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22.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

정해심 글, 이비락, 2018.2.10.



  《이 나이에 그림책이라니》를 순천으로 마실간 길에 장만해서 읽는다. 글쓴이는 틀림없이 이 나이라 하든 저 나이라 하든 그림책을 즐길 마음일 터인데, 나이가 들면 그림책을 멀리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구나 싶다. 어쩌면 아직도 이 나라는 ‘그림책·동화책은 어린이만 즐기는 유치한 이야기’라고 여긴다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참말 이러한지 생각할 노릇이다. 그림책을 왜 어린이만 즐겨야 할까? 마흔 살 아줌마나 쉰 살 아저씨가 그림책을 즐기면 바보스러울까? 쉰 살 아줌마나 예순 살 아저씨가 만화책을 즐기면 어처구니없을까? 아니다. 모든 책은 저마다 삶을 아름다이 바라보면서 가꾸는 길에 얻은 슬기로운 꿈이랑 사랑스러운 노래를 담는다고 본다. 그림책은 ‘어린이도 알아보고 누릴 수 있도록’ 헤아린 책일 뿐이다. 어린이도 알아보고 누릴 수 있도록 헤아린 책이란, 누구나 언제나 기쁘게 즐기는 책이다. 마흔을 훌쩍 넘어 쉰을 바라보는 내 나이에도 아름다운 그림책을 무릎에 얹고서 웃거나 웃는다. 아마 예순이나 일흔 나이에도 이런 모습일 수 있다. 예순이나 일흔쯤 된 나이에는 책은 거의 안 읽고서 집짓기나 흙짓기만 할 수 있는데, 그때에 문득 손에 쥘 책이라면 아무래도 그림책하고 만화책이 되리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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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1.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

하종강 글·김규정 그림, 철수와영희, 2018.3.30.



  서울 성대 앞 인문책집 풀무질에서 책을 새로 써내시고, 이 책을 우리 책숲집 지음이 이웃님한테 한 권씩 부치기로 했다. 봉투에 주소를 적으니 예순한 분이다. 출판사에서 내 사진을 쓰면서 주기로 한 책은 마흔세 권. 열여덟 권을 더 사야 하고 우표값이 들 테니, 이래저래 어림하면 25만 원쯤 나갈 듯하다. 기쁘게 책값이랑 우표값을 쓰기로 한다. 인문책집이라는 이름을 서울에서 지키기란 매우 빠듯한 노릇이라 하는데, 풀무질은 바로 이 가시밭길을 씩씩하게 걷는다. 일이란 무엇인가? 삶과 사람이란 무엇인가? 삶터와 마을과 나라란 무엇인가? 우리는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일을 하는 하루일까? 마침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라는 책이 나와서 반가이 읽는다. 하종강 님이 세 해 만에 쓰신 책이라고 한다. 하종강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속이 깊으면서 품이 넓다. 이만 한 분이 꾸준히 글길을 갈고닦을 뿐 아니라 우리 삶터 한 자락을 밝히니 반갑다. 더구나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는 마흔한 꼭지로 간추려 ‘일(노동)은 무엇이고, 우리는 일을 어떻게 바라볼 만한가’를 쉽고 부드러이 다루니 좋네.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슬기로운 이야기를 듣고, 슬기로이 생각을 키우기를 빈다. 이 작은 책은 훌륭한 밑책이 되어 주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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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0.


《하늘을 나는 사자》

사노 요코 글·그림/황진희 옮김, 천개의바람, 2018.2.28.



  얼마만인가. 순천 기차역 건너편에 있는 마을책집 〈책방 심다〉에 작은아이하고 찾아갔다. 오늘도 책집에는 불은 켜졌되 책집지기는 안 보인다. 지난 두 달 동안 오늘로 네 걸음째 헛걸음이 되려나 싶었는데, 작은아이하고 밥집을 찾으며 골목을 걷다가 〈심다〉 지기님하고 길에서 마주쳤다. 옳거니. 오늘은 책집에서 다리쉼을 할 수 있네. 느긋하게 밥을 먹고, 빵집에서 얼음과자를 산다. 찬찬히 걸어서 책집에 닿는다. 작은아이는 책집지기하고 그림놀이를 한다. 큰아이하고는 몇 걸음 다니지 못했으나 작은아이하고는 여러 걸음 드나든 〈심다〉이다. 작은아이는 〈심다〉 아저씨도 아주머니도 좋아하는구나 싶다. 책집을 나설 즈음 책 세 권을 고른다. 이 가운데 《하늘을 나는 사자》는 ‘천개의바람’에서 열세 해 만에 다시 펴내 주었다. 고맙다. 큰 출판사에서 판이 끊어진 그림책을 작은 출판사에서 새롭게 엮어 주는구나. 옮김말은 살짝 아쉬워 아이들하고는 글월을 고쳐서 읽는다. 하늘을 나는 사자는 오랫동안 제 삶을 놓친 채 휘둘렸지만, 오래도록 잠들어 꿈꾸는 동안 비로소 제 삶길을 찾았다. 하늘까지 날 줄 아는 멋진 사자는 왜 한동안 고양이들한테 휘둘렸을까? 우리는 모두 하느님으로 태어난다는데 왜 어른이 되면 눈빛이 흐릴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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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9.


《겨울나기》

이수호 글, 삼인, 2014.6.9.



  아이들 귀를 파고 손발톱을 깎을 적마다 어쩜 이렇게 작으며 이쁠까 하고 생각한다. 일거리가 많은 나머지 두 아이 귀를 파다가 등허리가 몹시 결리다고 느낀 적이 더러 있었지만, 이제는 퍽 수월하게 귀를 파고 손발톱을 깎는다. 우리 어머니도 내 귀를 파고 손발톱을 깎을 적에 이처럼 느끼셨을까. 하나씩 배우고 깨달으면서 자라기에 사람이고, 사람꼴을 갖추면서 어버이 구실을 바라볼 수 있지 싶다. 이수호 님이 쓴 시집 《겨울나기》를 읽으니, 손수 할 줄 아는 일이 드물어 곁님이나 딸아이가 없이는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는 모습이 고이 흐른다. 이를 수수하게 밝히는 글이 상냥하기는 한데, 앞으로는 스스로 어수룩한 모습에서 거듭난 이야기를 시로 담을 수 있다면 더욱 상냥하겠지. 봄을 꿈꾸며 겨울을 나듯이, 여름을 바라보며 봄을 나고, 가을을 기다리며 여름을 난다. 그리고 겨우내 푹 쉬려고 가을을 나겠지. 아버지가 부엌에서 밥을 하는 동안 손이 심심한 아이들이 부엌이며 마루를 쓸고 닦는다. 같이 먹고서 같이 치우고, 설거지를 마친 자리도 제법 깔끔하게 건사할 줄 안다. 하루가 새삼스럽다. 부쩍 자라면서 씩씩하게 팔다리를 펴는 아이들이 새롭다. 작은아이 몽당연필하고 내 긴연필을 바꾼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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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18.


《꼴뚜기는 왜 어물전 망신을 시켰을까?》

정인수 글·최선혜 그림, 분홍고래, 2018.2.25.



  어린이 인문책을 읽는 어른으로 살아가며, 어른 인문책하고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새롭게 배운다. 어른 인문책은 거의 모두 학문으로 다가선다면, 어린이 인문책은 이 땅에서 지구라는 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어린이가 무엇을 찬찬히 헤아리며 제대로 알 적에 슬기롭고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설 만한가를 들려준다. 더구나 이런 이야기를 쉽게 풀어야 하기에, 말하는 눈높이를 새삼스레 돌아볼 수 있는데, 이밖에도 오늘 어른으로 살아가는 내가 무엇을 얼마나 모르거나 아는가를 가만히 되새긴다. 《꼴뚜기는 왜 어물전 망신을 시켰을까?》를 쓴 분은 처음에 시골 닷새저자를 거의 몰랐다고 한다. 저잣거리에서 쓰는 오랜 말도 마땅히 몰랐을 테지. 그렇지만 서울을 떠나 곡성이란 시골에서 살며 저잣거리를 드나드는 동안 새롭게 저잣말을 익히고 저잣살림을 헤아렸단다. 이러면서 책까지 한 권 써낸다.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옛살림 이야기책이면서, 글쓴이 스스로 이제껏 잊거나 잃은 채 살던 이웃살림 이야기책이기도 하다. 즐겁게 읽는다. 오늘이 일요일이던가. 고흥 읍내에 가 보면 숯불에 물고기를 구워서 판다. 고흥에는 오징어는 없고 갑오징어만 있는데 숯불구이 갑오징어를 저잣마당에서 장만해서 저녁을 차리고 싶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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