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5.


《0원으로 사는 삶》

 박정미 글, 들녘, 2022.10.28.



깊어가는 저녁에 책숲을 다녀온다. 조용한 마을에는 개구리노래가 가득하다. 책숲 열쇠를 따려고 하는데 옆에서 푸드덕푸드덕 소리가 나고, 참방참방 물소리가 퍼진다. 자다가 놀란 고라니가 화들짝 뛰며 논으로 달아나는구나. 사람은 들뿐 아니라 숲도 멧골도 온통 차지하면서 ‘내 땅(사람 땅)’이라고 내세운다. 사람들은 ‘고라니 땅’이나 ‘멧돼지 땅’이나 ‘곰 땅’뿐 아니라 ‘민들레 땅’이나 ‘개미 땅’이나 ‘지렁이 땅’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사람이 아니면 ‘땅임자’가 될 수 없다고 여긴다. 종잇조각으로 땅을 사고팔면서 돈을 움켜쥐는 짓이란 얼마나 덧없고 바보스러운가. 그러나 우리는 이 어리석은 민낯을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잿더미 종잇조각(아파트 부동산투기)’으로 뻗는다. 별이 가득한 밤에 《0원으로 사는 삶》을 돌아본다. 책이름은 눈에 뜨였지만, 막상 줄거리는 시시했다. ‘돈을 안 쓰면서도 먹고살기’를 다루는 글은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돈을 안 쓰기’가 아닌 ‘숲을 품기’라든지 ‘들숲과 바다에서 참다운 나를 찾기’처럼, 삶과 숨결이라는 밑자락을 헤아리는 길을 바라볼 수는 없을까? ‘0원으로 살기’나 ‘10억으로 살기’나 똑같다. 둘 다 ‘돈’을 한복판에 놓기 때문에 똑같은 굴레에 갇힌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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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30.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배에 탑니다》

 김연식 글, 문학수첩, 2021.7.16.



비그친 하늘을 바라본다. 파랗게 물드는 하루이다. 바람노래를 듣고, 새노래를 듣는다. 푸릇푸릇 돋는 풀을 본다. 모싯줄기가 높이 오르려는 이즈음 차조기가 돋는다. 우리 뒤꼍에 차조기는 안 돋았지만, 마을 논둑에서 씨앗을 조금 받아서 슬슬 뿌렸더니 모시 곁에서 나란히 오른다. 풀씨는 풀풀 날리듯 춤추면서 흩뿌리면 잘 올라온다. 풀씨는 훌훌 바람을 타고서 날아다니니 온누리를 부드러이 풀어주면서 푸근히 덮는다고 느낀다. 쉬고 자고 읽고 일하다가, 다시 쉬고 자고 읽고 일한다. 《지구를 항해하는 초록배에 탑니다》를 읽었다. ‘ㅇㅅ(일하는 사람들)’으로 간추려서 내는 작은 꾸러미이다. 퍽 오랜만이로구나. 우리말 닿소리로 우리 이야기를 담으려는 꾸러미가 반갑다. 영어나 한자여야 뭔가 새길을 나타낼 수 있다는 마음이란, 얼마나 갇히고 답답한 굴레인가? ‘ㅇㅅ’이 얼마나 곱고 새로운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고흥은 ‘ㄱㅎ’이고, 서울은 ‘ㅅㅇ’이며, 부산은 ‘ㅂㅅ’이고, 광주는 ‘ㄱㅈ’이다. 닿소리가 똑같은 고장이어도 좋다. 우리가 스스로 이야기를 여미어 펴면 언제나 반짝이고 눈부시고 아름답다. 다만, 책이름은 “푸른별을 가르는 푸른배에 탑니다”라 붙이면 훨씬 어울렸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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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29.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글/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2018.5.9.



새벽에 깨니 온몸이 개운하다. 푹 자니 즐겁구나. 짐을 꾸려 나서자니 비가 온다.  비를 맞으며 걷는다. 오늘은 《하루거리》하고 《응시》를 내놓은 김휘훈 님이 꽃잔치(혼례식)를 연다. 이곳에 가려고 퐁당퐁당 마실길에 올랐다. 저녁에 일찍 잠들고서 새벽에 일찍 일어날 뿐 아니라, 비를 맞으며 걸으니 몸에 기운이 오른다. ‘오늘비’는 꽃잔치가 다 끝나자마자 말끔히 갠다. 감쪽같은 비로구나. 모두들 빗속잔치를 즐겼으리라 본다. 전철을 갈아타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를 탄다. 한참 까무룩 자고 일어난다. 《문맹》을 훌렁 읽었다. 글종이(원고지) 200쪽조차 안 될 조그마한 꾸러미를 11000원 값을 붙이려고 얼마나 치덕치덕했는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글은 이렇게 망가뜨려도 되는가? ‘한겨레’에서? 창피하다. 나무한테 부끄럽다. 글자락이 적으면 값싸게 6000원짜리 손바닥책을 여밀 노릇이다. 그럴듯하게 꾸미고(디자인) 덕지덕지 늘리면서 책값을 끝내 11000원으로 맞추어야 돈(이익)이 남을는지 모르나, 이런 겉치레를 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망가진다. 작은목소리나 낮은목소리를 담아내는 새뜸(언론)이 되려면, 먼저 작고 낮게 살림을 지을 노릇이다. 작지도 낮지도 않게 어깨를 우쭐대고 허울좋게 뽐낸다면, 재만 남는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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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28.


《부산의 고개》

 동길산 글, 비온후, 2022.11.25.



절뚝이는 왼다리로 새벽바람을 마시며 길을 나선다. 아직 아무도 안 일어난다. 조용히 짐을 꾸린다. 안개가 뿌옇다. 마을고양이가 안갯길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슬금슬금 나무 곁에 선다. 서울을 거쳐 인천으로 간다. 〈그루터기〉에서 그림책을 장만하고, 〈책방 모래내〉하고 〈딴뚬꽌뚬〉에 들르는데 둘 모두 앞모습만 훑었다. 이다음 마실길에 들를 수 있겠지. 17시에 일찌감치 길손집에 깃들어 곯아떨어진다. 이튿날 갈 곳을 어림한다. 《부산의 고개》를 읽으며 온나라 모든 고장에서 “우리 고장 고개 이야기”를 꾸려내면 참 뜻있겠다고 느꼈다. 우두머리(권력자)가 나오는 발자취가 아닌, 마을을 이루며 살아온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 어우러진 하루를 담아내는 이야기를 담으면 값질 테지. 자취(역사)는 총칼(전쟁)로 이루지 않는다. 나라(정부·학교)에서는 총칼로 피비린내를 흘린 자취만 마치 역사인 듯 다루고 가르쳐서 길들이려 하는데, ‘고개’ 하나하고 얽힌 살림이 바로 우리 자취요, 고개에 붙인 이름 하나가 우리 발자국이다. ‘멸치’는 왜 멸치인지 알려면 ‘수글(한문)로 남은 책’을 뒤져서는 모른다. 살림을 지은 수수한 사람들이 주고받은 ‘가멸다’란 삶말을 읽으면 실마리를 매우 쉽게 풀 수 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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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27.


《가볍게 읽는 한국어 이야기》

 남길임과 일곱 사람, 경북대학교출판부, 2022.11.25.



작은아이랑 우체국 나들이를 하러 읍내를 다녀오는 길이다. 언제나처럼 새치기를 하는 할매가 있다. 조금도 못 기다리면서 새치기하는 사람은 휙휙 늙어 빨리 죽어간다. 그러나 새치기하는 사람은 ‘조금 빨리 너보다 내가 빨리 가야겠어’ 하는 마음이 ‘내가 얼른 죽어야겠어’ 하는 마음으로 치닫는 줄 모르기 일쑤이다. 이들한테 이 대목을 짚어 준대서 깨닫는다면 하느님이 되겠지. 그리고 스스로 돌아본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나는 살고 싶은가, 아니면 죽고 싶은가? 집으로 돌아온다. 새·풀벌레·개구리가 보듬는 자리에서 지내는 하루는 느긋하다. 《가볍게 읽는 한국어 이야기》를 읽으면서 ‘하나도 안 가벼운’ 글을 새삼스레 느꼈다. 꾼(전문가)은 왜 삶말을 안 쓰는가? 그들(전문가)은 왜 삶자리에서 삶을 마주하고 바라보고 가꾸면서 ‘말을 짓고 여미어 나눌 마음’을 품지 못 하는가? 자리(권위·권력·학문·명예·월급)를 붙들려는 마음이기에 ‘누구나 스스럼없이 쉽게 깨달을 말’을 꺼리기도 하지만, 그들 스스로 깨달을 마음이 터럭조차 없기도 하다. 스스로 알아보고 깨닫고픈 마음이라면 ‘어려운 말’을 안 쓴다. 스스로 모르려 하고 죽음길로 달리고 싶으니 딱딱하게 굳은 채 삶도 살림도 잊어 사랑을 등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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