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꽃 책읽기

 


  뒷밭에서 풀을 뽑다가 까마중풀은 그대로 둔다. 까마중꽃이 하얗게 피기도 했고, 벌써 꽃이 지면서 푸르게 익는 열매가 보인다. 이제 하루하루 좋은 날이 이어지면, 까마중알은 까맣게 달게 맛나게 익겠지. 내가 따로 심지 않아도 스스로 씩씩하게 나는 어여쁜 까마중풀은 다음해에도 또 다음해에도 새롭게 어여쁜 빛깔로 찾아오리라. (4345.6.2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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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2-06-25 13:32   좋아요 0 | URL
작년이었던가 류도 산소에 가서 까마중을 보았는데,,
까맣게 익은 까마중을 따 먹어보라고 했더니 망설이더니 입에 하나 넣고 웃더라구요,
그리고 가끔 엄마네 집에 가서 보게 되면 아주 반가워해요,,ㅎㅎ

숲노래 2012-06-26 03:24   좋아요 0 | URL
아주 어릴 적부터 들열매를 먹어 버릇하지 않으면
누가 건네거나 내밀어도
낯선 먹을거리가 되고 말아요.

아이도 어른도 자연을 느끼는 삶이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 있는데..
모두들 씩씩하게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
 


 그림자놀이 책읽기

 


  해가 움직이는 결에 따라 그림자가 생긴다. 그림자는 널찍하게 생기기도 하고, 좁다랗게 생기기도 한다. 아이가 들어가 몸을 쏙 숨길 만하게 생기기도 한다. 아이 키보다 훨씬 높으나 어른 키로는 이럭저럭 알맞춤한 빨랫줄에 드리우는 갓난쟁이 기저귀는 조금 큰 아이한테는 그림자놀이를 즐기기에 좋은 놀이터를 마련해 준다.


  그림자놀이는 놀이책에 실리지 않는다. 그림자놀이를 놀이로 여길 어른은 아마 없으리라. 그러나, 그림자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으레 제 그림자를 따라다니고, 다른 그림자를 콩콩 밟으면서 논다. 말없는 벗이요, 언제나 같은 빛깔로 기다려 주고, 모습을 달리하는 예쁜 동무이다. 날마다 보아도 새삼스럽고, 언제 보아도 다른 빛깔과 모습과 무늬와 결로 찾아드는 좋은 손님이다. (4345.6.2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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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과 책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입을 옷입니다. 남이 이 옷을 입으라 해서 이 옷을 입을 수 없습니다. 남이 저 옷이 예쁘다 말하기에 저 옷을 입을 수 없습니다. 내 느낌이 좋은 옷을 입고, 내가 아끼며 사랑할 만한 옷을 입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중학교에 들 적에 학교옷을 똑같이 맞추어 입힙니다. 머리카락 길이와 모양을 똑같이 잘라 맞춥니다. 스스로 좋아하기에 학교옷을 입지 않습니다. 스스로 좋아하기에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요. 아이들이 아름답게 자라리라 생각하며 학교옷을 맞추어 입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어여쁜 꿈과 사랑을 키우리라 느끼며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요.


  아이들이 맑게 빛나며 환하게 웃도록 이끌려고 교과서를 마련하는 어른일는지 아닐는지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밝게 생각하며 사랑스레 꿈꾸도록 돕는 대학입시 굴레에 내모는 어른일는지 아닐는지 궁금합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가장 좋아할 만한 옷을 입어야 합니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가장 사랑할 만한 책을 찾아서 읽어야 합니다. 이런 지식을 외우도록 읽을 책이 아닙니다. 저런 시험을 잘 치르도록 하자며 곁에 둘 책이 아닙니다. 처세도 경영도 자기계발도 책이 될 수 없습니다. 책이란, 삶을 밝히는 이야기입니다. 책이란, 삶을 사랑하는 이야기입니다. 책이란, 삶을 스스로 일구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커다란 회사에서 몇 가지 이름을 붙인 옷을 공장에서 찍어서 내다 팝니다. 옷가게는 넘치지만, 사람들 스스로 사랑할 만한 옷을 누군가 만들어서 즐겁게 다루는지 아리송합니다. 오늘날 책방에는 수많은 책이 알록달록 꽂히지만, 이 책들이 참으로 사람들 넋과 얼을 보듬으며 사랑과 꿈을 북돋울 만한지 알쏭달쏭합니다. (4345.6.2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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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꽃 책읽기

 


  이웃집은 어디나 마늘이 꽃대(마늘쫑)를 높이 뻗어 꽃망울 터질 때까지 놓아 두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마늘을 바지런히 캐고 손질해서 내다 팔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골마을 어느 집이라 하더라도 마늘꽃을 구경할 수 없습니다. 꽃대가 올라오면 뽑아서 먹고, 꽃망울 터질까 싶으면 캐서 손질하거든요. 밭 가장자리에 누군가 마늘을 심고는 가만히 지켜볼 때라야 비로소 마늘꽃을 구경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내가 심지 않더라도 배추꽃이나 무꽃은 곧잘 구경할 수 있으나, 마늘꽃만큼은 스스로 심어 돌보아야 비로소 구경할 수 있구나 싶어요. 마늘도 파도 양파도 모두 소담스럽게 꽃망울 터뜨리는데, 이 꽃망울을 아리땁게 바라보자면, 내 삶 한켠에 나 스스로 느긋하게 말미를 마련해 놓아야겠지요. 스스로 말미를 마련하는 사람만 책을 읽고, 스스로 말미를 마련하는 사람만 사랑을 하고, 스스로 말미를 마련하는 사람만 꽃을 누려요. (4345.6.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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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읽기
― 다시 읽는 사진, 거듭 찍는 사진

 


  2012년에 다섯 살을 누리는 아이하고 글씨 쓰기를 합니다. ㄱㄴㄷ부터 하나하나 함께 쓰며 놉니다. 깍두기 공책을 가득 메우는 아이는 오래지 않아 한글을 싱그럽게 익힐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이곳저곳에 적힌 글월을 읽을 수 있을 테며, 어느 날에는 제 삶이야기를 짤막하게 글로 옮길는지 모릅니다. 다만, 이렇게 아이가 글월을 읽거나 제 삶이야기를 글로 쓰기까지는 퍽 먼 일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이와 글씨 쓰기를 함께 하면서 날마다 새롭게 사진을 찍습니다. 어제 찍은 사진을 오늘 새삼스레 들여다보고, 오늘 새삼스레 거듭 찍으며, 하루가 지나면 또 예전 사진을 들여다볼 테고, 다시금 새삼스레 새롭게 사진을 찍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진길 걷는 다른 분은 어떠할는지 잘 모릅니다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삶과 사람을 사랑스럽고 즐겁게 꾸준히 찍습니다. 이를테면, 누군가 사랑하는 짝꿍이 있다 할 때에 사진을 어떻게 찍을는지 헤아려 보셔요. 사랑하는 두 사람은 아마 날마다 새롭게 만나면서 새롭게 사진을 찍을 테지요. 사랑하는 나날을 누리는 햇수가 늘수록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이 사진첩 몇 권이 되도록 두툼하게 늘 테지요. 사랑하는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무것 아니라 할 만한 모습까지 사진으로 찍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은 모르더라도 두 사람한테는’ 서로 믿고 어깨동무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한 자락 싣는 사진이거든요. 좋아하는 마음을 담으니 늘 다시 들여다보는 사진이 되고, 언제나 거듭 찍는 사진이 됩니다.


  어느 어버이라 하더라도 이녁 아이들을 바라볼 때면, 날마다 새롭게 사진을 찍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제랑 오늘이 얼마나 다르겠느냐 말할 분이 있을 터이나,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내 마음은, 어제는 어제요 오늘은 오늘이에요. 어제와 같은 놀이를 오늘 똑같이 하더라도, 오늘은 오늘대로 새롭게 노는 삶이에요. 새삼스럽게 사진기를 손에 쥡니다. 아이가 손에 힘을 꽉 주며 깍두기 공책 메우는 모습을 즐겁게 바라봅니다. 사진기 떨리지 않도록 잘 붙잡고는 한 장 두 장 찍습니다. 이제 그만 찍자 싶지만, 사진기를 내려놓지 못합니다. 열 장 스무 장 잇달아 찍습니다. 하루 지나 이 사진을 찬찬히 돌아보면서 어느 사진 하나 버릴 수 없다고 느낍니다. 며칠 지나 또 이 사진을 바라보면서 어느 사진이든 사랑스럽다고 느낍니다.


  가만히 보면, 한국에서 사진길 걷는 분 가운데 최민식 님은 부산 자갈치 저잣거리에서 벌써 쉰 해 넘도록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저잣거리 일꾼’을 마주하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러나, 최민식 님으로서는 ‘늘 새로운 길’을 걷는 마음일 테고, ‘언제나 다른 삶결’을 마주하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느낄 테지요.


  사랑하는 마음이 될 때에 사진을 찍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북돋운다면, 사진학교를 못 다니고 사진강의를 못 들었다 하더라도, 사랑스럽게 즐길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곱게 건사한다면, 사진이론이나 사진비평을 모른다 하더라도, 사랑스럽게 사진을 읽는 하루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345.6.2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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