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0.


《지는 꽃도 아름답다》

 문영이 글, 달팽이, 2007.6.5.



부산마실을 한다. 흔들흔들 시외버스에서 얘기꽃(동화)을 손으로 쓴다. 큰아이가 부쩍 자라고 작은아이도 쑥쑥 자라면서 노래꽃(동시)만으로는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모자라다고 여겨서 얘기꽃을 틈틈이 쓴 지 여러 해이다. 두 아이하고 시골에서 살아오면서 느끼고 보고 겪고 어우러진 살림살이를 온누리 어린 이웃한테 속삭이려는 얘기꽃을 새삼스레 쓰는 마음이다.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보수동 책골목으로 간다. 발을 밟거나 밀치면서 아랑곳않기로는 서울사람하고 매한가지. 보수동 책골목은 첫째·셋째 불날은 책골목이 다 쉰다고 한다. 〈파도책방〉 한 곳은 열었다. 올해에 책집을 접는다고 한다. 집임자(건물주)하고 얽혀서 쉽잖구나 싶다. 이윽고 ‘곳간’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펴냄터를 꾸리는 이웃님을 만난다. 한낮부터 해질녘을 지나 어스름이 내릴 때까지 천천히 이야기한다. 《지는 꽃도 아름답다》를 되읽는다. 전북 익산 작은 할머니 문영이 님이 아로새긴 삶글을 여민 수수한 책은 수수하기에 빛나는 삶자취를 들려준다. 요즈막에 ‘할머니 책’이 꽤 나왔는데, 2007년 이 삶글처럼 알뜰하면서 눈부신 책은 아직 없다고 느낀다. ‘살림하는 할머니’가 ‘멋 안 부리고 투박하게 하루를 사랑한 숨결’을 담은 책이 아름답게 마련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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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9.


《시끌별 녀석들 18》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8.30.



눈구름이 걷힌 하늘은 맑다. 눈도 비 못지않게 하늘을 가만히 쓸어낸다. 빗방울은 재잘재잘 노래하며 하늘을 씻는다면, 눈송이는 가만가만 소리를 잠재우면서 하늘을 씻는다. 빗물이 씻은 땅은 반짝반짝인다면, 눈밭으로 씻은 땅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책숲종이를 부치려고 한다. 셈틀이며 속(내장 하드디스크)을 제대로 못 쓰는 지난 보름 이야기를 적는다. 집에서 종이로 뽑으려는데 찍는틀(인쇄기)이 멎는다. 이 아이도 퍽 오래 쓰기는 했지만, 셈틀하고 나란히 잠들려고 하는가. 읍내 볼일을 일찍 마치고서 시골버스를 탄다. 옆마을에서 내려 들길을 걷는다. 구름바다를 둘러보는데 멀리서 숲노래 씨를 마중하러 나오는 두 아이가 보인다. 《시끌별 녀석들 18》을 읽었다. 첫걸음을 읽고서 이내 끝걸음으로 달렸다. 이 그림꽃이 얼마 만에 다시 나왔는가. 설마 다시 내줄 줄이야. 판끊긴 그림꽃이기에 짝을 맞추기도 버거웠는데, 《메종 일각》도 《1파운드의 복음》도 《시끌별 녀석들》도 다시 나오는구나. 그런데 이 그림꽃 못잖게 다시 나오기를 바라는 《천상의 현》이며 《머나먼 갑자원》이 있다. 《이 세상의 한 구석에》도 부디 다시 나오기를 바라며, 《토리빵》도 한글판으로 새로 나오면서 숲빛과 삶결을 읽는 길동무가 되기를 바란다.



ㅅㄴㄹ


#うる星やつら #高橋留美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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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8.


《엄지소년 닐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트 그림/김라합 옮김, 창비, 2000.8.30.



엊저녁부터 눈발이 날린다. 새벽에 폭 덮은 흰눈을 본다. 아침 일찍 일어난 작은아이는 비질을 하며 눈을 모은다. 곁에서 함께 비질을 하며 눈을 모아 준다. 낮부터 해가 나고 구름이 춤추다가 걷힌다. 며칠 동안 벼락추위가 찾아든다. 포근날씨로 살림하는 고흥에서는 벼락추위가 길면 얼어죽는 나무가 많다. 며칠 바짝 얼었으니 한동안 바람이 풀리면서 따사로이 어루만져 주려나. 《엄지소년 닐스》는 1949년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새삼스럽다. 이웃나라에서는 그무렵에 이런 글을 써서 어린이하고 동무하는 어른이 있었네. 우리나라는 1949년에 어떤 어른이 있었을까? 이원수 님이 《숲 속 나라》를 선보인 해는 1953년인데, 총칼이 피바람으로 몰아치던 무렵에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스스로 꿈을 키우는 사랑을 밝히려는 글을 여민 어른은, 뜻밖에도 예나 이제나 드물다. 우리나라는 예전에도 요새에도 ‘서울살림(도시문명)에 갇혀 헤매거나 허덕이는 어린이’ 모습만 동시·동화·인문책으로 그릴 뿐이다. 아무래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른’이 죄다 서울이나 서울곁에서 사는 탓일 테지. ‘농업·농사’가 아닌 ‘흙·들숲바다’를 품으면서 시골에서 살림을 짓는 눈빛이나 마음일 때에라야 비로소 어린이하고 동무하는 글을 쓰리라.


#NilsKarlssonPyssling #AstridLindgren #IlonWik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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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7.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

 권윤덕 글·제주 어린이 33사람, 남해의봄날, 2022.5.5.



집에 있는 동안 겨울바람이 그리 차다고는 못 느끼다가, 커피콩을 장만하러 읍내를 다녀오자니 칼바람이 쉬잖고 몰아치는구나 싶다.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읍내에서는 왜 바람이 더 세다고 느낄까요?” “여기 읍내를 보렴. 서울도 똑같은데, 나무를 볼 수 있니? 나무가 자랄 틈이 없어. 기껏 심은 나무도 앙상해. 나무가 푸르게 덮으면 여름이 시원하고 겨울이 포근하지만, 나무를 잊고 미워하다 보니, 바람을 다스릴 수 없어 춥지.” 나무가 우거지기에 숲을 비롯해 바다가 싱그럽다. 나무를 밀어내어 부릉길을 닦고 넓히기에 바다도 숲도 죽는다. 제주바다뿐 아니라 온나라 바다가 죽어가지만, 나라뿐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 부릉이(자가용)를 버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빨리 멀리 혼자 다녀야 한다고 여기니 들숲바다가 한꺼번에 앓는다.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를 읽었다. 그림님이 어린이하고 나눈 뜻깊은 배움길을 여민 책이라고 느끼면서도 아쉽다. 이제는 ‘목소리’로 다가가기보다는 ‘살림’으로 함께해야지 싶다. 아이들은 부릉이를 안 몬다. 오직 어른들만 몬다. 제주바다는 바로 ‘부릉길 + 부릉이’가 망가뜨린다.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며 제주 어린이를 만났다면, 그림도 얼거리도 확 달랐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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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6.


《악당이 된 녀석들》

 정설아 글·박지애 그림·사자양 밑틀, 다른매듭, 2022.1.27.



바람이 가볍고 아침볕이 따스하다. 빨래를 하기에 어울리는 날이로구나. 높녘은 눈송이에 칼바람이라지만, 마녘은 바람이 가볍고 햇볕이 가득하다. 문득 돌아보면, 새뜸(신문·방송)은 으레 서울 이야기로 북적댄다. 서울사람이 아침에 일하러 나가서 저녁에 집으로 갈 적에 얼마나 붐비는지를 날마다 다루고, 서울에서 무슨 일이 터지는가를 끝없이 짚는다. 《보리 국어사전》을 한창 여미던 어느 날, 펴냄터 지기님이 “얘야, 사전을 쓰려면 신문은 그만 봐야 하지 않겠니? 잘잘못을 따지는 글을 자꾸 볼수록, 뜻풀이를 하는 길하고 멀지 않겠니?” 하고 얘기했다. 이날 저녁 책집마실을 하며 곰곰이 생각했다. 낱말풀이는 ‘옳은 풀이나 틀린 풀이’를 안 따진다. ‘낱말하고 얽힌 삶을 담아서 나누기’를 한다. 둘레에서 벌어지는 일을 느끼되 쳐다보지는 않을 줄 알아야 비로소 ‘말·삶·넋’을 차분히 담고 그리고 지으리라 본다. 《악당이 된 녀석들》을 읽었다. 우리가 스스로 삶을 등지던 날부터 사람도 짐승도 들숲바다도 그저 ‘돈’으로 보고 다루는 길로 뒤틀렸다. 다람쥐가 숲에서 맡은 일을 살핀다면, 그렇게 다람쥐를 잡아서 이웃나라에 팔았을까? 들풀이 무슨 몫인지 헤아린다면 ‘잡초’란 이름을 안 쓰겠지. 숲을 등지니 빛을 잃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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