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온난화 2023.12.11.달.



집이라는 곳은 따뜻하게 쉬고 포근하게 품는 마음이 흘러야겠지. 안 따뜻하다면 괴롭잖아. 너희가 사는 별은 너희한테는 커다란 집이야. 너희 넋으로서는 너희 몸이 ‘옷’이나 ‘집’이지. 몸을 누이는 집이 있고, 이 집을 품는 숲과 마을이 있어. 그리고 숲과 마을을 별이 넉넉히 품는단다. 별은 너른누리(우주)가 새롭게 품는데, 너른누리도 또다른 온누리(대우주)가 품지. 이 모든 곳은 씨앗 한 톨이 새록새록 품어. 씨앗 한 톨에는 온누리가 다 들어가고도 남는단다. 모든 다른 누리는 크기로 보거나 따지지 않거든. 요즈막에 너희는 ‘달군다(온난화)’고 하더구나. 겨울이 안 춥고, ‘늘얼음’이 자꾸 녹는다고 하던데, 좀 얄궂지 않아? 부릉부릉 몰잖아? 부릉길(찻길)을 자꾸 늘리잖아? 흙집이 아닌 잿집(아파트·시멘트집)에서 살잖아? 끝없이 그림(영상·영화·방송)을 찍어대잖아? 날개(비행기)는 또 얼마나 많이들 타니? 들숲을 파헤쳐서 ‘관광지·체육관’을 또또 세우잖아? 다 너희가 벌인 짓 탓인데, 너희 ‘서울살이(도시문명)’는 더 키우면서 말만 시끄럽더구나. 온통 쓰레기밭인 별을 치우려면 겨울이 따뜻해야 해. 모기와 파리가 겨울에도 일해야 하거든. 서울이라면 바퀴벌레가 겨우내 몹시 애써야겠지. 예전에는 겨울이면 이 아이들이 포근히 자면 되었는데, 이제는 겨울에도 ‘치움일’을 해야 하니까, 파리모기에 개미에 숱한 벌레가 겨우내 못 쉬면서 바쁘단다. 그러니 ‘재우는 겨울눈’이 아닌 ‘씻고 치우는 겨울비’가 내려. 부디 하늘땅을 읽고 사랑하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작은학교 2023.12.10.해.



배우는 곳은 커야 할까? 아니면 작아야 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겠니? ‘작은배움터’여야 할는지 ‘큰배움터’여야 할는지 네 마음을 가누어 보렴. 네가 사는 푸른별은 더 커야 하니? 더 작아도 되겠니? 너희 집은 커야겠니? 좀 작아야 좋겠니? 돈은 많이 벌어야겠니? 적게 벌거나 안 벌어도 되겠니? “배우는 터전”이라는 ‘배움터’라면, 크든 작든 배우는 터전으로 알차고 알뜰하고 아름다울 노릇이야. 살림터도 일터도 놀이터도 같아. 살림을 하고, 일을 하고, 놀이를 하는 즐겁고 아늑하고 넉넉한 터여야겠지. 배울 터전으로는 제구실을 않고서, 크기만 따진다면, 얼마나 어리석고 엉성할까? 배우고 나누는 길을 헤아리기보다, 크기를 더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엇나가겠지. 어린이는 빨리 자라야 하지 않아. 어린이가 껑충 커야 하지 않아. 더 많이 알아야 하지 않아. 살림짓기하고는 멀면서, 사랑짓기하고는 등지면, 이런 매무새로 아무리 많이 배운들 머릿속은 어지럽고 ‘안 아름다운’ 수렁으로 치닫지. 빨리 해내거나 바로 해낼 적에 안 나빠.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왜’ 하는가를 잊거나 모른다면, 쳇바퀴나 뒷걸음으로 갇힌단다. 작은배움터이기에 아름답지 않아. 숲을 품고 들을 마주하고 바다를 끼고 하늘을 마시고 풀꽃나무랑 이웃하고 풀벌레랑 동무하기에 아름답단다. 배울 일을 그리렴. 배울 길을 보렴. 배울 하루를 찾고, 배울 뜻을 생각하렴. 모든 곳이 배움터일 테니까.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책이라는 2023.12.9.흙.



종이로 묶는다고 다 ‘책’이 아닐 테지? 글이나 그림을 묶기에 모두 ‘책’이지 않겠지? 줄거리가 있는 글·그림·사진을 엮으면 ‘책’일까? 생각해 보렴. 모든 곳에는 ‘오늘 하루’가 있어. 이 ‘오늘’하고 ‘하루’를 맞아들이고 치르기에 ‘삶’이 피어나지. 이 ‘삶’이란 ‘줄거리’야. 살아가는 길을 되새기며 자라는 줄거리란다. 그러나 줄거리(내용·콘텐츠·지식·정보)에서 그치면 쳇바퀴야. 너희가 날마다 내놓는 신문·방송에 영상·영화는 아직 ‘줄거리’일 뿐이란다. 이 줄거리를 많이 알거나 뭉쳐 놓는다면, 그저 무겁게 대롱거리는 ‘혹’이겠지. ‘책’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삶을 잇는 길을 열 노릇이야. 어제를 오늘로 잇고 모레로 새로 이어 스스로 일어서는 마음이 있을 적에 ‘책’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어. 그러니까 ‘이야기’로 가야지. 고이는 말이 아닌, 가두는 말이 아닌,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깨어나는 ‘이야기’로 갈 적에 ‘책’일 수 있어. ‘책’은, 이야기를 담지. 이야기는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으로 풀어낼 수 있고, 따로 종이가 아닌 마음에 심는 말씨앗으로 여밀 수 있어. ‘밥을 짓는 살림’과 ‘집을 짓는 일손’과 ‘옷을 짓는 하루’와 ‘새와 만나는 노래’와 ‘흙을 돌보는 손’과 ‘바람을 읽는 눈’도 언제나 책이지. 종이꾸러미만 책이지 않아. 오히려 숱한 종이꾸러미는 사람들 눈길·마음·손길·몸짓을 가두거나 길들이는 굴레나 담벼락이기도 해. 참답게 책이라면, ‘책’은 한결같이 이어가. 종이꾸러미를 불사르건 꽁꽁 숨기건, ‘참답게 책’이라면 누구나 언제나 읽고 배우고 느끼지. 너희가 ‘살덩이’ 아닌 ‘빛’이라는 넋이듯, 너희가 품고 이어가는 책은 ‘빛발’을 이룬단다. 햇빛이나 별빛을 없앨 수 없겠지? 참빛일 적에 비로소 말이요, 이야기요, 책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생명



고추꽃 하얗게 피고 지니

고추송이 푸르다가 빨갛게

까마중꽃 희게 피고 지니

까마중알 푸르다가 까맣게


어미새가 바람을 타며

가볍게 하늘빛 머금으니

새끼새는 물끄러미 보다가

문득 둥지에서 톡 뛰네


거미는 파랗게 집짓고

맹꽁이는 풀밭이 집이고

멧돼지는 풀숲서 잠자고

해파리는 바다서 하늘하늘


손바닥에 놓은 씨앗을

마당가에 심는다

열 해 뒤에는 작은나무로

쉰 해 지나면 우람나무로


ㅅㄴㄹ


우리는 사람으로서 살아서 숨을 쉽니다. 사람 곁에는 풀과 나무가 푸르게 숨을 쉬면서 모든 목숨붙이를 살찌웁니다. 바다에서도 물결이 일렁이면서 뭇숨결을 살리는 기운이 뻗어요. 뭍에서 모든 목숨붙이가 누리는 물은 바로 바다에서 하늘로 올라 구름을 이루다가 뿌리는 비예요. 바다에서는 바다숨결이 살고, 뭍에서는 뭍숨결이 사는데, 둘은 터전이 다를 뿐 나란한 물을 머금는다고 여길 만해요. 빗물은 맑게 빛나요. 우리가 싱그럽게 살아갈 적에는 눈망울이 빛나요. 푸나무는 꽃을 피우면서 씨앗을 맺어서 새롭게 숨결을 잇고, 사람은 아기를 낳아 아이로 돌보면서 숨길을 잇습니다. 우리는 이 숨결, 한자말로 일컬으면 ‘생명(生命)’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스스로 아름답게 사랑일까요? 살아가는 바탕이란 무엇인지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봐요. 이 삶을 즐겁게 나누는 길은 무엇일까요? 목으로 마시는 숨이기에 ‘목숨’입니다. 숨을 잇는 빛나는 삶이라서 ‘숨빛’입니다. 어디에서 비롯하고 어디로 가는 살림살이일까요. 이 푸른별에는 어떤 숨붙이가 어우러질까요. 온숨결을 돌아보기를 바라요. 온빛을 고이 품으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나서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 노력 2023.7.14.



두 손 모아 바라고

한 손 뻗어 거들지

온마음으로 같이하고

한몸처럼 어우러진다


네가 흘리는 땀은

송이송이 반짝이는 꽃

내가 쏟아낸 땀은

방울방울 춤추는 노래


애쓰고 힘쓰고 마음써도

우르르 무너질 수 있어

있는 힘껏 해보아도

부딪쳐 넘어질 수 있어


하루에 한 걸음을

오늘은 새 걸음을

느긋이 차분히 조금씩

푸르게 단출히 나로서


ㅅㄴㄹ


온힘을 다하는데 둘레에서 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온마음을 기울이는데 곁에서도 못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애써 흘린 땀을 옆에서 헤아리지 않는다면 서운할 만합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힘쓰고 마음을 쏟은 하루란, 언제나 우리 삶에 즐겁고 넉넉하게 깃들게 마련입니다. ‘노력(努力)’은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을 뜻한다지요. 우리말로는 ‘애쓰다·힘쓰다’이고, ‘마음쓰다’처럼 나타내어도 어울려요. 있는 힘껏 해봐요. 부딪히고 마주할 적마다 어쩐지 넘어지거나 흔들리더라도 다시 해봐요. 처음부터 우리 땀방울이 열매를 맺을 때가 있을 테고, 오래오래 나아가더라도 아무런 보람이 안 보일 때가 있어요. 하던 일을 문득 멈추고 하늘을 볼까요. 발밑에 돋은 풀꽃을 들여다봐요. 구름은 가만히 흐르고, 들풀은 차분히 꽃송이를 피웁니다. 온누리 어디에도 스스로 마음을 바치고 사랑을 담으면서 기쁘게 살림을 짓는 숨결이 넘실거립니다. 구름조각처럼 다시 한 발짝을 내딛어 봅니다. 풀잎하고 나뭇잎하고 동무하면서 새삼스레 두 발짝을 디뎌 봅니다. 푸르게 나아가는 발걸음마다 새로 기운이 돋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