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6.


《산적의 딸 로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드 그림/이진영 옮김, 1999.3.20.



오늘도 어제처럼 11:10 시골버스가 안 오려나 하고 나와 본다. 오늘은 11:18에 들어온다. 버스일꾼한테 “어제 왜 안 들어왔느냐?” 하고 따진들 덧없기에 말없이 탔다. 흔들버스에서 노래꽃을 쓰고 하루글을 쓴다. 고흥읍에 내려 순천으로 건너간다. 시외버스에 빈자리가 없다. 이렇게 많이 타면 예전처럼 30분마다 다니도록 다시 늘려야 하지 않을까. 저잣마실을 하고서 순천 마을책집 〈책마실〉로 찾아가서 느긋이 책을 살핀다. 책값을 셈하고서 〈책방 심다〉로 가는 버스를 탈 즈음 “아, 사려고 골라둔 책을 하나 잊었네!” 하고 깨닫는다. 〈심다〉는 어귀에 ‘한동안 쉰다’는 알림글을 붙였다. 집안일이나 바깥일이 있으면 느긋이 쉬셔야지. 책집 옆에 있는 ‘필름자판기’를 들여다보는데, 한창 필름사진을 찍던 무렵 2500원쯤 하던 ‘일포드 XP2’이 있어 한참 바라보았다. 이제 15400원이로구나. 《산적의 딸 로냐》는 전남 광주 ‘일과놀이’에서 ‘김라합 옮김’으로 1992년에 처음 나왔다. ‘삐삐’는 대단하고 ‘로냐’는 아름답다. ‘마디타’는 사랑스럽고 ‘리사벳’은 즐겁다. 여기에 ‘미오’는 따뜻하지. 우리나라는 아직 우리 아이들 이름이 얼마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럽거나 따뜻한가를 그려내지 못 한다. 앞으로는 바뀔까?


#RonjaRovardotter #AstridLindgre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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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5.


《천재 아라키의 괴짜 사진론》

 아라키 노부요시 글/백창흠 옮김, 포토넷, 2012.7.10.



새벽까지는 부엌물이 안 얼더니, 아침 7시에 보니 얼었다. 바로 물을 끓인다. 물동이를 들고 무자위한테 간다. 바닥에서 올라와 집으로 들어가는 길(파이프)에 펄펄 끓는 물을 천천히 붓는다. 뽀직뽀직 소리가 나면서 살얼음이 녹는다. 아침해가 오른다. 아침에 저잣마실을 다녀올까 싶어 마을 앞에 서는데 11:10 버스가 11:30이 되도록 안 온다. 또 이렇다. 버스일꾼은 군청에서 주는 돈을 따박따박 받는데 왜 안 다니는가. 한낮에 멧개구리 울음소리를 한참 들었다. 설마 싶어 돌울타리 곁에 붙어서 듣는다. 한낮볕은 포근하다지만 아침저녁은 쌀쌀한데. 그러나 지난 열 몇 해를 돌아보면, 해마다 멧개구리가 이즈막부터 하나둘 깨어났더라. 논개구리는 봄빛이 환할 적에 확 깨어난다면, 멧개구리는 꽤 씩씩하다. 《천재 아라키의 괴짜 사진론》을 돌아본다. 아라키 노부요시 씨는 여러 빛그림을 남겼는데, ‘순이를 벌거벗긴 빛그림’이 온누리에 널리 알려져 팔리고, ‘수수한 사람을 수수하게 담은 빛그림’은 썩 안 알려지고 안 팔리는 듯싶다. 벌거벗긴 아라키 빛그림 민낯 이야기가 2018년 9월에 ‘huffingtonpost’에 나온 줄 2023년에야 알았다. 우리나라 빛꽃밭(사진계)이 워낙 찌질하고 지저분해서 등돌리고 사느라 여태 몰랐다.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74755


#あらきのぶよし #荒木?惟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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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4.


《나쁜 말 사전》

 박효미 글·김재희 그림, 사계절, 2022.2.25.



설날쉼이 끝난다. 새벽까지는 구름 한 조각이 없더니 아침부터 구름이 짙게 끼고는, 어느새 눈이 펑펑 내린다. 날이 뚝 떨어진다. 온통 하얗게 덮는 눈으로 가뭄을 살짝 가려 주리라. 지난가을부터 고흥군은 마을알림으로 “가뭄 극복에 앞장서자”하고 “산불 예방”하고 “코로나 예방” 세 가지를 날마다 세 벌씩 꼬박꼬박 쩌렁쩌렁 시끄럽게 틀어놓는다. 벼슬꾼(공무원)은 시끄럽게 마을알림을 틀어놓고는 ‘일을 다 했다’고 떠들리라. 모든 집이 땅밑물(지하수)을 쓰면 걱정없을 텐데, 땅밑물은 물장사(생수판매 기업)가 거머쥐는 판이다. 먹는샘물은 페트병 쓰레기이다. 앞뒤가 어긋난 이 꼴을 우리 스스로 언제 깨달아 바로잡을까? 낮부터 구름이 걷히고 눈이 녹는다. 《나쁜 말 사전》을 처음 장만해서 읽을 적에는 꽤 재미있겠구나 싶었으나 찬찬히 짚으면서 읽자니 여러모로 ‘나쁘다는 생각을 심으려고 좀 억지를 쓰면서 밀어붙이는구나’ 싶더라. 얼핏 보면 ‘차별반대’라는 목소리를 펴는 듯하지만, ‘어깨동무’라는 목소리하고는 멀다. ‘어린이’를 바라보기보다는 ‘순이(여성)’만 바라보려 하면서 그만 이야기도 한켠으로 기운다. 수수한 우리말을 자꾸 낮춤말로 여기고 한자말로 써야 높임말인 듯 다루는 흐름도 얄궂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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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3.


《소녀와 원피스》

 카미유 안드로스 글·줄리 모스태드 그림/김선희 옮김, 봄의정원, 2019.12.12.



어제는 읍내에서 마을로 시골버스가 들어오되, 마을에서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는 안 들어오더라. 오늘은 아침부터 기다리는데 안 들어온다. 참 거석한 시골이다. 손님이 없더라도 달삯은 따박따박 나오는데 왜 버스때에 안 들어오는가? 이 말썽질을 따진들 이레쯤 반짝하고, 그 뒤에 또 저지레이다. 시골에서 버스를 누가 타는가? 어린이·푸름이랑 할매할배에, 부릉이 없이 살아가려는 사람이다. 옆마을로 걸어가서 시골버스를 탄다. 돌아오는 길도 옆마을에서 내려 들길을 걷는다. 오늘은 구름이 싹 걷히고 볕이 넉넉하기에 이른아침에 빨래를 했다. 《소녀와 원피스》를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갈수록 그림책에 ‘순이’만 나오고 ‘돌이’가 사라지는데, “순이와 치마”를 다루는 이 그림책은 오히려 ‘겉모습이나 옷차림에 얽매이는 순이’라는 틀을 아이들 마음에 심을 수 있겠다고 느꼈다. 순이돌이를 나란히 그리면서 ‘아이가 마음으로 누리는 옷’이라는 대목으로 줄거리를 새로 짜서 그려낸다면 서로 따스히 바라보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사랑으로 담을 만하리라. 다 다른 아이들이 다 다른 몸을 입고 태어나서 다 다른 말을 어버이한테서 물려받는다. 이 ‘다름’을 담도록 ‘순이 곁에 돌이’를 살며시 놓을 수 있기를 빈다.


#TheDressAndTheGirl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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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

 윤슬 글, 담다, 2022.5.2.



설날인 해날(일요일)이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조용하고, 마당으로 나오면 마을 곳곳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나고, 우리 책숲을 다녀오자면 마을 고샅을 꽉 채운 쇳덩이(자동차) 물결을 본다. 이 작은 두멧시골에 이토록 쇳덩이가 물결친다면, 여느때 큰고장이나 서울은 그저 끔찍하도록 쇳덩이판일 테지. 알면서도 늘 새삼스럽다. 구름이 짙게 낀 하늘이요, 살짝 차가운 바람이다. 올해에는 밤에 불꽃(폭죽)을 터뜨리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다가, ‘아, 시끌벅적 불꽃놀이가 짜증스럽다’는 마음을 심었다고 느낀다. ‘아, 시골길을 쇳덩이가 뒤덮어 거치적거린다’는 마음까지 심었구나. 구름 너머에 있을 별을 헤아리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내가 좋아하는 동사들》을 읽었는데 여러모로 허전하다. ‘내가 좋아하는 ……”이나 “…… 동사들”이란 책이름 얼개는 어쩐지 낯익다. 요즈막에 이래저래 팔리는 여러 책에 붙는 이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스스로 삶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스스로 꿈을 지으려는 마음으로 글을 여미면 될 텐데. ‘글쓰기 수업·강좌’가 어느새 너무 큰 돈벌이판으로 바뀌었다. ‘수업·강좌’나 ‘선생·멘토·강사’가 아닌 ‘글수다·글노래·글놀이’를 함께하는 ‘글벗·글동무·글이웃’이면 넉넉하리라 생각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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