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3.


《아이들은 나무처럼 자란다》

 김소라·진병찬 글, 비온후, 2023.6.10.



다시 비가 오되, 비가 그친 나절도 길다. 해가 나는 동 마는 동인데, 이따금 해를 본다. 해가 나오면 마당에 서서 빙그르르 해맞이춤으로 반긴다. 구름이나 비를 안 반기지 않는다. 해도 바람도 구름도 비도 별도 반긴다. 해가 드문 날이 이으니, 이 해가 우리를 얼마나 살리는가 하고 새삼스레 되새기면서 바라본다. 조용히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에 두바퀴를 달린다. 들길을 가르면서 구름을 본다. 하루라도 비가 그치면 마을마다 비닐쓰레기를 태우거나 풀죽임물을 뿌리는데, 오늘은 좀 뜸하다. 수박 한 통을 장만한다. 등짐으로 나른다. 《아이들은 나무처럼 자란다》를 읽었다. 부산에서 큰고장살림보다는 숲살림을 펴고 나누려는 분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갈무리했다. 뜻깊은 하루를 아이들하고 펴는 마음이 반갑다. 다만, 어린이 곁에 서는 어른이라면 ‘말(우리말)’을 더 들여다보아야지 싶다. 어른(교사)끼리 쓰는 말씨도 안 쉽고, 책에 드러나는 말씨도 꽤 아쉽고 얄궂다. 마음에 푸른빛을 담는 배움길이라면, 푸른빛을 푸른말로 갈무리할 때라야 비로소 푸른씨앗으로 싹트겠지. 아무것이나 가르치지 않는다면, 아무 낱말이나 쓰지 않도록, ‘마음을 가꾸는 말씨’를 어른(교사)부터 더 깊고 넓게 배워서 ‘숲말’을 쓸 적에 아름답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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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4.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

 이지은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3.5.15.



어젯밤에 별을 보나 싶더니 구름이 짙게 가렸다. 오늘은 가랑비가 가끔 뿌리되 더 안 올 듯싶다. 아침부터 고흥읍에 나갈 일이 있다. 작은아이가 “아버지, 우산 챙겨요.” 하고 부른다. “안 올 텐데, 네가 챙기라니 챙길게.” ‘고흥 꿈꾸는예술터 이바구(발표회)’를 ‘문화회관 송순섭실’에서 한다. 꽤 걸어야 한다. 여기 오는 이들 가운데 군내버스를 타고 미리 나간 뒤에, 저잣마실을 한 다음, 걸어서 찾아온 이는 없으리라. 꽤 멀지만 모처럼 읍내 기스락 고샅을 걸으며 시골빛을 헤아린다. 그런데, 군수님은 머리말을 하자마자 ‘기념사진 촬영’부터 한다. 이러고서 ‘다음 일정’이 바쁘다며 군의회 의원들하고 우르르 나간다. 자리(행사)가 끝난 뒤에 ‘찰칵질’을 해야 하지 않나? 찰칵 찍고서 사라지는 이들은 이 고장에 무슨 이바지를 할까?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은 수박을 재미나게 즐기도록 이바지하는 그림책이겠지. ‘즐거운 하루’하고 먼 오늘날이기에 ‘재미난 볼거리’를 찾는다고 느낀다. ‘즐거이’ 지내는 사람은 ‘재미·재주’를 안 찾는다. ‘즐겁다·즈믄’은 한동아리이다. ‘온’을 ‘열’ 모을 적에 ‘즈믄(즐거움)’이요 ‘지음(짓다)’라는 살림빛을 읽는 이웃이 늘기를 빈다. 오늘밤은 별을 드디어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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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4.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코이코이족·산족 글/W.H.블리크 적음/이석호 옮김, 갈라파고스, 2021.3.2.



멧딸기알이 익는다. 선선한 바람은 잦아들고, 늦봄볕이 넉넉하게 내린다. 작은아이는 우리 집 멧딸기를 누리려고 이른아침부터 부산하다. 새벽이면 멧새가 노래로 열고, 해질녘부터는 개구리 떼노래가 우렁차다. 우리 집 나무 곁에 서서 우리 보금자리를 헤아린다. 앞으로 열 해가 흐르고 스무 해가 지나면서 한창 우거질 마을숲을 그린다. 서른 해에 마흔 해를 더 누리면 그무렵에는 흙수레(농기계) 따위는 모조리 마을에서 사라지고서 손발로 풀꽃나무를 마주하는 매무새가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를 읽었다. 첫자락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고 느꼈으나, 뒤로 갈수록 줄거리가 흩어진다. 갈피를 어질게 잡지 못 하는구나 싶다. 왜 이렇게 글갈피를 못 잡는지 아리송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엮은이나 옮긴이나 펴낸이는 모두 ‘서울내기(도시인)’이다. ‘서울 눈썰미’로 머물 뿐, ‘숲빛을 푸르게 담는 숨결’로 거듭나려 하지 않았다. 아마 “숲을 줄거리로 다루는 책을 엮거나 옮기려면 숲에서 살아야 하는가?” 하고 따질 분이 있겠지. 나는 “야구나 축구 이야기를 엮거나 옮기는데 야구나 축구를 몰라도 되나요? 숲 이야기를 다루는데 숲에서 안 살거나 몰라도 되나요?” 하고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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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3.


《내 고향 서울엔》

 황진태 글, 돌베개, 2020.4.20.



유자꽃망울이 작고 하얗게 맺는다. 유자나무 곁에 서서 작은 꽃을 바라보고 냄새를 맡는다. 몇 송이가 맺지 않아도 꽃내음이 뒤꼍부터 마당까지 훅 번진다. 매나무에 내려앉아 우렁차게 노래하는 휘파람새를 본다. 노랫소리는 쩌렁쩌렁하다. 마루에서도 마당에서도 마을에서도 새노래가 흐드러진다. 뽕나무 곁 큰나무에 내려앉아 쪼르르르 쪼르르르 노래하는 멧새를 본다. 그야말로 하루 내내 새랑 논다. 낮에 고흥읍으로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볕이 잘 들되 ‘잿집(아파트)’ 올리는 기스락 걸상에 앉아서 노래꽃을 쓴다. 《내 고향 서울엔》을 그러께 읽고서 한켠 책더미에 쌓았다. 이 책을 쓴 분처럼 ‘서울에서 나고자란 사람’이 이제는 대단히 많다. 세길(3대)을 보내야 비로소 텃사람이라 여긴다는 옛말이 있는데, 머잖아 ‘서울 텃사람’이 엄청나게 늘리라. 이와 맞물려 ‘시골 텃사람’은 이제 한 줌조차 안 될 테지. 나고자란 곳이 서울이건 부산이건 인천이건, 시골이건 멧골이건 바닷가이건, 저마다 제 하루를 아로새기고 사랑하면서 펼 적에 아름답다. 가난했던 가멸찼든, 스스로 겪고 누린 삶을 스스럼없이 밝힐 적에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고스란히 적으면 된다. 안 꾸미면 된다. 그러나 다들 ‘글’을 ‘꾸미려’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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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2.


《벌거벗은 코뿔소》

 미하엘 엔데 글·라인하르트 미흘 그림/김서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1.5.2.



어제오늘은 선선하다. 닷새비가 그치고서 해가 난 이틀은 살짝 더운가 싶었으나, 오늘은 구름밭을 이루는 하늘이다. 설마 나흘 만에 비가 더 오려는 셈일까. 큰아이는 “작게 빗방울 떨어지던데요?” 하고 얘기한다. 유자꽃이 올라온다. 꽃찔레(장미)가 소복소복 피어나 빨갛다. 낮에는 흙수레(농기계) 소리로 시끄러웠다면, 해거름에는 새노래에 개구리노래가 어우러지면서 고즈넉하다. 웬만한 시골에서는 손으로 살림을 짓는 길을 다들 잊다가 잃겠구나 싶다. 손빛을 잊다가 잃으면 숨빛을 잊다가 잃고, 삶빛에 살림빛에 사랑빛을 잊다가 잃으면서 숲빛을 모조리 잊다가 잃는다. 오늘도 책숲으로 가서 여러모로 갈무리한다. 예전에 읽고 건사한 책을 다시 들추다가 지난 손자취를 마주한다. 《벌거벗은 코뿔소》를 새삼스레 되읽는다. 코뿔소를 빗대어 사람들이 얼마나 엉터리에 허울스러운가를 들려주는 줄거리이다. 다만, 코뿔소가 잘못한 일은 없다. 잘못은 사람이 저질렀고, 어리석은 무리도 사람이다. 이 그림책은 속내는 안 나쁘되 ‘애먼 코뿔소’를 어리석은 짐승으로 그린 대목이 아쉽다. 《모모》를 쓸 적에 다른 숨결에 빗대지 않고 사람한테 바로 대놓고서 이야기를 폈듯, “벌거벗은 꼰대” 이야기를 폈다면 참으로 아름다웠으리라.


ㅅㄴㄹ


#MichaelEnde #NorbertNackend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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