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5.


《봄을 기다리는 날들》

 안재구·안소영 글, 창비, 2021.5.14.



해가 지면 겨울다운 찬바람이지만, 해가 뜨면 포근하구나 싶은 하루이다. 늦가을에 새로 줄기를 올리고 흰꽃을 피운 까마중이 까맣게 열매를 맺는다. 땅바닥에 붙듯 납작하게 퍼지면서 맺은 열매를 훑어 작은아이하고 나눈다. 톡 터지는 맛은 시원하면서 맑다. 큰아이하고 읍내로 저잣마실을 간다. 커피콩을 장만하고서 붕어빵을 한 꾸러미 산다. 우리나라는 붕어빵도 주전부리도 크기가 줄면서 값이 오른다. 왜 두 가지를 다 할까? 곰곰이 보면 종이책조차 빈자리가 늘고 글이 줄면서 값이 오른다. 줄거리도 알맹이도 허술한 책이 쏟아진다. 사람들이 글을 덜 읽기에 줄틈을 넓힌다지만, 읽는 사람은 늘 읽는데 책을 이 따위로 망가뜨려도 될까? 글씨를 키우거나 줄틈을 늘리지 말고, 알차고 야무지게 내놓아야 책을 곁에 둘 사람이 늘 텐데. 《봄을 기다리는 날들》을 읽고서 몹시 아쉬웠다. 아니, 민낯을 보았다. 오른날개(우파)에 있다는 이들은 ‘마땅하다는 듯이’ 아이들을 ‘높은길(고학력)’으로 민다면, 왼날개(좌파)에 있다는 이들은 ‘뒤에서 슬슬’ 아이들을 높은길로 미는구나. 두 날개를 퍼덕여야 하늘을 날되, 머리하고 몸하고 다리가 있어야 이 땅에 선다. ‘두 날개’는 머리·몸·다리를 등지거나 잊은 채 밥그릇 지키기로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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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4.


《아빠 꿈은 뭐야?》

 박희정 글·그림, 꿈꾸는늘보, 2021.12.24.



속모둠칸(내장 하드디스크)을 못 쓴 지 이틀. 우리말꽃을 엮으면서 글조각(문서파일)을 얼마나 잔뜩 쏟아내었는지 새삼스레 돌아본다. 틈틈이 갈무리(하드디스크 청소·정리)를 하면서 쉴 틈을 마련할 노릇인데, 이 대목에 마음을 안 썼다고 뉘우친다. 2013년 10월부터 열 해 내내 쉬잖고 달렸으니 뻗을 만하다. 집일을 하며 조용히 보낸다. 작은아이하고 장기를 여러 판 둔다. 이기려고 하면 지고, 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저 길을 놓고 살핀다는 마음이라면 질 일이 없다. 작은아이는 ‘길찾기·길놓기·길놀이’를 언제쯤 알아차릴까. 숲노래 씨도 어린날에는 작은아이처럼 ‘아득바득 이기려’는 마음에 사로잡힌 나머지 지고 또 지고 자꾸 졌다. ‘어떻게 해야 이기나’ 하고 생각할수록 이기는 길하고는 늘 멀었다. ‘아, 그냥 두자’ 하고 마음을 내려놓은 뒤부터 비로소 ‘지는 일’이 확 줄었다. 《아빠 꿈은 뭐야?》를 읽었다. 요즈막 그림책은 거의 ‘엄마 꿈’을 다루는 줄거리이다. 오래도록 억눌리고 짓밟힌 순이살림을 다루는 그림책은 반가우면서 허전하다. 우리가 오롯이 이룰 사랑은 순이돌이 모두 오늘을 새롭게 읽으면서 가꿀 앞길일 테니까. 집밖에서 헤매는 아빠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함께 살림을 할 적에 사랑이 싹튼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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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3.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김성광 글, 걷는사람, 2019.2.22.



속모둠칸(내장 하드디스크)이 멎는다. 아니, 뻗는다. 어찌해야 하나 헤매다가 언니한테 물으니 이제 낡고 닳아서 못 쓸 수 있다고 하더라. 서울 용산으로 가서 고치라 하는데, 서울길은 아득하고 전남 광주로 들고 간다. 오늘은 시골버스에서도 시외버스에서도 손글을 못 쓰다가 ‘되찾는’이란 이름으로 노래꽃 한 자락을 쓴다. 책을 조금 읽다가 덮고서 눈을 감는다. 광주 학동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달린다. 속모둠칸을 맡기고 11만 원을 밑돈(선금)으로 치른다. 속모둠칸도 자리셈틀(데스크탑)도 새로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고흥으로 돌아오는 캄캄길에 비로소 손글을 척척 쓴다. 두 시간 내내 손글을 쓰니 손목이 시큰하다만 개운하다. 귤 한 꾸러미를 장만한다.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을 읽었다. ‘바라다’는 ‘바람’이 이름씨꼴이고, ‘바래다’는 ‘바램’이 이름씨꼴이다. ‘바램(빛바램)’에 얽매이는 글쓰기라면, ‘꿈(바람)’처럼 ‘홀가분한(바람)’ 길이 아닌, ‘스스로 잃고 잊는(빛바래다)’ 굴레에 스스로 갇힌다. 스스로 배워서 새롭게 가려 하지 않기에 굴레요 쳇바퀴이다. 글꽃(문학)을 하는 이들이 말에 날개를 달지 않고 사슬을 채우려 한다면, 글도 삶도 넋도 죄 시들고 말리라.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인 1988년 바라다의 명사형을 바램에서 바람으로 바꾼다는 표준어 규정이 개정된 이후 한동안 나는 바램을 바람으로 쓰기 어려웠다 바램이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람보다 바램이 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바람과 바람/26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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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2.

《병아리, 위대한 작가의 탄생》
 다비드 칼리 글·다비드 메르베이유 그림/김영신 옮김, 빨간콩, 2021.1.20.


아침을 부천에서 연다. 〈그림책방 콕콕콕〉에 찾아가려고 전철을 탄다. 오류동에서 내려야 하는데 구로에서 내린 다음 “왜 없지? 어디 있지?” 하고 헤매다가 뒤늦게 알아챈다. 전철에서 책을 읽다가 길을 잃었구나. 그림책 두 자락을 고르고서 〈북티크〉에 간다. 누리책집에서도 살 수 있는 《안락사회》를 이곳에서 산다. 책을 사고 보니 마을책집 ‘북티크’에서 펴낸 책이었네. 용산 〈뿌리서점〉에 들르려고 했으나 15시 무렵에는 아직 열지 않는구나. 늦가을 바람을 쐬다가 고속버스나루로 간다. 17시 30분 버스를 타기까지 한참 남는다. 맞이칸에 앉아서 등허리하고 팔다리를 차근차근 주무른다. 고흥으로 돌아가니 한밤. 《병아리, 위대한 작가의 탄생》을 즐겁게 읽었다. ‘이루려는 마음’하고 ‘하려는 마음’하고 ‘그리려는 마음’하고 ‘내려놓으려는 마음’을 아기자기하게 엮었구나 싶다. 이루어야 할 꿈이 아닌, 그리면서 즐거운 꿈이다. 해내거나 거머쥘 꿈이 아니라, 스스로 빛나는 웃음꽃으로 노래하는 꿈이다. ‘작품·예술·명작’이 되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림’이면 된다. 밥옷집 살림을 짓듯, 하루를 그려서 짓고, 생각을 담아서 짓고, 이야기를 여미어 지으면 넉넉하다. 눈물짓다가 웃음지으며 마음을 짓는다.

#Poussin #DavideCali #DavideMerveille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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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1.

《며느라기》
 수신지 글·그림, 귤프레스, 2018.1.22.첫/2018.4.17.11벌



엊저녁에 비가 그쳤고 바람이 맑고 상큼하다. 오늘도 민소매차림으로 길을 나설까 하다가 깡똥소매옷으로 입는다. 서울 광진에 깃든 〈날일달월〉에 찾아간다. ‘풀밥집(채식 식당)’이면서 마을책집인 멋스러운 쉼터이다. 큰길은 복닥거리고 시끄럽지만 ‘풀밥집 + 마을책집’ 둘레는 가을잎이 소복하면서 호젓하다. 〈서울책보고〉로 건너간다. 책집을 알려주는 이야기를 담는다. 부천으로 넘어가서 〈용서점〉에서 ‘책묶기’를 보여주고 이야기를 편다. 긴 하루를 마치는 밤에 길손집에서 책을 읽는다. 《며느라기》를 곰곰이 돌아본다. 아직도 적잖은 가시버시는 이 그림꽃에 흐르는 줄거리 같은 모습이리라. 그러나 2018년에 앞서도 이런 낡은 굴레를 털거나 바꾼 이웃이 꽤 많다. ‘우리나라 소설·만화·연속극·영화’는 언제까지 ‘수렁·굴레’만 다루면서 싸울 셈일까? 새길을 찾고 펴고 나누는 사람들 작은살림을 언제쯤 하나하나 그릴 생각일까? 아직도 안 바꾸는 낡은틀을 따져야겠지. 그런데 낡은틀만 다룰 적에는 스스로 낡은틀만 마음에 담는다. 오자와 마리 《은빛 숟가락》을 읽는 이웃이 늘기를 빈다. “저건 나빠! 쟤 때문에 힘들고 아파!”를 “우린 이 길로 가자! 어깨동무하는 사랑으로 씨앗을 심자!”로 바꾸어 보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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