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어린이표’는 안 끊어도 되는데



  잘 안다. 다섯 살 어린이는 버스에 탈 적에 따로 표를 안 끊어도 되는 줄 안다. 그러나, 다섯 살 어린이라고 해서 버스표를 안 끊고 타다가, 빈자리가 없다고 하면, 다섯 살 어린이를 시외버스에서 너덧 시간 무릎에 앉히고 가야 한다. 다섯 살 아이한테 ‘빈자리표’나 ‘빈표’라는 이름으로 따로 표를 주지 않는다면, 다섯 살 아이도 똑같이 돈을 치러서 표를 끊어야 한다. ‘빈자리가 있으면 그냥 태워도 된다’고 말하지 말고, 빈자리가 있든 없든 다섯 살 어린이가 앉을 자리를 ‘빈표’로 주어야지. 전철에서도 어르신한테 ‘경로우대권’이라고 하는 ‘빈표’를 주듯이, 시외버스에서도 어린이한테 빈표를 주지 않는다면, 어버이로서 우리 아이한테 ‘돈표(돈을 내고 받는 표)’를 끊을밖에 없다. 버스 기사님이나 버스역 표파는곳 일꾼께서 우리더러 괜한 표값을 치른다고 ‘말씀’만 해 준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4348.2.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예스24 8기 파워문화블로그로 신청을 한다.

예전에는 이런 활동을 아예 한 적이 없는데

블로그에 글 올리는 일을 그만둘까 하다가

누군가 예스24블로그가 괜찮으니

글을 올려 보라고 넌지시 이야기해서

두 해쯤 지켜보다가 글을 올려 보았고

파워문화블로그라는 활동을 한 번 해 보았는데,

이곳에서는 여러모로 마음을 많이 쓴다고 느꼈다.

그런데, 예스24에서 마음 쓰는 일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그리 크지 않고 수수하다.

다만, 이러한 마음씀을 다른 데에서 이만큼조차 못한다고 할 만하고,

이만 한 마음씀에는 아예 생각이 없다고까지 할 만하다.


인터넷책방이 큰 자리를 차지하면서

동네책방이 무척 힘들다.

내가 시골 아닌 도시에서 산다면

게다가 시골도 그냥 시골이 아닌 두멧시골에서 사니까 그러한데,

도시사람으로 지낸다면 인터넷책방에서 책을 살 일은 없으리라.

그리고, 내가 인터넷책방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인터넷책방에서만 책을 산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책을 알아보는 눈길이 있으면

모두 즐겁고 아름답게 책을 만나려 할 테지.


아무튼, 예스24뿐 아니라

다른 인터넷책방도

책과 사람 사이를 잇는 아름다운 다리 구실을

슬기롭고 즐겁게 잘 할 수 있기를 빈다.

그저 이런 마음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고흥집으로 돌아와서 밥짓기



  고흥집으로 돌아와서 맨 처음에 한 일은, 우리 집 나무들한테 인사하기. 이 다음으로는 뒤꼍에서 고양이 주검 묻기. 고흥집을 떠나는 날 고양이 주검 하나를 뒤꼍에서 보았는데 미처 묻지 못했다. 이러고 나서 방으로 들어서는데, 따뜻한 국물을 라면으로 끓일까 하다가 밥을 짓기로 한다. 고흥집을 지킨 곁님이 밥과 반찬을 먹고 싶다고 들려준 말 한 마디에, 라면은 그만두고 밥을 짓기로 한다. 밥이랑 국이랑 반찬 한 가지를 후다닥 마련한다. 작은아이는 밥과 국을 얼마 안 먹으나, 큰아이는 잘 먹는다.


  밥을 지어 밥상을 차리고 보니, 밥짓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라면 한 그릇 끓일 때보다는 품이 조금 더 들지만, 그저 조금 더 들 뿐, 얼마든지 할 만한 일이다. 아무튼 여러 날 몇 사람이 집에 없다 보니 방 온도가 많이 떨어졌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이렇게 크게 달라지는구나 하고 다시금 새삼스레 느낀다. 한 사람이 집에 있기만 해도 집은 더욱 따스하고, 두 사람이 집에 있기만 해도 집은 훨씬 포근하며, 세 사람이 집에 있기만 해도 집은 가없이 넉넉하다. 4348.2.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백성귀족 1 세미콜론 코믹스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463



추워도 하늘을 보렴

― 백성귀족 1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김동욱 옮김

 세미콜론 펴냄, 2011.3.25.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스스로 춥다고 생각하니 춥습니다. 스스로 덥다고 생각하니 덥습니다. 춥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추위가 찾아오고, 덥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서 더위가 찾아옵니다. 우리 삶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면서 흐릅니다.


  어젯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한켠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나는 우리 시골에 있을 때뿐 아니라, 도시로 마실을 나올 적에도 별을 보면서 살겠어’ 하고 생각하면서 걷는데, 이때에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퍽 많다 싶은 별을 봅니다. 서울이나 부산뿐 아니라 커다란 도시는 밤에도 불빛이 많아 별빛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하늘은 얼마나 매캐한가요. 도시에서 새파란 하늘을 보기란 아주 어렵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도 별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고, 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면, 도시에서도 시골 못지않게 별잔치를 누릴 만합니다. 도시에서도 새파란 하늘을 낮에 실컷 누릴 만합니다.


  이리하여, 나는 어젯밤에 일산이라고 하는 번쩍거리는 도시 한복판에서 별잔치를 누립니다. 다만, 이 별잔치를 목이 빠져라 올려다보는 다른 사람은 안 보입니다. 모두 추위에 웅크리면서 고개를 푹 파묻거나 땅바닥만 바라봅니다.



- “현재 우리 일본의 식량자급율은 불과 40%! 자국민의 절반도 채 먹여살리지 못하는 이 나라에 과연 미래가 있단 말인가? 아니, 없다! 한편 그러한 와중에서도 일본의 식량 창고, 훗카이도 지방에는 사람들을 굶주림에서 구원하기 위해 매일같이 흙을 뒤집어쓰며 땀흘려 일하는 한 명의 만화가가 있었다! 그 이름 하여 농민, 아라카와 히로무!” (3쪽)



  도시에서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으레 ‘자가용 장만하기’를 생각합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려면 자가용이 있으면 무척 수월합니다. 나는 자가용을 장만하지 않았으나, 이웃들이 자가용을 장만하는 일을 얼마든지 헤아릴 수 있습니다. 아이가 있으면 아이한테 딸리는 살림이 얼마나 많은데요. 스스로 마당쇠(천하장사가 아닌 마당쇠)가 되려 하면, 아이한테 딸리는 살림을 얼마든지 가방에 챙겨서 들고 다닐 만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 가운데 스스로 마당쇠가 되려는 어버이는 퍽 드물어요. 아무튼, 아이를 낳아 돌보려 할 적에 자가용이 있으면 무척 수월하니 자가용을 장만할 생각을 키우는데, 도시는 좁기 때문에 자가용이 있어도 자가용을 세울 자리를 찾기가 무척 고단합니다. 도시를 누비는 자동차가 많은 만큼, 이 많은 자동차가 ‘굴러서 돌아다니지 않을 때’에 조용히 쉬거나 잠들 자리를 찾는 일은 아주 빠듯해요. 그러니까, 아이를 태우고 여러 살림을 실을 자가용과 주차장은 생각합니다. 이 다음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무엇을 생각하지 못하느냐 하면, 아이가 자라는 동안 ‘아이가 마음껏 뛰놀 곳’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우리 아이처럼 이웃에도 아이가 있을 테니, 모든 아이가 실컷 뛰놀면서 ‘자동차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골목이나 빈터나 놀이터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 “도회지에 나오니 여러 가지로 기겁을 할 노릇이라니까. 감자 가격 보고 깜짝 놀랐어.” “시골에서는 얼마나 하길래?” “감자는 공짜. 우리 집에서는.” “뭐?” “감자도, 무도, 호박도, 산마도, 양배추도, 돈 주고 사먹어 본 역사가 없다고! 모든 야채는 다 물물교환으로 손에 넣는단 말이야!” (11∼12쪽)

- “어라? 할아버지 뭐 하세요?” “갈비뼈가 부러져서 잠시 쉬고 있었지. 나무에서 떨어져서 말이다. 아마 두 대는 나갔을 걸. 하하하하하.” “아, 네.” (47쪽)



  아라카와 히로무 님이 빚은 만화책 《백성귀족》(세미콜론,2011) 첫째 권을 읽습니다. 훗카이도에서 나고 자라면서 소치기처럼 살았다는 아라카와 히로무 님은 이녁이 걸어온 삶길을 만화책에 고스란히 담곤 합니다. 다른 이야기도 즐겁게 그리지만, 아라카와 히로무 님이 스스로 다닌 농업고등학교 이야기를 신나게 만화로 그릴 뿐 아니라, 《백성귀족》처럼 시골에서 너른 땅을 돌보면서 겪고 누린 하루를 만화로 재미나게 그립니다.


  책이름 그대로 백성이면서 귀족이라 할 만한 시골살이입니다. 왜냐하면, 온갖 일을 다 해낼 줄 알아서 ‘백성’이고, 가장 아름답고 정갈하면서 좋은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 ‘귀족’입니다.



- “지금 훗카이도가 독립하면 일본의 자급율은 어떻게 되는데요?” “20% 정도가 아닐까?” “우리는 다 굶어죽으라고?” “죽기 싫으면 밭을 일궈! 가축을 키워! 아니면 훗카이도로 이주해서 농업에 투신하던가!” (63쪽)

- “자기 집에서 먹는 야채는 무농약에 유기비료를 듬뿍 쓰고, 출하용(소비자용)은 화학비료랑 농약을 듬뿍 쓰지롱!” “짜샤!” “우리 집은 안 그래! 도대체가 말이야, 소비자가 문제라니까. ‘벌레 먹은 건 싫어’라느니, ‘모양이 똑바르지 않은 건 싫어’라느니, 그런 소릴 하니까 농약을 쓸 수밖에 없잖아. 그런 주제에 농약 잔뜩 들어간 수입품은 꾸역꾸역 잘도 먹고 있으니, 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우와, 이 인간, 책임을 죄다 소비자한테 떠넘기고 있네!” (104∼105쪽)



  한국은 식량자급율이 일본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러나 이를 깨닫거나 생각하는 도시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한겨울에도 딸기와 배를 먹을 수 있는 도시입니다. 한여름에도 고구마와 배추를 먹을 수 있는 도시입니다. 어딘가 걸맞지 않은 줄 모를 뿐 아니라, 생각조차 못하는 도시입니다.


  그러면, 도시에서는 무엇을 생각할까요? 도시에는 문화와 예술이 있고, 출판사와 만화책이 있습니다만, 또 도시에는 박물관에다가 전시관에다가 커다란 도서관에다가 온갖 문화시설이 있습니다. 청와대라든지 국회의사당 따위도 도시에 있고, 대학교라든지 온갖 회사가 도시에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런 것들은 시골이 없어도 버틸 수 있을까요?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이 없어도 문화나 예술이나 역사나 학문이나 정치나 경제가 설 수 있을까요? 시골마을 둘레에 너르고 깊으면서 푸른 숲이 있지 않아도 도시가 있을 수 있을까요?


  시골과 숲이 함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시골과 숲이 아주 넓고 아름다우면서 깨끗하게 있어야 도시가 튼튼하게 섭니다. 시골과 숲이 아주 멋지면서 사랑스럽고 참다울 적에 도시에서 씩씩하게 문화와 문명과 예술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뿌리가 없으면 나무는 마릅니다. 뿌리가 없으면 잎도 꽃도 피지 않습니다. 뿌리가 없으면 씨앗은커녕 열매도 없습니다.


  도시에서도 별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도시에서도 별잔치와 미리내와 무지개를 마음껏 누려야 합니다. 도시에서도 뭉게구름과 소낙비가 있어야 하고, 도시에서도 흰구름과 도랑물과 반딧불이가 춤추어야 합니다. 삶이 있을 때에 사랑이 자라고, 사랑이 있을 때에 사람이 착합니다. 4348.2.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



  두 아이를 데리고 마실을 다니니 ‘힘들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퍽 많다. 버스나 전철을 탈 적에도 이런 소리를 듣고, 가까운 둘레에서도 이런 말을 듣는다. 나는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느낀 적이 없기에, 이 말을 가만히 헤아려 본다. 왜 힘들어야 할까? 무엇이 힘들다고 할 만할까? 아이들 옷가지와 짐을 내 큰가방에 잔뜩 짊어지고 다녀야 하니까 힘들까? 아이들이 잠들면 짐은 짐대로 메고 아이는 아이대로 안아야 하니까 힘들까? 짐을 짊어진 채 여덟 살 다섯 살 두 아이를 두 팔에 안으면 힘들까? 아이들이 무척 어릴 적에는 밤새 기저귀를 갈고 빨래를 하느라 부산했다. 밤잠을 거의 이룰 수 없었다. 이무렵부터 낮잠을 조금씩 쪽잠처럼 자는 버릇이 생겼다. 낮이고 밤이고 갓난쟁이는 똥오줌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아기를 돌보는 어버이는 ‘쉴 만할 때’를 스스로 챙겨서 쉬어야 하고, ‘눈 붙일 만한 때’에 스스로 눈을 붙여야 한다. 아무튼, 밤새 두 아이를 건사하면서 이불깃 여미는 일은 그러려니 하면서 하고,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놀리고 읽히고 하는 모든 삶도 고스란히 내 하루로 여기면서 맞이한다.


  아이를 어버이가 스스로 맡지 않으면서 학교나 학원에 맡기려고 하면, 이때에는 힘들밖에 없으리라 느낀다. 아이가 사회의식에 젖어들도록 내버려 두는 일이야말로 어버이로서 힘든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날마다 새롭게 꿈을 꾸면서 놀도록 이끄는 하루는 언제나 즐거운 삶이 된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짐은 무겁네 하고 느끼면서 들면 되고, 가벼운 짐은 가볍네 하고 느끼면서 들면 된다. 우리는 우리 길을 씩씩하게 가면 된다. 아침마다 기쁘게 동이 터서 햇볕을 듬뿍 쬔다. 4348.2.9.달.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