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0.


《어느 병사의 전선일기, 제1차 세계대전의 기록 1914》

 바루 글·그림/이성엽 옮김, 지양사, 2022.7.9.



어제 본 텃노랑민들레 두 송이 곁에 두 송이가 더 핀다. 바깥마루 밑 흰민들레 한 송이는 하루 만에 졌는데, 곁에 한 송이가 새로 오른다. 뒤꼍 뽕나무 둘레로는 흰민들레 여러 송이가 한꺼번에 오른다. 오늘부터 입가리개를 안 해도 된다는데, 시골버스에서 입가리개 안 하는 사람은 나랑 큰아이뿐인가. ‘시골구석 고즈넉한 곳’에서조차 입가리개를 끈질기게 하는 분들은 ‘나라가 시키는 종살이’를 얼마나 따박따박 지키는 셈일까. 우리는 ‘입가리개’가 아닌 ‘재갈’을 물린 채 스스로 말도 못 하고 생각도 않고 사랑도 잊은 굴레에 스스로 갇혔다고 느낀다. 누가 일으켜 주어야 하지 않는다. 스스로 서고 꿈꾸고 노래할 수 있어야 ‘사람’이다. 《어느 병사의 전선일기, 제1차 세계대전의 기록 1914》를 읽고서 작은아이한테 건네었다. 지은이가 책끝에 붙였듯, 이 그림책을 이룬 밑글을 쓴 어느 프랑스사람은 싸움터에서 이슬로 사라졌으리라. 어느 싸움터에서나 ‘만 십만 백만’이란 셈값으로 들꽃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이들 들꽃사람 이름은 책(역사책)에 한 줄조차 안 남고, 우두머리 이름만 남는다. 살림집에서 한 사람이 죽어서 사라지만, 살림집은 어찌 되겠는가. 총칼을 만들거나 팔거나 다루거나 거느리는 이는 모두 거짓꾼이다.


#LineofFire #DiaryofanUnknownSoldier #AugustSeptember #StephaneBarroux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9.


《한 권의 책》

 최성일 글, 연암서가, 2011.10.25.



텃노랑민들레 두 송이가 핀다. 곁에 앉아 쓰다듬는다. 앵두꽃이 뭉게뭉게 오른다. 옆에 서서 코를 댄다. 새노래를 듣는다. 바람소리를 듣는다. 개구리울음을 듣는다. 모두 받아들이는 싱그러운 봄빛이다. 녹이는 봄이요, 녹는 철이다. 푸르게 녹이고, 풀어내듯 녹는다. 풀빛으로 녹기에 봄맞이를 하려고 새가 찾아오고, 푸르게 녹으려 하니 풀벌레가 하나둘 깨어나고, 개구리도 겨울잠을 마친다. 봄이란, 보는 철이다. 봄이니, 바라보고 품으면서 풀어놓는다. 《한 권의 책》을 읽었다. 2011년에는 책집에 서서 훑은 뒤에 내려놓았고, 2023년에 찬찬히 짚어 보았다. 글쓴이뿐 아니라 숱한 글바치는 으레 이렇게 글붓을 쥐더라. 왜 “책 하나”처럼 우리말씨를 안 쓰고 “한 권의 책”처럼 엉성하게 옮김말씨를 쓸까? 1988년에 처음 영어를 배울 적에 길잡이(교사)는 “‘한 잔의 커피’는 우리말이 아닙니다. ‘커피 한 잔’으로 옮겨야 합니다.” 하고 가르쳤는데, 요새 이렇게 가르치는 길잡이가 있을까? 글을 쓰자면, ‘글로 옮기는 말’부터 다스릴 노릇이다. ‘마음을 담는 말’부터 어질고 슬기로이 가다듬지 못 한다면, 무슨 글을 쓰겠는가? ‘삶으로 풀어내는 마음’이요 ‘삶을 그리는 마음’이기도 하니, 삶·넋·말·글은 늘 하나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한 권의 책 → 한 자락 책 . 책 한 자락 . 책 하나


“비판은 언제나 두렵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이 속한 분야를 향한 비판은 더욱 그래서일 것이다

→ “따지기란 언제나 두렵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몸담은 곳을 따지기란 더욱 두렵고 어려우리라

→ “나무람은 언제나 두렵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깃든 곳을 나무라기란 더욱 두렵고 어렵다


사서의 전문적 자질에 대해 꾸준히 문제의식을 가진 점을 감안해도

→ 책숲지기가 제대로 일하는지 꾸준히 따진 대목을 헤아려도

→ 책숲일꾼이 옳게 일하는지 꾸준히 짚은 대목을 살펴보아도


도서관인의 자기성찰보다 신분보장에 더 주의를 기울인 것은 약간 유감스럽다

→ 책숲일꾼 스스로 뉘우치기보다 자리지키기에 더 마음을 기울이니 안타깝다

→ 책숲지기로서 돌아보기보다 이름붙잡기에 더 마음을 기울이니 안타깝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 어버이가 먼저 책을 읽어 보여야 한다고

→ 어버이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감이 와닿는 원고는 일필휘지로 단숨에 완성시켰지만

→ 문득 와닿는 글은 한숨에 마무리했지만

→ 와닿는 글자락은 곧장 써냈지만

→ 와닿는 글은 내리썼지만


친일 행위자를 척살하거나 부관참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 일본에 붙었다고 죽이거나 파내려는 뜻이 아니다

→ 일본을 도왔다고 찌르거나 되죽이자는 말이 아니다


부록에다 본문에 언급된 50여 권의 서지사항을 수록했는데 무려 일곱 권의 출간 연도가 잘못 기재되었다

→ 붙임에다 글에서 다룬 쉰 자락 책자취를 실었는데 자그마치 일곱 자락이 나온해가 틀렸다

→ 딸림에다 글에서 밝힌 쉰 자락 책풀이를 담았는데 일곱 자락이나 펴낸해를 잘못 적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8.


《감정도 디자인이 될까요?》

 고선영 글·그림, 다른상상, 2019.1.20.



우리가 하루라도 배우지 않는 날이 있다면, 종살이를 스스로 하면서 스스로 못 깨닫는다는 뜻이라고 느낀다. ‘나이가 들었’기에 배움길을 멈춘다면 ‘어른 아닌 늙은 꼰대’가 되는 굴레이지 싶다. ‘스무 살’을 넘긴대서 ‘어른’이 될 턱이 없다. 스무 살이나 서른 살이 되어도 철이 안 들면 ‘애늙은이’일 뿐이다. 쉰 살이건 예순 살이건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하루를 노래하고 어린이 곁에서 함께 꿈을 그리는 살림을 짓기에 비로소 ‘어른’이다. 오늘부터 모과꽃송이를 딴다. 한 송이를 먼저 맛본다. 큰아이한테 살며시 건넨다. 앵두꽃이 곧 활짝 터지려 한다. 나무꽃은 대단하다. 한두 송이가 터질 동 말 동하다가 한꺼번에 활활 활갯짓으로 피어난다. 빨래를 하기에도, 이불에 햇내음을 먹이기에도 즐거운 날이다. 《감정도 디자인이 될까요?》를 읽었다. 그림으로 풀어낸 마음빛 이야기라고 여길 만하다. 마음밭에 스스로 그림 한 자락을 놓으면서 생각을 밝히자는 줄거리라고 볼 만하다. “마음은 그릴 수 있”다. 마음이기에 누구나 스스럼없이 그릴 만하다. 손으로 그림을 잘 그리지 못 하겠어도 마음은 누구라도 기쁘게 훌훌 그릴 수 있다. 마음부터 그리고서 사랑을 그리고, 꿈을 그리고, 삶을 그리고, 나와 너를 그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7.


《모닥불》

 안도현 글, 창작과비평사, 1989.5.5.



모과꽃이 줄줄이 흐드러진다. 모과나무 옆에 서면 꽃내음에 흠뻑 젖는다. 다만, 모과꽃이 피지 않은 여름이나 가을이나 겨울이어도, 모과나무 옆에 서서 나뭇가지를 쓰다듬으면 그윽한 기운이 퍼진다. 나무에 꽃이나 잎이 있어도 둘레가 환하되, 겨울나무가 서기만 해도 둘레가 밝다. 가지치기는 함부로 안 해야 한다. 땔감으로 쓸 일이 아니면, 마른가지도 건드리지 말 노릇이다. 아무튼 앵두꽃이 터지려 한다. 쑥도 제법 올라왔고, 흰민들레꽃 한 송이도 본다. 가랑비가 오는 늦은낮이 싱그럽다. 《모닥불》을 되읽었다. 엄청나게 팔린 책 같다. 꽤 잘 썼다고 여길 만하되, 곳곳에서 ‘꾸민’ 티를 느낀다. 글이든 노래이든 ‘잘’ 써야 하지 않다. ‘삶을 쓰면’ 된다. 안도현이든 누구이든 삶을 스스로 쓴다면 아름답다. 삶을 안 쓰거나 멋을 부리면 겉멋스럽다. 그러나 안도현 글에서 무엇이 ‘삶을 옮겼’고 ‘멋질을 하려고 겉치레로 꾸몄’나 하고 차근차근 짚는 길잡이를 본 일은 없다고 느낀다. 그저 좋으면 다 좋을까? 이름을 날리고 많이 팔리면 그냥 치켜세우기만 하면 될까? 나는 이이 글을 읽기는 했으나, 아이들이나 이웃한테는 이이 글을 읽으라 하지 않는다. 《모닥불》이란 꾸러미보다는 마당에 ‘모닥불’을 지피고 누리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6.


《선생님, 쓰레기는 왜 생기나요?》

 최원형 글·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3.2.19.



마당에 서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매울음을 듣는다. 하늘을 두리번거리지만 매는 안 보인다. 얼마나 먼 하늘에서 이 울음소리를 퍼뜨렸을까. 모과꽃이 올라오려 하고, 매나무는 흰꽃이 사르르 진다. 큰아이하고 읍내를 다녀온다. 우체국에 들러 글월을 부친다. 살짝 더운 날이다. 《선생님, 쓰레기는 왜 생기나요?》를 읽었다. 최원형 님이 쓴 책을 거의 다 읽었다. ‘다’ 읽지는 않고 ‘거의 다’ 읽었다. 뜻있는 줄거리를 다루기에 요모조모 챙겨서 읽되, 늘 어슷비슷한 줄거리에서 맴돌뿐 아니라, ‘그냥 서울에서 살기’에서 그치는 터라,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앞빛을 들려주는 데에서는 모자라다. 푸른길(환경운동·자연보호)은 누구를 미워하거나 남을 탓한다면 끝장난다. 누가 잘못하는 일을 짚을 수는 있되, 언제나 스스로짓기(자급자족)라는 넋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 노릇이고, 해바람비와 들숲바다가 어떻게 얽히면서 사람도 풀꽃나무하고 매한가지인가 하는 실타래를 풀 노릇이다. ‘페트병 나눠버리기’를 따져도 안 나쁘지만, ‘먹는샘물(회사)·꼭짓물(수돗물)’을 모두 없애어, 누구나 냇물과 빗물과 샘물을 누리는 길로 가야 쓰레기가 차츰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제대로 밝혀 주어야 한다고 본다. 밑길을 밝히는 새 씨앗을 심어야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