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 

 

 

  아이와 함께 시를 쓰기로 했다. 일곱 살이 되어 곧 한글을 뗄 듯한 큰아이가, 교재나 교본으로 한글을 익히면 재미없으리라 느껴, 아이와 함께 읽을 시를 쓴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시를 쓰고, 아이는 시를 읽는다.

 

  아이가 읽을 만한 시를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쓰려고 생각한다. 아름답지 않은 글이라면 굳이 배울 까닭이 없다고 느낀다. 사랑스럽지 않은 글이라면 딱히 배울 만한 뜻이 없다고 느낀다. 그런데, 마음과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시를 쓸 수 있다. 아이와 시를 쓰기로 했다면, 내 마음과 삶이 언제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도록 찬찬히 돌아보고 가꾸며 보듬을 수 있어야 하는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한테 시를 들려주려고 시를 쓰다 보니, 저절로 내 삶을 새롭게 가꾼다. 곰곰이 돌아보면, 나는 스스로 삶을 아름답고 사랑스레 가꾸고 싶어서 큰아이를 이 땅에서 맞이한 셈이요, 큰아이는 아버지하고 시노래 부르면서 즐겁게 꿈꾸고 싶어 내 곁에 찾아왔구나 싶다.

 

  시 한 줄이란 참 아름답다. 시 한 줄을 글로 적을 수 있으니 참 사랑스럽다. 사름벼리야, 너하고 나누는 시노래는 앞으로 네 동생하고도 나눌 시노래가 된단다. 4347.1.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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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우리 집은 숲이야 ㄴ (2014.1.13.)

 


  어제 그리다 마무리짓지 못한 그림을 마저 그리기로 한다. “우리 집은 숲이야” 하고 노래하는 그림이니, 네 식구 밑에 꽃을 그려 넣는다. 나무와 꽃 사이에는 풀을 그린다. 나무 위쪽으로는 제비가 네 마리 나는 모습을 그리고, 나비도 네 마리 그린다. 꽃별비 내리도록 하고는, 꽃이 자라는 흙을 그리고, 풀이 있는 들빛을 넣는다. 꽃별비 내리는 하늘빛을 채운다. 이리하여 끝. 알맞다 싶은 벽이나 문을 찾아서 붙이면 된다. 붙이기 앞서 아이들 책상에 며칠 올려놓기로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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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1-16 13:42   좋아요 0 | URL
와~ 오늘도 그리신 그림이 참 좋습니다~!!!
정말 하늘에서 꽃별비가 쏟아지네요~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그림 보며~ 좋아서 자꾸 웃음 짓습니다~*^^*

숲노래 2014-01-17 20:23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 마음속에
꽃별비를 담고
아름답게 노래하면 좋겠어요~
 

아이를 돌보면서 글을 쓰고 책을 펴내기

 


  글쓰기란 참 쉽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돌보는 삶을 헤아려 보면 된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놀리고 씻기고 가르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내는 삶을 돌아본다면, 글쓰기란 아주 쉽다. 책을 펴내는 일도 더할 나위 없이 쉽다.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일이란 더없이 조그마한 조각맞추기라고 느낀다. 그러니, 즐겁게 생각하며 글을 쓰면 되고, 기쁘게 헤아리며 책을 내면 된다. 아이들하고 놀듯이. 아이들한테 맛난 밥 차려서 함께 먹듯이. 아이들을 놀리고 노래를 불러 주면서 하루를 맑게 가꾸듯이.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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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우리 집은 숲이야 ㄱ (2014.1.12.)

 


  아이들이 늦도록 잠들지 않으려 한다. 이때에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졸릴 때까지 더 놀리는 수밖에 없지. 잠들지 않으려는 아이를 억지로 재운들 잠들지 않고 종알종알 떠들기만 한다. 그래서 종이를 펼치고 큰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기로 한다. 큰아이는 ‘맑고요’라는 이름을 붙인 ‘게임 주인공’을 그린다. 나는 큰아이와 마주보고 엎드린 채 우리 네 식구를 하나씩 그릴 생각이다. 먼저 나무를 네 그루 그리기로 한다. 오늘 그림은 ‘우리 집은 숲이야’이다. 먼저, 한 사람 앞에 나무 한 그루씩 놓고, 큰아이 작은아이 곁님 나, 이렇게 그린다. 그러고서 나뭇잎을 그린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모두 아버지 그림을 들여다본다. “아버지 그림 잘 그린다!” 하고 말해 준다. 그러니? 너희도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생각하면 잘 그릴 수 있어. 오늘은 딱 여기까지만 그리고 덮는다. 자, 아이들아, 이제 자야지? 자고 일어나서 함께 마저 그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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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39] 나무가 베푸는 숨빛
― 나무가 해맑기에 시골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따분하거나 심심하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아름드리 나뭇줄기를 안으면서 춥다고 느낀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왜 이런 느낌이었는지 예전에는 찬찬히 헤아리지 못했어요.


  고즈넉한 시골에서 지내는 동안 귀를 어지럽히는 소리를 듣지 않습니다. 가끔 대문 앞으로 짐차나 오토바이 지나갈 때가 있지만 하루에 몇 대 안 지나갑니다. 마을 어귀로 지나가는 자동차도 아주 드뭅니다. 자동차 소리가 아예 없지 않으나 거의 없어요. 저녁부터 새벽까지는 아무 자동차도 지나가지 않아요. 오직 바람소리가 감돕니다.


  한낮에도 자동차 소리 없이 멧새가 우리 집 둘레에서 지절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시골살이란 바람살이일까? 시골노래란 바람노래일까? 시골빛이란 바람빛일까? 그리고, 시골살이란 풀살이일까? 시골노래란 풀노래일까? 시골빛이란 풀빛일까?


  나무가 있기에 숨을 쉽니다. 풀이 있기에 밥을 먹습니다. 풀밥을 즐겨먹든 고기밥을 즐겨먹든 풀과 나무가 있어서 밥 한 그릇 누립니다. 풀을 그대로 먹으면 풀이 있어야 하고, 고기를 먹자면 고기를 살찌우는 풀이 있어야 합니다. 풀밥이든 고기밥이든 모든 사람은 언제나 풀숨을 받아들이는 셈이에요.


  나무가 있어 집을 짓습니다. 나무가 있어 불을 피웁니다. 나무가 있어 종이와 연필을 얻습니다. 나무가 있어 호밋자루와 삽자루로 삼습니다. 나무가 있어 지게를 만들고 배를 뭇습니다. 석탄이 없고 석유가 없더라도 나무와 풀은 있어야 해요. 석탄과 석유 또한 나무와 풀이 죽어서 흙으로 돌아갔기에 생겨날 수 있어요.


  도시에서 문화나 정치나 사회나 예술을 꽃피우는 밑바탕이란, 제도와 시설과 돈이 아닙니다. 시골을 이루는 풀과 나무로 이루어지는 들과 숲이 바로 문화나 정치나 사회나 예술을 꽃피우는 밑바탕입니다. 시골들이 푸르고, 시골나무가 아름다울 적에 시골살이가 빛나고 도시살이가 알찹니다.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하루 내내 재미나게 놉니다. 나뭇줄기를 쓰다듬으면서 어제도 오늘도 맑게 웃습니다. 나무 곁에서 숨을 쉬고, 나무 둘레에서 밥을 먹습니다. 아이는 나무 곁에서 까르르 웃으며 뛰놉니다. 어른은 나무 둘레에서 밝은 얼굴로 일손을 놀립니다. 시골에는 나무가 있어 푸릅니다. 시골은 나무가 우거져서 포근합니다. 도시에도 나무가 있으면 푸릅니다. 도시에서도 나무가 우거지면 사람들 마음에 따스한 사랑이 새록새록 퍼지리라 생각합니다. 4347.1.12.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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