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8.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글/김광규 옮김, 문장, 1978.4.25.첫/1980.4.10.8벌



앵두잎이 엊그제부터 조금씩 올라온다. 모시싹도 조물조물 올라온다. 해가 지면 꽃잎이 옹크리고, 해가 돋으면 꽃잎이 벌어진다. 앵두꽃은 해가 져도 그대로 있기에 밤새 환하다. 별이 내려온 듯 한밤을 밝히는 봄꽃잔치이다. 해바람비를 살림살이로 맞이하던 지난날에는 누구나 이 봄꽃잔치를 밤낮으로 누렸겠지. 참새도 물까치도 박새도 노랑텃멧새도 휘파람새도 멧비둘기도, 마당 한켠에 나무처럼 가만히 서면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서 가까이에 내려앉거나 파닥파닥 춤추면서 노래한다. 쇳덩이가 부릉부릉 소리를 내지 않으면 오롯이 쉬며 찾아오는 멧새요 텃새이다. 《책상은 책상이다》을 되읽는다. 1978년 옮김판으로 처음 읽었는데, 2001년 새 옮김판으로 읽어 보기도 했다. 서른 해쯤 앞서 이 책을 만나던 즈음에는 옮김말씨를 그리 따지지 않고서 줄거리만 헤아리려 했다면, 이제는 엉성한 옮김말씨를 낱낱이 느끼면서 슥슥 고쳐쓰다가 그만둔다. 아이들한테 읽혀 볼까 하다가 그만두고,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간추려서 알려준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어질게 옮기는 글살림을 지을 만할까? 책 한 자락을 제대로 엮는 펴냄터는 지은이 못잖게 글을 되읽고 새기고 함께 추스르면서 내놓는다. 그런데 옮김책은 이런 일이 드물다. 우습다.


《책상은 책상이다》(페터 빅셀/이용숙 옮김, 위즈덤하우스, 2001.10.20.)


#Kindergeschichten #PeterBichsel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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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7.


《까먹기 대장이야》

 다케다 미호 글·그림/김소연 옮김, 천개의바람, 2016.10.25.



우리 집 글칸(글쓰는 칸)에 쌓은 책더미를 조금 추스른다. 어디에 놓았는지 못 찾는 만화책 하나를 헤아리는데 이레가 넘도록 못 만난다. 2019년 12월에 나왔으나 벌써 판이 끊겨 되사기도 어렵다. 읍내를 다녀오는 길에 노래꽃을 쓰고, 시골버스에서 책을 읽는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서 마저 읽는다. 구름이 말끔히 걷힌 저녁하늘에는 별빛이 춤춘다. 오늘은 밤바람이 살짝 차다. 《까먹기 대장이야》를 즐겁게 읽었다. 타케다 미호(다케다 미호) 님 그림책은 언제 들추어도 상냥하면서 따스하다. 다만, ‘대장(大將)’이나 ‘대왕’ 같은 일본 총칼수렁(군국주의) 냄새가 짙은 한자말을 굳이 써야 하는지 돌아볼 노릇이다. 우리 삶터 곳곳에 알게 모르게 ‘일본 총칼말(제국주의 군대말)’이 잔뜩 있다. ‘속사포·기관총’처럼 말한다고 할 적에도 끔찍한 싸움말이다. ‘물폭탄’ 같은 말도 끔찍하다. 잘 까먹는 아이라면 ‘까먹이·까먹돌이’라 하면 되고 ‘까먹깨비·까먹보’처럼 부드러이 이름을 붙일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들 이야기뿐 아니라 어른들 삶을 놓고도 아무 낱말이나 안 쓰도록 마음을 기울이고, 수수하면서 숲빛으로 사랑스럽게 우리말빛을 가꿀 적에 비로소 사이좋으면서 아름다운 나라로 나아가리라 본다.


#TakedaMiho #武田美穗 #わすれもの大王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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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6.


《넘헌테는 잡초여도 내헌테는 꽃인게》

 왕겨 글·그림, 섬집아이, 2023.3.13.



새벽에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휘파람새 노랫가락을 듣는다. 범지빠귀 노랫소리도 어우러진다. 멧개구리도 나란히 노래한다. 해가 밝다. 바람이 맑다. 곁에서 흐르는 소리를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서 마음에 노래를 담을 수 있고, 왁왁대는 아우성으로 욱여넣을 수 있다. 작은아이가 제비꽃 한 송이를 톡 따고는 “꽃꿀냄새가 짙다”면서 내민다. 고맙구나. 멧딸기꽃이 피었다. 꽃이 피면 꽃내음이 퍼지고, 꽃이 지면 잎내음이 번지고, 짙푸른 잎 사이로 열매가 굵어가면 알내음이 살살 올라온다. 오뉴월에 딸기알을 다 훑으면 그때부터 늦가을까지 짙푸른 숨빛으로 우리 삶자리를 보듬어 준다. 《넘헌테는 잡초여도 내헌테는 꽃인게》는 들풀 이야기를 상냥하게 들려준다. ‘잡초’라는 한자말을 누가 언제부터 썼는 지 뚜렷이 알 길은 없되, 흙을 만지며 살림을 짓던 사람들은 아무도 안 썼다. ‘김·지심·검질풀’ 같은 말은 썼다. 여러 사투리는 ‘길다·질다(질기다)’라는 밑뜻을 품는다. 사람이 심은 남새에 대면 ‘길고 질기게’ 올라오는 들풀이 맞을 테고, 들풀이 돋기에 남새가 벌레한테 덜 파먹힌다. 들풀을 다 뽑으면 잎벌레도 풀벌레도 남새를 더 갉지. 애벌레가 나비로 거듭나 주어야 꽃가루받이를 한다. 모든 풀은 들꽃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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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5.


《도시를 바꾸는 새》

 티모시 비틀리 글/김숲 옮김, 원더박스, 2022.1.5.



해가 나왔다가 구름이 모여들더니 해질녘부터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맞이한다. 이틀 동안 내린 비는 하늘을 씻어 주었고, 사흘 만에 드리우는 해는 땅과 빨래를 말려 주며, 다시금 적시는 빗물은 포근하게 감싸 준다. 낮에는 큰아이랑 함께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곁밥을 마련한다. 저녁에는 넷이 부엌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도시를 바꾸는 새》는 뜻있는 책이되 여러모로 아쉽다. 새 한 마리가 서울(도시)을 바꿀 수는 있으나, 바라보는 눈부터 좀 바꾸어야지 싶다. 더구나 영어로 나온 책이름은 “The Bird-Friendly City” 아닌가? “새를 사랑하는 서울”이라든지 “새랑 사이좋은 마을”쯤으로 바라볼 적에 비로소 새를 새답게 사람을 사람답게 마을을 마을답게 가꾸는 실마리나 슬기를 알아보리라 느낀다. 사람들이 아무리 들숲바다를 망가뜨려도 새는 그대로 노래한다. 사람들이 어리석게 해바람비를 등져도 풀벌레는 언제나 노래한다. 사람들이 그야말로 엉터리에 바보로 나뒹굴어도 개구리는 새록새록 노래한다. 새 한 마리가 서울을 바꾸어 주기를 바라지 말자. 우리 스스로 새처럼 날개를 달고서 홀가분히 날아오르는 삶결로 거듭나자. 스스로 손을 내밀어 새를 앉히고, 스스럼없이 나무를 심고 품는 마을로 일구자.


#TheBird-FriendlyCity #CreatingSafeUrbanHabitats #TimothyBeatley


버트피더를 찾아온 붉은가슴벌새

→ 먹이그릇을 찾아온 붉은가슴벌새

→ 모이칸을 찾아온 붉은가슴벌새

→ 먹이터를 찾아온 붉은가슴벌새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이 탐조를 하게 된다면 새가 선사하는 기쁨에 흠뻑 빠질 것이라 자신한다

→ 그러나 사람들이 새를 본다면 언제나 기쁘리라 생각한다

→ 그렇지만 사람들이 새바라기를 하면 늘 기쁘리라 본다


교육을 위해 잠시 채집한 새

→ 배우려고 살짝 잡은 새

→ 가르치려고 살짝 붙든 새


모든 생명체가 살기 좋은 지구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도시를 자연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 모든 숨결이 살기 좋은 푸른별로 가꾸려면 우리는 서울을 숲터로 일구어야 한다

→ 모두 살기 좋은 이 별을 이루려면 우리는 큰고장을 숲빛으로 돌보아야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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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4.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글, 작아진둥지, 2022.6.22.



어제에 이어 빗물이 시원하게 하늘을 씻어 주는 하루이다. 매캐한 기운도, 부스러기며 먼지도, 차곡차곡 훑으면서 해맑은 바람으로 돌려놓는 빗줄기는 반갑다. 모과꽃하고 앵두꽃이 나란히 향긋향긋 일어난다. 저잣마실을 다녀오는데, 시골버스에서 시끄러운 시골 푸름이를 본다. 이들을 한동안 보다가 몇 마디를 해주지만, 씨알이 먹힌다고는 못 느낀다. 겉멋에 빠지고 덩치만 자란 채 속알이 자라지 못 한 쭉정이 같다. 집·배움터에서는 이들을 이끄는 어른이 없다고 느낀다. 그러면 마을에서 이들을 이끄는 어른이 있을까? 마을이나 시골버스에서 이따금 타이르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들 시골 푸름이는 집·배움터에서 이미 ‘삶·살림·사랑’을 못 배우는구나 싶은 터라, 더 바보스럽게 막나간다. 이러다가 스무 살 즈음이면 다 고흥을 떠나니, 그 뒤로는 볼 일이나 스칠 일도 없다. ‘인구소멸예정지역 전국 1위’인 고흥답게, 군수나 벼슬꾼(공무원)은 아무 생각이 없다.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를 읽었다. 가난꽃(워킹푸어)이란 무엇일까? 일해도 가난하다면, 마음이나 보금자리가 아닌, 돈이 너무 적다는 뜻일 테지. 돈을 많이 벌 일자리가 없어서 걱정이어야 할까? 얼마를 벌든 오붓하게 지낼 길을 찾는 마음을 기를 수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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