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20.


《밀리의 특별한 모자》

 키타무라 사토시 글·그림/문주선 옮김, 베틀북, 2009.4.15.



구례 〈봉서리책방〉 지기님이 아침에 마실을 오셨다. 함께 우리 책숲에 깃든다. 〈봉서리〉 지기님은 이오덕 어른 책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책을 읽으시고, 숲노래 씨는 그동안 미룬 책갈무리를 실컷 한다. 조용히 어울리다가 두런두런 얘기하다가, 볕길·구름길·빗길을 고루 누리면서 〈더바구니〉를 거쳐 〈형설서점〉에까지 마실을 한다. 저녁 여섯 시 무렵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하고 ‘스티븐 유니버스’를 새로 본다. 우리말 ‘누리’는 ‘세상’뿐 아니라 ‘우주’도 가리키는 줄 알아채거나 느끼는 분은 얼마나 있을까? 이오덕 어른은 ‘멧숲·어린이·삶’을 ‘이야기·노래·사랑’으로 풀어내려는 길을 걸었다. 《밀리의 특별한 모자》를 돌아본다. 새판이 나온 그림책인데, 옛판이건 새판이건 으레 이웃님한테 건네곤 한다. ‘마음에 즐겁게 심는 사랑스러운 생각씨앗이 이야기꽃으로 피어나는 수수께끼’를 놀랍도록 아름다이 담아낸 그림책이다. 큰아이가 아장아장 아기였을 적에 무릎에 앉히고서 이 그림책을 얼마나 자주 읽어 주었던가. 우리가 어른이라면 어린이한테 아무 글이나 책을 읽히지 말아야 할 노릇이다. ‘사회현실·사회생활’을 다룬 ‘학습도서’가 아닌, ‘숲·사람·사랑’을 들려주는 ‘살림빛’을 들려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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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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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9.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김남일 글, 난다, 2018.9.19.



후박나무 곁에서 암딱새(암컷 딱새)를 본다. 우리 집 마당 한켠은 가랑잎으로 수북한데, 가랑잎이 삭는 동안 까무잡잡한 새흙이 태어나고, 지렁이에 작은벌레가 가득 모인다. 딱새뿐 아니라 크고작은 새가 자주 ‘가랑잎더미’로 내려앉아서 콕콕 쪼면서 벌레잡이를 한다. 새벽부터 매나무에서는 휘파람새가 노래한다. 낮에는 제비가 하늘을 가른다. 구름이 가득한 하루였으나, 밤에는 모두 걷히고 별잔치를 이룬다.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를 읽고 고개를 갸웃했다. ‘걸으’려고 할 적에는 걸으면 된다. ‘걷기 = 대단한 일’이 아니다. ‘걷기 = 수수한 삶’이다. 두 다리로 걷기에 네 바퀴로 씽씽대는 쇳덩이를 나무랄 일은 없다. 두 다리로 걸을 적에는 아이 손을 맞잡고 사뿐사뿐 바람을 마시면서 마을을 누리면 넉넉하다. ‘수수하게 거닐기’를 하지 않고 ‘대단하게 걷기(도보여행·탐사)’를 하려고 들면, ‘이미 굳어버린 눈으로 쳐다볼 뿐’이라, ‘생각이 아닌 외곬’로 읊다가 그친다. 수원 〈오복서점〉은 이 책이 나오던 2018년에도 멀쩡히 잘만 책살림을 꾸렸다. 김남일 씨 같은 분들이 책집마실을 안 다닌 터라, 〈오복서점〉은 ‘수원 마지막 헌책집’으로 2023년 5월 31일에 닫았다(오프라인 매장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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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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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8.


《고양이 안전사고 예방 안내서》

 네코넷코 편집부/전화영 옮김, 책공장더불어, 2023.5.13.



볕이 가득한 길을 걷는다. 눈앞에서 놓친 601버스를 기다리며 해바라기를 한다. 12분을 기다려서 탄 버스는 한강다리를 건넌다. 적잖은 두바퀴(자전거)가 거님길을 내지른다. 두바퀴는 거님길을 달려서는 안 된다. 뚜벅이도 두바퀴길(자전거 전용도로)을 걸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서로 안 지킨다. 붐비는 전철을 거쳐 붐비는 시외버스를 탄다. 서울을 벗어나니 비로소 쇳덩이가 줄고 높은집이 사라지면서 들숲을 만난다. 우리 숨통을 틔우는 터전이란 풀꽃나무에 해바람비이다. 서울이 없어도 누구나 잘살 수 있으나, 숲이 없으면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새뜸(언론)과 책은 온통 서울살이를 다루고, ‘서울로 올라간다·부산으로 내려간다’처럼 ‘서울 위·시골 아래’라고 하는 디딤턱(신분·계급)이 말씨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고양이 안전사고 예방 안내서》를 읽었다. ‘안전사고’라는 일본말과 ‘예방 안내’라는 일본말을 언제쯤 걷어낼 수 있을까? “고양이 포근하게 돌보기”라든지 “고양이와 아늑히 살기”처럼, “고양이 포근돌봄”이나 “고양이와 아늑하게”처럼, 바라보는 눈길을 바꾸고, 눈길에 따라 말결을 바꿀 수 있을 적에, 참으로 우리 터전은 우리 스스로 저마다 다르면서 눈부시게 일구리라 느낀다. 시골집에 닿고서 별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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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7.


《재즈, 끝나지 않는 물음》

 남예지 글, 갈마바람, 2022.4.25.



아침 일찍 책집마실을 하고서 서울 강서로 건너갈까 하다가, 글 하나를 여미기로 한다. 서울에서는 서울책잔치(국제도서전)가 한창인 듯싶다. 올해에는 ‘非人間·nonhuman’처럼 바깥말(외국말)을 쓴다. 숱한 글쟁이·책쟁이는 ‘우리말’을 ‘곧 죽어도 안 쓰려고 악을 쓴’다. 그들은 왜 우리말을 안 쓰려 하는가? ‘우리말 = 암글 = 힘을 내세우지 않는 말 = 숲말·살림말·사랑말’이다. ‘한자말·영어 = 수글 = 힘을 내세우는 말 = 사람을 종으로 길들이는 말’이다. 둘레 사람들이 참답게 눈뜨기를 바란다면 차라리 ‘암글’이란 이름을 붙이면서, ‘이름난 암꾼(여성 문인)’만이 아닌 ‘숲을 노래하는 수꾼(남성 문인)’을 나란히 얼굴로 세워야 알맞겠지. 책잔치란 우리말 아닌 ‘도서전’이란 일본말을 끝까지 붙드는 그들은 글·책으로도 끝끝내 갈라치기를 일삼는 셈이다. 〈악어책방〉에서 노래쓰기(동시창작)를 어린이랑 함께하고서 〈글벗서점〉에서 손길책을 한 꾸러미 장만한다. 성미산 이웃님하고 한밤수다를 폈다. 《재즈, 끝나지 않는 물음》을 가만가만 읽었다. “재즈는 우리말로 뭐야?” 하고 묻는 아이들한테 이태 만에 ‘가락꽃·신가락’ 같은 낱말을 여미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 다른 꽃 같은 가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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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6.


《토지와 자유》

 황보영조 글, 삼천리, 2020.4.30.



광주를 거쳐 인천으로 간다. 제물포나루에서 내려 배다리까지 걷는다. 인화여고 건너 안골목을 지나서, 박문여고 건너 앞골목으로 깃드니, 송림3·5동하고 창영동 끝자락을 통째로 헐어 잿집(아파트)으로 바꾸려는 듯싶다. 커다란 마을이 모두 빈집이다. 풀꽃나무만 우거지고 조용하다. 이 꽃마을을 잿더미 아닌 ‘영화마을’이나 ‘들꽃마을’로 두면 오히려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 텐데 싶다. 몇몇 놈 뒷주머니에 흘러드는 ‘삽질돈’이 아니라 마을빛을 사랑하면서 푸른빛으로 피어나는 ‘푸른돈’을 나누는 길은 참으로 쉽다. 〈삼성서림〉에 들르고, 〈시와 예술〉 빛꽃잔치(사진전시)를 보고서, 〈아벨 시다락방〉에서 말밑수다(어원강의)를 편다. 오늘은 혼자서 이야기를 펴기보다 슬쩍 길을 틀어서 ‘저마다 노래(시) 한 꼭지씩 쓰기’를 해보았다. 노래를 누구나 쓸 수 있는 줄 못 느끼는 분이 많은데,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럼없이 노래를 지필 수 있다. 《토지와 자유》를 다 읽었다. 자리맡에 세 해 넘게 묵혔다가 후다닥 읽었다. 배움판(학문) 사람들은 ‘토지·자유’란 한자말을 못 놓는다. ‘흙·땅’이며 ‘나·날개’처럼 수수한 삶말을 마음에 못 심는다. ‘흙’ 한 마디에서 빛줄기가 번지고, ‘나’ 두 마디에서 사랑이 깨어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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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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