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0.


《야외로 나가자! 5》

 하야세 준 글·그림/김균희 옮김, 시공사, 1998.4.7.



작은아이 스스로 이불을 내놓고, 바닥을 쓸고, 걸레질을 한다. 곁에서 같이 닦고, 걸레를 빨아서 건네고, 이불을 마당에서 턴다. 빨래를 하고서 밥을 한다. 등허리를 펴고 해바라기를 한다. 집안일을 마치고서 호젓이 새노래를 듣는다. 가만히 쉬면서 책을 편다. 《야외로 나가자!》를 모처럼 되읽는다. 처음 한글판이 나오던 무렵에는 ‘서울(도시)을 벗어나서 들숲바다로 놀러가는 줄거리’를 시큰둥하게 보았다. 들숲바다(자연)란 ‘이따금 놀러가는 곳’이 아니라 ‘누구나 보금자리를 틀어서 살림을 짓는 터’이기 때문이다. 예나 이제나 ‘들숲바다로 놀러다니기’를 다루는 책은 꽤 나오고 팔린다. ‘들숲바다를 살림터로 삼는 숲빛 이야기’는 거의 안 나오고, 어쩌다가 나오더라도 안 팔리는 듯싶다. 서울내기(도시인)는 어느새 들빛도 숲빛도 바다빛도 잊었기에 스스로 쓰지도 읽지도 않을 테고, ‘놀러가기’를 벗어날 마음이 없으리라 느낀다. 삶터 아닌 구경터로 바라볼 적에는 사랑을 담아서 그려내지 못할 뿐 아니라, 온마음으로 맞아들이지도 않는다. 책이나 그림(사진·영상)으로만 마주할 적에는 제대로 못 보기도 하지만, 살갗으로 스미지 않는다. 쇳덩이(자동차) 없이 시골에서 호젓하게 살아가려는 꿈을 키우는 이웃은 어디 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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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25.


《이상하고 소란스러운 우표의 세계》

 서은경 글, 현암사, 2023.4.5.



아침비를 맞이한다. 오늘 하루는 내내 빗줄기이다. 어제를 보낸 살림처럼 오늘을 지내는 살림이다. 어제하고 다른 오늘이되, 비슷하면서 다른 나날을 곰곰이 생각한다. 날마다 마주하는 아이들하고 날마다 다르게 목소리를 내고 이야기를 섞는다. 늘 얼굴을 보는 곁님하고 늘 새롭게 눈빛을 띄우고 생각을 나눈다. 저녁에는 빗소리랑 개구리노래를 나란히 듣는다. ‘나란히’라는 말처럼, 밤이랑 별은 나란히 흐르고, 해랑 꽃은 나란히 피어난다. 순이랑 돌이는 나란히 걷고, 아이랑 어른은 나란히 자란다. 《이상하고 소란스러운 우표의 세계》를 읽고서 몹시 안타까웠다. ‘아쉽다’는 마음보다 ‘안타깝다’는 마음이 크다. ‘나래꽃(우표) 모으기’를 마치 ‘나이든 아재’나 하는 듯이 자꾸 들추는 대목이 거북하더라. ‘나이든 아재 사이에서 꽃순이가 나래꽃을 모으니 남다르고 멋스럽다’는 듯이 구는 줄거리란 무엇을 남기는 글씨앗이 될까? ‘글쓴이가 나래꽃을 모으기 앞서’부터 나래꽃을 모으던 작고 수수한 사람들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다면, ‘나래꽃을 모으고 글을 쓰는 순이가 높다랗다고 자랑하는 얼개’에 갇힐 뿐이다. ‘그들(나이든 아재)’은 거의 글쓴이보다 훨씬 어릴 적부터 ‘어린 눈망울을 반짝이’면서 나래꽃을 만졌다.


ㅅㄴㄹ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숲노래 씨는 이제 나래꽃을 안 모은다.

시골 우체국에서는 나래꽃을 안 팔거든.

나래꽃을 사러 순천 광주도 아닌

서울까지 가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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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26.


《비탈의 사과》

 연왕모 글, 문학과지성사, 2010.9.17.



비가 그쳤다가 오다가, 쏟아졌다가 마르다가, 흩뿌리다가 쏟아지다가,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비를 하염없이 보다가 어릴 적 비를 떠올린다. 어릴 적에 보던 비는 오락가락하는 일이 드물었다. 오면 쫙 오고서 그쳤고, 가랑비이면 내내 가랑비이다가 멎었다. 오늘날 비는 으레 오락가락 모습이다. 우리 삶터가 오락가락처럼 허둥지둥이거나 마구잡이인 터라, 비도 이러한 터전을 맑게 씻어내려면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을 만하다. 사이사이 멧새노래에 풀벌레노래에 개구리노래가 흐른다. 요즈음은 빗물도 치우고, 숲노래 책숲에 쌓은 묵은짐을 하나씩 들추면서 갈무리하는 나날이다. 고인 빗물은 두 아이가 밀걸레질을 해준다. 《비탈의 사과》를 읽었다. 요새는 이렇게 써야 ‘시·문학’으로 여기나 하고 새삼스레 곱씹는다. 그렇지만 숲노래 씨는 ‘시·문학’을 할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다. ‘노래’를 하고 ‘이야기’를 할 마음뿐이다. 따로 ‘글’을 쓴다는 마음이 아닌, 이 삶을 ‘말’로 옮겨서 이웃하고 나눈다는 마음일 뿐이다. 젊은 이웃도 나이든 이웃도 ‘시·문학’이라는 허울이나 치레가 아니라, ‘노래·이야기’라는 꽃에 열매에 별빛을 품을 수 있기를 빈다. 노래하고 이야기하면 스스로 빛난다. 시나 문학을 하니까 망가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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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27.


《아나운서 강재형의 우리말 나들이》

 강재형 글, 도서출판b, 2022.10.5.



아침에는 해가 나다가 어느새 비가 뿌린다. 빨래를 해서 처마 밑에 넌다. 저녁에 걷어 집에 널어야지. 낮에는 수박을 장만하러 저잣마실을 간다. 수박 한 통은 거의 작은아이가 먹는다. 숲노래 씨는 한두 조각을 겨우 맛보지만 씩씩하게 수박마실을 다녀온다. 읍내 멧기슭 쉼터에 앉아서 다리를 쉬고 땀을 들이자니 비가 후두둑 쏟아진다. 그러나 나무 곁에 앉았더니 나뭇잎이 비를 가려 준다. 쏟아지거나 말거나 나무 곁이란 아름답고 훌륭하구나. 《아나운서 강재형의 우리말 나들이》을 반가이 읽으면서도 여러모로 아쉬웠다. ‘새뜸(방송)’이라는 자리에서 들려주는 말이 있다 보니 ‘삶말’보다는 ‘둘레말(사회용어)’에 더 눈이나 마음이 갈 만하리라 본다. 그러나 어느 둘레말이나 꾼말(전문용어)라 하더라도 삶에서 비롯한다. 일본 한자말이건 영어이건 그 나라 삶말에서 비롯한 말씨이다. 우리는 우리 삶에서 우리 눈빛을 밝혀서 우리 이야기를 얹는 우리말을 여미거나 지으면 즐겁고 아름답다. ‘아나운서’라는 영어는 안 어렵되, 그야말로 쉽고 사랑스레 우리말로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면 된다. ‘생각 = 새로 가는 길을 이루는 빛씨앗’을 가리킨다. 마음을 빛내면 말씨앗은 저절로 우리 혀나 손으로 옮겨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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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28.


《허풍선이 남작》

 에리히 캐스트너 글·발트 트리어 그림/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005.9.1.



빗줄기는 멈춘다. 구름은 짙다. 다시 비가 오고, 빗줄기가 세차다. 비가 더 와야 하는구나. 더위는 없는 여름이다. 빗줄기가 세차게 마을을 감쌀 적에 옷을 훌러덩 벗는다. 다다다 다다다 큰소리로 퍼붓는 함박비를 온몸으로 맞이하면서 마당에서 춤춘다. 빗방울이 쏟아지면서 빗소리로 가득할 뿐 아니라 온통 하얀 빗빛인 시골에서는 아무도 밖으로 안 나올 뿐 아니라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호젓하게 비놀이를 누린다. 《허풍선이 남작》을 읽었다. 이 책은 제법 여러 한글판이 있는 듯싶다. 

꽤 재미있구나 싶으면서도 이제는 한참 오래된 이야기라고 느낀다. 허튼말을 일삼는 아저씨가 헛바람이 든 하루를 보내는 듯싶으면서도, 홀가분하고 즐겁게 삶을 누리는 눈빛을 읽어낼 만하다. 우리 아이들하고 나누는 글을 돌아본다. 아이들 곁에서 살며 노래꽃(동시)을 쓰기 앞서도 언제 어디를 가나 쪽종이에 짤막하게 넉줄꽃(사행시)이나 여덟줄꽃(8행시)을 ‘방명록’처럼 써서 모든 이웃하고 책집지기한테 건네었다. 요새는 열여덟줄 노래꽃을 판에 옮겨적는다. 이 노래꽃이 이웃을 만나거나 찾아가는 마음을 담은 글(방명록)이라서, 따로 길손글(방명록)을 쓰는 일은 드물다. 빗물을 만나서 놀 적에 따로 뭘 남기지 않는다. 마음으로 몸으로 만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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