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


《해직일기》

 조영옥 글, 푸른나무, 1991.5.30.



집안이나 마을이나 길거리를 불빛(전등)으로 채우면 초 한 자루를 켤 틈도 별빛을 볼 겨를도 없으니, 우리 스스로 몸빛과 마음빛을 살릴 짬이 없다. 갈수록 서울살림(도시문화)이 퍼지면서 마음빛이 사그라드는 까닭은 쉽게 짚을 만하지 않을까. 들꽃 한 송이 필 조그마한 자리를 내주지 않는 몸짓이요, 아이들이 스스로 뛰놀며 노래할 틈새를 봐주지 않는 하루이니, 살림길 아닌 죽음길로 치닫는 셈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나, 집에서 모든 불을 끄고서 초 한 자루를 켜놓고 바라보면, 몸을 사르르 녹이듯 내려놓고서 마음을 새롭게 띄울 수 있다. 어려운 말로 ‘명상’을 안 해도 된다. ‘들꽃보기’나 ‘별밤보기’처럼 ‘촛불보기’를 하면 스스로 마음씻이를 할 만하다. 잘 팔리는 책하고 덜 팔리거나 안 팔리는 책을 가만히 보면, 우리 스스로 바라보는 길을 손쉽게 짚을 만하다. 나쁜책이 날개돋힌 듯 팔리는구나 싶기도 하고, 좋은책이 꽤 팔리는구나 싶기도 하되, 아름책이나 사랑책은 썩 안 움직이는구나 싶기도 하다. 나쁜책이나 좋은책 아닌 아름책을 살피고 읽고 얘기하고 나누기가 어려울까? 《해직일기》를 읽었다. ‘푸른나무’ 예전 책을 보면 어쩐지 반가워 쓰다듬고서 품는다. ‘푸른나무’가 ‘푸름이’란 말을 퍼뜨려 주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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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0.


《빨간 토마토가 방울방울》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이경혜 옮김, 한울림어린이, 2014.8.14.



곁님이 뒤꼍을 돌아보다가 “쓰레기가 여기까지 날아왔네.” 하고 혼잣말을 하는데 갑자기 뛰쳐나와서 곁님한테 무어라 하는 옆집 할매. 참 거석하다. 옆집 할매할배가 쓰레기뿐 아니라 김(뽑은 잡초)을 우리 뒤꼍에 몰래 버리는 줄 뻔히 아는데 오히려 큰소리 뻥뻥이다. 자전거로 면소재지를 다녀오면서 맞바람을 잔뜩 마셨다. 잠자리에 들기까지 곰곰이 생각한다. 텃힘이란 스스로 높다고 여기는 시커먼 마음에서 싹튼다. 시골이건 서울이건 어디에나 텃힘이 있다. 스스로 쓰레기를 안 내놓으면서 날마다 노래를 부르는 살림일 적에는 텃힘이 싹트지도 않고 자라지도 않고 불거지지도 않는다. 모든 일과 살림을 노래로 맞아들이면서 스스로 웃고 춤추는 마음이기에 텃힘이 아닌 도르리나 두레나 품앗이라는 모습으로 피어난다. 《빨간 토마토가 방울방울》은 서울(도시)에서 사는 아이가 시골에서 사는 할머니한테 다녀오면서 ‘흙을 사랑하는 손길’을 상냥하게 물려받으면서 스스로 언제 어디에서라도 푸르게 노래할 수 있는 하루를 그리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놀랍도록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우리말 ‘방울’은 ‘망울·방긋·밝다’랑 말밑이 같다. 우리말 ‘울음·웃음’은 ‘우리’랑 말밑이 같다. 오직 사랑을 품고 풀어야 ‘어른’이다.


#いちかわさとみ #市川里美 #ハナちゃんのトマト #LaFeteDeLaTomate



누가 감히 내 모종을 먹은 거야?

→ 누가 함부로 내 싹을 먹었어?


그럼 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 꼭 안고 갈게요

→ 그럼 내 무릎에 올려놓고 꼭 안고 갈게요


잘 살펴보니 초록색의 작은 애벌레들이 사각사각 잎을 갉아 먹고 있어요

→ 잘 보니 푸르고 작은 애벌레가 사각사각 잎을 갉아먹어요

→ 살펴보니 작고 푸른 애벌레가 사각사각 잎을 갉아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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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9.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이수정 글·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3.1.15.



설날을 앞두고 우체국 나들이를 한다. 다음 불날(화요일)까지 조용히 지내는 나날이로구나. 집에서 조용히 글을 갈무리하면서 올해 선보일 새 꾸러미를 추스르자. 스스로 마음을 기울일 곳을 차분히 바라보고, 우리 보금자리를 푸르게 가꾸는 길을 곰곰이 생각하자. 몸살이 지나갈 적마다 몸을 새롭게 살핀다. 몸에 살(화살)을 꽂는 듯 쑤시고 아픈 몸살인데, 이렇듯 쑤시고 아프기에 오히려 몸을 살필(구석구석 볼) 수 있다. 가만히 몸을 보노라니, 잠들 적에는 콜록질을 멈추고, 깨어나면 다시 콜록질을 하더라. 재미있다. 우리는 어떻게 왜 ‘잠들고 나서는 콜록질을 멈출’ 수 있을까? 꿈누리로 나아갈 적에는 몸을 내려놓게 마련이니, 몸살도 아픔도 멍울도 다 잊는데, 눈을 뜨고 일어나면 ‘아, 나 아픈 몸이었지?’ 하고 다시 생각하느라 콜록거리지 않을까?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를 즐겁게 읽었다. 어린이한테 일놀이를 들려주는 값진 꾸러미라고 여긴다. ‘일(노동)’에 그치지 않고 ‘일살림(노동법)’을 살피기에 한결 깊고 넓게 우리 삶자리를 짚는 이야기를 여밀 만했구나 싶다. 스스로 일거리를 찾아서 살아가면 얽매일 굴레가 없지만, 남이 맡기는 일감을 받아야 한다면 일터지기(사장)가 옭아매려는 굴레를 털 줄 알아야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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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취(간기)에 “윤미향 편집”이라 적힌 대목을 보고는 ‘정의연 윤미향’인 줄 잘못 알았습니다. 말썽을 일으킨 그분이 아닌 ‘책마을 엮음이로 일하는 윤미향’ 님이 따로 있습니다. 이름이 같을 뿐인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살피지 못 하고서 쓴 느낌글은 지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느낌글을 새로 갈무리해서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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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5.


《할머니, 우리 할머니》

 한성원 글·그림, 소동, 2020.12.5.



어제 담가 놓은 빨래를 아침에 한다. 뿌옇던 하늘이 차츰 밝다. 아침이 제법 일찍 찾아오고, 저녁이 꽤 길다. 열일곱 시 즈음이면 어둡던 날이 지나고, 열여덟 시에도 아직 환하다. 봄이 코앞이로구나. 옷하고 이불은 해바람에 말리면 보송보송하다. 햇내음·바람내음은 집살림을 푸르게 북돋운다. 우리 몸도 풀꽃나무도 해바람을 머금기에 튼튼하고, 빗물·샘물을 받아들이기에 싱그럽다. 《할머니, 우리 할머니》를 읽고서 한참 한숨을 쉬었다. 얼핏 익살스레 보이거나 덜 무겁게 줄거리를 이끌려고 그림꽃(만화)으로 담은 듯싶으나, 그린이 얼굴이 너무 자주 나오고, 자꾸 샛길로 빠진다. 또한, 일본이 총칼(전쟁무기)을 앞세워 사람들을 짓밟고 죽이면서 ‘피는꽃’을 나란히 들볶고 죽이던 일을 잊지 않았다면, 군국주의 일본이 퍼뜨린 한자말·말씨를 이제는 털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늘 쓰는 말에 우리 숨결을 담지 않고서, ‘총칼냄새 자욱한 일본말씨’를 그대로 둔다면, 놈들이 아닌 우리 스스로 삶을 갉는 굴레이다. ‘국민·국어’도 일본말이지만 못 느끼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아니, 안 느낀다고 해야 옳겠지. 꽃할매 눈물꽃은 “총칼을 녹여서 없애는 사랑”을 온몸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씨앗을 남기는 빛줄기라고 생각한다.


ㅅㄴㄹ


텃밭을 일구며 농사를 짓는 게 즐거운 강일출 할머니가 더욱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 텃밭을 일구며 즐거운 강일출 할머니다 더욱 즐겁게 살면 좋겠습니다


온화한 미소를 가진 참 고우신 할머니입니다

→ 따뜻하게 웃는 할머니가 참 곱습니다

→ 포근하게 웃는 할머니가 참 곱습니다


기림의 날로 제정하였습니다

→ 기림날로 삼았습니다

→ 기리는 날로 두었습니다


‘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꽃’이 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 ‘노리개’가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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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8.


《시옷 생각》

 신재섭 글, 브로콜리숲, 2022.1.20.



곧 다가오는 설날에는 우체국이 닫는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다녀올 수 있는 날. 어떡할까 살피다가 읍내로 간다. 설 언저리에는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에 가서 다른 일도 보기로 한다. 다른 일이란 큰아이한테 붕어빵을 장만해 주기이다. 읍내에 붕어빵을 굽는 곳은 이제 셋. 띄엄띄엄 있기는 한데 모두 북적거린다. 면소재지는 조금 느긋하다. 시골버스에서 노래꽃을 쓰고 얘기꽃을 쓰는데, 아뿔싸, 오늘은 종이를 잘 챙겼으나 글붓(볼펜)을 안 챙겼다. 글꾼으로서 종이붓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구나. 두 아이가 골골대느라 집일을 도맡으니 일찌감치 기운을 다한다. 저녁별을 보면서 곯아떨어진다. 《시옷 생각》을 곰곰이 헤아려 본다. 어른이 어린이한테 읽히려고 쓰는 노래도, 어른이 어른끼리 읽으려고 쓰는 노래도, ‘멋’을 몽땅 덜어내고서 ‘사랑’ 하나만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멋스러이 선보이거나 들려줄 노래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그저 사랑이라는 숨결을 들려주는 노래이기를 바란다. 사랑은 짝짓기가 아니다. 짝짓기는 그냥 짝짓기이다. 사람으로서 숲빛을 살리는 맑고 밝으면서 포근한 숨결을 푸르게 지어서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사랑이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낱말을 안 쓰고서 사랑을 그릴 줄 안다면 모두 노래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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