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38] 제대로 바라보기



  호박알 한 덩이 굵기까지

  한 달 남짓

  가만히 지켜본다.



  가게나 저잣거리에 가면 한겨울에도 호박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철 호박은 여름이 무르익다가 저물면서 가을로 접어드는 철이 비로소 볼 만하고, 가을 내내 호박알을 한 덩이 두 덩이 만납니다. 암꽃이 피었다가 진 뒤에 호박알 한 덩이가 소담스레 굵어서 고맙게 따서 먹을 수 있는 나날을 꼽아 보니 한 달이 더 걸립니다. 호박국이랑 호박지짐을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먹으려고 우리는 모두 한 달 남짓 호박을 날마다 들여다보며 절을 했습니다. 4348.8.3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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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46. 작은 옥수수싹



  옥수수씨를 불려서 심습니다. 옥수수씨에 싹이 틉니다. 큰아이하고 함께 새싹을 지켜보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는 싹을 보고, 줄기를 보며, 잎을 봅니다. 곁에 앉아서 풀내음을 맡고 흙내음을 들이켭니다. 곁에 앉아서 햇볕을 함께 쬐고 바람을 나란히 마십니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아끼는 마음이 되기에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는 옥수수싹 곁에 앉아서 사랑을 두 손에 실어 그림을 그리고, 나는 아이 곁에 서서 사랑을 두 손에 모아 사진을 찍습니다. 작은 옥수수싹은 아이와 나 사이를 한결 따스히 이어 주는 징검다리가 됩니다. 4348.8.3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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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래 45. 사진은 늘 삶이네



  아이들한테 마실을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마루문을 나서며 섬돌에 서서 발에 신을 뀁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문득 몇 가지가 떠오릅니다. 가장 멋지며 아름다운 사진기가 있다면 바로 ‘눈’이요, 가장 멋지며 아름다운 필름이나 메모리카드가 있다면 바로 ‘머리’이고, 가장 멋지며 아름다운 빛이 있다면 바로 ‘마음’이며, 가장 멋지며 아름다운 어둠이 있다면 ‘말(이야기)’이고, 가장 멋지며 아름다운 모델이 있다면 바로 ‘노래’이니, 사진은 늘 기쁘게 흐르는 ‘삶’이로구나 싶습니다. 내 눈으로 바라본 모습을 내 마음을 움직여서 내 머리에 담으며 내 이야기가 되니 내 노래가 흘러서 내 삶이 됩니다. 4348.8.29.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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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말



숲이 되기짜기

나무 한 그루 있어.


나무 한 그루 서기까지

씨앗 한 톨 있어.


나무씨앗 자라기까지

흙을 북돋우는 너른 풀

풀벌레 햇볕 바람 빗물

골고루 어우러지지.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바로 이 숲에서

하나씩 곱게 태어났단다.



2015.8.28.쇠.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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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7] 나무 한 그루



  씨앗 한 톨에서

  천천히 나무 한 그루

  어느새 씨앗 한 가득



  아주 작은 씨앗 한 톨이 천천히 자라서 나무가 됩니다. 나무 한 그루는 씨앗 한 톨에서 태어나는데,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서 잎을 펼친 나무 한 그루에서 수없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더욱이 해마다 열매를 잔뜩 맺습니다. 씨앗 한 톨에는 얼마나 놀라운 숨결이 깃들었을까요. 4348.8.2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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