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0.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옥명호 글, 옐로브릭, 2018.4.10.



모처럼 늦가을비가 온다. 조용히 촉촉하게 온들을 적신다. 가늘게 내리면서 상큼하게 하늘을 씻는다. 늦은낮에 자전거를 몬다. 들길을 가르며 구름춤을 본다. 차츰 개면서 사라지는 구름은 썰물 같다. 밤이 오니 별이 한결 반짝인다. 시골집 책살림을 갈무리하면서 하루하루 보낸다. 자그마치 몇 해를 그대로 쌓아두었나 하고 어림한다. 책 한 자락에서 말 한 마디를 캐내고서 쌓고, 책 두 자락에서 말 두 마디를 훑고서 쌓으니 수북수북하다.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을 읽었다. 날마다 하루 15분씩 아이들 잠자리맡에서 소리내어 읽어 주었다지. 설마 싶지만, 잠자리맡에서 책만 읽으셨는지 모른다. 책을 15분 읽어 주었다면, 자장노래는 얼마쯤 불러 주었을까? 나는 두 아이를 돌보는 삶에 하루에 한 시간쯤은 책을 읽어 주었고, 노래는 하루 내내 불렀으며, 잠자리맡에서는 으레 두어 시간쯤 내리 불렀다. 여름에는 30분마다 일어나서 부채질을 했다. 글님이 아이들한테 어느 책을 읽어 주었건 다 좋은데, 《영리한 공주》나 《튼튼 제인》이나 《보리와 임금님》이나 《노랑 가방》이나 《너를 부른다》나 《블루 백》이나 《아나스타시아 1∼10》을 읽어 준다면 사뭇 달랐으리라. 아이 곁에서 어버이도 나란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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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9.


《조국은 하나다》

 김남주 글, 남풍, 1988.9.1.



능금이며 배를 장만하는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두 아이가 과일을 손수 깎아서 먹은 지 몇 해째일까. 꽤 된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고 싶은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버지한테서 부엌칼이나 과일칼을 받아서 석석 도리기를 했다. 처음에는 살점을 너무 많이 도렸으나 빙그레 웃으며 지켜보기만 했고, 이러기를 두어 해쯤 지나자 두 아이 모두 껍질을 얇게 도려내더라. 우리 집은 새랑 벌나비랑 개미랑 애벌레하고 열매를 나눌 뿐인데, 마을 할매들은 우리 감나무에 멧새가 내려앉아 감을 쪼는 모습을 보고서 수군거린다. 저녁에 넷이 둘러앉아 〈스타 트렉〉 한 자락을 함께 본다. ‘Q’가 사람몸을 입은 이야기가 재미있다. 《조국은 하나다》를 또 새로 장만해서 새로 읽었다. 처음 장만해서 읽던 무렵만 해도 이녁 노래를 읽은 이웃을 꽤 보았으나, 갈수록 이녁 노래를 읽은 이웃을 보기 어렵다. 목청을 내야 할 적에는 입을 다물고, 이름·돈·힘을 뽐내거나 거머쥐는 자리에서만 목청을 내는 글바치가 수두룩하다. 그럴밖에 없는 서울나라일 텐데, 삶글도 살림글도 사랑글도 숲글도 아닌, 이름글에 돈글에 힘글을 쓰려고 멋부리거나 치레하는 이 나라이다. “나라는 하나다”는 이제 옛말일 테지만, “별은 하나다”처럼 새롭게 말하고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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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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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8.


《나의 종이들》

 유현정 글, 책과이음, 2022.5.25.



어젯밤에 내놓은 미역국 냄비를 아침에 해가 오르면 들인다. 바깥은 너른 싱싱칸이다. 지난 시월부터 바깥마루는 밤새 밥냄비나 국냄비를 놓는 자리이다. 시골밤은 서늘하니까. 뒤꼍 감나무를 올려다보니 크고작은 새가 쪼아먹은 자국이 짙다. 반갑구나. 겨우내 잘 누리기를 바란다. 너희도 아껴서 누릴 테지. 밤구름은 물방울을 흩뿌린 듯하고, 사이사이 별이 반짝인다. 《나의 종이들》은 종이살림을 다루는 듯해서 눈여겨보았지만, ‘종이’보다는 ‘나’를 들여다보는 길에 눈을 맞추었더라. 모든 글에는 ‘나’가 들어간다. 누가 어느 글을 쓰든 ‘나’를 밝힐밖에 없다. ‘종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종이’를 더 다루면서, 어떤 종이에서 어떤 나를 보는가를 풀어낼 적에 빛나리라 생각한다. 책 한 자락을 엮을 적에는 벼리(차례)가 있다. 책에서 벼리란 ‘낱말책 올림말’하고 같다. ‘같은말이 겹치지 않’도록 벼리를 짜고,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을, 그야말로 다르게 풀며 나란히 어우르는 풀이’를 하듯 ‘책이라는 줄거리를 짜고 엮고 풀어낼’ 적에 ‘글쓰기’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는 일본사람이 ‘my’를 ‘私の’로 옮기며 번진 말씨이다. 우리말은 ‘내·우리’이니, “내 종이”나 “나와 종이”라 해야 어울린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 그런 말을 들으면 좋았다

→ 그런 말을 들으면 즐거웠다


다시 거기에 적합한 형용사를 골라주는 것은 사모님 몫이었다

→ 다시 알맞게 그림씨를 골라주시는 아주머님이었다

→ 다시 어울리도록 그림씨를 골라주시는 마나님이었다


자수성가로 사업을 일군 아버지는 집보다는 회사에 많은 투자를 했다

→ 맨손으로 일터를 일군 아버지는 집보다는 일에 많이 쏟아부었다


모두의 하루는 바쁘다

→ 모두 하루가 바쁘다


종이 위에 내 감정을 여과 없이 토해냈다

→ 종이에 내 느낌을 거리낌없이 밝혔다

→ 종이에 내 마음을 고스란히 쏟아냈다


이제껏 모아온 편지, 티켓, 원고 등의 지류는 내 본래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 이제껏 모아온 글월, 길쪽, 글종이 같은 종이로 내 참모습을 들여다보았다

→ 내 속모습을 이제껏 모아온 글자락, 삯쪽, 글종이 같은 종이로 들여다보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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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7.


《여름한 국어학원》

 변진한 글, 깨소금, 2022.10.24.



어느덧 하룻새 빨래가 다 안 마르는 철이다. 아침에 내놓아도 짧은 낮에 해를 듬뿍 먹이고서 들인 다음, 이튿날 늦은아침에 새로 내놓아 바짝 말린다. 그렇지만 전남 고흥은 포근한 나날이다. 겨울이 코앞이니 빨래가 천천히 마를 뿐. 들에는 바람이 제법 세구나 싶으나 우리 집은 나무로 둘러싼 터라 바람이 잔다. 나무는 여름에 보금자리를 시원하게 감싸고, 겨울에는 포근하게 어우르는 줄 잊은 사람이 많으리라 본다. 나무가 아름다운 줄 안다면 스스로 나무로 살림집을 두르는 길을 갈 텐데, 나무가 아름다운 줄 모르니 스스로 나무하고 등지는 삶으로 가리라. 《여름한 국어학원》을 읽었다. 책이름 그대로 ‘여름한 국어학원’을 열기까지 살아온 나날을 옮기고, 이 배움뜰(학원)을 꾸려온 나날을 담고, 이 터전을 접고서 세 사람이 새롭게 걸어가는 나날을 그린다. 모든 글에는 삶이 흐른다. 모든 삶은 마음에 담은 말로 나타낸다. 모든 말에는 마음이 도사린다. 모든 마음은 스스로 나아가려는 생각으로 가꾼 살림새를 비춘다. 모든 생각은 언제나 ‘나’를 드러내면서 ‘너’를 만나는 이야기를 이루고, 이 이야기는 스스로 지으려 하는 사랑으로 간다. 글쓰기란 삶쓰기·마음쓰기·생각쓰기·나쓰기·살림쓰기·사랑쓰기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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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6.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

 페스탈로치 글/김정환 옮김, 양서원, 1989.8.30.첫/2002.9.25.고침2벌



뒤꼍 매화나무하고 개오동나무에 앉아서 쉬는 비둘기 열 마리 즈음을 본다. 우리 집 뒤꼍이니 슬슬 풀내음을 맡으러 한 바퀴를 도는데, 가만히 나뭇가지에 앉았다가도 화들짝 놀라 날아가고, 또 한동안 서로 조용히 바라보다가 불현듯 날아가기도 한다. 슬슬 날아가서 이웃집 나무에 앉은 멧비둘기는 다시 우리 뒤꼍 나무로 날아와서 앉겠지. 우리 집은 나무 열매를 꽤 그대로 두기에 새한테 밥터요 쉼터요 잠터가 될 만하다. 귤 한 꾸러미를 장만하러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한 꾸러미 가운데 9/10은 작은아이 몫이다. 숲노래 씨 어릴 적을 돌아보면, 언니하고 내가 먹어대는 귤이며 과일을 대려고 어머니가 몹시 애쓰셨다고 느낀다. 다만, 과일꾸러미는 언니나 내가 나른다.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새로 읽는다. 페스탈로치 님 글자락은 1994∼1998년 사이에 거의 다 찾아내어 읽었고, 《린하르트와 겔트루드》를 마지막으로 찾아냈다. 페스탈로치란 이름을 알기는 하더라도 막상 이분 책이나 글을 읽은 사람은 드물더라. 굳이 ‘고전·명작’이란 이름을 안 붙여도 된다. ‘교육·육아·학습·훈육·훈련’ 따위가 아닌, “아이하고 살아가며 어른으로서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즐겁고 아름다이 짓는 길”을 밝혀 주는 별빛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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