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6.


《그렇게 삶은 차곡차곡》

 사카베 히토미 글, 웃는돌고래, 2017.10.12.



빨래를 해놓고서 책꾸러미를 싼다. 나래터를 다녀온다. 어젯밤 고흥으로 돌아오고서 느긋이 안 쉰 채 바로 여러 일을 하노라니 등허리에 종아리가 욱씬욱씬하다. 저녁에 이르러 하늘이 갠다. 별이 와락 쏟아진다. 일찌감치 드러눕는데, 작은아이가 책을 읽다가 못 알아들은 ‘볼일’이라는 우리말을 풀어내어 알려준다. ‘본일·보는일·볼일’처럼 우리말은 받침 하나로 때매김을 바꾸는 얼거리를 들려준다. “먹은 밥·먹는 밥·먹을 밥”처럼 받침으로 뜻이며 결이 다른 보기를 나란히 이야기한다. 《그렇게 삶은 차곡차곡》을 몇 해 앞서 읽었다. 책이름처럼 삶을 그대로 차곡차곡 담으면 넉넉할 텐데, 조금씩 엇나간다고 느낀다. 잘 보이지 않아도 되고, 잘 하려고 용쓰지 않아도 된다. 아이하고 누리는 하루는 가장 뛰어나거나 훌륭하거나 멋진 나날이어야 하지 않다. 수수하게 아이하고 노래하고 놀고 얘기하고 생각을 주고받으면 넉넉하다. 어버이라면 좀 멈춰서 생각해 보자. 아이가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야 앞날이 환하거나 즐겁겠는가? 아이가 ‘스스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며 웃고 노래하는 하루를 이 보금자리에서 펼’ 적에 반짝이면서 즐겁겠는가? 아이 곁에서 어버이도 꿈을 그려야 함께 자라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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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5.


《흙투성이 엘레나 공주 1》

 하루미 히츠지 글·그림/나민형 옮김, 학산문화사, 2023.5.23.



‘나’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나’이다. ‘너’는 ‘네’가 바꾼다. 우리가 서로 들려주는 말로는 하나도 못 바꾼다. 누구나 스스로 마음을 움직여야 그자리에서 바로 바꾼다. 아이들 이모네로 건너간다. 한 뼘 자란 조카들을 본다. 보고 듣고 어울리다가 움직인다. 17:30 시외버스를 타야 하기에 14:30부터 움직인다. 아직 이른낮에 버스를 탔기 때문인지 서울에 일찍 들어섰고, 조금 짬이 있기에 〈숨어있는 책〉에 큰아이하고 들른다. 열일곱 살로 자란 큰아이를 본 책집지기님은 예전 모습을 떠올리고, 큰아이도 아기일 적부터 찾아온 이곳을 어렴풋이 되새긴다. 자, 이제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흙투성이 엘레나 공주 1》를 읽었고 두걸음도 읽었다. 밭일을 즐기는 꽃순이를 다루는 줄거리는 안 나쁘되, 그림님이 팔랑치마를 자꾸 그리고 싶어하는지, 영 이야기가 앞으로 못 뻗는다. 밀당을 벌이는 짝사랑을 그리는 길은 안 나쁘지만, ‘흙투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흐르는 살림살이는 엉성하고 어설프고 뜬금없다. 그림꽃 하나에 너무 많이 바라는 셈인가 싶다.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얼거리라면 이제 그만 읽어야지. 옷자락과 얼굴을 이쁘게 그리려고 품을 들이지만, 풀과 흙과 나무와 꽃은 설렁설렁 그리니, 하나도 안 볼 만하다.


#土かぶりのエレナ姬 #晴海ひつ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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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4.


《작은책방》

 엘리너 파전 글/이도우 옮김, 수박설탕, 2023.12.21.



밤부터 일어나서 글일을 여미고서, 이른새벽에 큰아이하고 짐을 꾸려서 길을 나선다. 비구름이 가득하지만 맨몸으로 간다. 비가 오면 맞으면 된다.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내리고서 ‘한가람문구’에 들른다. 아이들 붓살림을 장만하자니 목돈이 나간다. 글을 쓰건 그림을 그리건 붓에 종이가 끝없이 든다. 일산 할머니한테 찾아간다. 일산 할아버지는 흙으로 돌아갔는데, 굳이 아쉬워할 일이 없는데, 이제 그만 놓으시기를 바란다고 내도록 이야기한다. 《작은책방》이 새로 나왔다. 반갑되 안타깝다. 왜 우리말씨를 헤아리지 못 할까. 어린이부터 읽는 책인 줄 왜 살피지 않을까. ‘어린이한테 모든 삶과 말을 들려주자’는 엘리너 파전 이야기란, ‘일본 한자말이건 옮김말씨이건 마구 써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사랑을 담은 말씨로 푸르게 빛내는 생각이 자라나는 모든 말을 들려주자’는 뜻이다. ‘보리와 임금님’을 구태여 ‘왕과 보리밭’으로 바꿔야 할까? 1975년에 계몽사에서 나온 한글판부터 모든 판을 꼬박꼬박 챙겨서 읽었는데, 2023년판은 그야말로 안타깝고 쓸쓸하다. 어린이 곁에 나란히 앉아서, 어린이를 무릎에 앉혀서, 어린이를 목말로 태워서, 어린이하고 나란히 손을 잡고 거닐면서, 슬기롭고 어진 말을 들려주어야 어른이다.


#TheLittleBookroom #EleanorFarjeo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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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3.


《101마리 올챙이》

 가코 사토시 글·그림/정은지 옮김, 내인생의책, 2011.7.22.



어젯밤부터 비날을 잇는다. 빗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빗물로는 숨결을 씻고, 빗소리로는 마음을 씻는다. 빗줄기로는 하늘을 씻고, 빗방울로는 온몸을 씻는다. 철갈이를 할 즈음에는 으레 비가 온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비는 두 철을 잇는 물줄기이다. 《101마리 올챙이》를 보았다. 조금 아쉽지만 잘 여민 그림책이다. 그림님은 들숲바다 이야기를 꾸준히 그림책으로 갈무리했다. 여태 나온 다른 그림책도 ‘와! 이런 줄거리도 담았네!’ 싶다가 ‘아! 왜 여기서 엇나가지?’ 하면서 아쉬웠다. 올챙이를 그릴 적에는 오롯이 올챙이 마음과 눈길과 삶으로 담을 일이다. 섣불리 ‘사람스러운 몸짓과 말씨와 모습’을 끼워넣다가는 헝클어진다. 왜 이분은 자꾸 사이에 딴청을 할까? 아무래도 ‘과학 지식’이라는 데에 얽매인 탓 같다. 갈수록 여러 과학이 삶터가 아닌 실험실에 갇혀버리는데, 그림책마저 ‘실험실에 갇힌 틀’에서 맴돈다면,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는지 모르겠다. 봄개구리는 진작에 깨어났다. 밤이며 낮에 가늘게 외마디 노래를 들려준다. 지난 1월에도 벌써 깨어난 개구리가 있다. 빗소리를 가만히 듣노라면, 개구리노래가 슬쩍 곁따라 퍼지기도 한다.


#おたまじゃくしの101ちゃん #加古里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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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2.


《서점의 시대》

 강성호 글, 나무연필, 2023.10.31.



올해에 새로 선보이는 《우리말꽃》이 집으로 온다. ‘숲노래 책숲’ 이웃님한테 한 자락씩 부치려고 넉줄글을 쓰고 글자루에 담는다. 어느 만큼 추슬러서 등짐에 지고서 나래터로 간다. 두 아이 손길을 받아서 일을 한다. 읍내에서 일을 마치고서 천천히 기스락숲을 걸을 적에 큰아이가 “비가 오면 흙냄새가 더 많이 올라오는 듯해요. 왜 그럴까요?” 하고 묻는다. 우리가 걷는 숲길을 이루는 흙이며 풀꽃나무이며 바람이며 구름한테 마음속으로 물어본다. ‘너희는 어떤 내음이니?’ “빗물은 흙을 씻어내고, 흙은 빗물한테 날숨을 내놓는데, 흙이 내놓는 날숨이 너희한테 이바지해. 보렴. 사람인 너희가 내놓는 날숨이 풀꽃나무를 살리지? 사람과 흙과 풀꽃나무는 서로 날숨들숨을 주고받으면서 푸르단다.” 하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온다. 《서점의 시대》를 읽었다. 곰곰이 석 벌쯤 되읽었는데, 아무래도 아쉽다는 말부터 튀어나온다. 왜 책집지기를 더 찾아나서지 않고서 책을 썼을까? ‘학문적 성과를 거두는 문화역사 인문서 집필’이 아니라, ‘마을에서 조용히 책살림을 편 작은이웃 마음을 느끼고 읽어서 담는 글쓰기’를 하면 될 텐데. 책이나 글로 남은 자취는 덜 살펴도 된다. 헌책집 일꾼을 만났더라면 줄거리가 확 바뀌었으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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