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봄 햇살의 따스함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봄 햇살의 따스함 속으로 빠져들어 가자

→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봄 햇살로 빠져들어 가자

《팸 몽고메리/박준신 옮김-치유자 식물》(샨티,2015) 76쪽


  ‘-의’를 넣어서 뒷말을 꾸미려 하지 말고, ‘-의’를 빼면서 글짜임을 손보아야겠습니다. “따스한 봄 햇살”입니다. 바람이 추울 적에는 “겨울 바람의 추움 속”이라고 말하지 않겠지요? “추운 겨울 바람”이라고 해야 올발라요.


무지개 물고기와 친구들은 새로 사귄 거대한 흰수염고래의 보호를 받으며

→ 무지개 물고기와 동무들은 새로 사귄 커다란 흰수염고래한테서 보호를 받으며

→ 무지개 물고기와 동무들은 새로 사귄 커다란 흰수염고래가 돌봐 주어서

→ 무지개 물고기와 동무들은 새로 사귄 커다란 흰수염고래가 보살펴 주어서

《마르쿠스 피스터/지혜연 옮김-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시공주니어,1999) 25쪽


  “보호(保護)를 받는다”고 하면 아무개‘한테서’ 보호를 받는다고 해야 올바릅니다. “어머니한테서 보살핌을 받는다”처럼 써요. 글짜임을 손본다면 “-이/가 돌봐 주어서”나 “-이/가 보살펴 주어서”처럼 쓸 만합니다.


남획은 ‘마구 잡아들인다’는 뜻의 한자어란다

→ 남획은 ‘마구 잡아들인다’를 뜻하는 한자말이란다

→ 남획은 ‘마구 잡아들인다’는 뜻으로 쓰는 한자말이란다

→ 남획은 ‘마구 잡아들인다’를 가리키는 한자말이란다

《최원형-10대와 통하는 환경과 생태 이야기》(철수와영희,2015) 14쪽


  ‘뜻하다’라는 낱말을 쓰면 됩니다. 또는 “뜻으로 쓰는”처럼 적어 줍니다.


알프레드 아저씨의 말은 이랬어요

→ 알프레드 아저씨 말은 이랬어요

→ 알프레드 아저씨가 들려준 말은 이랬어요

→ 알프레드 아저씨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에밀의 크리스마스 파티》(논장,2002) 29쪽


  ‘-의’만 덜어도 됩니다. “어머니 말은 이랬어요”처럼 쓰면 돼요. 또는 글짜임을 손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나 “이리 말했어요”나 “이러하게 말했어요”로 적어 봅니다. 2016.2.1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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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도착 到着


 도착 시간 → 닿는 때 / 오는 때

 도착이 늦어지다 → 늦게 온다 / 늦게 닿는다

 부인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부인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버스 주차장에 도착될 동안 → 버스 주차장에 닿는 동안

 내가 도착하게 된 곳이 → 내가 닿은 곳이 / 내가 간 곳이


  ‘도착(到着)’은 “목적한 곳에 다다름”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한국말로 ‘다다르다’를 쓰면 돼요. ‘닿다’를 써도 되고, 흐름에 맞추어 ‘가다’나 ‘오다’를 쓸 만합니다. 때로는 ‘이르다’를 쓸 수 있습니다. 2016.2.18.나무.ㅅㄴㄹ



손님들이 말 썰매를 타고 도착했어요

→ 손님들이 말 썰매를 타고 왔어요

→ 손님들이 말 썰매를 타고 들어왔어요

→ 손님들이 말 썰매를 타고 오셨어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에밀의 크리스마스 파티》(논장,2002) 9쪽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 새로운 도시에 닿으면

→ 새로운 도시에 가면

→ 새로운 도시에 다다르면

《리타 얄로넨/전혜진 옮김-소녀와 까마귀나무》(박물관,2008) 15쪽


윌로비 씨의 크리스마스트리가 금세 도착했어요

→ 윌로비 씨 크리스마스나무가 금세 닿았어요

→ 윌로비 씨네 크리스마스나무가 금세 왔어요

《로버트 배리/김영진 옮김-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길벗어린이,2014) 5쪽


학교에 도착하자 오도넬 선생님에게 달려갔어요

→ 학교에 닿자 오도넬 선생님에게 달려갔어요

→ 학교에 이르자 오도넬 선생님한테 달려갔어요

→ 학교에 오자 오도넬 선생님한테 달려갔어요

《크레이그 팜랜즈/천미나 옮김-뜨개질하는 소년》(책과콩나무,2015) 26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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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10] 넉넉해



  밥 한 그릇이면 ‘넉넉한’ 동무가 있어요. 밥 한 그릇으로는 모자라서 두 그릇은 먹어야 하는 동무가 있어요. 이만 한 짐이라면 나 혼자서도 ‘너끈히’ 들 수 있어요. 때로는 이만 한 짐을 나 혼자서 조금도 들 수 없어서 어머니 손이나 언니 손을 빌어야 해요. 오늘은 ‘느긋이’ 길을 걸어요. 서두를 일이 없거든요. 오늘은 느긋할 겨를이 없어서 부산을 떨어야 해요. 몹시 서둘러야 할 일이 있거든요. 할아버지는 언제나 ‘너그럽게’ 우리를 헤아려 주셔요. 나도 할아버지한테서 너그러운 숨결을 물려받으면서 한결 ‘넓은’ 마음을 품어 봅니다. 그러니까, 넉넉한 마음으로 이웃을 아낍니다. 너끈히 힘을 쓰면서 씩씩하게 자랍니다. 느긋이 돌아보거나 살피면서 하루를 차분히 보냅니다. 날마다 생각을 넓게 키워서 꿈을 곱게 품어요. 나긋나긋 부드럽게 말을 하고, 넘실넘실 흐르는 물결처럼 신나게 노래를 불러요. 바람 따라 너울거리는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바라보면서, 나풀나풀 나비처럼 즐겁게 춤을 추어요. 2016.1.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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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209] 칼질



  칼을 손에 쥐고 무나 배추를 썰 수 있어요. 칼로 봉투를 열거나 종이를 자를 수 있어요. 칼로 당근이나 고구마를 채썰기를 해 볼 수 있고, 칼로 골판종이를 잘 도려서 종이인형을 빚을 수 있어요. 자를 적에 쓰는 ‘칼’이에요. 칼로 자르는 일을 가리켜 ‘칼질’이라 해요. 그런데 어른들은 이 칼을 놓고 좀 엉뚱한 몇 가지 말을 써요. 먼저 ‘부엌칼’이라 안 하고 ‘식도·식칼’이라 하기도 하는데, ‘식도’에서 ‘식(食)’은 ‘밥’을 뜻하고, ‘도(刀)’는 ‘칼’을 뜻하는 한자예요. 그러니 ‘밥칼’이라는 뜻으로 ‘식도’라 하는 셈이지만, 한국말은 ‘부엌칼’이에요. 빵집이나 햄버거집에서는 어린이가 빵이나 햄버거를 먹기 좋도록 칼로 잘라서 주기도 하는데, 이때에 ‘커팅칼’로 자른다고 흔히 말해요. ‘칼’은 자를 적에 쓰고 ‘커팅(cutting)’은 ‘오리다’나 ‘자르다’를 뜻하는 영어예요. 그러니 “자름칼(자르는 칼)로 빵을 자른다”고 말하는 셈이니 어딘가 얄궂지요. 그냥 ‘칼’이라고 하든지 ‘빵칼’이라고 해야 올발라요. 칼로 무엇을 자르는가를 살펴서 알맞게 칼 이름을 붙일 노릇이에요. 4349.1.2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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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연 然


 학자연

→ 학자인 척

→ 학자인 체

→ 학자인 듯

→ 학자인 양

→ 학자라도 된 듯

→ 학자처럼

→ 학자같이


  ‘-연(然)’은 “‘그것인 체함’ 또는 ‘그것인 것처럼 뽐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체하다’나 ‘-인 듯 뽐내다’라는 말마디를 붙여서 쓰면 돼요. ‘척하다’를 붙여서 쓸 수 있고, ‘-처럼’이나 ‘-같이’를 붙여서 쓸 수 있어요. 때로는 ‘티’나 ‘흉내’나 ‘시늉’ 같은 말을 붙여 볼 만합니다. 2016.2.15.달.ㅅㄴㄹ



꽤나 道學者然한다고

→ 꽤나 도학자인 척한다고

→ 꽤나 도학자 흉내를 낸다고

→ 꽤나 도학자 티를 낸다고

→ 꽤나 도학자인 듯하다고

→ 꽤나 도학자 흉내를 낸다고

《리영희 외-70년대의 우수》(청람,1980) 189쪽


식자연하는 말투

→ 식자인 체하는 말투

→ 아는 체하는 말투

→ 안다고 뽐내는 말투

→ 아는 듯 뽐내는 말투

《스티븐 핀커/김한영 옮김-언어본능》(그린비,1998) 89쪽


지식인연하지 않고

→ 지식인인 척하지 않고

→ 지식인인 체하지 않고

→ 지식인인 듯하지 않고

→ 지식인같이 굴지 않고

→ 지식인 흉내를 안 내고

《이명원-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새움,2004) 169쪽


작가연하지 않아도

→ 작가인 척하지 않아도

→ 작가라도 되는 듯 뽐내지 않아도

→ 작가 티를 내지 않아도

→ 글쟁이 시늉을 하지 않아도

→ 글꾼 티를 내지 않아도

→ 글쓰는 냄새를 풍기지 않아도

→ 소설을 쓴다 말하지 않아도

→ 글쓰는 사람이라 밝히지 않아도

→ 글쓰며 살아간다 하지 않아도

《서영은-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문학동네,2010) 14쪽


예술가연한 사람들이 많다

→ 예술가인 척한 사람들이 많다

→ 예술가인 체한 사람들이 많다

→ 예술가로 군 사람들이 많다

→ 예술가인 듯 군 사람들이 많다

→ 예술가처럼 군 사람들이 많다

→ 예술가 노릇을 한 사람들이 많다

→ 예술가 시늉을 한 사람들이 많다

《장정일-장정일의 악서총람》(책세상,2015) 388쪽


(최종규/숲노래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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