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2022.6.1.

아무튼, 내멋대로 7 전라남도 고흥



  인천·서울에서 살며 뽑기(선거)를 할 적에는 큰고장이라 워낙 사람이 많으니 ‘누가 뽑기를 하고 안 하고’가 드러나지 않는다. 전남 고흥에서 살며 뽑기를 할 적에는 워낙 작은시골이라 사람이 적으니 ‘누가 뽑기를 하고 안 하고’가 훤히 드러난다. 서울·부산이며 큰고장은 이른바 ‘이럭저럭 비밀투표’라 할 테지만, 전라남도나 경상북도 작은시골에서는 ‘다 드러나는 안 비밀투표’ 같은 우리 민낯이다. 2022년 6월 1일을 앞두고 ‘손전화’로 전화가 오더라. “사전투표 했느냐?”고 묻더라. 어처구니없는 노릇이지만, ‘통화 녹음’을 눌렀고, 나한테 “사전투표 했느냐?”고 묻는 분한테 이 말을 다시 하도록 에둘러 말을 했고, “저는 본투표를 할 생각입니다.” 하고 말하고서 끊었다. 서울·부산에는 새뜸(신문·방송)도 많고, 글을 쓰는 사람도 많다. 큰고장에서는 조그마한 허물도 쉽게 드러나고, 벼슬꾼(정치꾼·공무원)은 작은 허물이 새뜸에 환히 드러나서 창피를 받기도 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작은시골에서는 큼지막한 허물조차 돈(광고비)으로 씻을 뿐 아니라, 아무리 커다란 허물이 있더라도 외려 새뜸에 한 줄로조차 안 나오기 일쑤이다. 글바치(기자·작가)를 보라. 문재인·윤석열·조국·한동훈을 놓고 이러쿵저러쿵하지만, 전남 고흥 군수라든지 전남교육감 후보라든지 전라남도 군의원 같은 사람들 발자취를 살피는 이가 몇이나 될까? 전라남도 고흥에 살면서 하루하루 창피한 민낯을 숱하게 지켜보는데, 이 작은시골에서는 이 민낯을 글로 쓰는 사람을 ‘두 분 + 나 하나’ 빼고는 못 본다. 아는 이들은 그저 마음에 담고서 말을 않고 글로는 아예 안 옮긴다. 창피한 민낯을 말로 읊거나 글로 옮기면 군수·도지사·교육감·국회의원 같은 이들이 우르르 뒷손을 써서 아주 이뻐해(블랙리스트) 준다. 작은허물 아닌 큰허물로 얼룩진 그들(군수·도지사·교육감·국회의원)은 나더러 “입 좀 다물지? 입을 다물면 너한테도 좋을 텐데?” 하고 꼬드기려 한다. 나는 그들한테 “손 좀 치우시지? 난 너희 돈을 받을 생각 없어. 난 이 나라에서 참빛을 찾는 이들이 즐겁게 내 책을 사서 읽어 주기에 그분들이 책을 사서 읽어 주는 손길을 볼 뿐이야.” 하고 말한다. 경상도만 해도 ‘민주당 후보·국민의힘 후보·정의당 후보·진보당 후보·녹색당 후보’가 있다. 그러나 전라남도를 보면 ‘민주당 후보·민주당에서 탈당한 무소속 후보’만 있다. 전라남도는 다름(다양성)을 잃은 지 너무 오래되어 썩어문드러졌다. ‘오월광주넋’을 내세우려는 전라남도·광주라면, 모든 지역구에서 ‘정의당 후보·진보당 후보·녹색당 후보’가 나란히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나마 광주는 큰고장이라 이런 후보가 몇쯤 있다지만, 전라남도 작은시골에는 아예 없다. 바로 창피한 민낯이다. 우리나라 진보·녹색정치는 모조리 서울바라기로 쏠린 채 그들 스스로 말하는 ‘녹색(시골)’에 아주 등진 몸짓이다. ‘전라도로 먹고사는 민주당’도 고인물이지만, ‘서울에 목매는 진보정치’도 고인물이다. 2022년 6월 1일 14시에 자전거를 타고서 면소재지 중학교 체육관에 있는 투표소로 가기 앞서 이 글을 남긴다. 찍을 사람을 찾기 어려운데 뭘 찍어야 할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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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5.29.

아무튼, 내멋대로 6 쓸거리



  남이 시키기에 써내는 글이 아닌, 스스로 우러나오면서 펼치는 글은 1990년에 처음 썼다. 날마다 새벽부터 밤까지 꽁꽁 가두어 배움수렁(입시지옥)에 밀어넣는 푸른배움터(중학교) 길잡이(교사)는 언제나 막말에 몽둥이질에 손찌검이었는데, 어머니 곁일(부업)을 도우려고 마을을 함께 돌며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를 하다가 본 글에 ‘청소년헌장’이란 글줄이 하나 보였고, 이튿날 배움터에 가서 물어보니 아무도 모르더라. “청소년을 가르친다는 어른이 어떻게 청소년헌장도 모릅니까!” 하고 따지면서 글붓집(문방구)에서 큰종이(2절지)를 사서 큰글씨로 “청소년을 함부로 때리지 말고, 청소년한테 함부로 욕하지 말고, 청소년을 입시지옥에 내몰지 말고 ……” 같은 이야기를 파란글씨로 열대여섯 줄 적어서 나들간(현관)에 붙였다. 이러고서 글종이 옆에 나란히 섰다. 그때 길잡이는 “이 새끼 뭐 하는 거야?” 하면서 머리통을 후려치더니 잡아떼려 했고, 나는 “선생님, 청소년헌장도 모르십니까? 학교에서 청소년헌장을 알려주지 않으니, 제가 써 보았습니다. 선생님이 이렇게 욕하고 저를 또 때리고 이 글종이를 떼내려 하니, 청소년학대로 여겨 경찰에 신고해도 되겠습니까?” 하고 따졌다. 불그락푸르락하던 그이는 으뜸어른(교장선생)하고 한참 얘기하더니 ‘딱 이레(7일)’만 붙이고서 치우기로 하자고 얘기하더라. 이레 뒤 이 글종이를 손수 걷어서 건사하려 했더니, 그놈이 벌써 뜯어서 태웠더라. 이때 그놈(교사도 아닌 후레놈)이 ‘청소년헌장 글종이’를 박박 찢어서 불태우지 않았으면, 어쩌면 나는 굳이 글쓰기란 일을 안 했겠다고도 생각한다. 싸우자고 달려드는 글이 아닌, 삶을 삶대로 담고, 참말을 참말대로 옮기고, 사랑을 사랑대로 얹으면서, 살림을 살림대로 노래하기에 글이리라. 그리고 우리는 모두 다르면서 빛나는 숲(자연)이니, 스스로 얼마나 푸르게 빛나는 바람노래인가 하고 읽어내면서 한 올씩 담으면 글일 테지. 남을 쳐다보면 쓸거리가 없다. 스스로 나를 바라보면 모두 쓸거리로 피어난다. 우리 삶은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오롯이 삶이다. 모자라지도 나쁘지도 않다. 훌륭하지도 값지지도 않다. 언제나 새롭게 맞이하는 오늘이기에 천천히 하루를 되새기면서 글 한 줄로 마음을 다독인다고 느낀다. 숱한 꼰대(어른 아닌, 나이만 먹은 꼰대)는 아이들이 마음빛을 글로 수수하게 옮겨서 스스로 하루를 노래하는 길을 바라지 않는다. 숱한 꼰대는 아이들이 굴레에 갇히고 수렁에 잠겨 쳇바퀴를 돌기를 바란다. 그래서 숱한 꼰대는 아이들한테 잘난책(베스트셀러·세계명작)만 읽히려 한다. 숱한 꼰대는 아이들이 책집마실을 스스로 누리면서 저마다 마음을 밝힐 책을 스스로 살펴보고 챙겨서 ‘잘나지 않은 수수한 책’을 만나는 길을 안 바란다. 잘난책만 읽느라 꼰대한테 길든 아이들한테는 쓸거리가 없다. 남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라온 사람한테는 삶이 없이 굴레·수렁·쳇바퀴만 있는걸. 심부름·시킴질을 떨쳐내고서 스스로 삶길을 일군 사람은 모든 하루가 쓸거리요, 노래이며, 빛살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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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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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5.29.

숨은책 686


《學生을 爲한 世界名作鑑賞》

 조연현 글

 고려출판사

 1955.1.10.



  이제 서울 남가좌동에도 북가좌동에도 헌책집은 다 사라졌습니다만, 골목집이 옹기종기 어깨동무하던 지난날에는 가좌동 곳곳에 헌책집이 많았어요. 자전거를 달리거나 걸어서 〈문화서점〉에 찾아가면 “요샌 책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데, 손님은 어디서 오셨나?” 하고 물으시며 “허허, 멀리서도 오셨네. 예까지 와서 볼 만한 책이 있으려나. 이젠 옛날 같지 않아 좋은 책도 없습니다. 아니, 좋은 책이 나와도 사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2006년 6월 23일에 《學生을 爲한 世界名作鑑賞》을 보았습니다. 일본바라기(친일부역) 조연현 씨는 죽는 날까지 뉘우치는 빛이 없었고, 그이 뒷내기(후배)는 ‘조연현문학상’을 세웁니다. 글쟁이는 아무 글로나 밥벌이를 해도 될까요? 글바치이니 마음을 갈고닦아 참글을 짓고 사랑글을 노래할 노릇일 텐데요. 삶을 등진 글이 아닌, 삶에 숲빛을 심으며 아이를 돌보는 글을 여밀 노릇이고요. 《학생을 위한 세계명작감상》은 ‘일본바라기(친일문학)’하고 매한가지입니다. 그나저나 ‘4288年 5月 16日’에 누가 사읽어 “교과서·일반도서·문방구·지물·운동구·인쇄물. 매양 감사합니다. 안성읍 네거리 보문당. 전화七五번”이란 자취가 남은 책은 한때 ‘경희대학교 도서관’에 머물기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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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5.29.

숨은책 706


《韓國 아름다운 미지의 나라》

 비르질 게오르규 글

 민희식 옮김

 평음사

 1987.12.15.



  언제 처음 버스를 탔는 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1980년으로 접어들 즈음을 어림하면 그때 우리 어머니나 이웃 아주머니 모두 저잣마실을 다녀올 적조차 으레 걸었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걸어다녔습니다. 맨몸이건 짐이 잔뜩 있건 따지지 않고 걸었습니다. 누구나 걷던 그무렵에는 빠른길(고속도로) 어귀요 짐배(화물선)하고 짐차가 끝없이 오가던 인천 한켠에도 제비가 찾아들고 저녁에 숨바꼭질을 하자면 박쥐하고 얼크러졌습니다. 요새는 제비는커녕 참새조차 못 보기 쉬운 나라로 바뀝니다. 걸어서 오가던 길을 부릉부릉 매캐한 쇳덩이가 차지하면서 어느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아름빛하고 등졌다고 느낍니다. 《韓國 아름다운 미지의 나라》를 쓴 루마니아 글님은 1919년에 태어나 1992년에 흙으로 돌아갑니다.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한 이분은 하고많은 한겨레 가운데 ‘전두환’을 만났고, ‘경제성장·올림픽’이라는 모습을 보면서 ‘놀랍고 아름답게 크는 나라’를 ‘깨끗한 싸울아비(군인)가 세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분이 문익환이나 고정희를 만났으면 글을 달리 썼을까요, 그때에도 똑같았을까요? 한 손에 총칼을 쥔 이는 다른 손에 거짓말을 쥡니다. 한 손에 붓을 쥐었다면, 다른 손에 ‘호미랑 부엌칼’을 쥘 노릇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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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5.27.

아무튼, 내멋대로 5 스승이 없다



  우리 어머니는 작은아이한테 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우리 언니는 어린이집(유치원)을 다녔다. 언니는 ‘아들 드문 집안 맏이’라 ‘없는 돈을 어떻게든 빌리고 얻어’서, 인천에서 가장 좋다는 어린이집에 억지로 넣었다고 들었다. 언니한테 목돈을 쓰자니 작은아이한테 쓸 돈은 없으나, 일곱 살에 어린이집에 안 넣을 수 없었다지. 나도 언니처럼 어딘가(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언니가 날마다 가는) 가고 싶다고 어머니를 조른 듯싶다. 어머니는 ‘유치원 구실도 하는 마을 미술학원’에 나를 넣어 주셨고, 나는 그곳에서 ‘수업·공부’가 아닌 ‘놀기’를 하며 한 해를 참 잘 보냈다. 다만, 글은 몰랐는데 “어머니, 나만 글을 모르는데요, 글 좀 가르쳐 주세요.” “글? 국민학교 가면 다 배우는데 뭘 벌써 배워? 어머니 바쁜 줄 알지? 집안일이 얼마나 많냐. 그냥 국민학교 가서 배우면 안 되겠니?” 1982년에 들어간 국민학교에서 비로소 ‘한글’이란 이름을 듣고, 며칠이 안 되어 떼었다. 글씨도 셈도 매우 재미났다. 다만, 툭하면 때리고 차고 괴롭히고 물동이를 들라 시키고, 또래 앞에서 창피하게 닦달하는 어른(교사)은 너무 싫고 무서웠다. 열아홉 살에 푸른배움터를 마칠 때까지 나로서는 ‘스승’이 없다고 느꼈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1992년 8월 28일부터 드나든 인천 배다리책거리에 있는 헌책집이다. 헌책집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는 내가 한나절(네 시간)은 가볍게 틀어앉아서 말없이 책읽기를 해도 너그러이 봐줄 뿐 아니라, 책값을 깎아 주거나 이따금 거저로 주면서 “책을 좋아하니 그냥 주지. 대견하네.” 하셨다. 배움옷(교복) 차림으로 뻔질나게 와서 주머니를 탈탈 털어 책값을 치렀다. “책값 많이 써서 어쩌나?” “뭘요. 걸어가면 돼요.” “집이 어딘데.” “○○동이에요.” “거기까지? 멀잖아?” “뭐, 오늘 산 책을 읽으면서 두어 시간 걸으면 돼요.” 국·중·고등학교보다 나으리라 여겨 들어간 열린배움터(대학교)도 매한가지라, 드디어 열린배움터는 그만두고 보니, 참말로 나로서는 나를 이끈 ‘사람스승’은 딱히 없다. 언제나 ‘책집지기’ 어른만 나한테 길잡이요 스승일 뿐이다. 스물다섯 살 무렵에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을 적에도, 스물아홉 살에 ‘떠난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하는 일을 맡을 적에도, 아주 마땅히 나한테는 사람스승이란 늘 책집지기 아재 아지매 할매 할배뿐이었다. 곁님을 만나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서, 2010년 가을에 인천을 떠나 시골로 삶터를 옮기면서, 바야흐로 스승으로 꼽을 숨결을 찾았다. 첫째, 곁님이 스승이다. 둘째, 아이들이 스승이다. 셋째, 숲이 스승이다. 곁님하고 두 아이랑 시골에서 살아가며 숲을 품는 길을 걷던 어느 날, 내가 나를 가리키는 글이름(필명)을 ‘숲노래’로 새롭게 지을 무렵, 나한테 넷째로 스승이 있다면 바로 ‘나’로구나 싶더라. 내가 나를 스스로 스승으로 삼을 줄 알기에 곁님을 스승으로 여기고, 아이들을 스승으로 두며, 숲을 스승으로 품는 살림을 걸어왔다고 느낀다. “최종규 씨는 스승이 없다고요? 당신은 혼잘멋(혼자 잘난 멋)인가요?” “저는 늘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숲한테서 배웁니다만, 그래서 남들이 물으면 이 세 님이 스승이라고 말합니다만, 곰곰이 보면 누구한테나 스승이란 있을 수 없어요. 이 말을 다들 못 알아들으시는 듯해서 그냥 ‘저한테는 제가 참스승입니다’ 하고 말하는데요, 스승이란, 가르치거나 이끄는 사람이 아닙니다. 스승이란, 스스로 슬기롭게 살아가는 숲빛을 품으며 스스럼없이 드러낼 뿐인 이슬인 사람입니다. 그러니 모든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스승일 뿐’이고, 남을 스승으로 삼거나 여긴다고 하면 ‘우상숭배’일 뿐 아니라, 스스로 허깨비나 허수아비가 되어 참나(진정한 자아)를 잊고서 바보로 뒹구는 쳇바퀴에 스스로 갇힌 채, 우두머리(권력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면서 사랑을 나란히 잃는, 슬프면서 슬픈 줄조차 못 느끼는 부스러기로 목숨을 잇는다고 느껴요. 누구한테나 스승은 따로 없이,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가르치고 스스로 살림하고 사랑하면서 빛날 뿐입니다.” “……. 허허, 도인 납셨네.” “네, 모든 사람은 누구나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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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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