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21.


《식민지 한자권과 한국의 문자 교체》

 임상석 글, 소명출판, 2018.12.31.



이달 5월 부산 이야기꽃마실을 하며 이틀을 묵은 ‘몽베르’ 지기는 “평일에는 5만 원인데, 주말에는 6만 원 받는데 미안합니다.” 하고 얘기한다. 숲노래 씨는 앞으로도 이 길손채에서 묵으려 한다. 걷는다. 부산 중앙동·광복동은 사람물결이다. 부산 사투리에 서울말에 여러 나라 말이 춤춘다. 그늘길은 붐비고, 볕길은 한갓지다. 따스한 오월볕을 듬뿍 누리려는 사람이 드물지만 ‘조금은 있’다. 거님길을 다 차지하고서 휘적휘적 걷는 사람을 비켜서 지나가려다가 오른목뒤를 삐끗하다. 부산 사상에서 고흥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여기에서도 볕자리만 한갓지고, 그늘자리는 우글우글하다. 볕자리 기둥에 괭이꽃이 돋았다. 고흥읍에서 버스를 내려 기다린다. 18시 30분 시골버스를 타고 마을 앞에 내리니 개구리랑 뻐꾸기가 노래로 반긴다. 우리 보금자리에 짐을 푼다. 《식민지 한자권과 한국의 문자 교체》를 읽었다. 이 책에 나온 한자말을 한자를 드러내어 적으면 ‘일본책’하고 똑같으리라. 우리는 아직 ‘우리글’을 안 쓰거나 못 쓴다. ‘무늬만 한글’을 쓴다. ‘국어 교사’는 있되 ‘우리글 길잡이’는 없다. ‘치레하는 글꾸밈’은 책도 얘기(강의)도 넘치지만, ‘스스로 사랑하며 살림하는 숲빛으로 글쓰기’는 아주 작은 씨앗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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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20.


《어린이의 눈으로 안전을 묻다》

 배성호와 다섯 사람, 철수와영희, 2023.5.5.



아침나절에 느긋이 보수동 책골목으로 걸어간다. 12시 무렵부터 〈국제서적〉하고 〈충남서점〉하고 〈우리글방〉 세 곳을 들러 책을 읽고 장만한다. 오늘은 책마실 발걸음을 하는 분이 꽤 많구나 싶다. 흙날(토요일)이어서 그런 듯싶다. 15시에 〈대영서점〉 앞에서 이야기이웃을 만난다. 오늘은 ‘부산 보수동 책골목’을 온몸으로 느끼도록 책집 한 곳에 깃들어 골골샅샅 누비는 책빛을 나눈다. 그런데 ‘부산 참여연대’ 분들이 책골목에서 마이크를 잡고 떠들기에 “책골목에서 책 보는 분들한테 시끄러우니 낮게 말씀하셔요.” 하고 여쭈었다. 들물결(시민운동)을 하는 분들이면서 책골목에서 책을 안 사읽고 시끌소리만 낸다면 안쓰럽다. 책집도 책골목도 ‘문화탐방 답사지’로 눈구경만 하고서 지나가는 데일 수 없다. ‘부산문화유산 해설가’인 어느 분은 어린이를 잔뜩 이끌고서 쩌렁쩌렁 떠드는데, 이분도 아이들하고 ‘책을 골라서 사읽는 일’은 없이 떠들기만 하고 간다. 《어린이의 눈으로 안전을 묻다》를 읽었다. 숲노래 씨는 아이들한테 ‘안전’을 얘기하지 않는다. 늘 ‘오늘·하루·꿈·사랑·숲·별·새’를 얘기한다. ‘안전함·안전하지 않음’이 아닌, 아이어른 스스로 마음에 품을 참다운 숨빛을 들려주고 나눠야지 싶다.


이 책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왜 아이들한테 ‘사랑’에 앞서

‘안전’이나 ‘성교육’을 해야 할까?

왜 아이들하고 ‘숲’이며 ‘새’를

함께 누릴 즐거운 하루를 그리지 않고서

‘교육’과 ‘지식’과 ‘직업’부터

시켜야 할까?

우리는 다들 크게 놓치면서 잊지 않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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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9.


《아빠처럼》

 프랭크 애시 글·그림/김서정 옮김, 마루벌, 2008.1.26.

  


밤 한 시부터 하루를 연다. 이모저모 일을 마치고서 이웃마을로 걸어간다. 아침 07시 40분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옆마을로 걸으며, 또 시골버스로 읍내를 가며, 어느새 개구리·새·풀벌레 노랫가락이 사그라든다. 09시 10분에 부산 가는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글을 쓰다 보니 내릴 무렵. 전철로 갈아타고서 수영에서 내린다. 골목을 걷는다. 〈예스24 F1963〉 앞에 이르고서 둘레 풀숲을 보다가 멀리서 내 쪽으로 날아오는 까망이를 본다. 먼지처럼 작다가 깨알만 하다가 파닥이는 날갯짓이 또렷하다. 제비로구나. 부산에 깃든 제비 한 마리는 이마에 날갯바람을 남기고 훅 골목을 가르더니 사라진다. 〈카프카의 밤〉을 들르고서 〈비온후〉에 닿는다. 이야기꽃을 느긋느긋 펴니 어느새 해가 기운다. 《아빠처럼》은 무척 아름다운 그림책이다만, 옛판은 사라졌고, 새판도 얼마 사랑받지 못 했다. “아빠처럼”이라지만, 가만히 보면 “아빠랑 엄마처럼, 또 나처럼, 그리고 하늘과 별빛과 새처럼, 여기에 숲처럼”이라는 여러 숨결이 나란히 흐른다. 아름그림책도 얼마든지 판이 끊어질 수 있으나, 아름책이 눈길을 덜 받거나 못 받는 나라라면, 우리 앞길에 빛이 없이 빚더미가 있는 셈이지 싶다. 우리는 아름책 아닌 어떤 책을 손에 쥐는가?


#JustLikeDaddy #FrankAsch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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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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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8.


《봉선화가 필 무렵》

 윤정모 글, 푸른나무, 2008.9.1.



하루 내내 시원스레 쏟아지는 비를 본다. 늦봄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하늘먼지를 씻기도 한다. ‘다솜’이라는 낱말은 어떤 말밑인가를 헤아리다가, ‘아지랑이·지렁이’ 말밑을 헤아렸다. ‘흐뭇하다·흐르다·흙’이 얽힌 실타래도 풀었다. 머잖아 ‘고흥 꿈꾸는 예술터’랑 고흥 어린이·푸름이하고 함께하는 ‘노래노래(시문학 수업)’를 펼 생각이다. ‘노래꽃수다’ 같은 이름도 떠올리고 ‘노래노래’ 같은 이름도 헤아린다. 노래(시)를 노래(강의)하는 셈이라고 할까. 《봉선화가 필 무렵》을 읽었다. 꽃할매 이야기를 찬찬히 담아내었다고 느끼면서도 조금 아쉽다. 모든 꽃은 피고 지는데, 좋거나 나은 쪽이란 따로 없고, 나쁘거나 궂은 쪽도 따로 없다. 삶이라는 길이 있고, 이 삶길에는 눈물웃음이 나란히 흐른다. 하루에는 밤낮이 있고, 물결은 오르내린다. 우리는 암수라는 두 가지 몸이 있다. “왜 둘뿐이냐? 사이도 있지 않느냐?” 하고 되물을 만할 텐데, 푸나무는 ‘꽃’하고 ‘씨앗’이라는 두 길이 있다. 둘 사이는 틀림없이 있괴, 꽃은 꽃이고 씨앗은 씨앗이다. 암은 암이고 수는 수이다. 그리고, 꽃은 씨앗을 품고, 씨앗은 꽃을 품는다. 암에는 숫빛이 서리고, 수에도 암빛이 감돈다. ‘가름’ 아닌 ‘함께’인 밤낮이자 암수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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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8.


《원시별》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 2023.6.15.



해가 날 틈이 드문 채 비가 쏟아지니, 우리 책숲 곳곳에 빗물이 샌다. 빗방울은 잘못한 일이 없다. 숲을 밀어대면서 서울(도시)을 늘린 우리 스스로 모든 ‘이아치기’를 일으켰다. 멧기슭 우람나무를 뽑아대고서 햇볕판(태양광패널)을 박은 사람은 누구인가? 빠른길을 자꾸 뚫는 사람은 누구인가? 골프터를 자꾸 짓는 사람은, 잿더미(아파트 단지)를 자꾸 늘리는 사람은, 쇳덩이(자동차)를 모는 사람은, 풀죽임물(농약)·비닐을 못 끊는 사람은, 서울내기라는 옷을 안 벗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모두를 흘려넘기거나, 이 모두에 깃든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우리이다. ‘물폭탄·게릴라성 호우·극한호우’란 없다. 그저 ‘빗질을 하고 비질을 하듯 모든 앙금과 쓰레기와 부스러기를 씻어서 새롭게 빚는 길을 이루어 푸른별을 빛내려는 빗줄기’가 있을 뿐이다. 《원시별》을 읽었다. 1950년 6월 피비린내를 미움이 아닌 사랑으로 풀어낼 적에 우리 스스로 앞으로 한 발짝 디딜 수 있다는 이야기를 부드러이 여미었다. ‘숲노래 2023년 올해책’으로 마음에 둔다. 빈틈이나 아쉬운 대목도 있으나, 빈틈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빈틈을 가리거나 속이기에 얄궂은 길로 뒤틀린다. 우리는 서로 비우면서 빚고 빛나는 빗방울로 하나인 바다요 바람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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