ‘가능성’입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자리(마음밭)에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을 지어서 씨앗을 심어야 합니다. 그러면 이 씨앗을 바람(내 숨결)이 실어서 나르지요. 내가 심은 씨앗을 바람이 보살피지요. 내가 심은 씨앗은 바람을 마시면서 크지요. 내가 심은 씨앗은 바람 따라 춤을 추면서 곱게 줄기를 올리고 꽃대를 뻗어 새로운 열매(새로운 씨앗)를 맺지요.

  씨앗은 제 몸을 녹여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씨앗은 단단하고 야무지면서 새까만 알갱이를 ‘허물’처럼 벗고서 새로운 ‘나비’로 태어납니다. 씨앗은 스스로 ‘씨앗이라는 몸’을 벗기에 ‘새로운 열매’가 되는 길에 나섭니다. 먼저 조그맣게 싹이 돋고, 뿌리를 내리며, 줄기를 올리고, 잎을 틔우다가, 꽃을 터뜨리고, 열매를 맺습니다. 씨앗 한 톨에서 우주가 태어납니다. 작은 씨앗 하나에서 온누리가 열립니다. ‘씨앗’은 ‘작은 점’이면서 “할 수 있음(가능성)”이요, ‘첫걸음’입니다. 4348.2.3.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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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85] 놀 때에 웃는 삶

― 어른이 건사할 마음씨



  누구나, 놀 때에 웃습니다. 누구나, 놀지 못할 때에 웃지 못합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매한가지입니다. 노는 아이가 웃고, 노는 어른이 웃으며, 놀지 못하는 아이가 못 웃고, 놀지 못하는 어른이 못 웃지요.


  일거리가 없어서 탱자탱자 지내야 ‘노는 삶’이 아닙니다. 돈이 많기에 아무 일을 안 해도 되니 ‘노는 삶’이 아닙니다. ‘노는 삶’은 스스로 이루려는 꿈으로 나아가는 몸짓입니다. ‘노는 삶’은 스스로 지은 사랑을 나누려는 몸짓입니다. ‘노는 삶’은 스스로 가꾸는 삶을 즐기는 몸짓입니다.


  아이는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마음껏 뛰거나 달리고 싶습니다. 아이는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을 애써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극장이나 관공서나 학교를 굳이 가리지 않습니다. 아이는 언제 어디에서나 신나게 뛰거나 달릴 뿐입니다. 박물관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실컷 뛰거나 달리려는 아이입니다.


  박물관이나 도서관이나 미술관이나 전시관 같은 데라면, 어른이 아이를 타일러 얌전하거나 다소곳하게 있으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면, 한번 생각할 노릇이에요. 왜 박물관이나 도서관에서는 얌전히 있어야 할까요.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는 왜 다소곳하게 있어야 할까요. 우리는 춤추면서 그림을 볼 수 없는가요? 우리는 노래하면서 책을 읽을 수 없는가요? 물구나무서기를 하다가 사진을 볼 수 있고, 바닥에 드러누워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꼭 어떤 옷을 갖춰 입고서 어떤 시설에 가야 하지 않습니다. 꼭 어떤 맵시가 되어 어떤 기관에 가야 하지 않아요.


  옷차림은 대수롭지 않습니다. 마음씨가 대수롭습니다. 겉모습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마음결이 대단합니다. 아이는 놀 적에 ‘어떤 옷을 입었는가’를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비싼 옷’이나 ‘값진 옷’을 입고도 모래밭에서 뒹굽니다. 아이는 ‘고운 옷’이나 ‘예쁜 옷’을 입고도 개구지게 뛰거나 달리면서 온통 땀투성이가 됩니다. 즐겁게 웃는 마음이 되기에 놀 수 있고, 즐겁게 웃는 마음을 어른이 되어도 그대로 살려서 일합니다. 기쁘게 웃으며 노래하는 마음으로 놀며, 기쁘게 웃으며 노래하는 마음을 어른이 되어도 고스란히 살려서 일합니다. 땅바닥을 콩콩 울리면서 달리는 아이는 아름답게 자라리라 생각합니다. 4348.2.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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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17. 따로 말하지 않아도 (2015.1.28.)



  따로 말하지 않아도 살림순이는 스스로 씩씩하다. 읍내마실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든 동생을 아버지가 한손으로 안고, 다른 한손으로 짐을 드니, 살림순이는 짐을 들겠다면서 가져간다. 상자에는 가벼운 것만 넣었으니 큰아이가 들 만하다. 살림순이는 앞서서 걸으며 한 마디 한다. “내가 먼저 가서 문 열게요.”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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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 읽기

2015.1.2. 큰아이―물감판 그림



  큰아이가 물감판에 그림을 그렸다. 제 물감판이라는 뜻일까? 아마 그러한 듯하다. 물감으로 그림을 그릴 적에 쓰는 물감판이니, 동생 것은 동생 것이고 제 것은 제 것이라 여기면서 그림을 그렸구나 싶다. 이름을 적어도 귀여운데 그림을 그리니 더욱 귀엽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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