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뭘 봐? 2022.10.21.쇠



나무 곁에 서서 뭘 봐? 나무를 보니? 저 건너에서 떠드는 소리에 마음을 쓰니? 나비 곁에 앉아서 뭘 봐? 나비를 보니? 네 둘레에서 왁자지껄한 사람들한테 마음을 빼앗기니? 별이 쏟아지는 마당에 서서 뭘 봐? 미리내를 보니? 옆집 불빛을 보거나 마을 앞을 지나가는 부릉이를 보니? 늘 스스로 보렴. 네가 뭘 보는지 생각하렴. 네 눈길·발길·손길·마음길이 어디로 가는지 보렴. 네가 그린 꿈길·살림길·노래길·사랑길을 늘 새롭게 되새기니? 네 모든 ‘하루길’을 잊은 채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구경하느라 바쁘니? 너는 문득 무엇이든 볼 수 있어. 네가 눈을 두는 곳을 마음이 담을 수 있고, 네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네 숨길을 흩뿌리면서 “사랑이라는 마음씨”를 심을 수 있어. 새가 열매를 누리고 누는 똥은 ‘씨앗심기’란다. 네가 걸어다니면서 흩뿌리는 눈길과, 네가 말을 하면서 흩뿌리는 마음과, 네가 살아가면서 흩뿌리는 생각을, “새가 열매를 누리고서 남기는 씨앗심기”처럼, 늘 뭔가 심을 테지. 넌 뭘 보고 뭘 하고 뭘 심니? 넌 네 하루를 누리고서 네 오늘이라는 자리에 뭘 새기니? 잿빛집(아파트)을 올리는 소리, 놀이터에서 들리는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 말소리, 나무에 앉은 딱새 노랫소리, 바람이 풀잎을 살랑이는 소리, 네 가슴이 뛰고 피와 숨이 흐르는 소리, 네 몸을 둘러싸고서 빛발이 흐르는 소리, 이런 여러 소리 사이에서 무엇에 마음을 기울여? 넌 뭘 보는 하루이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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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감나무 2022.10.20.나무



올해에 너희 집 감나무 두 그루에 열매가 주렁주렁 맺었지. 놀랄 만하지 않아? 너희는 감나무한테 ‘거름’을 따로 안 주는 가장 나은 길을 의젓하게 갔어. 그저 너희 감나무가 튼튼히 서기를 바랐지. 무엇보다 너희 감나무가 선 땅을 오롯이 너희 것(소유지)으로 삼고서 첫 해를 났지. 자, 알아두렴. 나무도 풀도 벌나비도 개구리도 다 알아. 그동안 너희 뒤꼍이 너희 것(땅)으로 넘어오지 않아 이도 저도 아니었잖아. 이제 아주 너희 땅이 된 만큼 그곳을 누구도 건드리거나 넘볼 수 없어. 감나무는 이 삶결을 다 보고 느끼고 알기에 느긋하면서 넉넉히 자라지. 지붕 너머로 오른 가지를 너희가 날마다 바라볼 뿐 아니라 온갖 새가 날아앉아서 노래하고 벌레를 잡지. 나무는 나무 혼자서 자라지 않아. 사랑이란 숨결을 눈빛으로 베푸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새롭게 노래하는 새가 있어야 하고, 꽃가루받이를 해주면서 잎을 얻어먹는 풀벌레하고 애벌레가 있어야 해. 풀벌레나 여러 짐승 주검이 흙으로 돌아가려 할 적에 돕는 지렁이나 쥐며느리나 개미도 있어야 하지. 모두들 다르면서 하나인 마음으로 나무 곁에 있기에, 나무 한 그루는 우람하게 자라면서 잎·꽃·열매·씨앗을 내놓고서 푸른빛(피톤치드)을 뿜는단다. 언제나 하루를 사랑하면서 웃음·춤·노래·이야기로 가꾸기를 바라. 나무는 사랑눈으로 돌아보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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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자루 2023.12.19.불.



네가 무엇이든 짓거나 다루려면, 손으로 잡을 길쭉한 ‘자루’가 있어야겠지. 밥을 하려고 부엌칼을 쥐려면 칼자루를 잡아. 글을 쓰려고 붓을 쥐면 붓자루(붓대)를 잡아. 따뜻하게 불을 때려고 장작을 패려면 도끼자루를 잡아. 낫자루를 잡고서 풀을 베고. 잡아서 다루는 ‘자루’가 있고, 담아서 나르거나 두는 ‘자루’가 있어. 쌀을 쌀자루에 담지. 글월을 글월자루에 넣어서 부쳐. 쓰레기라면 쓰레기자루에 담고. 이 자루에 짐을 담아서 홀가분히 다니는구나. 네 마음도 자루로 여길 만해. 네가 마음에 담는 말씨앗대로 네 몸을 움직이고 다루지. 네가 날마다 보고 듣고 겪는 삶을 머리에 담아서 생각이 자라도록 다뤄. 손잡이인 자루는 손아귀를 쥘 만한 크기에 부피여야 해. 짐을 담아서 다루는 자루에는 넘치게 담으면 무겁다 못해 터질 수 있어. 그러니까 네 하루를 보낼 적에 네 마음자루나 생각자루를 다룰 만하도록 담아야겠지. 하루 사이에 다 해내려고 잔뜩 붙잡으면 벅찰 테고, 너무 많이 담으면 마음도 몸도 펑 터지거나 쓰러질 수 있어. 늘 조금씩 다루고 닦으렴. 천천히 다루어 가면 어느새 익숙하게 펼 수 있어. 차곡차곡 담아서 알맞게 나누기에 두고두고 누릴 뿐 아니라 새롭게 이어. 삽자루를 힘으로만 쥐면 부러지겠지. 힘이 아닌 생각을 하며 쥘 일이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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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뒤늦었을까 2023.12.18.달.



늦었다고 여기기에 늦어. 이르다고 여기니 이르지. 늦기에 나쁘거나, 이르기에 좋지 않아. 너는 나쁘다고 여기는 일을 자꾸 겪을 테고, 좋다고 여기는 일은 어느새 굴레처럼 갇힌단다. 때를 알아보기 수월하도록 ‘이른봄·한봄·늦봄’처럼 가르지. 이런 때가름은 어느 봄이 더 좋거나 나쁘다는 뜻이 아니야. 이른봄에 깨어나는 풀이 있고, 늦봄에 하는 일이 있다는 뜻이야. 이른겨울은 이제 접어드는 겨울을 한껏 맞아들이는 때요, 늦겨울은 이제 수그러드는 겨울을 차분히 받아들이라는 때야. 어느 일을 하기에 뒤늦었다고 느낀다면, 앞선 일은 스스럼없이 내려놓고서, 이다음 일을 맨 먼저 하면 된다는 셈이야. 앞선 일을 놓쳐서 아쉬울 수 있지만, 느긋이 가도록 네 삶을 여미는 길이란다. ‘무엇을 할’는지 생각해. 먼저 하거나 나중 해도 돼. “언제 하느냐”도 대수롭지만 “이제부터 한다”가 모두 바꾼단다. “어떻게 하느냐”도 대수롭지만 “오늘부터 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이니 오늘부터 바꾸지. “이제부터 한다”고 할 적에는, “이제부터 나를 스스로 나로서 사랑한다”는 뜻이야. “오늘부터 한다”는, “오늘부터 남 눈치를 씻고서 내 마음을 바라보고 사랑한다”는 뜻이지. 빨리 하려고 달려들지 마. 나중에 하려고 미루지 마. 그저 네 마음에 사랑씨앗이 싹터서 자라도록 북돋우고서 즐겁게 깨어나렴. 사랑으로 깨어나서 움직이는 때는, 늦거나 이르다고 가를 수 없단다. 긴밤(동지)은 그저 긴긴 겨울 한복판을 알리는 길목이란다. 네 삶길에 노래랑 춤으로 서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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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발표 2023.12.17.해.



모든 소리에는 뜻이 있잖니? 뜻이 없이 퍼지는 소리란 없어. 돌이 구르든, 바람이 불거나 물결이 일든,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든, 다 뜻이 있는 소리야. 시내나 골짜기나 샘에서 흐르는 물에도 늘 다르게 뜻이 퍼져. 누구는 모든 소리에 늘 다르게 감도는 뜻을 읽지. 아니, 처음에는 누구나 소리뜻을 읽었다면, 어느덧 소리뜻을 다들 못 읽거나 안 읽더라. 개미가 오가는 소리, 새가 날갯짓하는 소리, 사람마다 발자국에 묻어나는 소리, 이 모두에도 뜻이 있어. 그런데 소리뜻을 비롯해서, 빛깔뜻이나 무늬뜻이나 모습뜻 ……을 못 읽거나 안 읽는구나 싶을 즈음부터 ‘말’이 깨어났지. 소리나 몸짓에 드러나는 마음을 잊거나 놓치다 보니, 말을 안 할 수 없지. 말이 깨어난 처음부터 한동안, 다들 마음을 잘 알고 느꼈어. 이러다 어느 때부터 “마음을 담은 소리인 말”이 아닌 “꾸미는 말”이나 ‘거짓말’을 짓더라. 이리하여 ‘그림’과 ‘글’이 태어나는데, 너희는 말·글·그림에 너희 마음을 고스란히 안 담는 버릇을 이어가더군. 거짓말·눈속임글·꾸밈그림이 얼마나 많니? 참을 밝히려는 ‘발표’는 얼마나 있을까? 말을 한다면서 ‘말’이라 않고 ‘언어’라고 허울을 씌우는데, 무엇을 들려주겠다는 소리일까? “마음을 속이거나 감춘다”든지 “참하고 동떨어진 줄거리에 사로잡히”라는 뜻으로 온갖 ‘발표’를 하지는 않니? 모든 ‘발표’는 내세움·앞세움·줄세움이더구나. ‘말’이라면 나란히 서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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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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