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5.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된 임금님》

 루이스 데 호르나 글·그림/김영무 옮김, 분도출판사, 1983.5.5.



바람이 조금 가라앉는 듯싶으면서도 이따금 장난을 치듯 빨랫대를 넘어뜨린다. 햇볕은 넉넉하고, 어제보다 한 치쯤 해가 높고, 저녁볕이 길다. 두 아이가 열다섯·열둘을 넘어서는 이즈음 〈아이 캔 스피크〉를 함께 보고서 생각을 나눌 만한 나날이로구나. 사람을 사람이 아닌 노리개로 구르도록 내몬 나라지기에 벼슬아치이다. 지난 자취를 돌아보면, 말썽을 저지른 옆나라뿐 아니라, 이 말썽을 쉬쉬했던 ‘임금’이며 벼슬아치는 언제나 사람을 종(노예)으로 굴렸다. 들꽃이 스스로 깨어날 적에 나라도 푸른별도 거듭나리라. 우두머리를 쳐다볼 삶이 아니요, 세울 일이 아니고, 뽑을 까닭이 없다. 누구나 저마다 살림지기로 보금자리에 서서 하루를 지을 적에 아름누리로 나아간다.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된 임금님》을 오랜만애 되읽는다. 그림님 책은 이 하나만 한글판으로 있다. 1983년 분도그림책인데 용케 아직 살아남았다. 매우 아름답고 사랑스레 이야기가 흐르지만, 알아보지 못 하는 이웃님이 많다. 작고 얇아서 안 보일 수 있겠지. 어리석은 우두머리를 깨우치는 길을 쉽고 상냥히 풀어냈기에 외려 파묻힐 만하리라. 이 나라는 참(진실)을 말하는 책이 날개책(베스트셀러)이 된 적이 거의 없다. 앞으로는 달라지기를 꿈꾼다.


ㅅㄴㄹ


#TheKingWhoLearnedHowtoMakeFriends #LuisDeHorna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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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4.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든 그릴 겁니다》

 김정화·빨간모자들·이정인·홍신애·시포네·그림자소녀, tampress, 2021.6.30.



눈이 쌓일 날도 일도 없이 사르르 녹는 고흥. 커피콩을 장만하러 읍내로 나가려는데,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타다가 오른무릎을 쿵 찧는다. 이렁저렁 볼일을 마치고 다시 마을 앞에서 시골버스를 내리자니 두 아이가 달려와서 마중을 한다. “아버지 저기 봐! 오리떼가 있어!” 바닷가 아닌 들판이랑 멧자락을 낀 마을에 왠 오리떼인가 하고 고개를 돌리니, 참말로 가창오리떼가 하늘을 까맣게 덮는다. “우리 집 위에서 까맣게 날아서 새똥 잔뜩 떨어지는 줄 알았어!” 하는 말에 웃었다. 그러게, 올해에는 유난히 제비도 까막까치도 물까치도, 여기에 가창오리도 떼지어서 마당 위부터 마을 위를 넓게 춤추며 나는구나. 《그릴 수 있다면 어떻게든 그릴 겁니다》를 돌아본다. 책이름 그대로 대구 한켠에서 그림빛이며 글빛이며 책빛이며 수다빛을 가만히 피우는 ‘아줌마들 이야기’가 냇물처럼 흐른다. 아줌마 수다는 아저씨 말잔치(화려한 언변·인문학 강연)가 아니기에 즐겁다. 수다를 펴면 즐겁되, 말잔치로 가면 물린다. 아저씨들도 두런두런 모여서 그림수다에 글수다에 책수다를 펴고, 살림수다에 삶수다에 사랑수다를 펴기를 빈다. 수더분하게 모여서 수수하게 수다꽃을 피우는 아줌마하고 아저씨가 온누리를 숲빛으로 바꾸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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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3.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

 이보현 글, 소나무, 2022.12.5.



어제 하루는 눈밭. 그렇지만 해가 나면서 다 녹더니, 오늘 하루 새로 눈이 흩날리면서 눈밭을 이룬다. 아침 여덟 시가 조금 지나 면사무소에서 “오늘은 버스가 안 다닌다”고 알린다. 낮도 아닌 아침해만 솟아도 눈이 다 녹는 이 포근한 고장에서 버스가 안 다닌다고? 시골에서 아이가 있는 가난집에 달콤이(케익)를 준다며 아침나절에 면사무소 일꾼이 다녀갔다. 오늘 읍내 우체국을 가려고 했으나, 겨울바람이 매섭게 부는 낮에 자전거를 탄다. 걸을 때보다 조금 빠른 자전거이다. 그런데 낮에 이미 시골버스가 다니네? 면사무소는 왜 ‘시골버스가 다시 다니는’데 마을알림을 안 할까? 벼슬꾼(공무원)이 어쩌겠는가. 저녁을 차려놓고서 등허리를 펴려고 눕는다.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를 돌아본다. 우리말은 ‘말’이다. ‘언어·言·語’는 우리말이 아니다. ‘말 = 마 + ㄹ’이고, ‘ㄹ’은 즐거움이나 노래나 물(또는 물 같은) 결을 나타낼 적에 붙이는 받침이다. “마음을 노래처럼 담”는 ‘말’인 줄 삶에서 배울 수 있다면, ‘우리말 아닌 이웃말’은 이웃살림을 마주하고 이웃사람을 사귀려는 자리에서 주고받는 ‘마음’인 줄 누구나 알아차리겠지. 마음을 닦으려면 글이 아닌 말을 익히고, 살림을 보며, 숲을 품을 일이다.


조금 보태면, ‘말씀(말쌈)’은 ‘말 + 암(알)/속’이요, “말에 담는 씨알(씨앗)/속알”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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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2.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구본형 글, 휴머니스트, 2013.7.15.



밤새 발앓이를 했다. 발바닥이 따끔따끔해서 내내 아얏 소리를 내며 뒤척였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셈틀을 새로 놓았다. 새벽나절이 흐르니 겨우 자리를 잡는데, 미처 못 옮긴 파일이 있다고 뒤늦게 알아차린다. 묵은 셈틀을 다시 놓고서 옮겨야겠네. 아침부터 낮까지 해가 나더니 저녁부터 눈발이 날린다. 어린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 마당하고 앵두나무 곁에서 기웃거린다. 물까치가 눈을 맞으면서 우리 뒤꼍에 모여서 수다잔치를 편다. 발을 쉬지 않았으니 발앓이를 한다. 예전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를 하면서 짐자전거로 책집마실을 한창 다닐 적에도 곧잘 발앓이를 했고, 싸움터(군대)에서도 늘 머나먼길을 걸어야 했으니 가끔 발앓이를 했다. 조금만 걷고 쉬엄쉬엄 지내야 발에 새롭게 기운이 오른다.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를 한 해 만에 읽는다. 장만해 놓고서 미처 못 읽은 책이 한가득인데, 모두 제때에 제대로 읽으리라 여긴다. 먼저 읽는 책이 있고, 느긋이 읽는 책이 있고, 한참 뒤에 읽는 책이 있다. 저마다 스스로 배울 때에 이르면 손에 쥐는 책이다. 알찬 책도 알량한 책도, 아름다운 책도 허접한 책도, 다 다르게 우리를 이끌면서 배움숲으로 북돋운다. 두 아이하고 하루쓰기를 하면서 오늘 삶걸음을 되새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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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1.


《작은 별》

 멤 폭스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황연재 옮김, 책빛, 2020.12.30.



미닫이가 없는 길손집에서 하루를 연다. 미닫이가 없으니 낮인지 밤인지 새벽인지 종잡지 못 하지만 빗소리를 듣는다. 〈여행하다〉는 열지 않았네. 노래꽃만 글월집(편지함)에 넣는다. 〈주책공사〉에 들른다. 서울서 아이랑 찾아온 책손님이 있다. 오늘 새벽에 새로 쓴 노래꽃 ‘솔벌레’를 옮겨적어서 건넨다. 보수동 책골목에 다시 가 보는데 뭔가 시끌벅적하게 때려부수는 소리랑 몸짓에 ‘다 쓰러져가는 뒤켠’으로 바뀌는 듯싶다. 어제도 오늘도 〈낭독서점 시집〉은 안 연다. 〈책방사진관〉에서 책 두 자락을 산다. 비를 흠뻑 맞으면서 걷다가 사상나루로 가서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이제 집에 가서 쉬자. 《작은 별》은 작게 빛나는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얼핏 보면 ‘아기로 태어나 살다가 늙어서 죽는 한살이’를 그리는 듯하지만, 삶하고 죽음은 따로 없이, 모든 숨결은 그저 별빛일 뿐, ‘몸뚱이로는 삶을 말할 수 없’고 ‘오직 마음으로만 삶을 말할 수 있’는 하루를 별빛으로 그려낸다. 사람도 새도 벌레도 나무도 돌멩이도 똑같이 별이다. 해도 이 땅도 별이다. 눈을 감고서 보자. 크기·높이를 내려놓아야 별빛을 누린다. 눈을 새롭게 뜨고서 보자. 어질고 착하고 참하기에 사람이다. 몸뚱이만 사람일 수 없다.


ㅅㄴㄹ

#TheTinyStar #MemFox #FreyaBlack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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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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