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0.


《자발적 방관육아》

 최은아 글, 쌤앤파커스, 2023.1.31.



우체국에 다녀오려고 자전거를 달리는데 들바람이 세다. 면소재지에서 붕어빵 5000원어치를 장만하자니 덤을 여럿 주신다. 어디를 가나 덤을 받는다. 다들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어쩜 아이들이 그리 곱냐”고 말씀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아이들은 숱한 또래와 달리 거친말이나 막말을 안 쓴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말이 사납고 몸짓이 거칠고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린다. 《자발적 방관육아》 같은 책이 나오고, 팔리고, 읽히는구나 싶은데, “자발적 방관육아”란 이름이 말이 되는지 아리송하다. 이런 이름을 붙일 때부터 ‘자발’도 아니고 ‘방관’도 아니며 ‘육아’도 아니라고 느낀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시험점수·영어실력 키워서 서울에 있는 이름난 대학교에 척척 붙일 만한가’ 하고 가르치는 ‘자기계발’이라고 느낀다. 겉멋을 부리는 이름이란 그저 허울이다. 허울은 허물이다. 허울은 헛발질이나 헛말이기 일쑤요, 허물없는 사이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허울좋은 입발림으로 그친다. 모든 아이는 스스로 놀며 크려고 우리한테 찾아온다. 어느 아이나 혼자 놀며 자란다. 억지로 또래를 붙이지 마라. 제발 좀 놀자. 아이더러 놀라고 시키지 말고, 어버이부터 놀면 된다. 노래하고 춤추며 사랑하면 온누리가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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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9.


《나츠코의 술 11》

 오제 아키라 글·그림/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12.2.25.



드디어 끝겨울비가 온다. 녹이고 달래고 보듬는 비이다. 다만, 늦은낮까지는 해가 났고, 저녁으로 접어들면서 구름이 몰리고 빗줄기가 듣는다. 오늘 하루는 비가 오기 앞서까지 크고작은 숱한 새가 우리 집 둘레를 바지런히 날아다녔다. 나뭇가지에 느긋이 앉아서 노래할 짬이 없이 여기 있다 저기 있다 거기로 휙휙 사라지는 날갯짓이랄까. 《나츠코의 술 11》를 되읽었다. 아마 2014∼15년 무렵이었을 텐데, 열두 자락인 이 그림꽃을 어느 이웃님한테 빌려주었는데 이 그림꽃을 안 돌려주고서 부산으로 떠났다. 그분한테 묻고 되물었으나 책을 안 돌려준다. 그분이 빌려간 책은 하나둘 새로 샀다. 그분은 용케(?) ‘머잖아 판이 끊길’ 책만 빌려갔고, 나는 ‘판이 끊어진’ 책을 대여섯 해에 걸쳐 힘겹게 다시 장만했다. 시골에서 흙살림을 하고프다는 이웃님을 만나면 대뜸 《나츠코의 술》부터 헌책집을 돌며 찾아내어 읽어 보시라 여쭌다. 기무라 아키노리 님이 쓴 《자연재배》가 새판으로 나왔으니 다시 판이 끊기기 앞서 장만해서 읽으시라고 여쭌다. 그러나 ‘흙살림’ 아닌 ‘농업’을 하려는 분이 있으면 아무 책도 알려주지 않는다. 흙살림을 짓는 분은 이웃이 되면서 마음을 읽으려 하지만, 농업을 하는 이들은 돈만 바라보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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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8.


《제주도》

 이즈미 세이치 글/김종철 옮김, 여름언덕, 2014.5.25.첫/2019.1.1.2벌



시골버스에서 책집노래를 쓴다. 두 달 남짓 시골집에 조용히 머물면서 집안일에 말꽃짓기로 보내노라니 ‘책집노래’를 쓸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책집을 다녀야 책집노래를 쓸 테니까. 오늘은 문득 ‘사라진 책집’ 이야기를 쓰자는 마음이 일어났다. 그래, 이제는 이 땅에 없으나 오래도록 숱한 책손이 드나들던 사랑스럽던 책집 이야기를 몇 줄로 남기자 싶더니 어느새 세 군데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온다. ‘있는 책집’ 이야기뿐 아니라 ‘떠난 책집’ 이야기를 펴고 듣고 들려주면서 ‘오늘 책집’을 새롭게 바라볼 만하리라 본다. 읍내 글붓집에 들러 오랜 글종이를 마저 장만한다. 이제는 글종이 사기도 쉽지 않다. 읍내를 걸어다니면서 책읽기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를 기다리며 얘기꽃(동화)을 쓴다. 느즈막이 오늘 한끼를 먹고서 이 닦고 눕는다. 꿈에서 스무 해 앞서 겪어야 했던 어느 일 뒷이야기가 불현듯 나타난다.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별 밝은 밤. 《제주도》를 돌아본다. 2014년에 우리말로 나왔으나 2022년에야 알아차렸다. 이동안 사라지지 않았으니 얼마나 대견하면서 고마운가. 작은책을 알아보려면 작은이가 되어 작은숲에서 작은눈을 밝혀야겠지. 작은씨앗을 심는 하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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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7.


《기생수 6》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10.25.



조용히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일을 갈무리한다. 우리가 마실 물이 햇볕을 넉넉히 받아들이도록 파란병에 땅밑물을 담아 마당에 내놓고, 쌀을 씻어 불려놓는다. 낱말책 여미는 일을 조금 더 하고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빨래까지 해놓고 마당에 넌 뒤에 자리에 누워 등허리를 편다. 이윽고 일어나서 자리맡에 잔뜩 쌓은 책을 읽는다. 시골에서는 날마다 책집마실을 못 할 뿐 아니라 이따금 할 뿐이라서 ‘나중에 읽을 책’을 미리 사서 쟁인다. 하루 책집마실을 하면 한꺼번에 몇 달치 읽을거리를 사는데, 지난해랑 그러께에 꽤 많이 들여놓았지. 숲노래 책숲에 깃든 책바다를 쳐다보는 이웃님은 “이 많은 책을 다 읽었어요?” 하고 묻는다. “살 적에 먼저 한 벌 읽고서, 느긋이 두고두고 되읽습니다.” 하고 대꾸한다. 곰곰이 보면 모든 책읽기란 ‘처음부터 끝까지 슥 훑기’가 아닌 ‘되읽고 새로읽고 거듭읽어 새로읽기’이지 싶다. 《기생수》를 오랜만에 되읽었다. 2003년 언저리에 이 그림꽃을 장만하면서 “언젠가 나도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한테 언제쯤 이 책을 건네고서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 스무 해가 지나도록 아직 알아보고 아끼는 손길이 있기에 판이 안 끊어진 고마운 그림꽃 가운데 하나이다.


#寄生獸 #岩明均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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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6.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옥영경·류옥하다 글, 한울림, 2022.12.30.



며칠 앞서 바깥일을 보고 돌아오면서 손발가락이 언 듯싶다. 오늘 비로소 언손·언발이 녹는다. 더 추운 날에는 얼지 않다가 살짝 찬바람이 불던 날 얼었다. 손발가락이 얼면 뭘 할 적마다 따끔하기도 하지만, 걸을 적마다 찌릿하다. 카레랑 밥을 한참 끓이고 곁밥을 마련할 즈음 큰아이가 부엌에 와서 거든다. 밥을 다 차리고서 눕는다. 밥짓기를 하느라 힘을 쓰고 나면 밥술을 뜰 기운이 없다. 우리 어머니도 밥짓기를 마치면 안 먹고 살짝 누우셨다. 어릴 적에는 몰랐는데, 먹어야 기운이 나지 않더라. 먹으면 졸립더라. 등허리를 펴고서 땅기운하고 하늘기운을 가만히 그리면서 힘을 모조리 뺄 적에 오히려 몸이 살아난다고 느낀다.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를 읽었다. 어머니랑 아들이 함께 여민 책은 사랑스럽다. 다만, 아들이 쓴 글이 꽤 어렵다. 아니, 어려운 책만 읽고 어려운 말을 자꾸 쓰려 한다. 시골에서 나고자라서 시골바람을 마시는 사람으로서 시골노래를 들려주는 수수하고 자그마한 책을 곁에 둘 수 있을까? 《아나스타시아》나 《람타 화이트북》이나 《영리한 공주》나 《펠레의 새 옷》이나 《이 세상의 한 구석에》나 ‘오제 아키라 만화책’이나 《즐거운 불편》이나 《슬픈 미나마타》를 읽을 수 없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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