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7.


《토성 맨션 7》

 이와오카 히사에 글·그림/송치민 옮김, 세미콜론, 2015.4.15.



쑥잎을 쓰다듬으면 손바닥으로 푸른빛이 너울너울 올라온다. 모싯잎도 돌나물잎도 매한가지이다. 모든 풀포기는 저마다 다른 풀빛을 우리한테 나누어 준다. 뭇풀을 쓰다듬다 보면, 복숭아뼈를 건드릴 만큼 씩씩하게 올라온 풀포기를 슥슥 스치면서 풀밭을 거닐다 보면, 살림풀(약초)·죽임풀(독초)이란 따로 없는 줄 느낀다. 모든 풀은 그저 풀이다. 풀어주는 숨결이 다를 뿐이다. 고비(편지함)에 말벌이 집을 짓는다. 이곳 말고도 집지을 데는 많을 텐데. 시끌벅적 말밥에 오르는 진중권 씨 이야기를 듣는다. 때로는 바르게 말하다가도 때로는 뜬금없는 말을 할 만하다. 숱한 글꾼은 서울에 눌러앉기에 ‘시골 모르쇠’이다. 먹튀를 했다는 권경애 씨는 우리한테 웃음을 베푼다. 조선일보랑 사귀는 서민 씨나, 중앙일보·신동아랑 짝짜꿍하는 김규항 씨도 똑같다. 이들은 하나같이 ‘서울뜨기’이다. 짐짓 ‘다르다’ 싶은 말을 읊는 듯하지만 ‘서울 울타리(in Seoul)’를 굳힐 뿐이다. 이들이 쇳덩이(자동차)랑 잿더미(아파트)를 버리고, 호미 쥐는 시골살림을 짓지 않으면, 내도록 쳇바퀴이리라. 《토성 맨션 7》을 새삼스레 읽었다. 아이들이 이제는 이 그림꽃을 알아보며 반긴다. 이 그림꽃을 읽어낼 수 있다면 비로소 ‘어른’이리라.


#岩岡ヒサエ #土星マンション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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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6.


《도도가 있었다》

 이자벨 핀/전진만 옮김, 시금치, 2023.3.20.



비가 그친다. 제비가 날갯짓하며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바람소리를 듣는다. 구름이 빠르게 사라지는 소리를 듣는다. 이슬하고 빗물이 섞이는 소리를 듣는다. 이슬을 빨아들이는 풀잎이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다. 빗물로 먼지를 씻어낸 나무가 가볍게 춤추는 노래를 듣는다. 누구나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을 ‘학습(영어·문해력 교육)’이란 굴레를 제발 씌우지 말고, 아이들한테 “오늘은 개미가 뭐라고 하니?”라든지 “오늘은 해가 어떤 말을 하니?”라든지 “오늘은 별님이 무슨 노래를 들려주니?” 하고 묻기 바란다. 아이는 누구나 다 들을 줄 아는데, 어버이·어른이 아이들 귀를 틀어막을 뿐이다. 우리 어른도 다 아이로 살아왔으니, 나이를 아무리 먹었어도 마음을 빗물로 씻고서 귀를 열면 이제부터 들을 수 있다. 《도도가 있었다》를 읽었다. 매우 뜻깊은 책이다. 알차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을 다룬 대목도 돋보인다. 그런데 몇 가지는 아쉽다. 한글판은 어린이뿐 아니라 푸름이한테도 어렵다. 왜 이렇게 어려운 일본 한자말을 자꾸 쓸까? 순이(여성 과학자) 이야기에 치우치면서 길을 꽤 잃기도 한다. ‘순이돌이(여남)’를 가르지 말고, ‘아름빛’을 밝힌 사람을 다루려는 눈길이라면 참으로 빛나는 책이었을 텐데.


#IsabelPin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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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5.


《살아남는다는 것》

 구드룬 파우제방 글/박종대 옮김, 봄볕, 2022.1.7.



엊저녁부터 빗줄기가 듣는가 싶더니, 바야흐로 시원스레 빗줄기가 듣는다. 바람도 싱싱 분다. 쏟아지는 비는 콸콸콸 씻고, 퍼붓는 비는 촤르르 털고, 들이붓는 비는 털털털 닦는다. 모든 소리를 잠재울 뿐 아니라, 이 두멧시골에 아무도 돌아다니지 말라면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듣고 맞는다. 함박비도 그때그때 빗살이며 빗소리가 다르다. 늦은낮에 접어들자 멧새노래가 퍼진다. 아하, 빗줄기가 멎으려는구나. 비가 더 오는지 안 오는지는 새가 알려준다. 오늘 하루는 빗소리가 우렁차다 보니 마을알림이 하나도 없다. 이 빗소리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늘 “군수 당선에 이바지하지 않은 사람은 명단을 다 작성해 놓고서 모든 사업에서 배제합니다.” 같은 말을 들었다. 군수 곁에 있는 사람이 들려준 말이다. 그런 줄 익히 알았다. 예전 고흥군수도 다 똑같았다. 《살아남는다는 것》을 읽었다. 우리말로 옮긴 펴냄터가 고맙다. 작은아이부터 읽고, 큰아이도 읽고, 숲노래 씨도 읽었다. 셋이 다 읽은 뒤에 두런두런 책수다를 편다. 저마다 무엇을 느끼고 새기고 생각했는가를 펴고, 서로 미처 못 짚거나 놓친 대목을 보탠다. 스물하나∼스물셋 나이에 싸움터(전쟁)에 끌려가서 겪은 바가 있기에 아이들한테 철든 어버이로 얘기할 수 있구나.


#GudrunPausewang #Uberlebe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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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4.


《개구리의 아주 특별한 날》

 맥스 벨튀이스 글·그림/황주연 옮김, 아가월드, 2001.4.30.



열두 시 무렵 책숲에 간다. ‘곁책(참고도서) 꾸러미’를 갈무리한다. 읍내 우체국에 다녀온다. 아침부터 가볍게 어지럽고 몸살이 오르는 듯싶다.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가는 길에 노래꽃을 둘 쓴다. 우체국 앞에 앉아서 노래꽃 한 자락을 더 쓴다. 집으로 돌아와서 한나절을 녹듯이 앓는다. 앓으며 생각한다. ‘고치에 깃든 애벌레가 마지막날 온몸이 녹아내리면서 허물벗기를 하면서 날개돋이를 이루는 그무렵 이렇게 앓는구나!’ 고치에서 나온 나비는 한동안 날개를 말리는데, ‘앓고 난 몸’이기에 아직 날 수 없기도 하고, ‘앓고서 새로 돋은 날개’이기에 건사하고 다루려면 한동안 지켜보아야 하겠구나. 《개구리의 아주 특별한 날》을 이제서야 찾아내어 읽는다. 서울에서 책일꾼(출판사 직원)으로 지낼 적에 얼핏 보았지만 들추지는 않았다. 그땐 왜 안 들췄을까? 가만히 읽는다. 서로서로 마음으로 나눌 눈빛과 사랑을 어떻게 그려내면서 하루를 아름답게 여미는가 하는 줄거리를 상냥하게 들려준다. ‘사랑’을 참하게 들려주는 그림책이기에 일찌감치 판이 끊겨 자취를 감추려나? 저마다 사람빛을 밝혀 어질며 착하게 어우러지는 길인 어깨동무를 사랑으로 노래하는 그림책은 잘 안 팔리더라. 배움수렁(입시지옥) 때문만은 아니다.


#막스벨튀이스 #맥스벨트하우스 #사랑에빠진개구리

#FrogandDuck #FrogandDuckVerySpecialDay #MaxVelthuij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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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3.


《비와 너와 1》

 니카이도 코우 글·그림/박소현 옮김, 시리얼, 2022.7.25.



이제 ‘자리’라는 우리말하고 얽힌 말밑찾기(어원분서)를 마쳤다. 여러 해 끌어 온 꾸러미(원고)를 마쳤구나 하는 느낌은 아주 가볍게 반짝하고 지나간다. 대단한 일도 대단하지 않은 일도 아니다. 그저 너머로 가는 길이다. 봄볕을 누린다. 봄잎에 봄꽃을 맞이한다. 매나무나 수유나무나 앵두나무는 꽃이 졌으나, 모과나무나 동백나무나 초피나무는 이제 꽃이 한창이다. 앞으로 보름이 지나면 다른 꽃이 피고, 또 보름이 지나면 새로운 꽃이 피고, 또 보름이 지나면 새록새록 다른 꽃이 피리라. 모든 풀꽃은 이레∼보름이란 틈을 놓고서 부드러이 갈마든다. 《비와 너와 1》를 읽었고, 두걸음도 읽었다. 석걸음도 곧 읽으리라. 부드럽게 잘 그려낸 그림꽃이라고 느낀다. 글감도 그림감도 언제나 모두 우리 곁에 있다. 엄청난 줄거리를 짜야 글이나 그림을 이루지 않는다. 빛꽃(사진)도 빛그림(영화)도 똑같다. 뭔가 처음으로 선보일 어마어마한 줄거리를 담아야 할 까닭이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있으니 ‘사랑’이다. 사랑을 ‘꿈’으로 담으면 된다. 사랑을 담는 꿈을 ‘숲’에서 여미면 아름답다. 사랑을 담는 꿈을 숲에서 서로 사람빛을 밝혀 살아내면 넉넉하다. 이동안 새소리를 귀여겨듣고 풀벌레노래에 춤사위를 누린다면 누구나 글꽃을 지핀다.


#雨と君と #二階堂幸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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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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