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31.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

 강만길 글, 창비, 2016.7.15.



새해 첫달이 저무는 밤. 별빛은 환하면서 날은 누그러진다. 크고작은 새가 우리 마당이며 뒤꼍을 넘나들면서 들려주는 노래는 싱그럽다. 몇몇 풀벌레랑 날벌레는 일찌감치 깨어난다. 바람은 가벼우면서 볕은 넉넉하다. 잎망울이 터지려 하는 길목이다. 저녁나절에 초 한 자루를 켜놓고 바라보며 생각을 가다듬는다. 어제는 ‘메뚜기’ 이야기를 썼다. 모든 글은 그때그때 살살 붙잡아서 쓴다. 쓰고픈 이야기가 있으면 문득 손을 뻗어 둘레에 흐르는 빛살을 가만히 잡아당겨 글로 옮긴다. 모든 글감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스스로 느끼면 다 알아보고서 옮기고, 스스로 안 느끼면 억지로 꾸미게 마련이다. 《강만길의 내 인생의 역사 공부》를 읽었다. 단출하게 편 이야기꽃(강의)을 작게 여민 꾸러미이다. 강만길 님은 ‘왼오른’으로 가르는 짓은 덧없다고 밝히면서 ‘오른쪽만 올리는 나라(정부)’는 나쁘다고 짚는데, 거꾸로 ‘왼쪽만 올리는 나라’는 좋은 길일까? 이쪽을 올리건 저쪽을 올리건 똑같이 나쁜 길이지 싶다. 왼길도 오른길도 아닌 ‘온길’을 바라보면서 ‘새길’을 걸어갈 때라야 ‘아름길’을 이루고 ‘사랑길’을 지으리라 생각한다. 왼오른도 ‘옳고그름’도 아닌, ‘진보·보수’도 아닌, ‘살림길’이어야 비로소 길(역사)이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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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30.


《숲 속 나라》

 이원수 글·김원희 그림, 웅진닷컴, 1995.5.20.첫/2003.8.15.재판



국을 끓여놓되 간은 큰아이한테 맡긴다. 조금 느긋이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오늘은 해가 넉넉하기에 읍내에서 긴소매 웃옷을 벗고 깡똥소매로 다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국을 덥히고 저녁을 먹자니, 뒤꼍 감나무에 홀로 앉은 까치가 신나게 노래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왁자지껄 새노래에 풀노래라면, 겨울에는 호젓하고 고즈넉하다. 겨우내 두 낱말 ‘호젓·고즈넉’을 느끼면서 보낸다. 생각해 보니, 인천·서울에서 살던 무렵에는 ‘시끌벅적’을 늘 부대껴야 했기에 시끌벅적을 바탕에 놓고서 글을 썼다. 시골에서 사는 오늘은 ‘호젓·고즈넉’을 늘 품기에 ‘호젓·고즈넉’을 밑빛으로 삼고, 봄여름이랑 가을에는 ‘왁자한 숲빛노래’를 밑동으로 삼는다. 《숲 속 나라》를 다시 읽었다. 가면 갈수록 ‘새로 나오는 책’보다는 ‘예전에 읽은 책’을 되읽는 매무새이다. 따끈따끈 나온다는 책이라지만 어쩐지 이야기가 낡거나 고리타분해 보이고, 한참 예전에 나왔다는 책이라지만 되읽을수록 이야기가 새롭기 일쑤이다. 책도 ‘팔려야 읽힌다’고 하는데, ‘쓰고 버리기(소비재)’로 나뒹구는 오늘날은 아닌가? ‘한 벌 읽고 버릴 책’이 아닌 ‘두고두고 되읽을 빛’을 품어야 비로소 값진 책이요, 나무를 베어 글을 묶을 만하지 않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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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9.


《닥터 노구찌 4》

 무츠 토시유키 글·그림, 학산문화사, 2003.2.25.첫/2016.11.20.12벌



지난해 겨울에 옮겨심은 어린 후박나무는 지난봄에 살 동 말 동하다가 시들었는데, 모두 시들지는 않았다. 대여섯 그루를 옮겨심었고, 이 가운데 둘은 밑동에 새가지가 나오며 새잎이 돋았네. 밑자락부터 새롭게 자라려는구나. 머잖아 우리 집 옆자락을 감싸는 울타리나무로 자라겠구나. 낮나절에 마당에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매울음을 들었다. 어디에 있으려나 어림하지만 안 보인다. 매우 높은 데에서 울면서 맴돌이를 하는 듯싶다. 참말로 매울음을 듣고서 매를 찾아내기는 쉽잖다. 매는 눈이 얼마나 밝기에 그토록 높이 날면서 낱낱이 다 알아보려나. 《닥터 노구찌》를 되읽어 본다. 노구치 히데요 씨를 놓고 잘못 알려지거나 부풀린 이야기가 많다고들 한다. 이런저런 대목을 곰곰이 되새기다가 ‘잘잘못’보다는 ‘그이는 왜 그랬을까’ 하고 짚어 본다. 그림꽃을 담은 이는 이런저런 말썽거리를 몰랐을까? 일본 펴냄터는 그림꽃지기(만화가)한테 여러 글(자료)을 챙겨 주었을 텐데, 일본 펴냄터 엮은이(편집자)는 어떤 글을 챙겨 주었을까? 한쪽에서만 잘못 알 수 없다. 모든 곳이 사슬처럼 잇기에 나란히 눈이 멀거나 민낯·속낯을 못 보게 마련이다. 어쩌면 ‘그저 아름다운 이야기’로 그리려고 모르쇠로 넘어갔겠구나 싶기도 하다.


#野口英世 #むつ利之 #DrNOGUCHI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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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8.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

 고정욱 글·허구 그림, 산하, 2002.4.11.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설날이 지나간 첫 흙날(토요일)은 마을도 읍내도 조용하다. 텅 빈 시골버스를 호젓하게 누린다. 날은 다시 조금씩 누그러든다. 별밤을 눈부시게 헤아린다. 설이며 한가위에 시골집을 모처럼 찾아오는 분들은 조용하며 호젓한 별밤에, 멧새랑 풀벌레랑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누리기를 빈다. 시골이니 좀 심심하게 하루를 보내면서, 좀 싱그러이 마음을 달래어야, 서울로 돌아가더라도 심(힘)을 낼 수 있으리라.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을 읽었다. 장영실이란 옛사람을 놓고 돌아볼 만한 글(기록)이 너무 적다기에 거의 ‘마음으로 지어내어 써야’ 한다지만, 뭔가 좀 생각을 하면서 글을 지어야 할 텐데 싶다. ‘장영실’ 이야기라기보다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이라는 앞머리도 어쩐지 껄끄럽다. 글쓴이가 ‘선생님’이면 장영실은 뭘까? 안 읽느니만이 못 한 책을 덮었다. 글결도 어린이가 읽기에 안 어울린다. ‘만들다’ 같은 낱말을 어느 자리에 쓰는 줄 모르고, “날씨와 천문 기상”이 겹말인 줄 모르고, “비의 양” 같은 일본말씨가 버젓이 드러나는데, 어떻게 어린이책일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어른스럽게 마음결과 글결을 가다듬어 어린이 곁에 서려는 사람이 이토록 없구나.



보름 뒤에 가마가 새로이 만들어졌습니다

→ 보름 뒤에 새 가마가 나왔습니다

→ 보름 뒤에 새 가마를 짰습니다


강우량을 잴 수 있는 기구를 만들라는 것이오 … 비의 양을 잴 수만 있다면

→ 빗물을 잴 수 있는 틀을 마련하라는 말이오 … 빗물을 잴 수만 있다면

→ 빗방울을 잴 수 있는 그릇을 짜라는 말이오 … 빗방울을 잴 수만 있다면


천문학자들도 날씨와 천문 기상을 살펴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아니오

→ 별빛지기도 날씨와 하늘빛을 살펴 우리를 돕는 사람 아니오


마침내 새로운 금속활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 마침내 새롭게 쇠글씨를 지어냈습니다

→ 마침내 쇠글을 새롭게 짜냈습니다


곁에 어머니가 앉아 있는 가운데

→ 곁에 어머니가 앉아서

→ 걑에 어머니가 앉았고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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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7.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

 이시무레 미치코 글/김경연 옮김, 달팽이출판, 2022.1.18.



날이 풀릴 듯싶으면 바람이 휭휭. 바람이 가라앉을 듯싶으면 어느새 해질녘. ‘돌’하고 얽힌 우리말을 어찌 풀까 이태를 헤맸는데, ‘돈’이라는 낱말부터 풀자고 여기며 실마리를 잡으니 어느새 ‘돌·돌다·돌보다’하고 ‘동·동무·동아리·동강’을 거쳐 ‘돐·돋다·돼지’까지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집에서 글일을 하자면 손이 시리고 얼기에 틈틈이 쉬고서 다시 일한다. 올겨울에 큰고장에서는 도시가스값이 껑충 뛰었다고 말이 많은데, 시골은 진작부터 기름값이 껑충 뛰었다. 생각해 보라. 시골엔 ‘시골가스’가 없다. 나라에서는 ‘에너지 바우처’를 ‘도시가스값 보태기’로 해준다는데, 시골은 아무것도 없다. 나라가 뭘 해줘야 할 까닭은 없다. 그저 온통 ‘서울바라기’로 흐르는 민낯일 뿐이다. 큰고장에서도 가난집 이웃은 도시가스 아닌 기름으로 겨울을 보내는 줄 모르는 벼슬꾼이 수두룩하다. 잿집에 스스로 갇히니 이웃도 풀꽃도 모를밖에. 《고해정토, 나의 미나마타병》을 되읽는다. 《슬픈 미나마타》로 처음 나온 책이다. 아름다운 숲책(환경책)이면서 글꽃(문학)이다. ‘글로 피우는 꽃(문학)’이라면 이만큼 써야 하지 않겠는가. 여태 이 아름책을 알아보는 분은 적으나, 펴내는 눈빛이 있으니, 읽을 손빛도 있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苦海淨土 #わが水また病 #石牟禮道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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