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6.


《철학자의 음악서재》

 최대환 글, 책밥상, 2020.10.23.



해가 환하다. 비는 엊저녁에 그쳤고, 천천히 개면서 물기운을 말린다. 오늘만큼은 하늘이 새파랗다. 곁님하고 두 아이가 마당을 치운다. 후박나무 둘레에 쌓인 까만흙을 한켠으로 옮기고, 덩굴을 솎고, 잔뜩 퍼진 노란붓꽃도 좀 파낸다. 저녁에는 〈쿵후팬더 4〉을 함께 본다. 큰나무는 늘 씨앗을 떨구는데, 바로 곁에서 싹틔우기보다는, 알맞게 떨어진 곳에서 새싹이 돋으며 우람하게 크기를 바란다. 모든 씨앗은 어미(어버이) 품에서 홀가분히 나오고서 새길을 열면서 스스로 새빛(어른)으로 자란다. 《철학자의 음악서재》를 진작 읽었다. 뜻도 줄거리도 짜임새도 ‘안 나쁘다’고 느끼면서도, ‘붕뜬 글’이라고도 느낀다. ‘철학자·음악·서재’를 한묶음으로 놓으니 어쩐지 멋스럽거나 깊거나 넓은 듯 꾸미는구나 싶다. 이런 책을 읽을 적마다 늘 생각해 보는데, 누가 읽으라고 쓰는 글일까? 어린이는 못 읽을 글이다. 어른 가운데에서도 ‘한자 인문지식’이 꽤 있어야만 좀 읽을 만하다. 아이들하고 〈쿵후팬더〉를 200벌을 넘게 보기는 했으나, 〈쿵후팬더〉에 나오는 노래는 따로 안 듣는다. 〈포카혼타스〉나 〈울프워커스〉나 〈뮬란〉에 나오는 노래는 늘 듣는다. 바람과 나무와 바다와 숲과 새가 들려주는 가락이 바로 노래이니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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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5.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인권》

 오늘 글·김연정 그림·사자양 기획, 다른매듭, 2023.5.15.



하루 내내 비가 온다. 사흘 해날이다가 다시 오는 비날에 나뭇잎도 풀잎도 쑥쑥 자란다. 한봄비는 자람비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작은아이하고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오면서 이야기한다. 아침에는 밥을 차리고, 낮에는 생각을 주고받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밥을 차리고는 일찍 곯아떨어진다. 《어린이가 꼭 알아야 할 인권》을 곰곰이 읽는다. 일본 한자말 ‘인권’일 텐데, 우리말로 하자면 ‘사람빛·사람길’이라 할 만하다. 사람으로 사람답게 빛나거나, 사람으로서 걷는 길을 돌아본다면, 나하고 너는 다르면서 하나요, 서로 하늘빛을 품은 숨결이라는 대목을 알아야 한다. ‘나너우리’라는 얼거리를 안 보거나 등지거나 놓친다면, 사람답게 살림하는 사랑을 안 배우거나 내친다고 느낀다. 어린이를 안 살피는 사람은 ‘어른 아닌 늙은 꼰대’이다. “안 살핀다”라는 말을 생각해야 한다. 어린이를 깎아내리거나 괴롭히는 짓도 “안 살핌”이요, 바보짓에 막말을 서슴지 않는 어린이를 나무라지 않거나 달래지 않거나 가르치지 않는 짓도 “안 살핌”이다. 어버이하고 멀리 떨어지거나 말을 거의 안 섞는 집이라면 아무런 “어린이 인권”도 “이웃사람 인권”도 안 쳐다보더라. 다들 어린이를 볼 틈이 없이 바쁜 듯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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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4.


《레이리 2》

 이와아키 히토시 글·무로이 다이스케 그림/김봄 옮김, 소미미디어, 2019.1.17.



해날보다는 구름날로 흐르는 하루이다. 구름결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작은아이가 집안일에 마음을 기울이도록 이끌려면 어떻게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해야 아늑하면서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일까. 구름을 보다가 나무를 보고, 들풀을 보고, 봄꽃을 본다. 하늘을 가르는 새를 보고,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다가, 마음소리를 들으면서 목소리를 북돋운다. 밤에는 비가 온다. 《레이리》는 언제쯤 뒷이야기를 마저 볼 수 있을려나 모르겠다. 한글판은 석걸음에서 멈추는데, 일본판은 이미 2019년에 여섯걸음까지 나왔다. 칼부림이나 막짓을 서슴없이 보여주는데, 왜 이렇게 그려야 하나 하고 곱씹자면, 이미 ‘우두머리가 있는 모든 나라’에서는 칼부림하고 막짓이 아무렇지 않게 춤춘다. 지난날이나 오늘날이나 매한가지이다. 힘을 부리는 이들 손가락짓 하나로 숱한 사람들 목숨이 날아가고, 여러 마을이 불탔고, 들숲바다가 사라졌다. ‘그 자리’는 누가 서든지 사람다움을 잊은 채 사랑스러움을 잃는 굴레이니, 이런 발자취와 민낯을 어제뿐 아니라 오늘도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또한 ‘그 자리’는 아예 마음에 담지도 않으면서 수수하게 하루를 짓는 사람들은 늘 사람다우면서 사랑스럽게 살림을 짓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岩明均 #レイリ #室井大資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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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3.


《연필 하나》

 알랭 알버그 글·부루스 잉그만 그림/손미나 옮김, 주니어김영사, 2020.8.10.



노란수선화는 세이레쯤 앞서 꽃이 나오고서 졌다. 흰수선화는 어젯밤부터 꽃망울이 나온다. 초피나무에 새잎이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옅노란 꽃망울이 주렁주렁 달린다. 모과꽃은 우듬지에 꽃잔치요, 매나무는 알이 굵어간다. 모든 나무는 고스란히 자라고, 그대로 푸르다. 사람이 따로 가지를 쳐야 할 일이란 없고, 땔감이나 다른 길에 쓸 적에만 조금 자르면 된다. 늦은낮에 저잣마실을 가서 모처럼 달달이(케잌)를 장만한다. 이제 노래철로 접어든다. 새노래·개구리노래·풀벌레노래 셋이 어우러진다. 한봄을 지나 한여름까지 어마어마한 노래밭으로 나아간다. 《연필 하나》는 제법 재미있게 그리고 엮었다고 느낀다. 그러나 조금은 아쉽다. 붓하고 지우개가 벌이는 싸움으로 짜면 아이들이 처음에는 킥킥거리면서 줄거리를 따라갈 테지만, 온누리 숱한 곳에서 치고받는 싸움이 안 끝나는 듯 보인다지만, 붓하고 지우개 사이를 더 들여다보고서 그릴 만할 텐데 싶다. 싸움질이 아닌 다른 길, 그러니까 둘이 돕고 아끼면서 어깨동무로 짓는 살림길을 바탕으로 한다면, ‘킥킥 재미’가 아니라 ‘우와 기쁨’으로 나아갈 만했다. 모름지기 그림책이건 글책이건 한두 벌 읽고서 다시 안 들출 꾸러미로는 안 엮기를 빈다.


#ThePencil #AllanAhlberg #BruceIngma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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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2.


《피아노 시작하는 법》

 임정연 글, 유유, 2023.4.14.



오랜만에 해가 뜨끈뜨끈 나오는 아침이다. 4월 들어 따뜻볕은 처음이지 싶다. 반갑다. 지난해보다는 비가 적고 구름도 적으나 환한 해날이 드물다. 아이들하고 시골에서 살면서 날마다 날씨를 살펴서 적바림한다. 해마다 언제 꽃과 잎이 나는지, 싹이 언제 트는지, 나물은 어느 때부터 뜯을 만한지, 나물맛은 해마다 어떻게 다른지 차근차근 새긴다. 작은아이랑 훑은 모과꽃망울을 햇볕에 내놓는다. 새소리를 듣고 날갯짓을 바라본다. 저녁에는 앵두나무 곁에서 우렁차게 노래하는 풀벌레를 만난다. 올들어 첫 풀벌레노래이다. 《피아노 시작하는 법》을 큰아이하고 읽을 마음으로 장만했지만, 큰아이한테 안 건네기로 했다. 우리 집 아이는 ‘노래하며 즐겁게 깨어나는 손끝과 눈길과 마음’을 바라면서 ‘손바람(피아노)’을 칠 뿐이다. 손으로 일으키는 바람이 어느새 노래로 피어나고 가락을 입어 스스로 즐거우면서, 우리 보금자리와 마을에 가락바람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책은 ‘손으로 짓는 노래바람’하고 먼 줄거리로 흐른다. 이럭저럭 길잡이책으로 삼아도 나쁘지 않다고는 보되, 갈피를 잃거나 종잡지 못 하는 채 흩어지는 줄거리가 가득하다. 글도 참 딱딱하고 어렵다. ‘꾼(전문가)’은 왜 ‘꾸미’려고 할까? 왜 안 ‘가꿀’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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