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2.


《식물학자의 노트》

 신혜우 글·그림, 김영사, 2021.4.27.



범나비 둘을 만난다. 겨울나기를 마친 나비로구나. 초피나무에 옅푸르면서 옅노란 빛이 감도는 꽃이 조물조물 핀다. 마당 한켠에 자리를 깔고 웃통을 벗고 누워서 햇볕을 듬뿍 쬔다. 땀이 몽글몽글 돋는다. 겨울이 저물고서 새봄이 찾아오면 어느새 추위가 누그러질 뿐 아니라, 훅 이른더위에 물들기도 한다. 올해는 어떻게 가려나? 올해로 고흥살이 열세 해인데, 우리 보금자리에서 나무가 우거지고 풀꽃이 차츰 늘어나는 결에 따라서 추위도 더위도 차분히 가라앉는 결을 느낀다. 두고보면 알겠지. 4월과 5월을 눈여겨보자. 《식물학자의 노트》를 읽고서 한동안 자리맡에 쌓아 두었다. 손질할 말씨가 대단히 많아서 어찌해야 할까 하다가 미뤘다. 책더미를 치우자고 생각하며 다시 들추는데, 풀꽃지기(식물학자)라는 길을 걷는 이들 가운데 어린씨를 이웃이나 동무로 바라보는 사람은 너무 드물다. 곰곰이 짚자. 파브르 님이 쓴 글은 프랑스말일 테지만, 파브르 님이 ‘어린씨가 못 알아들을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번역체)’를 썼을까? 아니겠지? 쉽고 수수한 프랑스말을 썼겠지? 이 나라 글꾼과 솜씨꾼(전문가)은 어떤 말글을 혀에 얹고 손에 담는지 돌아볼 노릇이다. 풀을 보면서 ‘풀’이라 말하지 못 한다면, 풀빛을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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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


《숲 속의 가게》

 하야시바라 다마에 글·하라다 다케히데 그림/김정화 옮김, 찰리북, 2013.2.8.



구름바다를 본다. 손으로 슥 긁은 듯하다. 바다에서 물결을 바라보면 끝없이 빠르게 흐르는구나 싶고, 마당에서 구름을 올려다보면 천천히 물결빛과 물결무늬를 보여주는구나 싶다. 어느새 거미줄이 곳곳에 나온다. 거미가 집을 짓는다면, 거미한테 잡힐 벌레가 깨어났다는 뜻이요, 풀숲이 싱그러이 흘러가는 철이라는 얘기이다. 모과꽃내음을 흠씬 누린다. 나무 한 그루가 맺는 꽃송이는 해마다 더욱 늘어나 멧새를 더 부르고, 보금자리를 한결 향긋하게 북돋운다. 가볍게 일렁이는 바람과 뜨끈뜨끈 내리쬐는 봄볕을 누린다. 《숲 속의 가게》를 읽었다. 글빛이 곱다. 숲노래 씨가 이따금 손수 쓰는 얘기꽃(동화)도 이처럼 ‘사람 아닌 이웃’이 들려주는 삶인데, 어쩐지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아닌 이웃’이 하루를 지으면서 생각을 밝혀서 살림살이를 나누는 줄거리를 짜서 들려줄 수 있는 어른이 확 줄어들었지 싶다. 둘레에서 “이 책(동화·소설) 재미있지 않아요?” 하고 여쭙는 책치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줄거리를 좀처럼 찾을 길이 없다. 서울·큰고장이라는 작은 울타리에서 잿집 사이를 누비는 줄거리에서 멈추는데 무엇이 재미있을까. 거미줄 이야기를 그리지 못 하거나, 박새 노랫가락을 풀어내지 못 한다면, 글(문학)이 아니라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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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31.


《못다 핀 꽃》

 이경신 글·그림, 휴머니스트, 2018.8.13.



오늘은 짐꾼이 없이 읍내마실을 한다. 혼자 천천히 걷다가 볕이 드는 자리를 찾아서 앉는다. 마음으로 들려오는 바람소리를 옮겨적는다. 읍내 버스나루에서 시골버스를 기다리는데, 늙은 사내도 젊은 사내도 담배를 뻑뻑 태운다. 이들이 담배를 태우는 자리에는 “버스터미널은 금역구역입니다”라 적은 걸개천을 큼지막하게 걸어 놓았는데 아무도 아랑곳않는다. 버스일꾼조차 담배를 뻑뻑 무는 판이다. 이들은 글씨를 못 읽을까? 글씨는 읽는데 배짱인가? 고흥군수랑 벼슬꾼은 뭘 할까? 어느덧 앵두꽃이 거의 졌다. 흰민들레도 노란민들레도 곳곳에 가득가득 오른다. 오늘 올해 흰민들레씨를 처음 받는다. 《못다 핀 꽃》을 읽었다. 꽃할매하고 얽힌 여러 이야기를 새록새록 돌아본다. 할매한테는 다른 무엇보다도 근심걱정을 끊고서 느긋이 쉴 보금자리에, 이따금 두런두런 수다를 나눌 동무에, 그동안 걸어온 삶길을 되새기면서 풀어낼 글그림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기다릴 줄 아는 이웃을 누릴 수 있으면 된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면, 부질없이 돈·힘·이름을 거머쥐면서 우쭐거리는 어리석은 우두머리와 벼슬꾼이 “불수렁(전쟁지옥)을 일으켜서 잘못했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총칼(전쟁무기)을 버리겠습니다!” 하고 외치며 뉘우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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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30.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주디스 커 글·그림/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17.5.20.



뒤꼍에서 쑥을 한 줌 뜯는다. 이제 쑥잎이 손바닥 길이만큼 자란다. 톡톡 훑는 손에 쑥내음이 번진다. 쑥국을 끓이려고 훑는 쑥인데, 밥으로 안 삼고 살살 쓰다듬기만 해도 쑥빛이 온몸으로 스민다. 입을 거쳐 먹을 적에도 봄빛으로 물들일 수 있고, 눈으로 바라보고 손으로 어루만지고 마음으로 아낄 줄 안다면, 밥을 안 먹어도 누구나 넉넉하면서 배부를 만하다.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오려 했는데, 오늘 따라 시골버스가 ‘7분만 늦게’ 오는 바람에 놓친다. 으레 ‘12∼18분씩 늦게’ 오는 시골버스라서 느긋이 움직였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를 돌아본다. 영어 이름 “My Henry”를 바꾸었는데, 설마 속글까지 슬그머니 바꾸지 않았으려나? “우리 헨리” 그대로 옮기는 길이 가장 낫고, “우리 사랑”으로 옮겨도 어울린다. 먼저 떠난 사랑짝을 그리는 마음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할머니는 ‘꿈’을 ‘그리는’ 하루를 누린다. ‘생각나래’를 펴면서 ‘홀가분’히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논다. 할아버지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할머니 마음을 가만히 읽으면서 삶빛을 달래는 하루를 나누는 얼거리를 흩뜨리는 옮김말이다. 제발 바보짓을 안 하기를 바란다. 죽음은 나쁜 것이 아닌, 그저 몸을 내려놓고서 떠나는 새길일 뿐이다.


#JudithKerr #My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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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9.


《하늘 높이 날기》

 프랭크 애시 글·그림/김서정 옮김, 마루벌, 2007.2.12.



자전거를 달린다. 들길은 바람이 세다. 집에서는 바람이 부는 줄 못 느꼈다. 우리 집을 둘러싼 나무가 바람막이를 해주었구나. 들판은 바람도 세지만 하늘이 뿌옇다. 나무를 밀어댄 곳은 서울이건 시골이건 매캐하다. 이 매캐한 곳에서 입가리개만 한다고 달라질까? 아니다. 쇳덩이를 치우고, 냇물을 마시는 살림으로 바꾸고, 나무를 마당에 심을 수 있는 보금자리로 바꾸고, 어질며 푸른넋으로 거듭나도록 북돋울 글을 스스로 쓰면서 ‘말다운 말로 갈무리한 글’을 새길 줄 알아야지 싶다. 그리고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살림빛을 물려주고, 순이돌이가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면서 오늘을 새롭게 밝히는 꿈을 천천히 그려 나가야지 싶다. 《하늘 높이 날기》를 찾아내어 읽었다. 2007년 2월은 충주 무너미마을을 떠나 인천으로 옮기려고 책짐을 한창 싸느라 이 그림책이 나온 줄 몰랐다. 그런데 영어 책이름은 “Moonbears Bargain”이다. ‘흥정’이나 ‘주고받기’로 붙인 이름을 엉뚱하게 바꾸었다. ‘달곰’이랑 새가 서로 한 가지 솜씨를 들려주면서 소꿉놀이를 하는 얼거리인데, 참 뜬금없다. 아름다운 그림책 한 자락에 깃든 상냥하며 따사로운 숨결을 왜 안 읽으려고 할까? 아이사랑도 어른사랑도 입발린 말로는 못 짓고 못 나누게 마련이다.


#Moonbear #MoonbearsBargain #FrankAsch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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