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떤 곳에서 살아갈까. 아이들은 무엇을 바라볼까.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사랑하면서 하루를 누릴까.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즐기고, 어떤 꿈을 꾸면서 날마다 새롭게 웃고 노래할까. 어른이라면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 어린 나날을 보낸다. 그러면, 어른은 아이 마음을 잘 알까. 어린이로 살다가 무럭무럭 커서 어른이 된 사람들은 아이들 꿈과 사랑과 눈빛을 잘 읽을까. ‘모모네 집 이야기’ 여섯 권 가운데 마지막 책인 《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를 읽으며 생각한다. 아이들 마음은 스스로 아이일 적에 알 수 있다. 어른들 마음이라면 스스로 어른일 적에 알 수 있겠지. 슬픔은 스스로 슬픔일 때에 알고, 기쁨은 스스로 기쁨일 때에 안다. 스스로 웃음이 되어야 웃음을 알고, 스스로 노래가 되어야 노래를 안다. 모모와 아카네 두 아이가 일구는 살뜰한 삶은 언제나 따사롭다. 왜? 왜 그럴까? 왜냐하면, 모모와 아카네는 따사롭게 일구는 삶을 좋아하니까.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안녕 모모, 안녕 아카네
마쓰타니 미요코 지음, 이세 히데코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5년 4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4년 04월 27일에 저장
품절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곳에서 다 다른 삶을 일군다. 즐겁게 웃는 사람이 있고, 슬프게 우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는 오늘날에도 시골에 살며, 어떤 이는 이냥저냥 도시에서 산다. 도시에서는 온갖 일을 하고, 시골에서는 거의 똑같은 일을 한다. 가만히 보면, 도시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수많은 모습인 듯싶다. 그런데, 저마다 하는 일이 다를 뿐, 수많은 모습이 아니라 다 같은 모습이 아닐까. 다 다른 일을 한다지만, 막상 이들 얼굴이나 눈빛이나 삶은 다 같지 않을까. 이 도시 저 도시를 다닌들, 도시에서 만나는 사람들 삶은 너무 닮거나 비슷하거나 같다. 사진책 《한국의 여성들》은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1920년대에 태어난 가시내부터 1990년대에 태어난 가시내까지 두루 만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한국땅 가시내를 얼마나 두루 보여줄 수 있을까. 가만히 보면, “한국 여자”를 말하는 사진이나 글이나 책은 곧잘 나오지만, 정작 “한국 남자”를 말하는 사진이나 글이나 책은 거의 안 보인다. 이 나라에서 사내들은 그야말로 거의 똑같은 틀에서 거의 똑같은 삶을 보내니, ‘나이에 따라 다른 모습’조차 엿볼 수 없을는지 모른다.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한국의 여성들- 전통에서 자아의 재발견으로
다나 레이몽 카펠리앙 지음 / 눈빛 / 2014년 4월
40,000원 → 38,000원(5%할인) / 마일리지 1,14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6월 4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4년 04월 27일에 저장



1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고흥집 44. 우리 집 후박꽃 2014.4.20.



  겨울나기를 마치고 봄부터 천천히 꽃대를 올리면서 살그마니 벌어지는 후박꽃은 퍽 오랫동안 봉오리를 벌린다. 후박꽃은 옅고 여린 내음을 바람결에 실어 살살 퍼뜨린다. 벌과 나비는 후박꽃이 피어난 줄 일찌감치 알아채고 잔뜩 몰려서 노래한다. 꽃이 먼저 피고 새잎이 돋으려고 잎망울이 벌어진다. 후박꽃이 피면 벌나비가 즐겁고, 후박꽃이 지며 후박알이 맺히면 새들이 즐겁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며 잎이 푸르면, 후박나무와 살아가는 사람이 즐겁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우리 말도 익혀야지

 (350) -화化 1 : 기업화되다


축산은 갈수록 기업화되기 때문에 옛날처럼 가축분뇨를 농경지에 순환시키지 못하고 많은 투자를 하여 처리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다

《레스터 브라운/이상훈 옮김맬서스를 넘어서》(따님,2000) 90쪽


 갈수록 기업화되기 때문에

→ 갈수록 기업이 되기 때문에

→ 갈수록 기업처럼(같이) 되기에

→ 갈수록 기업으로 바뀌기에

 …


  ‘기업화(企業化)’는 “기업의 형태로 됨”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이렇게 나오는데, 한 마디로 하자면 “기업이 됨”이 ‘기업화’입니다. 그러니까, ‘기업화되다’처럼 적으면 겹말입니다. ‘-化’를 덜어낼 노릇입니다.


  보기글 흐름을 보면, 짐승을 기르는 일이 “기업이 된다”는 소리입니다. 생각해 보면, 짐승치기뿐 아니라 여느 농사일도 ‘기업농’이 늘어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먹고살 곡식을 짓기보다는, 돈이 되도록 더욱 크게 짓는 논밭이 늘어나요. 이런 이야기를 펼치는 보기글이니, “짐승치기가 갈수록 살림이 커지기 때문에”나 “짐승치기가 갈수록 돈벌이로 쏠리기 때문에”로 손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짐승이 누는 똥오줌을 거름으로 삼지 못한다고 한다면, 짐승치기 한 가지만 하고 다른 농사짓기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짐승치기도 하고 논밭도 일구고 하면 짐승들 똥오줌을 함부로 버릴 생각을 못해요. 또한, 짐승치기만 너무 많이 하면 이 많은 짐승들이 누는 똥오줌을 거두어들이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농사일이 참 농사일에서 벗어나 자꾸자꾸 돈으로만 가까이 가기에 힘들어진다는 뜻으로 “축산은 갈수록 돈만 바라니”라든지 “축산은 갈수록 돈에만 치우치기 때문에”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4337.9.8.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축산은 갈수록 기업처럼 되기 때문에 옛날처럼 짐승똥을 논밭에 돌려주지 못하고 많은 돈을 들여서 처리시설을 만들 수밖에 없다


 ‘축산(畜産)’은 그대로 둘 수 있지만, ‘집짐승 기르기’나 ‘짐승치기’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가축분뇨(家畜糞尿)’는 ‘짐승들 똥오줌’으로 고치고, ‘농경지(農耕地)’는 ‘논밭’이나 ‘농사짓는 땅’으로 고칩니다. ‘순환(循環)시키지’는 앞말과 엮어서 “옛날처럼 짐승들 똥오줌을 거름으로 땅에 돌려주지”로 손보면 되고, “투자(投資)를 하여”는 “돈을 들여서”로 다듬습니다.


..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2) -화化 182 : 기업화되다 2


아시다시피, 지금 대학이 기업화되어 있잖아요

《손석춘·지승호-이대로 가면 또 진다》(철수와영희,2014) 39쪽


 대학이 기업화되어 있잖아요

→ 대학이 기업으로 되었잖아요

→ 대학이 기업이 되었잖아요

→ 대학이 기업처럼 되었잖아요

→ 대학이 기업과 똑같이 되었잖아요

→ 대학이 돈만 밝히잖아요

 …



  대학이 기업이 되었다는 뜻을 헤아려 봅니다. 대학이 돈만 밝힌다는 뜻 아닌가 싶습니다. 돈을 버는 곳처럼 된 대학이라는 뜻이로구나 싶습니다. “대학이 돈만 밝히잖아요”라든지 “대학이 돈에 눈이 멀었잖아요”라든지 “대학이 돈에 사로잡혔잖아요”라든지 “대학이 돈바라기로 치닫잖아요”처럼 보기글을 손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4347.4.27.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아시다시피, 오늘날 대학이 기업과 똑같잖아요


‘지금(只今)’은 ‘오늘날’이나 ‘요즘’으로 다듬습니다. “-되어 있잖아요”는 “-되었잖아요”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살이 일기 51] 다시 찾아온 제비

― 사월에 기다린 손님



  제비가 찾아왔습니다. 지난해와 그러께에 이어 올해에도 제비가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올해에는 제비가 무척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에는 마을 가득 온통 제비떼였는데, 올해에는 몇 마리 안 됩니다. 열 마리가 채 안 되지 싶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마을에 집집마다 온통 제비집이요 제비노래였으나, 올해에는 우리 마을에 제비가 몇 마리 없습니다.


  고흥에서 봄을 세 해째 맞이하면서 생각합니다. 지난해에 마을 이웃들이 농약을 그야말로 엄청나게 썼습니다. 그러께에는 이래저래 날씨가 안 맞고 태풍이 잦아 항공방제를 못 했으나, 지난해에는 항공방제까지 숱하게 했습니다. 농약바람이 불고 또 부니, 마을에 있던 제비가 눈에 띄게 줄었고, 우리 집 제비들도 어느 날부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직 바다 건너 중국 강남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었는데 하루아침에 죄 사라졌습니다.


  올해에도 봄에 농약바람이 곳곳에 붑니다. 마늘밭에 농약을 뿌리고, 논둑에 농약을 뿌리며, 고추를 심기 앞서 또 농약을 뿌립니다. 우리 마을은 ‘친환경농업단지’라고 하지만, 정작 ‘친환경’이 되도록 흙을 가꾸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농협과 군청에서 꾀하는 ‘친환경농업’이란 ‘친환경농약’을 쓰는 ‘산업’일 뿐이기도 합니다.


  마을에서 제비를 반기거나 기다리는 이웃이 없습니다. 마을에서 나비를 반기거나 기다리는 이웃이 없습니다. 제비도 여느 새처럼 곡식을 쪼아먹으리라 여기며 싫어합니다. 나비는 얼른 잡아서 알을 못 까게 해야 한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제비가 있어 날벌레를 잡고, 나비가 있어 꽃가루받이가 됩니다. 새가 없고 풀벌레와 나비가 없으면 시골은 얼마나 시골스러울 수 있을까요.


  해마다 사월에 한국을 찾아오고 팔월 끝무렵에 바다 건너 중국으로 돌아가는 제비입니다. 온몸이 반짝반짝 빛나며, 고운 노래를 하루 내내 들려주는 제비입니다. 올해에도 알을 까서 새끼들을 잘 건사하겠지요? 우리 집에서 느긋하게 머물면서 예쁜 새끼 여럿 낳아 팔월 끝무렵에 즐겁게 중국으로 돌아가기를 빕니다. 4347.4.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