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5.


《불길을 걷는 소방관》

 김강윤 글, 크루, 2022.12.19.



조용히 보내는 하루이다. 오늘도 시끄럽게 삽질을 하는 옆집이다. 시골에서 삽질을 하는 이들은 가림천을 세우는 일도 없고, 얼마나 삽질을 해대려 하는가 하고 알리는 일도 없고, 시끄럽게 굴어서 잘못했다고 고개숙이는 일도 없다. 마음(양심)은 진작에 내다버렸다고 할 만하다.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나 면소재지를 오가다 보면, 시골 어린이·푸름이 말씨가 끔찍하도록 사납고 거칠고 메마르다. 이 아이들 말씨는 바로 시골에서 ‘어른’이란 이름인 ‘꼰대’들 말씨하고 매한가지이다. 《불길을 걷는 소방관》을 읽었다. 앞으로 어떤 젊은이가 불길을 걷는 일꾼으로 설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어린이가 ‘돈 잘 버는 일’이나 ‘이름값을 날리는 일’이나 ‘힘을 거머쥐는 일’이 아닌, ‘스스로 삶을 가꾸면서 살림을 노래하고 사랑을 나누는 일’을 찾아서 걸어갈 수 있을까? 나무 곁에 서서 봄꽃내음을 맡는다. 밤에 바라보는 하늘빛은 날마다 새롭다. 파랗게 붉게 하얗게 물들며 이리저리 오가며 춤추는 불빛을 본다. 무엇일까? 두멧시골에서 사노라면 반짝나래(유에프오)를 어렵잖이 본다. 시끌서울에서 살면 반짝나래는커녕 별 한 톨조차 보기 어렵겠지. 호랑지빠귀나 소쩍새나 휘파람새가 없는 곳에는 고요하거나 그윽한 밤도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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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4.


《나의 수채화 인생》

 박정희 글·그림, 미다스북스, 2005.3.31.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다. 옆집이 또 삽질판을 벌인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끝없이 일으키는 삽질판이니, 새도 풀벌레도 개구리도 숨죽인다. 삽질을 해대고 쇳덩이가 춤추는 데에서는 사람도 사람빛을 잊다가 잃는다. 저녁 19시가 지나자 비로소 쇳덩이가 멈춘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에 구름이 듬성듬성 흐른다. 구름도 별 못지않게 밝다. 《나의 수채화 인생》을 되읽었다. 우리 곁에서 수수하게 살다 간 어른이 많다. 그런데 수수하게 빛난 어른들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을 글(책·신문·교과서)로 여미어서 나누는 이들은 드물다. 나날이 쏟아지는 글을 가만히 보면 ‘이야기’가 아니라 ‘악다구니’투성이라고 여길 만하다. 이런 말썽이나 저런 잘못을 비집는 글이란 어떤 마음을 부채질할까? 말썽이나 잘못에 눈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말썽이나 잘못만 쳐다보는 마음이라면, 스스로 어떻게 바뀌겠는가? 봄인데 봄빛을 안 본다면 우리는 어떤 몸이 될까? 구경터(관광지)에 돈을 퍼부어 때려박은 몇 가지 꽃나무가 봄인가? 아니다. 다다른 풀꽃나무가 새봄을 맞이하면서 저마다 깨어나는 푸릇푸릇한 숲빛이 봄이다. 봄맞이로 이 땅에 찾아온 여러 새가 봄이다. 쇳덩이에 몸을 싣지 않고서 두 다리로 거닐고 살림을 지어야 비로소 봄빛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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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5.


《나의 유서 맨발의 겐》

 나카자와 케이지 글·그림/김송이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2014.1.6.



부산 수영 길손집에서 아침을 맞는다. 시골집 아닌 서울집(도시주택)인 터라, 새벽에 새노래·개구리노래·풀벌레노래는 없다. 이제 풀벌레도 여럿 깨어나서 하루 내내 함께 노래를 들려주는 철인데, 서울(도시) 이웃님은 하루를 열 적에 이 여러 노래가 아닌 부릉부릉·덜컥덜컥·왁자지껄이라는 ‘시끌질(소음)’부터 맞아들일 테지. 하루를 어떤 노래나 소리로 여느냐에 따라 생각이 바뀌고, 마음이 달라진다. 스스로 바라보고 느껴서 맞아들이는 결에 따라 삶을 이룬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우리는 아이들한테 무엇을 물려주려 하는가? 《나의 유서 맨발의 겐》은 아름다운 책이지만, 일찌감치 판이 끊겼다. 그나마 《맨발의 겐》은 아직 판이 안 끊겼다만, 이 그림책조차 판이 끊길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책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으면 ‘만화책 따위’라 여기며 아예 안 들여다보고 만다. 아침에 안락동 골목을 거닐며 〈스테레오북스〉로 책숲마실을 했다. 낮에는 망미동으로 옮겨 〈비온후〉에서 ‘자전거로 누리고 짓는, 아이랑 노래하는 하루살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나라가 ‘전기자동차 뒷배(지원·보조금)’를 얼른 멈추고서 ‘뚜벅이·자전거 밑돈(기본소득)’으로 생각을 열고 꽃피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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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4.


《詩精神과 遊戱精神》

 이오덕 글, 창작과비평사, 1977.4.25.



밤을 샜다. 바깥일을 앞둔 날은 이모저모 집안을 치우느라 으레 밤을 샌다. 고흥에서는 어디로 길을 나서든 시외버스에서 한나절 넘게 엉덩이를 붙여야 하니 졸린 눈을 부비며 밤샘일을 한다. 아침나절에 구름밭을 본다. 작은아이 배웅을 받으면서 옆마을로 걸어가서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이른아침 시골버스는 시골 푸름이가 잔뜩 타는데 왜 이렇게 다들 ‘죽은 낯빛’일까? 나도 이 아이들 나이로 살던 지난날에 이렇게 죽은 낯빛이었을까? 아이들이 즐겁게 하루를 열며 재잘재줄 수다꽃으로 웃고 노래하며 꿈을 키울 수 있는 터전을 물려줄 수 없는가? 《詩精神과 遊戱精神》을 되읽었다. 이오덕 님은 2003년 8월에 멧새로 돌아간다. 어르신이 떠난 뒤 무덤에 절하러 갔을 적에 ‘멧새가 된 이오덕 님’을 만났다. 호롱 호롱 삣쫑 호로롱 하고 노래하시던데, 멧길을 오르내리다가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날 잠자리에 들며 “나는 이 몸을 어떻게 내려놓을 마음인가?” 하고 한참 생각했다. 아직도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이 몸을 어떻게 건사하고 다루다가 빛으로 돌아갈 마음인가? 그나저나 ‘창비’는 이 해묵은 책을 2003년에도 ‘한자가 새까만 판’으로 그냥 ‘복사’하듯 펴내며 책장사를 일삼았다. 참 슬프게 멍든 이 나라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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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3.


《불량직업 잔혹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 글/신두석 옮김, 한숲, 2005.10.7.



바람이 이따금 세게 불지만 비는 멎고 구름이 모두 걷힌다. 하늘이 파랗다. 어느 우체국으로 다녀올까 하다가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에 간다. 낮에는 들에서 바다 쪽으로 센바람이다. 자전거가 휘청거린다. 이제 들길을 걷는 사람조차 손가락에 꼽을 만큼 없는 이 시골길을 휘청휘청 자전거 하나가 조용히 달린다. 꽃내음 가득한 나날이다. 《불량직업 잔혹사》를 읽으며 책이름부터 아쉬웠다. 모처럼 데이비드 윌콕 님 책이 나온 셈이지만, “죽을맛 일거리”라든지 “너무 힘든 일”처럼 속뜻이 제대로 드러나도록 책이름을 붙여야 비로소 이 책이 들려주려는 줄거리에 눈길을 돌릴 이웃이 나타나리라. ‘나쁜일(불량직업)’이 아니다. ‘고된일’이 무엇이었나를 짚는 책이다. ‘나쁜일’이라면 바로 임금(왕)이 아닐까? 나쁜놈이라면 바로 ‘우두머리(지도자)’ 아닌가? 철바람(철갈이바람)은 꽤 세다. 봄마다 가을마다 이 바람이 분다. 우리가 철빛을 스스로 읽으려 한다면 손전화를 끄고서 하늘을 바라보면서 바람을 마시면 된다. 우리가 하루빛을 스스로 느끼려 한다면 책을 덮고서 들꽃을 마주하고 햇볕을 머금으면 된다. 모든 알차고 아름답고 알뜰한 길(지식)은 우리 곁에서 늘 흐른다. 벌나비 날갯짓에도, 개미 발걸음에도.


#TheWorstJobsInHistory #TonyRobinson #DavidWillcock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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