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지음 / 펄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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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한 그릇을 나누고 싶은 사이. 송편 한 점을 나누려는 사이. 잡채나 국수 한 접시를 주고받는 사이. 쌈짓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사이. 아이들이 제 집처럼 드나드는 사이. 처마 밑에 제비집을 두는 사이. 상냥히 웃음을 건네는 사이. 따사로이 오가는 말에서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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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박수미 지음 / 자연과생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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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곳에서 노래하고, 살고자 하는 곳에서 노래하며, 아이한테 물려주고 싶은 곳에서 노래한다. 아름답다고 여기는 곳에서 살기에 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이 아름다움을 아이도 앞으로 느끼고 받아먹기를 바라니 노래한다. 아픈 아름다움도 기쁜 아름다움도 모두 노래하니 모든 말은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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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 작지만 강한 출판사 미시마샤의 5년간의 성장기
미시마 쿠니히로 지음, 윤희연 옮김 / 갈라파고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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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313


책 한 권을 즐겁게 내는 마음
―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미시마 쿠니히로 글
 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2016.8.25. 15000원


  예나 이제나 새로운 책은 나날이 꾸준히 나옵니다. 그런데 예전하고 요즈음은 사뭇 다릅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책을 쓰기 어려웠다면 요즈음은 누구나 책을 쓰기 쉽습니다. 예전에는 대단하구나 싶은 사람들만 책을 썼다고 한다면, 요즈음에는 수수하거나 투박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스스로 뜻한 바에 따라서 책을 쓸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문학·작품·예술·학문·인문 같은 이름을 붙여서 책이 나왔다면, 오늘날에는 즐거움과 기쁨과 보람과 재미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책이 나온다고 할 만해요.


힘이 미래를 향하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서 세계의 문은 활짝 열린다. 그렇게 되면 분명 생각도 느긋해진다. 굳이 다르게 말하자면 겁이 없어진다. (14쪽)

회사의 대표는 엑셀을 쓸 수 없고, 사원은 영수증 쓰는 법을 모른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사업계획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다 쫓아와서 뭐라 할 정도로 영업자의 얼굴 표정은 우울하다. (33쪽)


  ‘독립출판’이라는 이름이 붙는 책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1만 부도 1천 부도 아닌, 때로는 백 부나 쉰 부만 찍는 책이 나옵니다. 때로는 열 부나 오직 한 부만 빚는 책이 나옵니다. 한 부만 빚어도 책일까요? 네, 한 부여도 책이지요. 오직 한 곳에 두고 오직 한 사람이 읽도록 빚어도 책입니다. 오직 한 부를 빚었어도 어느 책방이나 도서관에 고이 두고서 누구나 찾아와서 느긋하게 즐길 책이 될 수 있어요.

  오늘날은 책이 덜 읽히거나 안 읽힌다고 하지만, 오늘날은 책이 아니어도 즐길거리가 넘친다고 해야 올바르지 싶어요. 그리고 오늘날에는 예전하고는 사뭇 다르게 책을 여러 갈래로 바라보면서 더 재미나고 넓고 깊이 마주하는 흐름이 태어난다고 할 수 있구나 싶습니다.

  이리하여 이제는 새로운 출판사도 태어나지요. 1인 출판사도 있고, 작은 출판사도 있습니다. 집을 일터로 삼는 출판사도 있으며, 따로 일터를 두지 않고 즐겁게 책을 짓는 출판사도 있어요.


도매상도 계속 새로운 출판사와 거래를 해서 새로운 감성에 의한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도록 뒷바라지를 해야 할 것이다. 누가 뭐라 말하든 무조건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래도 도매상은 신규 거래를 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84쪽)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갈라파고스, 2016)는 일본에서 새롭게 책마을을 가꾸고픈 꿈을 키운다고 하는 미시마 쿠니히로라는 분이 스스로 작은 출판사를 열고 나서 어떤 구비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엑셀을 쓸 줄 모르는 글쓴이는 어엿하게 사장(대표) 노릇을 합니다. 영수증을 쓸 줄 모르는 이는 글쓴이하고 같은 출판사에서 일할 뿐 아니라 영업자로 책방을 다닌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통장에 돈이 바닥나려고 할 즈음 새로운 일꾼을 뽑자고 생각했대요. 비록 돈은 한 푼도 없으나 아무래도 혼자서는 일을 짊어지지 못하겠다고 여겼답니다.

  어느 모로 보면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미시마샤’라는 출판사를 연 글쓴이는 터무니없지도 않고 우스꽝스럽지도 않다고 할 수 있어요. 통장에 돈이 바닥날 즈음에야 ‘혼자서는 일을 할 수 없네’ 하고 깨달았고, 비록 돈이 없더라도 일꾼을 들여서 함께 출판사를 가꾸어야겠다는 꿈을 품었거든요.

  일삯을 줄 수 있는지 없는지 모르더라도, 일삯을 꼭 주면서 함께 일할 벗을 찾으려고 하는 마음이니, 함께 일할 분도 처음에는 일삯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틀림없이 일삯을 제대로 받으리라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일할 수 있을 테고요.


여기에 미시마샤의 책이 있는 것은 이 서점에 틀림없이 사람이 있어서야. 귀찮은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한 권의 책을 이해한 다음 그것을 판매대에 진열하기로 결심한 서점 직원이라는 한 사람이 거기에 있어. 그 한 사람의 존재가 미시마샤와 독자를 연결해 주는 거야. (100쪽)


  이리 부딪히고 저리 까지면서 한 걸음씩내딛은 작은 출판사는 이제 ‘아주 작은’ 곳은 아닌 출판사 자리에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제법 늘었다고 해요. 그런데 함께 일하는 사람 누구나 글쓴이처럼 이리 부딪히고 저리 헤매는 몸짓이라고 합니다. 다들 ‘잘 닦인 길’로는 안 가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모두들 ‘새로 나아갈 길’을 걷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더 많은 사람한테 더 많은 책을 팔아서 읽히려는 출판사가 아닌, 바로 한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책을 지어서 선보이려는 출판사 걸음을 걷는다고 해요. 누가 우리 출판사 책을 사서 읽어 줄는지 모르지만 ‘읽는이 한 사람’을 헤아리며 책을 지었고, ‘한 사람을 헤아린 책’은 뜻밖에 한 사람만 사서 읽지 않고 꽤 많은 분들이 즐겁게 사서 읽어 준다고 합니다.


미시마샤는 대상 독자를 설정하지 않는다. 마케팅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그쪽으로 기우는 현 상황에서 잃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떠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것은 세대나 성별이나 시대를 초월한다. (185쪽)


  책은 사람이 짓습니다. 책에 담을 글은 사람이 씁니다. 책은 사람이 장만합니다. 책은 사람이 두 손에 쥐어 읽습니다. 책이 될 나무는 숲을 이루며 사람한테 푸른 바람을 베풉니다. 책이 되어 준 나무는 종이꾸러미인 모습이더라도 사람한테 마음을 살찌우는 밥 한 그릇 노릇을 합니다. 숲을 이룬 나무일 적에는 사람한테 몸을 살찌우는 푸른 바람을 준다면, 종이꾸러미로 거듭난 나무일 적에는 사람한테 마음을 살찌우는 새로운 이야기를 건넨다고 할까요.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라는 책은 사람을 읽고 나무를 읽으며 이 땅을 함께 읽으려는 걸음을 차근차근 내딛는 이야기가 흐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서, 즐겁게 책길을 걷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로 엮었다고 할 만합니다. 잘 벌고 못 벌고를 떠나서, 책 한 권을 지을 적에 즐거운 마음이 되자는 뜻을 이웃한테 곱게 보여주려는 몸짓으로 이런 이야기를 내놓았다고 할 만해요.


손님은 인간이다. 인간인 이상 인간미가 있는 것에 반응한다. 그것은 내가 편집에서 항상 주의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인간미 있는 책 만들기를 하자. 한 권에 혼을 담자. (75쪽)


  마음을 책에 담습니다. 마음을 책에서 읽습니다. 푸른 숲내음을 책에 담습니다. 푸른 숲내음을 책에서 읽습니다. 즐거운 땀방울을 책에 담습니다. 즐거운 땀방울을 책에서 읽습니다. 그리고 또 무엇을 책에 담으면서 책마을 일꾼은 환하게 웃을까요? 여기에 또 무엇을 우리가 책으로 읽으면서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기쁨을 맛볼까요? 크거나 작은 출판사도, 크거나 작은 책방도, 또 크거나 작은 사람도 서로서로 따사로이 아끼면서 손을 맞잡을 적에 책 한 권이 빛이 나리라 생각합니다. 2017.9.2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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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어 시 읽는 어린이 85
박해경 지음, 유진희 그림 / 청개구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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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91


토끼춤 추는 아빠 곁에서 시무룩한 까닭은?
― 딱 걸렸어
 박해경 글
 유진희 그림
 청개구리 펴냄, 2017.7.31. 10500원


긴 겨울잠을
자면서도
늦지 않고
빠르지 않게

딱 맞춰
일어날 수 있는
개구리들의
알람시계 (경칩)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새벽이나 아침을 맞이하는 아이는 마음속에 새노래를 담습니다. 풀벌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저녁이나 밤을 맞이하는 아이는 꿈결에 풀벌레노래를 품습니다.

  아침에 새노래가 아닌 다른 소리를 듣는다면, 아이는 이 다른 소리를 마음에 담겠지요. 승강기가 아파트에서 오르내리는 소리라든지, 자동차가 시동을 걸며 달리는 소리 말이지요. 저녁이나 밤에도 이와 같아요. 자동차나 승강기 소리라든지, 어른들이 손에 전화기를 들고 조잘거리는 소리를 듣는 아이는 이러한 소리를 마음에 담습니다.


재개발 공사에 밀려
정든 이웃들은
모두 떠나고
갈 곳 없어 남아 있는
할머니와 지우,

점점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굴착기 소리.

학교에 쓰지 못한
장래희망란에 
써보는
“아파트 주인!” (장래희망)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꿈을 꿀 만할까요?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은 ‘장래희망’이나 ‘직업’이 아닌 어떤 꿈을 품을 만할까요?

  요즈음 서울을 비롯한 나라 곳곳에 마을책방이 자그맣게 문을 열어요. 이런 마을책방을 겪거나 본 적이 드문 나이 있는 어른들로서는 저 작은 마을책방으로 돈을 어떻게 버느냐고 지레 걱정할 만합니다. 그러나 마을책방을 연 앳되거나 싱그러운 젊은이는 틀림없이 아이였을 때부터 꿈으로 품은 일이었지 싶어요. 스스로 새롭게 길을 열려는 마음이면서, 스스로 힘차게 길을 닦아 보려는 마음이기에 자그맣게 마을에서 즐거움을 지필 만하지 싶습니다.

  가만히 본다면 우리가 이 땅을 조금 더 민주와 자유와 평화와 평등으로 갈고닦는 어른으로 살아간다면, 오늘 이곳에서 아이로 자라는 고운 숨결은 앞으로 새로운 꿈을 품을 만하구나 싶어요. 앞으로 아이들이 꿈을 품을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온힘을 다할 노릇이지 싶습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집을 팔았다.

엄마, 아빠는
비싸게 팔았다고
토끼춤을 추고
나비춤도 추었다.

새로운 동네
새로운 집
새로운 학교로 왔다.
엄마, 아빠 방,
오빠 방, 내 방 따로따로
있다고 좋아한다.

정든 친구
정든 놀이터
모두 사라진
나는 보이지 않는지! (나는 보이지 않는지)


  보육교사로 일하는 박해경 님이 빚은 《딱 걸렸어》(청개구리, 2017)라는 동시집을 읽으면서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이 이 땅을 사랑하기를 바라면서 쓴 동시에는 참말로 사랑스러운 손길이 흐릅니다. 아이들이 갑갑하거나 고단한 사회에서 주눅이 들더라도 부디 기운을 꺾지 말고 꿈을 품기를 바라는 따사로운 눈길이 함께 흐르고요.

  마음을 읽는다고 할 적에는 눈높이를 맞추며 어깨동무를 한다는 뜻이지 싶어요. 어른 사이에서도, 어른하고 아이 사이에서도, 여기에 사람하고 개구리나 사람하고 멧새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어깨동무를 할 수 있어요.

  울타리를 걷어내려는 몸짓이기에 어깨동무를 합니다. 울타리가 아닌 너른 마당에서 함께 놀고 일하고 어울리고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이기에 어깨동무를 해요.


‘날씨 억수로 춥대이
내 강아지
밥 마니 무꼬 옷 마니 입꼬
학교에 가거레이’

한글을 배우고
세상이 밝아졌다는
우리 할머니가 보낸 문자 (등불)


  낳은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낳지 않았어도 둘레에 있는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우리 아이도 이웃 아이도 모두 이 땅을 새롭게 일굴 당차고 힘찬 넋으로 자랄 테니, 그야말로 아름답습니다.

  아이는 늦깎이로 한글을 익힌 할머니한테서 투박한 손전화 쪽글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이는 할머니한테 신나게 쪽글을 띄워 주겠지요. 예전처럼 손으로 엽서에 이야기를 적어서 띄우지 않더라도, 손전화를 거쳐서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요. 곁에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해도 따사롭고, 손전화를 사이에 놓고서 쪽글을 띄우고 받아도 따사롭습니다.


손짓으로 말해야
알아듣는 영식이

감나무 아래서
흙을 만지며 혼자 놀다
감꽃이 떨어지자
주워 귀에 꽂는다

감나무가 들려주는
노래 듣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다. (감꽃 이어폰)


  감나무 곁에서 감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모과나무 곁에서는 모과나무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은행나무나 밤나무 곁에서, 소나무나 느티나무 곁에서, 우리를 둘러싼 다 다른 수많은 나무 곁에서 나무가 오랜 나날을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저어새나 갈매기 이야기는 어떨까요? 노린재나 잠자리 이야기는 어떨까요? 지렁이나 지네 이야기는 어떨까요? 사마귀나 물방개 이야기는 어떨까요?

  우리를 둘러싼 이웃은 사람만 있지 않아요. 작은 풀도 이웃이요, 작은 벌레도 이웃입니다. 작은 이웃을 마주하면서 아낄 수 있을 적에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서도 서로 더욱 싱그러이 아끼는 마음이 될 만하지 싶습니다.


벌과 나비는
맨발로 가볍게
이 꽃 저 꽃 옮겨 다녀요.

꽃이 다칠까 봐
신발 신지 않고서. (맨발로 가볍게)


  맨발로 가볍게 이 땅을 밟아 봐요. 맨발로 가볍게 바람을 타거나 구름을 타고 날아 봐요. 두 눈을 살며시 감고서 곁에 있는 동무하고 풀밭을 밟고 무지개를 밟아 봐요.

  함께 지을 꿈을 생각하고, 함께 가꿀 새로운 나라를 헤아려요. 동시 한 줄에 깃든 작은 목소리를 읽으면서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아이들하고 목숨들을 그립니다. 딱 알아보고 딱 느끼며 딱딱 소리가 나도록 손뼉을 치면서 춤을 춥니다. 2017.9.20.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동시비평/어린이문학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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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성性일기 2
시모다 아사미 지음, 고현진 옮김 / 애니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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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20


성교육을 학교한테만 맡기면 아이들은 모른다
― 중학性일기 2
 시모다 아시미 글·그림
 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6.2.22. 7500원


‘같은 반 여자애들과는 전혀 다르다. 하루빨리 유이에게 어울리는 성인 남자가 되고 싶다.’ (10∼11쪽)

“정자는 어떻게 암컷의 몸속에 들어가?” “어머,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오늘 비둘기가 교미하는 걸 봤는데, 반 친국가 송사리와는 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그러니까 왜 그런 얘기를?” “하지만.” “그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 줄 거야!” (45쪽)

“이, 인간의 교미가 이렇게 음란한 거였어?” “아, 아마 그럴 거야. 하지만 중요한 일잉란 말이야!” (61∼62쪽)

‘아, 말하고 싶어! 요네다를 좋아한다고 지금 당장 말하고 싶어! 안 되겠다, 말할 거야!’ (151쪽)


  학교는 여럿이 모여서 배우는 곳입니다. 학교는 또래를 비롯해서 여러 나이가 어우러지면서 배우는 곳입니다. 학교라는 곳이 이 같은 얼거리하고 동떨어진다면, 아이들은 학교에서 못 배울 뿐 아니라, 학교를 다니는 하루가 고단한 짐이 됩니다.

  학교가 배우는 곳이기는 하되, 학교에서만 배울 수 없습니다. 어버이라면 아이한테 삶을 가르치고 사랑을 알려주는 슬기로운 마음을 학교한테만 떠넘길 수 없어요. 그러나 적잖은 어버이는 아이를 가르치는 살림을 응레 학교한테만 떠넘기곤 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한테만 떠넘기기도 하지요. 이러다가 나중에는 사회나 나라한테 몽땅 떠넘기기도 하지요.

  어린이집을 비롯해서 학교나 나라가 제구실을 마땅히 해야 합니다. 다만 집 바깥을 이루는 사회가 제구실을 마땅히 해야 한다고 외치기 앞서, 우리가 살아가는 집에서 우리 스스로 제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해요.

  만화책 《중학性일기》를 보면, 비둘기가 짝짓기하는 모습을 본 아이가 어머니한테 궁금한 대목을 여쭐 적에, 어머니가 제대로 대꾸하지 않으면서 학교한테 떠넘깁니다. 이때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궁금한 대목을 감추어야 할까요? 학교에 가서 교사한테 여쭈어야 할까요? 또는 동무한테 여쭈어야 할까요?

  아이는 학교에서 생물 수업으로 ‘교미’라는 한자말을 배웠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성교육도 받을 테지요. 그러나 아이는 학교에서 ‘사랑’을 미처 못 배우는구나 싶습니다. 만화책 《중학性일기》에서 불거지는 이야기는 어쩌면 일본 몇몇 학교에서 불거진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가만히 살피면 한국도 엇비슷하다고 느껴요.

  저부터 돌아본다면, 제가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에서 ‘사랑·살림·삶’을 슬기롭게 배운 적이 하루도 없습니다. 슬기롭지 않더라도 수수하게 배운 적조차 없어요. 남녀가 살을 섞는 일을 놓고서 ‘성교육’은 한두 번 하고 끝낼 뿐, 남녀이든 남남이든 여여이든 서로 사랑하는 숨결로 만나서 새로운 삶을 짓는 길을 일러주거나 밝히지 않았엉요.

  만화책 《중학性일기》는 바른 길을 보여준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이 만화책 한 가지는 아이들이 참말로 궁금해 한다는 대목을 잘 보여준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나름대로 궁금한 ‘사랑·성·성별·짝짓기·좋아하는 마음’을 맺고 풀면서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찾아가려고 하는 몸짓을 보여주는구나 싶어요.

  여느 집에서 수수한 어머니 아버지가 수수한 아이들한테 삶과 사랑과 살림을 먼저 슬기롭게 보여주고 가르칠 수 있어야지 싶어요. 학교도 입시공부나 교과진도를 좀 내려놓으면서 아이들하고 머리를 맞대어 슬기롭게 삶이며 사랑이며 살림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7.9.1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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