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4.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김장성 글, 이야기꽃, 2022.1.31.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다. 가시아버지 여든잔치에 쓸 살림돈을 넉넉히 뽑아놓는다. 저잣마실을 가볍게 하고서 돌아오는 시골버스로 멧자락을 바라보자니 붉은해가 천천히 넘어가려 한다. 철이 바뀌려는 고갯마루마다 보는 붉은해이다. 이제 한겨울이라지만, 고갯마루를 지나가려는구나. 저녁에 넷이 부엌에서 두런두런 밥을 먹다가 오리 노랫소리를 듣는다. “어, 우리 집 지붕 너머로 오리가 날아가네.” “응? 어디? 어디?” “벌써 지나갔는걸. 못 들었니?” “지나갔어요?” 나는 아이들한테도 곁님한테도 새소리나 풀벌레소리나 개구리소리를 안 가르친다. 나부터 늘 새롭게 듣고 배운다. 우리 이웃인 새랑 풀벌레랑 개구리가 어떻게 노래하며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헤아린다. 우리 넷은 천천히 살면서 우리를 둘러싼 숲빛노래를 새록새록 누리면서 익힌다.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를 다시 들추어 본다. 가르침(교훈 강요)을 털어내기는 어려울까. ‘어른 시늉 그림책’이 아니라 ‘어린이랑 노는 그림책’으로 가기는 힘들까. 살면 살수록 ‘어른은 아이한테서 배울 때 빛나는 살림’이요, ‘아이는 어른을 일깨울 때 즐거운 놀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놀이가 없다면 그림책 시늉이라고 본다. 노래가 흘러야 비로소 그림책 이름을 붙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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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3.


《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글/민승남 옮김, 미디어창비, 2021.3.15.



미역국을 끓인다. 큰아이가 거든다. 다가오는 흙날에 가시아버지 여든잔치에 가려고 한다. 미리 움직이려고 이모저모 알아본다. 흙날에는 길손집 하룻삯이 곱빼기요, 빈칸도 드물다. 그래도 버스는 네 자리를 잡았으니, 잘 달려가면 되리라. 곁개를 헤아리는 노래를 담은 《개를 위한 노래》를 돌아본다. 책이름에 왜 ‘-를 위한’을 넣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책이름은 그저 “Dogs Song”이다. ‘개노래’나 ‘멍멍노래’나 “개를 노래한다·개를 노래하며”라 하면 된다. ‘개노래’라 하면 나쁜말인가? 고양이를 노래하면 ‘고양노래’이다. 꽃을 노래하면 ‘꽃노래’이다. 오직 이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딴마음을 품기에 나쁜말이나 좋은말로 갈라치기를 하고 만다. 오직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수수하게 품는 숲빛으로 바라보고 나눌 적에는 아무런 갈라치기가 없으면서 늘 사랑이 감돌 뿐이다. 날이 갈수록 우리말을 배우는 이웃사람(외국사람)이 늘어나는데, 이런 엉터리 이름이나 옮김말씨가 자꾸 불거진다. 소리내기(발성법)에 마음쓰는 이는 무척 많으나, 막상 ‘말소리에 담을 말과 넋과 숨결과 생각’에 마음쓰는 이는 매우 적다. 개를 노래하면서 ‘개노래’라 말하지 못 하는 딱하고 가난하고 철없고 바보스런 마음부터 씻어낼 일이다.


#DogsSong #MaryOliver


다시 어려움에 처하면 그것을 되찾기도 하지

→ 다시 어려우면 되찾기도 하지

→ 다시 어려룰 적엔 되찾기도 하지


바쁜 삶 속에서 그들을 잃고 말지

→ 바빠서 그들을 잃고 말지

→ 바쁜 탓에 그들을 잃고 말지

→ 바쁜 나머지 그들을 잃고 말지


아마도 바구니 안에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 아마도 바구니에 다른 강아지와 함께


나의 개는 꽃을 좋아했지

→ 우리 개는 꽃을 좋아했지


그렇게 그 개의 배회는 계속되었다

→ 그렇게 그 개는 자꾸 맴돌았다

→ 그렇게 그 개는 또 떠돌았다

→ 그렇게 그 개는 내내 돌아다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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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


《훈데르트바서의 집》

 제랄딘 엘슈너 글·루시 반드벨드 그림/서희준 옮김, 계수나무, 2020.10.30



면소재지 어린배움터에 ‘입학유예 신청서’를 쓰러 간다. 큰아이는 이제 마지막이고, 작은아이는 여섯 해째이다. 어린배움터 바깥을 알록달록 새로 발랐네. 이런 데에 쓸 돈은 있구나. 처음 고흥에 깃들 무렵 면소재지 어린배움터는 200 남짓이었으나 2023년에는 마흔을 조금 넘긴단다. 배움터 둘레 나무를 가지치기 해놓은 모습을 보면, 앞으로도 차츰 줄다가 닫으리라 본다. 아니, 이미 ‘분교장’처럼 꾸려야 맞다. 큰아이는 길가에 봄풀이 오른 모습을 알아본다. 쪼그려앉아 들여다본다. “잣나물이 꽃망울을 맺는구나. 곁에 봄까지꽃이 있고.” 《훈데르트바서의 집》을 읽었다. 어떻게 이 그림책을 풀어내면 어울리려나 하고 한참 생각한다. 풀꽃이랑 나무를 살피는 집지기(건축가)가 있으면 반갑되, 모든 집은 집지기 혼자 짓거나 가꿀 수 없다. 마을사람이 스스로 지어서 가꿀 집이다. 따로 글바치가 글을 써야 할 까닭이 없이 누구나 글을 쓸 노릇이다. 길잡이(교사)만 아이를 가르치나? 아니다. 모든 어른·어버이가 아이를 이끌 슬기롭고 어진 눈빛일 노릇이다. 몇몇 사람 머리에서 나온 꾸밈빛은 나쁘지 않되, 마을사람 스스로 다 다른 손빛으로 가꾸는 마을빛으로 나아가면서, 길바닥을 뜯어내고 쇳덩이를 치우면 참으로 사랑스러우리라.


#UneMaisonFantastique #GeraldinElschner #LucieVandeveld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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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


《정원사 곰》

 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 지음/김세희 옮김, 비룡소, 2002.1.15.첫/2015.3.25.3벌



새해 떡국을 끓인다. 달걀 노른자랑 흰자를 갈라서 부친다. ‘고명’을 마련한다. 어릴 적에 어머니는 ‘지단·고명’을 섞어서 쓰셨는데, 문득 살펴보니 ‘지단(jidan鷄蛋)’은 중국말이었네. 우리말은 ‘고명’이나 ‘달걀채’로구나. 달걀채를 마련하는 아버지 곁에서 아이들이 지켜본다. 달걀채를 한 해에 한 벌 하기는 하되, 흰자는 너무 도톰하구나. 생각해 보니, 새해 첫날뿐 아니라 설날에도 달걀채를 또 할 만한데, 설날에는 다른 밥살림을 헤아리자. 《정원사 곰》을 두고두고 읽고 곁에 두었다. 언제까지 나오다가 판이 끊겼는 지 모르되, 2015년까지는 낸 듯싶고, 일곱 가지 그림책을 다 내지 않고 셋만 냈으니 아쉽다. 일곱 자락을 한 꾸러미로 내놓았으면 얼마나 아름답고 알찼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일살림(직업)을 다루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이 곧잘 나오지만 죄다 ‘서울 일살림’에 그친다. 일은 서울에서만 하지 않는데, 펴냄터가 거의 몽땅 서울·큰고장에 쏠리다 보니 시골살림을 담아낼 엄두를 못 내는 듯하다. ‘일살림’은 ‘돈벌이’만 다룰 수 없다. 아기를 낳아 돌보고, 풀꽃나무를 품고, 하늘빛을 읽고, 조용히 보금자리를 가꾸는 길도 모두 ‘일살림’이다. 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 두 분은 일빛을 고이 담아냈다.


《석탄집 곰 Teddy bear Coalman》(1948)

《빵굽는 곰 Teddy bear Baker》(1979)

《우체부 곰 Teddy Bear Postman》(1981)

《훍살림 곰 Teddy Bear Farmer》 (1985)

《밭지기 곰 Teddy Bear Gardener》(1986)

《나루꾼 곰 Teddy Bear Boatman》 (1990)

《불끄는 곰 Teddy Bear Fireman》(1992)


#TeddyBearGardener #PhoebeWorthington #SelbyWorth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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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31.


《아돌프에게 고한다 1》

 테즈카 오사무 글·그림/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9.28.



몇 해 앞서 쓴 노래꽃(동시) 두 꾸러미를 갈무리한다. 하나는 〈열두 달 살림노래〉요, 다른 하나는 〈ㄱㄴㄷ 한글노래〉이다. 아침에는 부엌이 19℃에 이를 만큼 볕이 오른다. 볕이 포근한 낮에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달린다. 똑딱이(스위치) 하나를 갈다. 열 몇 해를 살아온 집에 하나둘 낡거나 닳아서 갈아야 할 살림이 나올 수 있다. 오늘은 일찍 누워서 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글을 꽤 많이 쓰고 여미었지만 누리집에 한 꼭지도 안 올렸다. 누리집에 글을 한 꼭지도 안 올린 날은 1994년부터 2022년에 이르기까지, 싸움터(군대)에 있을 적 빼고는 아마 딱 이틀째이지 싶다.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거듭 되읽었다. 큰아이를 낳고 나서 돌을 지난 뒤에 나온 이 아름책을 처음 장만하면서 “나중에 우리 아이가 크면 읽히자”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둘레(사회·정치) 민낯을 알고 싶을 적에, 싸움(전쟁)이 왜 불거지는지 알고 싶을 때에, 싸움판을 녹이는 사랑(평화)은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에 이 그림꽃이 빛나리라 본다. 총칼(전쟁무기)을 끝없이 만들면 스스로 끝없이 싸우겠다는 뜻이다. 나비가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듯,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만 이룬다. 총칼로는 총칼만 부추길 뿐이다.


#アドルフに告ぐ #手塚治蟲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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