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8.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스콧 니어링 글/류시화 옮김, 보리, 2000.4.15.



책숲종이(도서관 소식지)가 나왔다. 두 아이랑 즐겁게 글자루에 넣고, 등짐에 담고서 읍내로 시골버스를 타고서 나간다. 나래터에서 다 부치고서 저잣마실을 한다. 시골버스에서는 노래꽃을 쓰고, 길을 걸을 적에는 책을 읽는다. 그런데 아침나절에 깜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 한켠에 뻗었다. 카악거리기는 하지만 머리만 겨우 움직일 뿐 쓰러진 채 꼼짝을 못 한다. 지난밤에 비를 쫄딱 맞은 듯하지만 물을 닦아 줄 수 없다. 큼직한 천으로 살짝 덮는데 자꾸 카악거린다. 그러나 크고 두툼한 천으로 덮으니 몸을 떨지 않는다. 천을 하나 더 덮으니 살짝 카악하다가 고개를 내리고 가만히 눕는다. 이윽고 꿈나라로 가더니 가볍게 웃는데, 끝내 몸을 일으키지 못 하고서 혀를 조금 빼문다. 네 다리는 벌써 굳고 가늘게 숨을 고른다. 부디 밤새 고이 잠들어 새곳으로 가기를 빈다. 우리 집 기스락으로 조용히 들어와서 몸을 내려놓는 숲짐승이나 마을고양이가 꽤 많다. 《조화로운 삶》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2000년에 처음 읽을 무렵에도 아쉬웠고, 시골살이를 하는 하루로 되새기면서도 쓸쓸하다. “Living the Good Life”는 “즐겁게 살기”쯤일 텐데, 두 글바치는 “어울리는 삶”이 아닌, “돈 잘 버는 길”이었지 싶다. 미국에서는 쇳덩이(자동차) 없으면 못 산다고 하지만, 미국에서야말로 쇳덩이 없이 살림을 꾸리고 나서 글을 쓸 적에 비로소 ‘어울림소리’를 낼 만하지 않을까?


#Living the Good Life (1954년)

#HelenNearing #ScottNearing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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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7.


《라면 먹고 갈래요》

 하마탱 글·그림, 인디페이퍼, 2022.7.15.



작은아이한테 ‘순이·돌이’가 어떻게 몸이 다르고, 삶과 살림과 사랑이 다르면서 하나로 흐르는가 하고 풀어서 들려준다. 차근차근 느끼고 곰곰이 생각하고 하나씩 알아차려 가기를 빈다. 함께 저잣마실을 다녀오면서, 시골버스에서 버스일꾼한테 막말을 퍼붓는 젊은이를 만난다. 시골버스를 타는 시골 젊은이는 “아예 없다”거나 “어쩌다 한둘”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낮부터 술을 퍼마셔서 혀가 꼬인 채 쩍벌다리로 앉아 한참 웅얼거리는데, 이이한테 한마디 해줄까 하다가 그만둔다. 고흥살이 열네 해를 돌아보니 “거나꾼은 ‘없는 사람’ 치는 길”이 가장 낫더라. 저녁에 비가 다시 온다. 《라면 먹고 갈래요》를 읽고서 조금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그림꽃(만화)을 펴는 이웃님이 아직 있네. 타령을 하지 않고서 노래를 할 줄 알기에 그림붓이다. 탓하느라 그만 하늘을 볼 틈이 없는 붓이 아닌, 바람을 가만히 타면서 온누리를 돌아볼 줄 아는 붓일 적에 비로소 그림꽃으로 피어난다. 글붓도 매한가지이다. 이야기를 담으면 넉넉한데, 이야기가 어디에서 샘솟는지 모르는 분이 수두룩하다. 먼발치에는 없는 이야기요, 늘 모든 사람이 이녁 삶자리에서 스스로 길어올리는 이야기샘이자 이야기꽃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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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6.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마루야마 무네토시 글·주에키 타로 그림/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7.15.



비가 그치고 해가 나지만 구름도 잔뜩 덮는다. 우리 책숲에 고인 빗물을 걷는다. 문득 돌아보니, 2007년에 인천에서 처음 책숲을 열던 때에도, 2011년에 고흥으로 옮긴 뒤로도, 으레 책숲에 흐르는 빗물을 걷는다. 머잖아 비 안 새는 곳에 책숲을 두고서 이웃을 만날 수 있기를 빈다. 돌나물을 훑는다. 작은아이가 “아들은 밥지기(요리사)”로 나아갈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개구리노래가 한껏 늘었다. 바람은 부드럽다. 슬슬 봄이 저물려는 바람에 해에 구름이라고 느낀다.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을 몇 해 앞서 장만하고서 한동안 잊다가 후다닥 읽었다. 처음 장만할 적에 살짝 아쉽다고 느낀 대목은 몇 해 지난 오늘에도 고스란히 아쉽다. 잘 보면 ‘사계절 곤충 탐구 수업’이라는 네 낱말은 한글로 적되 우리말은 아니다. 어린이도 읽기를 바라는 책일 텐데, 꽤 어렵구나 싶은 일본 ‘생물학 전문용어’가 잔뜩 나오고, 일본말씨가 너무 춤춘다. 벌레를 ‘벌레’라 하지 않아야 생물학자나 곤충학자인 듯싶다. ‘딱정벌레·사슴벌레·무당벌레·잎벌레’라고 버젓이 말하지만, ‘노린재·하늘소·거미’라는 이름이 있지만, 이런 이름을 누가 어떤 마음과 숲살림으로 붙이면서 오늘에 이르렀는지 눈여겨보는 사람이 너무 드물다.


#丸山宗利 #じゅえき太?

#丸山宗利じゅえき太?の秘昆?手帳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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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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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5.


《잊혀진 미래》

 팔리 모왓 글·그림/장석봉 옮김, 달팽이, 2009.11.12.



간밤부터 비가 퍼붓는다. 아침에 빗물을 뜨기로 한다. 비날에는 빗물이 가장 맑고 싱그러우면서 맛나다. 서울이라면 빗물을 어떻게 마시느냐고 할는지 모르나, 비가 한참 내렸다면, 서울에서도 빗물을 받아서 마실 만하다. 더구나 서울에서도 풀꽃나무는 빗물로 자란다, 서울에서 텃밭을 하는 분도 “빗물 머금은 푸성귀”를 누린다. 이 빗물이야말로 푸른별을 살찌우고 파란바다를 북돋운다. 《잊혀진 미래》는 1952년에 처음 나온 “People of the Deer(사슴겨레)”를 옮겼다. 그즈음에 벌써 사라지려고 하는 살림터 한 곳에 오래 깃들면서 이야기를 갈무리한 꾸러미이다. 여러모로 보면, 우리나라에도 잊히면서 사라지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수두룩하다. 나라가 등졌기에 잊히지 않는다. 나·너·우리가 함께 등지기에 잊힌다. 배움터에서 안 다루기에 잊히지 않는다. 우리·나·너가 스스로 안 쳐다보기에 잊힌다. 풀꽃을 안 보면 풀꽃에 붙인 이름을 잊고, 풀꽃살림을 잃는다. 새를 안 보면 새가 왜 새인지 잊다가, 새한테서 배우던 살림과 보금자리를 잃는다. 바다를 잊으니 바닥난 마음이다. 바람을 잊으니 바람을 피운다. 오늘 바라보는 대로 마음이 자란다. 오늘 생각하는 길대로 저마다 삶을 이룬다.


#People of the Deer #사슴겨레

#FarleyMowat (1952년)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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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4.


《チリとチリリよるのおはなし》

 どい かや 글·그림, アリス館, 2021.9.16.



이튿날은 어린이날인데, 해날에 걸린대서 이다음 달날도 쉼날이라고 한다. 쉼날에는 시골버스가 제대로 안 다닌다. 오늘 저잣마실을 다녀오자고 생각한다. 노래를 쓰면서 다녀오는데, 읍내에 유난히 사람이 많고, 어린이와 젊은 엄마도 많다. 그래, 어린이날 앞뒤로 쉼날이 기니까 나들이하는 사람이 많구나. 서울에서 고흥으로 오는 시외버스가 일곱 시간 넘게 걸렸다는 말을 문득 듣는다. 대단하구나. 저녁에는 곁님하고 큰아이가 김치를 담그느라 부산하다. 숲노래 씨는 짐꾼으로 저잣마실을 다녀와서 일찍 누웠다. 부산소리를 듣다가 꿈밭으로 가고, 밤에는 빗소리를 듣는다. 《チリとチリリよるのおはなし》를 꽤 오래 곁에 둔다. 한글판이 나올는지 알 길이 없기에 일본판으로 장만했다. 두바퀴를 천천히 달리면서 하루를 부드러이 즐기는 두 아이가 나오는 줄거리이다. 하늘도 날고, 바다도 가르고, 눈밭도 누비고, 숲도 지나는 두 아이는 이 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본다. 거닐면 둘레를 본다. 천천히 두바퀴를 구르면 이웃을 만난다. 햇볕을 머금으면 누구나 튼튼하다. 바람을 마시면 언제나 싱그럽다. 빗물을 반기면 새롭게 깨어난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다. 조촐한 보금자리를 노래하는 분이 늘어나기를 빈다.


#도이카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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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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