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14.

숨은책 1023


《어둠을 지나 미래로》

 박근혜 글

 중앙books

 2024.2.5.첫/2024.2.10.3벌



  닷새 만에 석벌을 찍은 《어둠을 지나 미래로》를 헌책집에서 보았습니다. 이 책을 사읽은 분은 왜 헌책집에 내놓았을까 하고 한참 갸우뚱했습니다. ‘바라기(팬클럽)’인 분이 새책으로 사읽은 듯싶은데 스스럼없이 내놓았다고 느낍니다. 벼슬꾼(정치꾼) 책이 헌책집에 나오는 까닭은 몇 가지입니다. 첫째, 어쩔 길 없이 그냥 받은 탓에 건사하기 싫어서 버립니다. 둘째, 도무지 마음에 안 들어서 버립니다. 셋째, 벼슬꾼 책은 워낙 비싼값에 나오는 터라, 가난한 이가 값싸게 사읽기 바라면서 슬쩍 내놓습니다. 벼슬꾼은 ‘정당한 정치후원금’을 거둬들이려고 책을 냅니다. 그래서 책값이 꽤나 비싸요. 《어둠을 지나 미래로》는 바라기(팬클럽)한테 비싸게 팔려고 비싼 꾸밈새에 종이를 썼더군요. 다만, 누구라도 어떤 결로 무슨 책을 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나래터(자유국가)이거든요. 그러나, 이쪽에서는 “위대한 국민 화합”을 말하는 시늉을 하면서, 저쪽에서는 “불쌍한 애국자 아버지 박정희”를 자꾸 들추는 글결이라면, 이런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짓이 바로 “나라를 갈가리 찢는 수렁”입니다. 박근혜 씨가 참말로 나라사랑과 나라걱정을 한다면, ‘으리으리한 큰집’에서 제발 뛰쳐나와서, 맨발과 맨손으로 밭을 일구고 까무잡잡하게 땀흘리며 살갗이 타는 ‘시골 할매’로 살림하기를 빌 뿐입니다.


ㅍㄹㄴ


하지만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 위대한 국민은 서로 화합하여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미래를 향해 다시 도약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8쪽)


1979년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 18년간 세상과 거리를 두며 살고 있던 나를 정치의 무대로 이끈 결정적 계기는 1997년 연말 IMF 사태였다. (1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14.

숨은책 1022


《부커 와싱톤 自敍傳》

 부커 와싱톤

 장원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60.9.25.



  숲을 이루는 나무는 이루 셀 길이 없습니다. 소나무나 참나무가 잣나무나 느티나무라 하더라도 갈래만 같을 뿐 다 달라요. 갈래로 보아도 숱한 나무는 저마다 다르면서 나란히 어울립니다. 들을 이루는 풀은 갈래가 훨씬 많으며, 얼핏 비슷해 보이는 한갈래 들풀이어도 모두 다릅니다. 똑같은 풀잎은 온누리에 하나조차 없습니다. 《부커 와싱톤 自敍傳》을 헌책집에서 먼저 만났고, 나중에 《검은 노예에서 일어서다》를 만났습니다. 책이름은 다르되 둘은 한 사람이 썼고 옮겼습니다.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가 여러모로 이름을 알릴 무렵, 우리나라에 새삼스레 이름을 함께 알린 ‘부커 워싱턴’일 텐데, ‘싸움판’이 아닌 ‘배움터’를 꾸리려고 한 일 때문에 ‘흰겨레’보다 ‘검은겨레’한테 오지게 손가락질을 받았다지요. 참으로 오래도록 흰겨레가 검은겨레를 짓밟았고 죽였고 노리개로 삼다가 버렸습니다. 끔찍한 생채기에 멍울이기에 “너희(흰겨레)도 겪어 봐야지?” 하면서 주먹을 휘두를 만합니다. 지킴주먹(정당방위 + 보복)입니다. 이때에 곰곰이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검은겨레가 시달린 만큼 흰겨레를 다그치고 밟으면, 흰겨레는 이다음에 어떻게 바뀔까요? 불씨는 늘 불씨를 낳고, 숲씨는 늘 숲씨를 낳습니다.


《검은 노예에서 일어서다》(부커 T.워싱턴/장원 옮김, 종로서적, 1981.5.10.)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12.

숨은책 1021


《고전만화시리즈 1 자연의 피리소리 莊子》

 채지충 글·그림

 김낙진 옮김

 눈

 1988.3.27.



  알아보는 눈이란, 이제까지 몰랐던 눈입니다. 알아보려는 눈이란, 아직 모른다고 받아들이는 눈입니다. 알아가는 눈이란, 즐거우면서 고맙게 배우려는 눈입니다. 알아보지 않는 눈이란, 여태까지도 몰랐고 앞으로도 안 알려는 눈입니다. 안 알아보는 눈이란, 나부터 마음빛을 안 들여다보면서 이웃 마음밭도 안 살피는 눈입니다. 《고전만화시리즈 1 자연의 피리소리 莊子》는 1988년에 나온 한글판입니다. ‘채지충 그림꽃’을 이때부터 옮겼으려나 싶은데, 좀더 일찍 눈여겨보거나 알아챈 분도 있을 테지요. 처음에는 “내가 이곳에 태어난” 줄 알아챕니다. 이윽고 “나를 낳은 어버이”를 알아챕니다. 어느새 “나랑 너(어버이)가 함께 숨을 쉬는 이 별”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나랑 너(모든 숨빛)로서 해바람비를 맞아들이는 길”을 알아채고, 이제부터 삶이라는 나날을 알아채요. 사람은 나비를 지켜보면서 배우고, 나비는 사람을 살펴보면서 배웁니다. 누구나 서로 배우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문득 사랑을 가르칩니다. 작은씨 한 톨이 깨어나듯 눈을 뜨면서 마음을 틔웁니다.


책자취에 : 1987년 7월 기획을 시작하고, 1987년 11월 편집을 완료하다. 1988년 1월 순서에 따라 제작에 들어가, 1988년 2월 말 인쇄와 모든 과정을 거친 후, 1988년 3월 27일 초판 1쇄를 발행하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12.

숨은책 10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1》

 오자와 마리

 박민아 옮김

 서울문화사

 1998.10.20.



  처음 오자와 마리 님 그림꽃이 한글판으로 나오던 무렵에는 알아채지 못 했습니다. 《Pong Pong》하고 《민들레 솜털》부터 알아보았습니다. 결이 곱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붓끝이 있구나 싶어 놀랐습니다. 《니코니코 일기》는 이미 판이 끊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도 판이 끊겼더군요. 이윽고 나온 《이치고다 씨 이야기》는 바로바로 장만해서 읽고 둘레에 알리지만, 어느새 판이 끊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읽히기 어려운 ‘착한그림’일 수 있구나 싶은데, 《은빛 숟가락》이 열일곱 자락 끝까지 한글판으로 나와서 반갑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꽃판(애장본)으로 나올 적에 곧장 건사했습니다. 1998년 첫 한글판을 어렵게 찾아내었습니다. 뒷그림에 혼잣몸으로 딸아이를 업고서 저잣바구니를 잔뜩 팔뚝에 낀 엄마 모습을 담습니다. 요즈음은 이런 엄마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주 한참 예전 모습입니다. 그림님부터 이렇게 딸아이를 돌본 살림이기에 ‘아이곁에서 살림을 사랑으로 지은 발자국’을 담을 수 있구나 싶어요. 온누리 누구나 어버이라는 자리에 설 적에는 ‘아이곁에서’를 누리면서 사랑을 새롭게 배울 일이라고 느낍니다. 같이 걷고, 같이 얘기하고, 같이 놀고, 같이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한마음과 한빛으로 한별이 될 적에 비로소 아름누리를 이루겠지요.


#世界でいちばん優しい音樂


“‘행복’. 4학년 3반 노조미. 우리 엄마에겐 결혼식 사진이 없습니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아빠가 죽어버렸기 때문입니다 … 그 대신 집 앞에서 아빠와 같이 찍은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있습니다. 빨래가 널려 있는 별로 안 멋있는 사진입니다. 게다가 촛점도 잘 안 맞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 사진엔 행복이 찍혀져 있다고 제 말은 안 듣습니다. 난 어디 있어, 라고 물으면, 엄마는 자기 원피스 위의 배를 가르키며……” (159, 160쪽)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3.8.

숨은책 997


《길에 관한 명상》

 최인훈 글

 청하

 1989.3.25.



  처음 ‘최인훈’을 읽던 1991년 열일곱 살을 돌이켜봅니다. 그무렵은 ‘고1’이었고, 고등학교 국어교사는 “야, 이 사람은 입시에 안 나올 텐데 왜 읽냐?” 하고 묻더군요. “선생님, 입시에 나오든 안 나오든, 우리가 배울 글이라면 읽어야 하지 않습니까? 입시에 최인훈을 다루는 문제가 안 나오더라도, 최인훈을 읽고 나서 생각너비를 키우면 틀림없이 이바지하겠지요.” 하고 대꾸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길에 관한 명상》을 읽으면서 ‘대학입시’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불굿(입시지옥)이 아닌 제 앞길을 그리고 싶어서 ‘대학입시에 안 나올 듯한 글’을 더더욱 챙겨서 읽으려 했습니다. 어느새 서른 몇 해가 훌쩍 지난 2022년 어느 날 《길에 관한 명상》을 다시 만납니다. 푸름이일 무렵 읽던 책은 갓 나왔으니 반드레했다면 쉰 살 언저리에 헌책집에서 새로 마주한 책은 더께를 머금고 빛이 바랩니다. 우리가 읽는 책은 열 해나 서른 해쯤 지나면 다 바랠까요, 아니면 더 빛날까요? 우리가 쓰는 글은 스무 해나 마흔 해쯤 지나면 철없어 보일까요, 되레 한결 반짝일까요? 예나 이제나 “길에 관한 명상”이라 하면 둘레에서는 어렵겠거니 여깁니다. 최인훈 님은 글멋을 부리거든요. 수수하게 “길을 생각하다”나 “길을 돌아보다”로 이름을 붙였다면, 수더분하면서 숲빛으로 나아가는 글꽃이었으리라 봅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