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20.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

 기사님 글, 서혜미 엮음, 2020.3.2.



산청 이웃님이 두 아이랑 놀러왔다. 이웃님 아이들은 배움터를 다니다가 집에서 논다고 한다. 둘레에서는 ‘홈스쿨링’이라는 어렵고 딱딱한 말을 붙이려 하지만, 종잇조각(졸업장)을 안 쳐다보고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집놀이’를 할 뿐이면서 ‘집살림’을 함께한다. 이웃님하고 ‘철이 들며 어른으로 나아가는 참사람길’하고 ‘학교·사회에 얽매이고 갇히며 몸·마음이 모두 괴로워 앓는 사춘기라는 굴레’를 놓고서 이야기했다. 종잇조각을 거머쥐는 곳에 갇히느라 고달프기에 몸앓이도 마음앓이도 있다. 홀가분하게 살림길을 익히며 노래랑 노래로 살아가는 어린이는 푸른날을 거치면서 철이 들어 ‘어른’으로 자란다. 고흥읍에 나왔다가 다른 이웃님을 만나 〈고흥을 담다〉라는 찻집에 처음으로 들어가 본다. 17:20 시골버스를 타고서 황산마을에서 내려 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바람이 오지게 세다.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을 되새긴다. 아버지랑 딸이 서로 마음을 여미어 알뜰히 묶은 책이라고 느꼈다. 혼책으로 나온 판이라 마을책집에서만 난날 수 있다가, 어느새 막대기(바코드)가 찍힌 책으로 다시 나왔다. “모두가 기다리는 사람”은 어떠한 눈빛일까? 모두가 기다리는 빛을, 숨결을, 사랑을, 꿈을 곰곰이 헤아려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9.


《니 얼굴》

 정은혜 글·그림, 보리, 2022.9.20.



아침 07:05에 먼발치부터 퍼지는 땅울림 기운을 느낀다. 며칠 앞서도 있었고, 요 몇 해 사이에 곧잘 땅울림이 퍼진다. 고흥에는 두 가지 사납터가 있으니, 하나는 ‘나로우주센터’란 이름인 ‘미사일발사기지’요, 둘은 ‘경비행기시험장’이란 이름인 ‘무인군사드론시험장’이다. 두 곳에서 무언가 쏘거나 터뜨리면 우르르르 쾅쾅 하는 ‘울림 + 소리’가 우리 마을 우리 집까지 가로지른다. ‘사납터(군부대)’에서 살았거나 이 곁에서 지내야 했던 사람은 ‘슬픈 땅울림’을 알리라. 《니 얼굴》을 가만히 돌아본다. 처음에 ‘장현실’이란 이름으로 선보인 그림부터 ‘장차현실’로 이름을 바꾸며 선보인 그림을 모두 찾아서 읽었기에 이녁 딸아이 삶걸음도 먼발치에서 지켜보았다. 어느새 이렇게 스스로 그림순이란 하루를 짓는구나 싶은데, 어쩐지 정은혜 씨를 둘러싼 사람들이 이이한테 ‘방송·연예인’이나 ‘화가·예술가’라는 이름을 일부러 씌우려고 하는구나. 왜 그래야 하지? 그저 ‘살림순이’에 ‘그림순이’처럼 수수하게 하루를 그리고 짓고 나누고 누리면서 노래하면 넉넉하고 즐겁지 않을까? ‘-인’이나 ‘-가’ 같은 이름을 붙여서 돈을 잘 버는 틀에 맞추어야 하는가? ‘겉’을 붙이면 겉치레이다. 속을 보아야 알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8.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김성호 글, 포르체, 2023.1.11.



가볍게 뿌리던 비는 안개로 바뀐다. 하루 내내 고요한 빛으로 흐른다. 비는 먼지를 씻어내고, 안개는 먼지를 녹인다. 해는 먼지를 달래고, 바람은 먼지를 턴다. 사람도 매캐한 하늘을 바라보면서 마음빛을 펴면 먼지를 날릴 수 있으리라. 나쁜 풀꽃나무나 풀벌레나 짐승은 없다. 사람도 이와 매한가지이다. 밥옷집을 손수 지으면서 살림을 스스로 가꿀 적에는 모든 사랑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밥옷집을 손수 안 짓고, 서울에 우르르 몰리고, 잿집(아파트)을 마구 세우고, 쇳덩이(자동차)를 몰아대면 어느새 사람빛을 잃다가 ‘남이 시키는 대로 굴레를 쓰는’ 꼭두각시로 뒤바뀐 채 하루를 보낸다.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를 읽었다. ‘글을 쓴다’는 마음이 아닌 ‘하루를 살아간다’는 마음이라면 줄거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본다. ‘글을 쓰는 일을 한다’는 마음이 아닌 ‘하루를 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마음이라면,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흔들리거나 아프거나 고단할 까닭이 없다고 본다. 자주 부끄럽게 느끼는 일이라면 아예 쳐다보지 않을 노릇이다. 가끔 즐거운 일이라면 그야말로 걷어치울 노릇이다. 늘 맑고 밝게 마음을 가꾸는 일을 해야 스스로 즐겁다. 이 나라 글바치는 ‘삶·사랑’을 으레 잊기에 헤매다 죽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7.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

 김석범 글, 보고사, 2021.9.30.



아침에 새봄쑥 한 포기를 훑어서 누렸다. 싱그러운 겨울맛에 포근한 봄내음이 어우러진다. 곁님이 주민등록증을 새로 내려고 읍내로 간다. 면소재지로 시골버스를 타고 갈 수는 있되, 돌아올 시골버스를 타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면소재지에는 빛꽃을 찍는 데가 없다. 읍내 빛꽃집(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을 찍는데 빛꽃집 일꾼이 막 건드려서 ‘젊고 예쁘게 손질’하는 듯싶다. 왜 저럴까? 장난할까? 누가 누구인지 알려면 얼굴빛을 그대로 찍어서 담아야 할 노릇 아닌가. 읍사무소는 ‘종이사진을 스캐너에 넣어서 긁는다’고 하는데, 그럴 바에야 디지털파일을 받으면 될 일이다. 애먼 데에 엉뚱한 돈과 품을 들이도록 하는 나라이다. 더 본다면 ‘주민등록번호·주민등록증’부터 엉터리이다. 온나라 사람을 옭아매려고 박정희가 밀어붙인 이 바보짓을 우리 스스로 털어낼 날이 있을까? 어깨동무(평등·민주)를 열자면 ‘죄수번호’를 없앨 노릇이다. 저녁에 가늘게 비가 뿌린다. 《김석범 한글소설집, 혼백》을 천천히 읽는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하루를 그리며 살아가는 길을, 사람탈을 쓴 감투잡이와 힘꾼이 총칼로 억누른 슬픈 멍울하고 생채기를 김석범 님 글로 헤아릴 만하다. 나라가 나라다우려면 벼슬꾼(공무원)을 1/100로 줄이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16.


《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

 로버트 슈워츠 글/추미란 옮김, 샨티, 2023.1.10.



뒤꼍에서 가랑잎 밟는 소리가 난다. 누가 있나 하고 가만히 다가가니 멧비둘기가 이 나무 저 나무 곁을 스치면서 걷는 소리였다. 나뭇가지에는 작은새가 날아다니면서 노래한다. 속으로 웃었다. 네가 걷는 소리가 이렇게 크구나. 하긴, 이제 막 날갯짓을 익힌 어린 조롱이가 뒤꼍에 내려앉아 걸을 적에도 사람이 걷는 발걸음소리가 나더라. 비는 내리지 않고, 구름이 걷히며 하늘이 드러나는데, 밤에 별빛을 올려다보면서 ‘그래, 비가 씻지 않더라도, 우리가 마음에 사랑을 담아 이 하늘을 품으면 먼지띠는 사르르 녹을 테지.’ 하고 생각한다. 《태어나기 전 사랑을 계획하다》를 읽었다. 책이름처럼 모든 사람은 몸을 입고 아기로 태어나기 앞서 이 별에서 ‘어느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하려는지 모조리 그린다. 그래서 삶에는 잘잘못이 없다. ‘겪어서 배우며 알아가는 삶’만 있다. 사람이란, 살면서 살림을 하고 사랑을 새롭게 깨닫는 알(씨알)이다. ㅅ붙이 낱말은 모조리 하나로 잇닿는다. 좋은길도 나쁜길도 아닌 줄 알아차린다면 ‘이 별에서 스스로 하려는 꿈길’을 차분히 걸을 테고, 마음눈을 틔워 ‘굴레살이’를 씻어낼 적에 참살림을 이루는 빛줄기가 퍼지면서 사랑으로 눈물웃음을 짓는다. 다만, 책에는 좀 군더더기 얘기가 많았다.


#RobertSchwartz #YourSoulsLov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