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숲놀이 (2022.5.13.)

― 고흥 〈더바구니〉



  지난 삼월에는 고흥 마을책집 〈더바구니〉로 시골버스를 타고서 돌고돌아 찾아간 뒤, 다시 돌고돌아 집으로 왔습니다. 시골에서 시골로 오가는 길은 시골에서 서울 다녀오는 길보다 멀기 일쑤입니다.


  큰고장이나 서울이야 사람이 워낙 많으니 버스가 많을 뿐 아니라, 전철을 새로 놓고, 마을버스도 많아요. 더구나 얼마 안 기다리면 버스도 전철도 와요. 이와 달리 시골은 사람이 적은 만큼 시골버스도 뜸하고, 내리는 곳도 띄엄띄엄 멉니다.


  시골에서 살며 부릉이(자동차)를 몰지 않는 사람은 드뭅니다. 부릉이가 있으면 틀림없이 시골에서 여기저기 다니기 수월합니다. 그러나 시골에서까지 부릉이를 몰면 빈터를 잡아먹고 풀밭이 사라집니다. 시골에서조차 부릉이를 몰면 나무가 설 자리가 줄고, 아이들이 뛰놀 자리에 풀죽임물(농약)을 마구 퍼부어요.


  시골에서는 두 다리를 바탕으로 자전거를 달리면서 살아갈 적에 느긋하면서 넉넉하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시골버스를 알맞게 타면 즐겁고, 이따금 택시를 타면 돼요. 오늘은 〈더바구니〉로 자전거를 달려갑니다. 두 아이가 많이 어릴 적에는 이따금 도양읍이나 나로섬까지 자전거에 태우고서 마실을 다녔습니다. 아이들을 태운 자전거로는 발포 바닷가하고 천등산 골짜기를 가장 자주 다녔어요. 구암 바닷가하고 멧자락을 타는 길도 들딸기를 훑으러 늦봄하고 첫여름에 즐겨다녔고요.


  도화면 동백마을부터 달리는 자전거는 풍양읍 깔딱고개에서 살짝 쉽니다. 이 깔딱고개는 들딸기밭이거든요. 저절로 돋은 들딸기가 있고, 제가 슬쩍슬쩍 던져서 심은 들딸기가 있습니다. 널리 퍼지기를 바라면서 해마다 조금씩 옆으로 던져 주곤 해요. 우리 집 아이들도 누리고, 〈더바구니〉 책지기님한테도 드리려고 빈 통을 챙겨서 바지런히 들딸기를 훑습니다. 이러고서 다시 신나게 달립니다.


  우리 집부터 도양읍(녹동) 마을책집 사이는 30킬로미터가 조금 안 됩니다. 제 자전거로 50분이면 달릴 길입니다. 이 길을 큰고장으로 친다면, 인천 하늬녘 끝인 동인천역부터 서울 마포구 합정역 사이라 할 만해요. 큰고장은 시골과 달리 건널목이 많기에 인천하고 서울 사이를 자전거로 달리자면 1시간 즈음 걸리더군요.


  책집까지 자전거로 잘 달렸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함박비가 쏟아져요. 아까 들딸기를 훑던 깔딱고개 길섶에서 뾰족이를 밟았는지 앞뒤 바퀴가 나란히 터지기도 합니다.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자전거를 끕니다. 두 시간 반 즈음 걸으니 집에 닿아요. 숲하고 노는 책살림을 그리는 〈더바구니〉를 책이웃으로 삼으려니, 이렇게 빗방울 맛을 듬뿍 느끼는 셈일까요. 노래를 흥얼흥얼 부르며 걸었습니다.


ㅅㄴㄹ


《무심하게 산다》(가쿠타 미쓰요/김현화 옮김, 북라이프, 2017.3.25.)

《봄 선물이 와요》(도요후쿠 마키코/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21.1.20.)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모든 새날 (2022.5.24.)

― 인천 〈나비날다〉



  우리가 쓰는 말은 모두 누가 지었습니다. “누가 지었다”처럼 말할 수는 있되, 이 ‘누’가 누구인지는 뚜렷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웃나라도 매한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쓰는 말은 그저 “사람들이 지었”어요. “말을 지은 사람들”은 스스로 이름을 드러내거나 남기지 않았어요. “말을 지은 사람들”은 “모든 말에 서로 사랑하고 아이들한테 사랑씨앗을 물려준다는 마음”만 남겼습니다.


  오늘날은 영어로 “브랜드 네이밍”이라 하면서 ‘이름짓기’를 꽤나 쏠쏠히 장사로 벌입니다. 잘 지은 이름 하나가 돈을 어마어마하게 끌어모은다고 합니다. 곰곰이 보면 사람한테 붙이는 이름뿐 아니라, 모임이며 나라이며 일터이며 살림에 붙이는 이름이 수두룩해요.


  지난날에는 “말(이름)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가 굳이 안 남겼다”면, 오늘날에는 말(이름)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가 따로 밝히고 틀(상표·저작권법)에 집어넣”어요.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일 텐데, 옛날이 좋고 오늘날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저 오늘날에는 말을 다루고 이름을 붙이는 즐거운 마음이 확 사라졌을 뿐입니다.


  인천 배다리 여러 마을책집을 돌면서 ‘우리말 참뜻찾기 이야기밭, 우리말꽃 수다마당 : 우리말 어원풀이 이야기’를 펴기로 합니다. 5월 24일 불날 19시에 인천 배다리 〈나비날다〉에서 첫수다를 열고, 9월까지 다달이 다섯걸음을 내딛습니다.


  가벼이 여는 우리말 참뜻찾기 첫자리에서는 ‘구두’라는 낱말을 살그머니 얹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우리말에서 비롯했다고 여기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본말에서 비롯했다고 여기는 ‘구두’인데, 우리는 우리 삶자취를 돌아보면서 말밑을 살피면 됩니다. ‘굳다·굽’을 보면 알 만하지요. ‘꿋꿋·꼿꼿·꾸준히·꼰대’로 잇는 낱말을 살필 만하고, ‘꼭·꽂다·꼬마·꼴찌·꼭두·꼬리·꽃’으로 흐르는 말결을 짚을 만하고, ‘꼭두머리·꼭두각시’를 생각할 만합니다.


  좋은말이나 나쁜말은 없습니다. 모든 말은 삶을 드러내는 ‘삶말’입니다. 이리하여 ‘모시’라는 풀에서 실을 얻어 짓는 ‘모시옷’을 헤아리면서 ‘못·모내기·목·몸’에 ‘모으다·길목·몰다’가 얽힌 수수께끼를 즐거이 풀 만해요.


  수수한 우리말 ‘가시내·머스마’에는 어떤 깊이하고 너비가 깃들까요? 쉬운 우리말부터 말뜻하고 말밑하고 말결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말하기뿐 아니라 글쓰기 실마리를 열지 않을까요? 모든 하루는 새날입니다. 한 해에 하루만 새날(생일)일 수 없어요. 한 해가 언제나 새롭게 빛나는 나날이에요. 다 다른 자리에서 다 다르게 지은 살림으로 다 다르게 빛나는 말이 태어났어요. 오늘을 보면 모레가 환합니다.


ㅅㄴㄹ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김해자, 한티재, 2022.3.21.)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이설야, 창비, 2022.5.27.)

《보통의 우리》(박서련·조우리·한정현·황모과, 인타임, 2022.5.4.)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숲노래·최종규·사름벼리, 스토리닷, 2017.12.7.)

《쉬운 말이 평화》(숲노래·최종규, 철수와영희, 2021.4.2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책숲마실


강연 (2022.7.26.)

― 인천 〈그림책방 마쉬〉



시골집에서 길을 나서는 새벽녘에 마을 할매를 만나면 “어이, 어디 가나?” 하고 물으십니다. 부산이나 인천이나 대전에 가더라도 “네, 서울에 갑니다.” 하고 말합니다. “좋은 일 많은갑네?” 하고 물으시면 “네, 여기저기 강의를 하러 다닙니다.” 하고 말합니다. “그렇게 일 다니면 좋제. 잘 댕겨 오쇼.”


제가 하는 일을 잘 모르는 사람한테는 그냥 ‘강의·강연’이라 말하고, 이야기를 펴는 자리에서는 ‘이야기꽃·이야기밭’이라 말합니다. 제가 하는 일인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일을 헤아리는 이웃님을 만날 적에는 ‘책수다·글수다·살림수다·숲수다’를 함께한다고 말합니다.


어른 사이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강의·강연’ 같은 한자말이 떠돌지만, 어린이한테는 도무지 안 어울립니다. ‘북토크’도 어린이 앞에서 못 쓸 말입니다. ‘도서전’이나 ‘책축제’도 어린이 곁에서 섣불리 못 쓸 말이에요. 일본스런 한자말이나 영어가 나쁘기에 어린이한테 안 써야 하지 않습니다. 우리말이 아닌 말은 어른으로서도 어린이한테도 생각을 북돋우는 길을 밝히지 못 할 뿐입니다.


어른들은 ‘대화·상담·토론·토의’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자꾸 쓰는데, 어린이가 이런 말을 알아듣거나 하나하나 가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런 한자말 밑뜻을 찬찬히 못 짚을 뿐 아니라, 우리말 ‘말’이 어떤 뜻이요 말밑(어원)인지 하나도 못 읽는데다가 ‘이야기’가 어떤 뜻이고 말결이며 말씨인지 도무지 생각조차 안 하고 살아간다고 느낍니다. ‘수다’란 우리말이 왜 ‘수다’인지 모르고요.


생각을 마음에 담는 소리이기에 ‘말’입니다. 서로 이으면서 주고받는 길에 흐르는 말이기에 ‘이야기’입니다. 서로 생각을 실컷 나누려고 너나없이 말을 잔뜩 하기에 ‘수다’입니다.


우리말 ‘말·마음·마을’은 말밑이 같습니다. 우리말 ‘이야기·잇다·일다·일’은 말밑이 같아요. 우리말 ‘수다·숲·수수하다·숱하다·수북하다’도 말밑이 같지요. 얽고 맺는 우리말을 하나씩 짚으면서 어린이 눈빛으로 생각을 나눈다면, 우리는 앞으로 ‘강의·강연’이 아닌 ‘말빛잔치’를 펴고 ‘이야기바다’를 누리는 즐겁고 상냥한 어른으로 새롭게 설 만하다고 봅니다.


요새 “매미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하고 말하는 어른들을 자주 보았습니다. 모르는 남이라면 지나치고, 알 만한 이웃이라면 “부릉부릉 시끄럽고 매캐한 서울(도시)에 숲빛을 밝히려고 우렁차게 노래합니다.” 하고 여쭈어요. 인천 배다리에서 저녁에 이야기꽃을 펴려고 온 길에 〈그림책방 마쉬〉에 들르려고 한참 기웃기웃 서성였으나 세 시간 넘게 “강연 中”이라고 붙어서 하늘바라기를 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한 줄을 (2022.5.2.)

― 대구 〈bookseller 호재〉



풀밭 한복판에 선 우람한 나무는 누구나 기운을 푸르게 받는 쉼터라고 느낍니다. 마을 한켠에 선 책집은 누구나 생각을 맑게 짓는 이음터라고 느껴요. 책숲(도서관)은 책 하나를 여러 사람이 돌려읽거나 빌려읽으면서 빛나는 자리입니다. 헌책집은 책 하나를 오직 한 사람이 물려받듯 만나서 장만하기에 빛나는 터예요. 책숲은 마을이나 나라에서 한뜻이 되어 ‘손길책’을 이루는 곳이라면, 헌책집은 책집지기하고 책손 두 사람이 한사랑이 되어 ‘손빛책’을 나누는 데라고 느낍니다.


새책집은 어떤 숨결일까요? 큰 새책집은 온갖 책을 고루 갖추어 책바다를 베푸는 품입니다. 작은 새책집은 살림자리에 살뜰히 추려서 두고두고 곁에 둘 책 하나를 조촐히 갖추어 책밭을 짓는 품입니다.


책집마다 뜻이 다르고, 마을마다 자취가 다르고, 사람마다 마음이 다릅니다. 다 다른 뜻이며 자취며 마음은 언제나 숲에서 태어납니다. 책숲(도서관)도 책집(책방·서점)도 숲이라는 바탕을 품고서 보금자리를 일구어 살아갈 사람이 푸른넋으로 오늘을 바라보고 사랑하려는 생각을 씨앗처럼 심는 쉼터라고 느껴요.


대구 저잣골목 어귀에 새롭게 여는 〈bookseller 호재〉를 찾아갑니다. 이제 막 자리를 여는 헌책집 담에는 붉은빛으로 감싼 ‘김수영 노래책(시집)’이 있습니다. 김수영 님이 남긴 글에 ‘풀’이 있고, ‘쏠(폭포)’이 있습니다. 풀이란, 숲을 이루는 푸른 바탕이고, 쏠이란, 바다로 나아가는 맑은 물길입니다. 김수영 노래책을 담에 놓아 내보이는 이곳은 바람을 품는 풀빛 같은 책을 만날 만할 테고, 바다를 그리는 쏠빛 같은 글을 마주할 만할 테지요.


오늘 새벽에 ‘이시무레 미치코’ 님 글살림 이야기를 노래꽃(동시)으로 써 보았습니다. 이웃나라 글순이였던 이녁이 남긴 《슬픈 미나마타》하고 《신들의 마을》은 우리말로도 나왔는데 참 안 읽혔어요. 마을·사람·바다·숲·어린이·풀꽃나무·숲짐승·하늘·시골을 사랑하는 숨결을 글로 옮겼고, 벼슬꾼(공무원)·글바치·먹물·돈꾼이 얼마나 어리석은 굴레에 스스로 갇히는지를 글로 담았어요.


책은 한낱 종이꾸러미가 아닙니다. 책은 고작 글묶음이 아닙니다. 책은 숲에서 푸르게 자라고 살아가던 나무를 옮긴 꾸러미입니다. 책은 우리가 스스로 살림을 짓는 사랑으로 아이들한테 물려주는 삶을 여민 묶음입니다. 여러 사람 손을 타면서 새롭게 반짝이는 손빛책(헌책)입니다. 마음으로 이웃할 책손을 헤아리는 책집지기는 오늘도 ‘새로운 헌책’을 다독이고 보듬습니다. 책짐을 한가득 짊어지고서 대구버스나루에서 광주버스나루를 거쳐 고흥으로 한밤 별빛을 안고서 돌아갑니다.



《이게 다예요》(마르그리트 뒤라스/고종석 옮김, 문학동네, 1996.3.14.첫.1996.3.25.2벌)

《몽실 언니》(권정생, 창작과비평사, 1984.4.25.첫/1990.8.25.고침/1990.9.25.고침2벌)

《마음길》(최종두, 교음사, 1988.1.10.)

《밥장님! 어떻게 통영까지 가셨어요?》(밥장, 남해의봄날, 2019.8.25.)

《내가 만난 하나님》(김승옥, 작가, 2004.5.3.)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오탁번, 청하, 1985.8.30.첫/1987.7.10.2벌)

《만우절》(찰스 램/조경희 옮김, 자유문학사, 1987.2.10.)

《한 자락 바람이 되고파》(임선희, 자유문학사, 1986.8.30.)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책숲마실


순이돌이 (2022.5.2.)

― 대구 〈럼피우스의 책장〉



  아침볕이 뜨거운 대구 골목을 걸어서 〈럼피우스의 책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해가 알맞게 들고 호젓한 자리를 느긋이 누리려는데, 이 골목으로 부릉이(자동차)를 모는 아저씨가 미닫이를 열고서 “이 새끼들아 비켜!” 하고 외칩니다.


  아이도 어른도 길을 한 줄로 걸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봄볕을 누리는 골목길이니, 두엇이 나란히 서서 함박웃음으로 이야기꽃입니다. 조용조용 느긋한 골목에 난데없이 부릉부릉하더니 거친말로 윽박지르는 저 사내는, 대구 푸름이한테 어떤 씨앗을 심었을까요?


  크게 부릉거리며 가로지르는 저 사내는 왜 큰길 아닌 골목길로 굳이 비집고 들어와서 사납게 막말을 쏟아부어야 했을까요. 대구뿐 아니라 고흥도 매한가지요, 서울도 광주도 똑같습니다. 부릉이에 앉아 손잡이를 쥔 숱한 사람(순이돌이 모두)들은 어린이나 푸름이가 느긋이 걷는 골목길에서 도무지 안 기다립니다. 게다가 이 쇳덩이를 거님길에 함부로 세우지요.


  이름은 ‘어른’이되 어른스럽지 않은 늙은이(기성세대)가 보이는 볼꼴사나운 짓을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물려받는다고 느낍니다. 어떤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이처럼 볼썽사나운 늙은짓하고 등지면서 부릉종이(운전면허증)를 아예 안 따고 걷습니다.


  마을책집 〈럼피우스의 책장〉은 바바라 쿠니 님이 남긴 《미스 럼피우스》에 나오는 ‘럼피우스 어린이·젊은이·아줌마·할머니’ 삶에서 딴 이름입니다. 둘레에서 저한테 “숲노래 씨가 아름책(최고 명작) 하나를 얘기(추천)한다면?” 하고 물으면 “하나만 꼽으라는 말씀은 책을 읽지 말라는 얘기이고요, 《생쥐와 고래》에 《미스 럼피우스》에 《펠레의 새 옷》에 《꼬마 도깨비 오니타》에 《작은 새가 좋아요》 같은 그림책 다섯을 곁에 두고서 즈믄벌(1000 번)쯤 되읽었으면, 다른 책을 찾아서 읽을 만합니다.” 하고 들려주곤 합니다.


  책은 더 많이 읽어야 할 까닭이 없고, 글책만 높이 사야 하지 않습니다. 그림책 말고 어른이 읽을 책을 꼽아 달라고 자꾸 조르면 “만화책을 보셔요. 《불새》랑 《불랙잭》이랑 《우주소년 아톰》을, 《나츠코의 술》이랑 《우리 마을 이야기》를, 《이누야샤》랑 《은빛 숟가락》을, 《도토리의 집》과 《머나먼 갑자원》과 《천상의 현》을, 《맛의 달인》과 《에어리어 88》과 《권법소년》(후지와라 요시히데)을 온벌(100 번)쯤 되읽었으면, 그때 다른 책을 읽으셔요.” 하고 속삭여요.


  숲빛이기에 순이(여성)입니다. 동무하며 돌보기에 돌이(남성)입니다. 어깨동무하는 살림을 짓는다면 종이책이 없어도 누구나 아름답고 사랑입니다.


ㅅㄴㄹ


《에코의 초상》(김행숙, 문학과지성사, 2014.8.18.첫/2021.10.6.9벌)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박우란, 유노라이프, 2020.7.20.첫/2021.12.6.19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