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7.


《나선》

 장진영 글·그림, 정음서원, 2020.10.12.



인천 숭의동 용정초 앞에서 수봉산 건너 주안우체국으로 가려고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곧 오겠거니 하다가 40분을 기다렸다. 이만큼 기다릴 바에는 걸어가도 벌써 닿았겠네. 책짐을 부치고서 인천 서구 〈호미사진관 서점안착〉을 찾아간다. 다시 골목을 걷다가 인천지하철을 타고서 〈딴뚬꽌뚬〉으로 간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편다. 해가 진 이 고장도 별빛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제는 이 나라 시골조차 읍내는 ‘별빛밤’이 아닌 ‘불빛밤’이다. 그런데 오랜골목이 너른 인천은 불빛밤에 ‘잎사귀 찰랑이는 바다물결노래’를 들을 수 있구나. 개구리노래도 풀벌레노래도 멧새노래도 부릉소리에 잡아먹히는 큰고장이라지만, 거리나무나 마을나무가 우람한 곁에서는 밤바람이 나뭇잎을 간질이며 들려주는 잎노래가 아름답다. ‘민중만화’ 《나선》을 읽었다. 박정희에 이은 전두환 총칼나라(군사독재)를 뒤엎고픈 마음인 사람들이 어떻게 싸우고 얼마나 눈물지었는가 하는 줄거리를 담는다. 뜻깊기에 장만하기는 했으나, 아무래도 낡았거나 늙은 책이다. 그린이가 ‘밑사람’을 다루기는 했으나 ‘들사람’도 ‘숲사람’도 아니다. 밑바닥(하층민)이 아닌 ‘순이돌이(수수한 사람)’인 줄 스스로 느끼지 않는다면 글도 그림도 촛불물결도 낡아버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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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6.


《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

 청리 아이들 글·이오덕 엮음, 양철북, 2018.2.2.



이야기꽃을 펴러 길을 나선다. 고흥에서 안산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하루에 하나 있는 길이다. 마을책집 〈선들바람〉을 들른다. 안산버스나루에서 가까운 곳에 이토록 멋스러운 곳이 있구나. 책빛을 누리고서 수인선 전철을 탄다. 골목을 걸어 배다리에 닿는다. 〈그림책방 마쉬〉는 “강연 中”이라 붙여놓고 열지 않는다. 틀림없이 ‘강연’이 끝난 듯한데 안 여네. 〈나비날다〉하고 〈아벨서점〉에서 책을 읽는다. 일본책 《女工哀史》를 만난다. 한글판으로 《나의 여공애사》라 나온 적 있는 이 일본판을 한 자락 갖췄으나 매우 반갑기에 새로 장만한다. 저녁빛을 느끼면서 〈아벨서점 시다락방〉에서 이야기꽃을 편다. 나는 언제나처럼 부스러기(지식)는 말을 않는다. 오직 살림꽃을 지필 말씨앗을 들려준다. 시골에서 곁님·아이들하고 하루를 지으며 풀꽃나무·해바람비를 품는 길에 스스로 배운 말빛을 스스럼없이 나눈다. 《허수아비도 깍꿀로 덕새를 넘고》를 올해에 두어 벌쯤 되읽고 큰아이더러 읽어 보라고 건네었다. 예전 멧골마을 어린이 글을 담은 이 아름책을 알아볼 어른 이웃은 드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를 사랑으로 돌볼 뿐 아니라, 어른으로서도 사랑으로 살아가고픈 이웃이라면 바보틀(TV)를 끄고 이 책을 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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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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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5.


《마리의 봄》

 프랑소아즈 글·그림/정경임 옮김, 지양어린이, 2003.11.6.



다음달에 제주 〈노란우산〉에서 ‘노래그림잔치(동시그림전시)’를 연다. 그때에 쓸 노래그림판 꾸러미를 부치러 우체국으로 간다. 꾸러미가 커서 시골버스에 싣고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다. 바깥마루에 쌓은 책을 조금 치운다. 아이들은 곁님하고 ‘우리 집 김밥’을 한다. 훌륭하구나. 지난해부터 풀죽임물을 뿌리는 소리에 냄새가 유난하다. 커다란 짐차에 커다란 바람개비를 싣고서 새벽하고 밤마다 끝없이 뿌려댄다. 시골노래를 죽이는 짓이란, 시골살이를 바보로 내모는 셈인데, 벼슬꾼(군수·군청 공무원)도 마을사람도 그닥 마음을 안 쓴다. 그래도 밤하늘 별빛은 초롱초롱하다. 《마리의 봄》을 되읽는다. 이 그림책을 ‘푸른살림’을 헤아리며 읽힐 어버이나 어른은 몇쯤 될까? 요새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웃나라에서도 이 그림책처럼 숲이며 시골빛을 사랑스레 담아내며 어린이 스스로 하루를 즐거이 그리는 길을 들려주는 마음인 어른(글님·그림님)이 매우 적다. 숲이나 시골은 ‘서울에서 놀러가는, 서울에서 먼 곳’이 아니다. 사람은 서울(도시)에서 살아남을(생존) 수 있을는지 몰라도, 살아갈(생활) 수는 없다. 목숨만 이을 적에는 ‘살다·살림·사랑’ 같은 말을 안 쓴다. 우리에 갇힌 목숨이 아닌, 아우르는 숨빛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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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ngtimeForJeanneMarie #FrancoiseSeignob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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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4.


《별자리들》

 이주원 글, 꿈꾸는인생, 2021.8.20.



골짝마실을 한다. 불어난 물에 몸을 맡긴다. 함박비는 골짝물을 북돋우고, 이 골짝물은 땅으로 스미다가 새삼스레 한쪽으로 모여서 기운차게 물살을 이룬다. 쏠처럼 떨어지는 자리에 머리나 등판이마 웃몸을 맡기면 쏠물이 두두두둑 두들긴다. 어마어마한 무게인데 가볍다. 쏠물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두두둑 주물러 준다. 날마다 한나절을 골짝물이나 냇물로 몸을 씻으면 마음을 저절로 씻을 만하리라. 다시 말하자면, 돌봄터(병원)를 더 세우거나 돌봄이(의사·간호사)를 더 늘린다고 해본들, 사람들은 튼튼몸이 되지 않는다. 돌봄터나 돌봄이는 확 줄이는 길이 낫다. 잿빛(도시)도 줄이고, 숲을 늘릴 노릇이다. 숲은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이 잿터(도시)를 비우기만 하면 된다. 풀꽃나무는 열 해나 스무 해나 서른 해나 쉰 해에 걸쳐 천천히 모든 잿자리(땅이 망가진 도시)를 숲으로 돌려놓아 준다. 《별자리들》을 읽었다. 별빛이나 별자리나 별밤 이야기를 조금 더 쓴다면 한결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글님 삶걸음 이야기에 별하고 얽힌 마음빛을 아직 덜 갈무리했다고 느낀다. 오래도록 지켜보아야 삶을 잘 알지 않는다. 별처럼 마음을 밝히면서 고요히 숨을 가누면, 언제나 어디서나 마음노래를 글로 옮길 만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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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23.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김해자 글, 한티재, 2022.3.21.



큰아이랑 읍내마실을 한다. 졸립지만 시골버스에서 하루쓰기를 한다. 어제 쓰다가 졸려서 멈춘 노래꽃(동시)도 마저 쓴다. 숲노래 씨로서는 시골버스가 ‘밀린 글’을 느긋이 쓰는 틈새요, 쉼터이다. 문득 돌아보니, 이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를 다녀오는 길이란, 인천에서 서울로 전철을 타고 오가는 길만큼 되더라. 어쩐지. 시골버스에서 가볍게 쪽잠도 들고 글쓰기까지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책까지 제법 읽으니까. 밤으로 넘어갈 즈음 빗소리를 듣는다. 밤새 함박비가 드리운다. 빗소리를 시원하면서 싱그럽게 누린다. 이 비는 얼마나 반가우면서 고마운가.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를 읽었다. 책이름부터 너무 우쭐거린다고 느꼈다. ‘위대’는 서울스러운 우두머리말(권력자가 쓰는 말)이다. “지나가고 있습니다”에서 ‘-고 있다’는 군더더기 일본말씨이다. 정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대단한 일이 지나갑니다”라든지 “아름다운 하루가 지나갑니다”쯤으로 할 수 있겠지. 말만 번지르르한 벼슬꾼이 읊는 ‘위대’ 같은 서울스러운 한자말은 이제 털어내기를 빈다. 우리가 글도 쓰고 책도 읽는 사람이라면 저 우두머리나 벼슬꾼이 읊는 허울좋은 말잔치는 모조리 함박비에 쓸어 보낼 노릇이라고 느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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