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1.


《북적이지 않는 꽃의 질서》

 문젬마 글, 시산맥, 2023.2.28.



해가 나기도 하지만, 구름밭이 겹겹이 흐르기도 하고, 비가 쏟아지기도 한다. 이레 남짓 빨래를 집안에서 말린다. 옷가지랑 이불에 해를 먹이는 날을 기다린다. 비날이 잇는 동안 곰곰이 비내음하고 비노래를 누리면서 생각한다. 모든 숨결은 물로 이루는데, 물이란 바다이고, 바다는 비이고, 비는 우리를 씻고 달래면서 품는 빛이다. 긴긴 비날이란, 우리를 새삼스레 일깨우려는 뜻이지 싶다. ‘비가 왜 비인가?’를 다시 살피고 생각하고 품으면서 오늘 하루를 일구라는 뜻이리라. 비날이 이으면서 풀내음도 비내음으로 녹는다. 비날이 감돌면서 흙내음도 비내음으로 젖는다. 우리는 하늘도 바다도 비도 물도 모두 잊은 채 쳇바퀴를 도는 오늘날이지 않을까? 길게 잇는 비날은 빗빛을 돌아보라는 뜻이라고 느낀다. 《북적이지 않는 꽃의 질서》를 읽었다. 다 읽고서 넉 달 남짓 자리맡에 묵혀 놓았다. 노래님이 글자락에 조금 더 힘을 빼면 한결 달랐으리라 본다. 이대로 노래(시)를 써도 나쁘지는 않되, 힘이 아닌 마음을 들이고, 글감이 아닌 오늘을 바라보는 눈망울이라면, 노랫가락은 저절로 녹아들고 피어나리라 본다. “북적이지 않는 꽃의 질서”라고 이름을 붙였으나, “북적이지 않는 꽃”이라고만 하면 된다. ‘-의 질서’를 치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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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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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2.


《역사의 천사》

 브루노 아르파이아 글/정병선 옮김, 오월의봄, 2017.10.23.



모처럼 해가 난다. 마당에 서서 햇볕을 쬔다. 이내 구름이 덮는다. 비는 더 뿌리지 않는다. 빨래를 해서 넌다. 까마중 곁에 쪼그려앉아 흰꽃이랑 푸른알이 나란히 맺은 모습을 본다. 쇠무릎잎을 조금 훑어서 살살 씹는다. 비날이 길면 풀내음은 오롯이 비내음에 바다내음이다. 풀은 다 다르되, 비날에는 풀맛이라기보다 물맛인데, ‘바다를 떠나 하늘에서 놀다가 비로 찾아온 물맛’을 품는다. 저녁나절 두바퀴를 몰아 들길을 가른다. 비내음이 물씬 흐르는 들길은 싱그럽다. 개구리노래가 온마을을 휘감되 별이 돋지는 않는다. 7월에는 언제 별을 볼까? 밤마다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물어본다. “넌 별을 왜 보고 싶니?” 구름 뒤켠에 숨은 별이 묻는다. “어, 어, 그게 말이지, 그냥 보고 싶어.” 《역사의 천사》를 읽었다. 옮김말이 참 일본스러운 한자말로 가득하다. 우리는 언제쯤 ‘우리말로 옮기는 이웃책’을 읽을 수 있을까? 줄거리를 익히고 싶다면 이웃말로 읽으면 되지만, 이 땅에서 자라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깨동무하는 이웃살림을 헤아린다면, 아름다운 이웃책을 아름다이 우리말로 여미는 일을 누구나 하고 누리고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발터 벤야민’이 쓴 그 나라 말이 ‘일본스러운 한자말’은 아니었겠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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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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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3.


《아이들은 나무처럼 자란다》

 김소라·진병찬 글, 비온후, 2023.6.10.



다시 비가 오되, 비가 그친 나절도 길다. 해가 나는 동 마는 동인데, 이따금 해를 본다. 해가 나오면 마당에 서서 빙그르르 해맞이춤으로 반긴다. 구름이나 비를 안 반기지 않는다. 해도 바람도 구름도 비도 별도 반긴다. 해가 드문 날이 이으니, 이 해가 우리를 얼마나 살리는가 하고 새삼스레 되새기면서 바라본다. 조용히 하루를 보내다가 저녁에 두바퀴를 달린다. 들길을 가르면서 구름을 본다. 하루라도 비가 그치면 마을마다 비닐쓰레기를 태우거나 풀죽임물을 뿌리는데, 오늘은 좀 뜸하다. 수박 한 통을 장만한다. 등짐으로 나른다. 《아이들은 나무처럼 자란다》를 읽었다. 부산에서 큰고장살림보다는 숲살림을 펴고 나누려는 분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갈무리했다. 뜻깊은 하루를 아이들하고 펴는 마음이 반갑다. 다만, 어린이 곁에 서는 어른이라면 ‘말(우리말)’을 더 들여다보아야지 싶다. 어른(교사)끼리 쓰는 말씨도 안 쉽고, 책에 드러나는 말씨도 꽤 아쉽고 얄궂다. 마음에 푸른빛을 담는 배움길이라면, 푸른빛을 푸른말로 갈무리할 때라야 비로소 푸른씨앗으로 싹트겠지. 아무것이나 가르치지 않는다면, 아무 낱말이나 쓰지 않도록, ‘마음을 가꾸는 말씨’를 어른(교사)부터 더 깊고 넓게 배워서 ‘숲말’을 쓸 적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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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4.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

 이지은 글·그림, 웅진주니어, 2023.5.15.



어젯밤에 별을 보나 싶더니 구름이 짙게 가렸다. 오늘은 가랑비가 가끔 뿌리되 더 안 올 듯싶다. 아침부터 고흥읍에 나갈 일이 있다. 작은아이가 “아버지, 우산 챙겨요.” 하고 부른다. “안 올 텐데, 네가 챙기라니 챙길게.” ‘고흥 꿈꾸는예술터 이바구(발표회)’를 ‘문화회관 송순섭실’에서 한다. 꽤 걸어야 한다. 여기 오는 이들 가운데 군내버스를 타고 미리 나간 뒤에, 저잣마실을 한 다음, 걸어서 찾아온 이는 없으리라. 꽤 멀지만 모처럼 읍내 기스락 고샅을 걸으며 시골빛을 헤아린다. 그런데, 군수님은 머리말을 하자마자 ‘기념사진 촬영’부터 한다. 이러고서 ‘다음 일정’이 바쁘다며 군의회 의원들하고 우르르 나간다. 자리(행사)가 끝난 뒤에 ‘찰칵질’을 해야 하지 않나? 찰칵 찍고서 사라지는 이들은 이 고장에 무슨 이바지를 할까?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은 수박을 재미나게 즐기도록 이바지하는 그림책이겠지. ‘즐거운 하루’하고 먼 오늘날이기에 ‘재미난 볼거리’를 찾는다고 느낀다. ‘즐거이’ 지내는 사람은 ‘재미·재주’를 안 찾는다. ‘즐겁다·즈믄’은 한동아리이다. ‘온’을 ‘열’ 모을 적에 ‘즈믄(즐거움)’이요 ‘지음(짓다)’라는 살림빛을 읽는 이웃이 늘기를 빈다. 오늘밤은 별을 드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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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4.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

 코이코이족·산족 글/W.H.블리크 적음/이석호 옮김, 갈라파고스, 2021.3.2.



멧딸기알이 익는다. 선선한 바람은 잦아들고, 늦봄볕이 넉넉하게 내린다. 작은아이는 우리 집 멧딸기를 누리려고 이른아침부터 부산하다. 새벽이면 멧새가 노래로 열고, 해질녘부터는 개구리 떼노래가 우렁차다. 우리 집 나무 곁에 서서 우리 보금자리를 헤아린다. 앞으로 열 해가 흐르고 스무 해가 지나면서 한창 우거질 마을숲을 그린다. 서른 해에 마흔 해를 더 누리면 그무렵에는 흙수레(농기계) 따위는 모조리 마을에서 사라지고서 손발로 풀꽃나무를 마주하는 매무새가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별들은 여름에 수군대는 걸 좋아해》를 읽었다. 첫자락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고 느꼈으나, 뒤로 갈수록 줄거리가 흩어진다. 갈피를 어질게 잡지 못 하는구나 싶다. 왜 이렇게 글갈피를 못 잡는지 아리송하다가 문득 깨닫는다. 엮은이나 옮긴이나 펴낸이는 모두 ‘서울내기(도시인)’이다. ‘서울 눈썰미’로 머물 뿐, ‘숲빛을 푸르게 담는 숨결’로 거듭나려 하지 않았다. 아마 “숲을 줄거리로 다루는 책을 엮거나 옮기려면 숲에서 살아야 하는가?” 하고 따질 분이 있겠지. 나는 “야구나 축구 이야기를 엮거나 옮기는데 야구나 축구를 몰라도 되나요? 숲 이야기를 다루는데 숲에서 안 살거나 몰라도 되나요?” 하고 되묻고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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