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7.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3.10.15.



작은아이가 고뿔이 났다. 열세 살을 맞이하기까지 작은아이가 고뿔에 걸린 일은 오늘로 꼭 두 판이다. 기운이 철철 솟는 아이도 얼추 열 해 만에 가볍게 고뿔에 걸리는구나. 며칠 지나면 씻은 듯이 가라앉겠지. 내 왼무릎을 어디에 부딪혔는지 피가 철철 흐르는데 미처 몰랐다. 흐르는 물에 씻고서 잊었는데 또 핏물이 줄줄 흐른다. 우체국을 가려다가 그만둔다. 이튿날 가자. 바람이 잠든 듯하면서도 갑자기 휙 불면서 빨랫대를 넘어뜨린다. 새삼스레 포근히 가라앉으려는 날씨이다. 해가 높이 오르고, 곧 봄이다.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을 되읽었다. 이따금 되읽고서 아이들한테 새삼스레 건넨다. 개구지게 뛰놀면서 스스로 마음을 가꾸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주는 꾸러미이다. 아이들은 으레 저희끼리 모든 실타래를 풀려고 하는데, 주눅이 들고 마음이 푹 꺼지듯 가라앉을 무렵, 어버이나 이웃이 따사로이 달랜다. 어버이는 왜 어버이인가? 어른은 어떻게 어른인가? 나이를 앞세우는 모든 철바보는 어버이도 어른도 아니다. 오직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꿈빛을 눈망울에 담아 아이들하고 눈을 마주보면서 사근사근 노래를 속삭이기에 어버이요 어른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6.


《빛으로 담은 세상 사진》

 진동선 글, 웅진씽크빅, 2007.2.1.



겨울 복판을 지나가는 이즈음, 풀을 새록새록 느낀다. 늦가을에는 거의 시들고, 첫겨울에는 아주 시들다가, 한겨울에는 납작하니 땅바닥에 붙고, 늦겨울에는 흙하고 한몸이 되는구나 싶다. 이러는 사이 봄맞이풀은 첫겨울이나 한겨울 포근한 날에 조물조물 올라오려 하고, 나뭇가지에 트는 움이 조금씩 또렷하게 빛난다. 바람소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듯 기운을 쏟아내고, 한밤에 별빛은 이제 시리도록 환한 빛에서 부드러이 환한 빛살로 바뀌어 간다. 저녁에 커피콩을 장만하러 읍내를 다녀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버스에서 한창 글을 쓰는데 버스일꾼이 두 아이한테 “아, 서야 하는데 깜빡 했네. 미안하다.” 하고 말을 하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얼른 멈추고서 마주 들어올 시골버스를 알려주어야 하지 않나? 《빛으로 담은 세상 사진》을 가만히 읽어 보았다. 어린이한테 ‘사진’을 알려주려는 책이기는 한데, “빛으로 담은”이라 말하면서 정작 ‘사진(寫眞)’이란 한자말을 바꿀 생각은 못 한다. 다들 그렇다. ‘사회·학교·정치·교육·문화·문학·종교’ 같은 한자말을 그냥 쓴다. 못 바꾼다고 여기는 듯한데, 바꿀 마음이 없지 않나? 틀에 박힌 눈으로는 새롭게 못 가꾸고 못 나눈다. 빛꽃을 보지 않으면 빛도 꽃도 없이 메마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5.


《길동무 꼭두》

 김하루 글·김동성 그림, 북뱅크, 2022.11.30.



포근한 날씨는 끝나고 찬바람이 몰아친다. 그렇다고 얼어붙지는 않는다. 빗방울은 그칠 동 말 동하더니 그치고, 늦은낮부터 해가 나온다. 해질녘에는 별이 하나둘 보인다. 저녁에 뒤꼍 모과나무 곁에 서서 별바라기를 하다가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느낀다. 바람을 보았달까. 바람한테도 돌하고 풀꽃하고 풀벌레하고 숲짐승하고 새하고 물방울하고 사람처럼 똑같이 숨결이 흐른다. 잠자리맡에 앉아서 콧물을 훌쩍이며 얘기꽃(동화)을 쓰다가 드러눕는다. 골이 띵하다. 《길동무 꼭두》를 읽었다. 글하고 그림이 어우러지면서 죽살이 이야기를 다루는 듯싶으면서도 어떤지 죽살이 이야기에서 비껴선 듯싶다. 죽음은 나쁠 수 없고, 삶은 좋을 수 없다. ‘죽음 = 나쁨 = 궂김’이란 틀에 가두고서 ‘삶 = 좋음 = 안 궂김’으로 가른 나머지, 애써 ‘꼭두’를 줄거리로 삼았으나 살짝 엇나갔구나 싶다. ‘꼬’로 말밑을 잇는 ‘꼭두·꼴찌·꼬리·꽃’인데, 끝은 늘 처음으로 이으면서 씨앗이다. 수수하게 이야기를 다룰 수 있기를 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기에 나쁠 수 없다. 그저 넘어진 일이고, 까진 무릎에 새살이 돋으며 한결 튼튼하다. 몸뚱이로 이곳에 있어야만 삶일 수 없다. 넋이라는 숨결을 아우르는 길을 읽고 얘기하고 나눌 적에 삶이 깨어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4.


《미즈키 시게루의 라바울 전기》

 미즈키 시게루 글·그림/김효진 옮김, AK커뮤니케이션즈, 2022.6.15.



몸살이 퍼지며 콧물이 줄줄 흐른다. 비는 그칠 듯하면서 다시 가늘게 내린다. 바람은 가볍고 날씨는 포근하다. 고즈넉한 마을에 새가 날갯짓하는 소리가 부드러이 퍼진다. ‘전라남도 가뭄대책본부’라는 데에서는 날마다 뭔가 쩌렁쩌렁 알리는데, 가뭄 탓에 꼭짓물(수돗물)을 아끼라는구나. 이 작은 시골에 몇 사람이나 산다고, 시골 할매 할배가 물을 함부로 쓰는 일이 있나? 참 부질없는 짓을 떠든다. 몇 사람 안 사는 시골 할매 할배가 꼭짓물을 써도 물이 말라 버린다면, 왜 땅밑물을 못 쓰게 틀어쥐면서 이 꼴로 뒤틀릴까? 물장사를 하는 놈들이 온나라 곳곳에 구멍을 내어 쪽쪽 빨아들이는 짓이나 멈출 노릇이다. 땅밑물을 뽑아내어 플라스틱에 가둬서 파는데, 이 쓰레기가 끔찍하도록 넘친다. 앞뒤 어긋난 짓을 일삼는 나라(정부)는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퍼뜨리면서 길들인다. 《미즈키 시게루의 라바울 전기》를 읽었다. 총칼(전쟁무기)에 눈먼 나라(정부)가 사람들을 어떻게 억눌러서 길들이고 죽이는가를 잘 그려냈다. 가난하고 힘없고 이름없는 이들만 끌려가는 싸움터(군대)이다. 싸움터에 안 끌려간 이들은 부디 꼭 읽고 되새기기를 빈다. 예나 이제나 싸움터는 똑같다. 싸움터(군대)가 있기에 주먹질(폭력)이 잇는다. 이 고리를 보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3.


《우유에 녹아든 설탕처럼》

 스리티 움리가 글·코아 르 그림/신동경 옮김, 웅진주니어, 2022.8.23.



오늘 하루도 새벽하고 아침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서 낱말책 엮기를 했다. 슬슬 비가 멎는다. 밥을 지어 놓고서 바지런히 우체국마실을 한다. 시골버스에서 얘기꽃(동화)을 새로 쓰려고 했는데, 글꾸러미를 집에 놓고 나왔네. 먼저 빈종이를 찾아서 노래꽃(동시)부터 한 자락을 쓴다. 우체국에 들러 글월을 부친 뒤에 글붓집(문방구)에 가서 종이를 산다. 저잣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에서 흔들흔들 춤추는 결에 따라 몸을 움직이면서 손을 놀린다. 집에서는 낱말책에 힘을 기울이고, 길에서는 이야기를 짓도록 힘을 쓴다. 《우유에 녹아든 설탕처럼》를 돌아본다. 소젖에 달달가루를 탄다면 한결 맛나다고 여길 테지. 달콤이(설탕)는 맛을 살리고 하루를 살리고 마음을 살린다. 그러나 숲노래 씨는 달콤이를 즐기지 않는다. 달콤이로 맛을 살릴 수 있기도 하다고 느끼되, 달콤맛이나 짠맛이나 단짠으로 혀를 즐겁게 하는 길은 그다지 안 새롭다고 느낀다. 바람에 묻어나는 꽃내음이 반갑다. 빗물에 어리는 햇내음이 즐겁다. 흙으로 돌아가는 까무잡잡한 가랑잎이 새롭다.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나며 이야기를 터뜨리는 아이들이 아름답다. 이 곁에서 스스로 기지개를 켜면서 꿈을 그리는 우리 모습이 사랑스럽다.


ㅅㄴㄹ

#SugarinMilk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