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30.


《독립정신》

 이승만 글, 태평양출판사, 1954.7.15.



등허리가 찌릿찌릿하다. 구름이 짙은 하루이다. 아침에 초피나무 가지 끝에 붙은 매미 허물을 보았다. 우리 집 매미노래가 우렁차다. 저녁에는 모기그물을 갈았다. 열두 해 만이겠지. 바람이 싱그럽고 비가 가볍게 오려나 싶다. 조용히 쉬는 하루가 가만히 흐른다. 《독립정신》을 더듬더듬 읽어 보았다. 1954년에 나온 판을 이웃님이 건네주었다. 이승만이라는 분은 우리말을 잘 쓰지 못 했고, 한글도 잘 다루지 못 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하면, 나라지기를 맡은 이들 가운데 우리말하고 한글을 옳게 살피며 알맞게 다루는 이가 여태 하나라도 있었을까? 숱한 벼슬아치 가운데에는 몇이나 우리말하고 한글을 찬찬히 가누거나 슬기롭게 펼까?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 길잡이조차 우리말하고 한글을 엉터리로 쓰기 일쑤이다. 글을 쓰거나 다루는 자리에서 일하는 적잖은 이들이 ‘말글 = 삶넋’인 줄 제대로 안 들여다보곤 한다. 글하고 동떨어진 채 스스로 삶을 지으며 말로 살아가는 이들은 엉터리인 말은 좀처럼 안 쓴다. 다만, 힘꾼이나 돈꾼한테 붙는 ‘말로만 일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은 글바치하고 매한가지이더라. 나라지기라는 자리에 서려면, 무엇보다도 우리말 우리글을 우리 숨결로 슬기롭게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할 텐데, 글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9.


《신해철의 쾌변독설》

 신해철·지승호 이야기, 부엔리브로, 2008.3.7.



제주 〈노란우산〉으로 보낼 꾸러미를 추스른다. 선보이는 노래판이 서른이고, 작은판에 옮겨 ‘드리는 노래판(선물용 동시판)’을 똑같이 서른 자락 삼는다. 하나씩 옮겨쓰는데 손목이 아프고 오래 걸린다. 스무 자락을 채우고서 부랴부랴 꾸러미를 싸서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달려가니 18시. 우체국 일꾼은 스르륵 닫다가 숲노래 씨를 보고서 열어 주셨다! 열 자락은 이튿날 써서 달날(월요일)에 부치기로 하자.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 쓰러진다. 그나저나 ‘노래그림잔치(동시전시)’를 알리는 종이에 틀린글씨가 있더라. 끝까지 못 알아챘네.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읽었다. 신해철 님이 책을 쓴 줄은 몰랐다.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내는구나 싶은데, 푸른배움터를 다닐 적에 또래를 두들겨패기도 했다는 말을 서슴없이 적는다. 지나간 일이라 할 수 있고, 그무렵 안 때린 어른에 ‘반장’이나 야살이가 어디 있겠느냐 싶으나, 틀림없이 주먹다짐 없이 고요히 마음하고 몸을 다스린 또래가 있다. 힘·돈·이름을 부리지 않는 이들이 벼슬자리(공직)를 맡거나, 책을 쓰거나, 새뜸(신문·방송)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늘 쳇바퀴이리라. 이녁은 주먹질(학교폭력)은 사라져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거울에 비친 말이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8.


《심장 소리》

 정진호 글·그림, 위즈덤하우스, 2022.3.15.



새벽에 문득 ‘매미’ 이야기를 매미한테 마음으로 묻고서 노래꽃(동시)으로 옮긴다. 아침에 길손집을 나온다. 땡볕길을 걷다가 은행나무 곁에서 뒤집힌 채 맴도는 가녀린 매미를 본다. 살살 일으켜 나무줄기로 옮긴다. 서울 문래동 마을책집 〈청색종이〉로 찾아간다. 오늘은 안 연다기에, 문래동 골목을 거닐었다. 새롭게 ‘문화예술을 꾸미는 젊은이 일터·가게’가 늘어나는데, 예전부터 오래오래 ‘문화예술을 돌보고 가꾼 사람들 일터·가게’에는 무슨 이바지가 있을까? 서울에서 〈글벗서점〉을 들른다. 집심부름을 하려고 책짐을 이고 지고 안고서 달린다. 서두르며 달리기는 안 하고 싶다만, 재미나게 달리면서 놀려고 한다. 등에 가슴에 아기를 둘 업고 고이 안으면서 달린 듯하다. 두 아이를 업고 안으면서 달래고 노래하고 춤추던 지난날이 떠올라 웃는다. 쉼철(휴가철) 손님으로 꽉 찬 시외버스로 고흥으로 돌아간다. 《심장 소리》는 우리 집 작은아이가 반길 줄 알았으나 그냥그냥 읽고 내려놓더라. 음, 곰곰이 생각한다. 틀림없이 ‘잘 빚은’ 그림책이되, ‘달리기랑 걷기를 사랑하는 시골아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 한 대목을 헤아려 본다. 그래, ‘심장’보다는 ‘가슴’이 낫고, 그림에 땀냄새·바람빛·햇살이 아직 없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7.


《나선》

 장진영 글·그림, 정음서원, 2020.10.12.



인천 숭의동 용정초 앞에서 수봉산 건너 주안우체국으로 가려고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곧 오겠거니 하다가 40분을 기다렸다. 이만큼 기다릴 바에는 걸어가도 벌써 닿았겠네. 책짐을 부치고서 인천 서구 〈호미사진관 서점안착〉을 찾아간다. 다시 골목을 걷다가 인천지하철을 타고서 〈딴뚬꽌뚬〉으로 간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편다. 해가 진 이 고장도 별빛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제는 이 나라 시골조차 읍내는 ‘별빛밤’이 아닌 ‘불빛밤’이다. 그런데 오랜골목이 너른 인천은 불빛밤에 ‘잎사귀 찰랑이는 바다물결노래’를 들을 수 있구나. 개구리노래도 풀벌레노래도 멧새노래도 부릉소리에 잡아먹히는 큰고장이라지만, 거리나무나 마을나무가 우람한 곁에서는 밤바람이 나뭇잎을 간질이며 들려주는 잎노래가 아름답다. ‘민중만화’ 《나선》을 읽었다. 박정희에 이은 전두환 총칼나라(군사독재)를 뒤엎고픈 마음인 사람들이 어떻게 싸우고 얼마나 눈물지었는가 하는 줄거리를 담는다. 뜻깊기에 장만하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낡았거나 늙은 책이다. 그린이가 ‘밑사람’을 다루기는 했으나 ‘들사람’도 ‘숲사람’도 아니다. 밑바닥(하층민)이 아닌 ‘순이돌이(수수한 사람)’인 줄 스스로 느끼지 않는다면 글도 그림도 촛불물결도 낡아버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6.


《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

 청리 아이들 글·이오덕 엮음, 양철북, 2018.2.2.



이야기꽃을 펴러 길을 나선다. 고흥에서 안산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하루에 하나 있는 길이다. 마을책집 〈선들바람〉을 들른다. 안산버스나루에서 가까운 곳에 이토록 멋스러운 곳이 있구나. 책빛을 누리고서 수인선 전철을 탄다. 골목을 걸어 배다리에 닿는다. 〈그림책방 마쉬〉는 “강연 中”이라 붙여놓고 열지 않는다. 틀림없이 ‘강연’이 끝난 듯한데 안 여네. 〈나비날다〉하고 〈아벨서점〉에서 책을 읽는다. 일본책 《女工哀史》를 만난다. 한글판으로 《나의 여공애사》라 나온 적 있는 이 일본판을 한 자락 갖췄으나 매우 반갑기에 새로 장만한다. 저녁빛을 느끼면서 〈아벨서점 시다락방〉에서 이야기꽃을 편다. 나는 언제나처럼 부스러기(지식)는 말을 않는다. 오직 살림꽃을 지필 말씨앗을 들려준다. 시골에서 곁님·아이들하고 하루를 지으며 풀꽃나무·해바람비를 품는 길에 스스로 배운 말빛을 스스럼없이 나눈다. 《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를 올해에 두어 벌쯤 되읽고 큰아이더러 읽어 보라고 건네었다. 예전 멧골마을 어린이 글을 담은 이 아름책을 알아볼 어른 이웃은 드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으로 돌볼 뿐 아니라, 어른으로서도 사랑으로 살아가고픈 이웃이라면 바보틀(TV)를 끄고 이 책을 읽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