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5.


《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

 서윤영 글, 철수와영희, 2022.11.13.



날마다 무럭무럭 크는 작은아이가 새로 걸칠 겉옷을 장만하러 순천마실을 하려는 아침은 부산하다. 글일도 집일도 이모저모 건사한 다음 나서려는데 마을 앞으로 시골버스가 지나간다. 여느날은 11시 23분쯤 지나가던 11시 15분 시골버스가 오늘은 어쩐지 11시 16분에 지나간다. 못 마친 집일을 마저 하고서 들길을 걸어 면소재지랑 가까운 옆마을로 가서 12시 20분 시골버스를 탄다. 옷을 살피고서 〈책방사진관〉에 들른다. 작은아이가 책집지기님하고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편다. 고흥읍에서 20시 마지막 시골버스를 타고 집에 닿으니 별잔치가 우리를 반긴다. 《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를 읽었다. 집(건축)을 둘러싼 사람길(인권)을 찬찬히 짚어 나간다. 잿집(아파트)이 돈으로 움직이면서 배움수렁(입시지옥)하고 얽히는 대목을 들려주고, 골목집 담그림(벽화)이 어느 대목에서 얄궂은지 밝히기도 한다. 오늘날 서울살림(도시문화)을 파헤치는 알찬 책이라고 느끼되 한 가지는 아쉽다. ‘사람길을 밟는 얄궂은 집’을 다루지만 ‘사람길을 살리는 아름집’은 어떤 모습인가를 헤아리지는 못 한다. 요즈음 숱한 인문책이 거의 이렇다. 새길(대안)을 함께 속삭이지 못 하더라. 또한 서울집은 얘기하되 시골집은 얘기하지 못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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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4.


《동네에서 서점이 모두 사라진다면》

 김현우·윤자형 엮음, 화수분제작소, 2022.5.10.



책꾸러미를 부치러 큰아이하고 읍내마실을 한다. 지난겨울하고 대면 가볍지만 바람이 제법 세다. 찬바람은 “자, 겨울이라구!” 하면서 알리는 듯하지만, 참말로 예전 겨울하고 대면 귀여운 개구쟁이 같다. 겨울볕이 넉넉하다. 싱싱 부는 바람은 티끌을 훌훌 날려보낸다. 시골도 서울(도시) 못지않게 부릉이가 넘치고, 시골내기는 시골길 아무 데에나 쇳덩이를 세운다. 시골에서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할매랑 푸름이뿐인 듯싶다. 어린이는 노란부릉이(학교버스)에 실려 집으로 가고, 할배는 마을집(마을회관)이나 저잣거리에 모여 낮술을 한다. 시골에서 고을지기(군수)를 맡는 이는 뭘 볼까? 시골 고을지기가 읍내길이나 들길을 걸어다니면서 몸으로 삶터를 느끼는 모습을 여태 못 봤다. 고을지기뿐 아니라 여느 벼슬꾼(공무원)도 안 걸어다닌다. 《동네에서 서점이 모두 사라진다면》을 읽고 매우 아쉬웠다. 마을책집을 늘 다니는 사람이라면 마을책집이 사라질 걱정을 안 한다. 우리 스스로 마을사람이 아니거나 책이웃으로 서로 사귀지 않기 때문에 마을책집이 사라진다. 다른 탓도 있겠으나, 이 대목이 가장 크다. “마을에 책집이 태어난다면”이나 “마을에 책집이 있을 때”로 틀을 잡고서 책집을 사귀지 않고서야 속말을 끌어내지 못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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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3.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이현아와 여덟 사람, 카시오페아, 2020.12.29.첫/2021.12.24.3벌



엊저녁에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에 책짐을 갖다 놓으러 다녀오는 길에 별하늘을 누렸다. 어제 아침에 뿌린 비는 하늘도 마을도 맑게 씻어 주었고, 밤별이 한결 초롱초롱하도록 북돋았다. 이렇게 별밤을 누리는 다음날은 아침해가 환하고 포근하다. 이불을 털어서 말린다. 겨울볕을 머금는 이불은 차가우면서 보송보송하다. 오늘은 일손을 다잡아서 글꾸러미 하나를 모두 손질한다. 두어 달쯤 묵히는 동안 아예 안 들여다보다가 한달음에 모두 갈무리하고 나니 기운이 사르르 빠진다. 밥이며 국을 다 차려놓고서 한나절을 곯아떨어진다. 다시 눈을 뜰 즈음에는 어느새 저녁별이 빛난다. 큰아이가 부른다. “오늘 저녁하늘에는 달걀처럼 생긴 구름이 여기저기 있어요.”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서 = 좋아서’ 할 수 있다면, 하는 동안 문득 ‘사랑’을 지으면서 새롭게 마주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좋아서 할 적에는 기운을 갉아먹으나, 사랑으로 할 적에는 기운이 새롭게 피어나도록 북돋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차츰 ‘좋고 싫고’를 넘어서거나 내려놓으면서 ‘사랑으로 읽기’로 나아가기를 빈다. ‘좋아하는 그림님’이 아닌 ‘두고두고 사랑으로 마주할 그림님’이란 눈썰미라면 참으로 다르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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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김영화 글·그림, 이야기꽃, 2022.8.8.



며칠 찬바람이 불더니 떨기나무는 가랑잎을 우수수 떨구었다. 산수유나무는 새빨간 열매만 남기고 잎이 다 떨어진다. 찬바람이 휭휭거리면 마당에 내놓는 빨래가 얼어붙는다. 찬바람이 누그러지고 해가 한가득 퍼지면 어느새 빨래가 보송보송 마른다.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을 곰곰이 읽었다. 우리가 내는 낼 내려는 목소리를 헤아려 본다. 어떤 목소리일까? 무슨 목소리인가? 누구하고 살아가는 목소리일까? 어떻게 꿈꾸는 목소리인가? ‘미움·두려움’을 심고 퍼뜨려서 ‘싸움’으로 가자는 목소리일까? 오직 ‘사랑’을 심고 가꾸고 나누면서 즐겁고 아름다이 살림빛을 펴려는 목소리인가? 모든 일이 돌고도는 까닭은, 우리가 심거나 뿌린 대로 스스로 거두기 때문이다. 미움을 심는 사람은 미움을 거둔다. 사랑을 뿌리는 사람은 사랑을 거둔다. 아무리 불길이 춤추는 싸움판이더라도 여름지기는 조용히 씨앗을 심고 풀꽃나무를 돌보았고, 풀벌레랑 벌나비랑 개구리랑 새를 아꼈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넋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말글을 익혀서 쓰는가. 생각을 살찌우고 마음을 북돋우는 흙말이나 숲말을 쓰는가, 아니면 총칼을 앞세우던 일본말씨를 그냥그냥 쓰는가. 삶도 넋도 하루도 보금자리도 말글도 되짚을 노릇이다. ㅅㄴㄹ



파릇한 싹들이 화답하듯 일렁거렸습니다

→ 파릇한 싹이 반기듯 일렁거렸습니다

→ 파릇한 싹이 맞가락처럼 일렁거렸습니다


우리는 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 우리는 조짓기를 합니다

→ 우리는 조를 짓습니다

→ 우리는 조밭을 짓습니다


끝도 없이 돋아나는 잡초

→ 끝도 없이 돋아나는 풀

→ 끝도 없이 돋아나는 들풀

→ 끝도 없이 돋아나는 잔풀


정성과 기원을 쌓았습니다

→ 땀과 꿈을 쌓았습니다

→ 마음과 바람을 쌓았습니다


입구의 나무도 그 어둠을 기억할까요

→ 어귀 나무도 이 어둠을 떠올릴까요

→ 들목 나무도 이 어둠을 알까요


다음 농사를 위해 따로 챙겨 둡니다

→ 다음에 지으려고 따로 챙겨 둡니다

→ 다음해에 짓도록 따로 챙겨 둡니다


떡도 만들어 먹었으니

→ 떡도 해 먹었으니

→ 떡도 부쳐 먹었으니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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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


《엄마는 텐파리스트 4》

 히가시무라 아키코 글·그림/최윤정 옮김, 시리얼, 2014.1.25.



이제 고흥에서도 얼음을 본다. 다른 고장은 진작 얼어붙었을 텐데, 포근고장은 다르지. 겨울에는 이 얼음바람을 물씬 쐬면서 몸을 고이 내려놓거나 꿈길을 간다고 여긴다. 찬바람은 몸을 새롭게 깨운다. 우리를 괴롭히는 칼바람이나 추위가 아닌, 저마다 야무지면서 싱그러이 깨어나도록 북돋우는 겨울바람이지 싶다. 거듭나도록 북돋우는 철이기에 겨울이랄까. 여름날 더위도 매한가지이다. 우리를 들볶는 불바람이나 더위가 아닌, 저마다 넉넉하면서 맑게 피어나도록 북돋우는 여름바람이라고 느낀다. 《엄마는 텐파리스트 4》을 되읽었다. 아이랑 살아가는 나날을 그리는 분이 제법 있는데,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처럼 익살스레 담아낸 분은 드물지 싶다. 아니, 익살이라기보다 고단하며 힘들지만 새록새록 즐거운 하루를 그대로 옮겼지 싶다. 더구나 아이가 어느 만큼 자라고 나서는 더는 아이 하루를 그림꽃으로 안 옮긴다고 했으니, 이런 대목도 돋보인다. 이녁은 새내기일 적에는 아버지 이야기로 처음 그림꽃을 담았고, 스스로 살아온 이야기를 그대로 담으면서 눈길을 받았고, 아이를 낳아 새롭게 살림하는 이야기를 담으면서 천천히 눈을 뜨는 길이지 싶다. 꽃길이나 가싯길은 따로 없다. 모두 삶길이자 살림길이면서 사랑길이다.


ㅅㄴㄹ


#東村アキコ #ママはテンパリスト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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