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1.



《チンプイ 1》

藤子·F·不二雄, 小學館, 2017.11.28.



  어쩐지 본 듯도 하지만 어쩌면 못 보았을 수 있는 후지코 후지오 님 만화책 《チンプイ》 네 권을 도쿄 진보초 ‘書泉’에서 본다. 한국에서도 살 수 있겠거니 여기면서 1권만 골랐는데 2∼4권까지 다 골라야 했을까. 도라에몽에 나오는 진구가 영민이 같은 얼굴이지만 가시내 모습이 되어 나오는 듯한 ‘チンプイ’라고 할 만하려나. 그러나 진구보다는 한결 씩씩한 아이라고 할 만하지 싶다. 씩씩하게 달리고, 기운차게 뛰놀며, 즐겁게 심부름을 할 줄 아는, 이러면서 삶을 새롭게 사랑하는 길을 배우는 아이들이 온누리 곳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겠지. 오늘 하루는 아름답다. 오늘 하루는 언제나 오늘 하루뿐이다. 곰곰이 생각하고 찬찬히 돌아보면서 몸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꿈으로 그리면 무엇이든 하거나 지을 수 있다. 어린이일 적뿐 아니라 어른이 된 뒤에도 매한가지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 하늘을 보며 바람을 마시자. 바람을 마시면서 파란 숨결을 느끼자. 파란 숨결을 느끼면서 우리 몸에 흐르는 고요한 넋이 얼마나 환한가 헤아리자. 대나무 헬리콥터가 아니어도 가볍게 몸을 띄워서 어디로든 갈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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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31.


《Korean Boxer》

佐藤ヒデキ, リトル·モア(little more) / 2003.3.10.



  2009년에 서울 회기역 앞쪽에 있는 헌책집에서 처음 만난 《Korean Boxer》인데 거의 열 해가 지난 오늘 일본 도쿄 진보초에 있는 책집에서 새삼스레 다시 만난다. 반갑고 놀랍다. 일본 도쿄 진보초 책집에서 이 사진책에 붙인 값은 내가 열 해쯤 앞서 한국에서 장만하던 값하고 거의 같지 싶다. 다만 한국은 물건값이 끝없이 오르나 일본은 안 오른다. 어느새 열다섯 해를 묵은 사진책이 되는데, 처음 나올 무렵만 해도 ‘한국 권투선수’ 가운데 나이가 많이 들어 흙으로 돌아간 분이 제법 있다. 이제는 흙으로 돌아간 분이 더 많을 테고, 한결 늙었을 테지. 맨주먹으로 살아남아 돈을 벌고 이름을 날린 그들은 할아버지 나이가 되어서 무엇을 보거나 느꼈을까? 더는 주먹힘을 쓸 수 없도록 늙은 나이가 되어 조용히 눈을 감을 무렵 권투선수라는 삶을 보낸 나날을 어떻게 돌아볼까. 가만히 보면 운동선수는 목숨이 매우 짧기 일쑤이다. 한창 날리는 선수로 열 해나 스무 해를 있기란 참으로 힘들다. 그런데 왜 운동선수가 되려 할까? 젊은 나이에 무대에 서 보아야 비로소 별처럼 빛날 수 있을끼? 맨주먹이라면 운동선수 아닌 길은 없을까? 맨주먹으로 땅을 일구어 보금자리를 짓는 길에 힘을 쓰는 삶을 일러주거나 가르치는 어른은 없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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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30.


《부디 계속해 주세요》

한·일 젊은이 열 사람 이야기, 마음산책, 2018.3.20.



  일본 도쿄 진보초에 마실을 와서 한국책을 볼 줄이야! 그러나 한국책을 어김없이 만났고, ‘책거리’라는 책집을 꾸리기도 하는 ‘쿠온(CUON)’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내려는 책을 한국에 있는 마음산책 출판사에서도 한국말로 옮겨서 함께 낸 판을 본다. 다만 몇 가지 아쉽다. 일본책은 펴낸날이 3월 31일, 한국책은 3월 20일. 한국책에는 일러두기에 깨알같은 글씨로 ‘쿠온’ 이야기가 한 줄로만 나오고, 일본책 이름이 《今, 何かを表そとている10人日本と韓國の若手對談》이라고 밝히나, 정작 간기에 이 책이름을 안 밝힌다. 왜? 이 멋진 책이 제대로 빛나도록 ‘쿠온’이나 ‘도쿄 진보초 책거리’가 그동안 선보인 눈부신 발걸음을 몇 줄이라도 책 어디엔가 무엇인가 적어 놓으면 한결 낫지 않을까? 나는 일본에서 이 책을 ‘일본책’으로만 사고,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책을 따로 사려 했다가, 일본에서 두 가지를 다 사기로 했다. 책거리에서 강의를 마치고 느긋하게 읽다가, 길손집에 들어 찬찬히 두 책을 읽어 보는데, 수수하면서 정갈히 나온 일본책에 견주어 한국책이 많이 아쉽다. 아쉽다는 말을 안 할 수 없다. 한국책을 낸 곳이 ‘마음산책’이라면, 젊은 열 사람이 나라를 넘어 이야기꽃을 피운 뜻을 ‘마음’으로 되돌아보아 주기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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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9.


《쓸 만한 잡담》

서성자 글, 천년의시작, 2016.10.12.



  고흥읍으로 가는 길에 시골버스가 시끌벅적하다. 이주노동자 한 사람이 시골 할매한테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가’를 물은 듯하고, 할매는 손짓 발짓을 다 써서 “여기 아니야. 저 아저씨 내리는 디까지 가서 내려야 해.” 하는 말을 숱하게 한다. 시골버스를 채운 할머니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하는 말을 이주노동자는 알아들었을까. 아무튼 마지막까지 가서 내린다. 나는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오르고, 시조집 한 권을 천천히 읽고서, 쪽종이에 열여섯 가지 새 이야기를 적는다. 지난겨울에 ‘움직이는 말’을 마무리했고, 요즈음 ‘그리는 말’을 열여섯 줄로 적어 본다. 일본에서 만날 이웃님이 몇 분일까 하고 어림하며 적는데, 앞으로 열네 가지 이야기를 더 써야지 싶다. 짐을 가볍게 하자며 얇은 시조집만 챙겼다. 첫 시집을 선보인 아주머니는 이녁 어머니하고 딸아이 사이에서, 삶하고 살림 사이에서, 또 꿈하고 오늘 사이에서 가만히 오가면서 이야기를 엮는다. 시가 되고 밥이 되는 이야기는 늘 우리 삶자리이다. 스스로 기쁘게 하루를 열고 닫는다면 언제나 스스로 싱그러운 글꽃을 피우겠지. 부산 김해공항은 크지 않아 좋다. 그러나 공항이 낯선 시골 아저씨한테는 모든 것이 쉽지 않네. 생각보다 수월히 일본으로 건너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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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8.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

안성진 글, 타래, 2018.3.15.



  어제는 마을 빨래터 물이끼를 걷으면서 두 아이가 신을 손수 빨래하도록 이끌었다. 오늘은 나박김치를 담근다. 손이 덜 가는 나박김치라지만 이른아침부터 늦은낮까지 퍽 오래 걸린다. 양념물을 끓여서 식히고 무하고 배추를 절이면서 기다려야 하니까. 모든 밥살림은 이와 같다. 옷살림도 집살림도 그렇지. 품이나 겨를을 들이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런데 여기에 사랑을 함께 들이지 않으면 제아무리 품이나 겨를을 많이 들여도 헛손이 되기 일쑤이다. 따스한 숨결이 깃들지 않은 밥은 맛없고 더부룩하니까. 포근한 숨결이 흐르지 않는 집은 메마르고 쓸쓸하니까. 여느 회사원인 안성진 님이 쓴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을 가만히 읽는다. 이 책은 바로 여느 회사원이라는 자리에서 여느 아버지이자 사람으로서 삶을 돌아보며 쓴 책이기에 수수하면서 즐겁다. 대단한 전문가 한 사람이 이끄는 이야기가 아닌, 수수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겪고 생각하며 배운 이야기를 가만히 들려준다. 오늘날 우리는 마음껏 글도 쓰고 사진도 찍으며 누리집까지 꾸밀 수 있다. 참말 모든 사람이 작가도 예술가도 된다. 뭔가 더 있어야 하지 않다. 사랑이 있고, 이 사랑을 생각하며, 이 생각을 살림으로 옮기면 넉넉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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