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19.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

 마이클 스타코위치 글·사진/서서재 옮김, 한바랄, 2023.3.27.



지난밤부터 그치는 비이다. 오랜만에 해날이다. 새벽부터 멧새노래가 열고, 아침도 멧새노래로 맞이하고 해를 만난다. 그런데 낮부터 마을 곳곳에서 풀죽임물을 뿌려댄다. 얼추 스무 날 만에 모처럼 해날을 맞이하는데, 해를 반기거나 노래하는 하루가 아닌, 살림물 아닌 죽임물로 마을을 뒤덮으려고 한다. 논밭에 뿌려대는 풀죽임물은 냇물을 거쳐 고스란히 바다로 흘러든다. 풀죽임물은 논밭만 죽이지 않는다. 냇물도 바다도 죽인다. 바다는 사람들이 내다버린 쓰레기뿐 아니라, 들판에 끝없이 뿌리는 죽임물에다가, 길바닥을 덮은 쇳더미(자동차)가 뿜는 방귀 탓에 앓는다. 이토록 비맞이를 하고도 비를 안 보고 안 배우는구나. 《우리가 바다에 버린 모든 것》을 읽었다. 뜻깊은 책이다. 배움책(교과서)으로 삼을 만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자꾸 쓰레기를 만들고 버리면서 푸른별을 스스로 망가뜨릴까? 끝없이 책을 읽고, 보임틀(텔레비전·영화·동영상)에 홀린 탓 아닐까? 숲을 품으며 숲을 읽고, 바다를 안으며 바다를 알려는 길은 등진 채, 책·학교·인문·정치·문화·언론·종교 따위에 넋을 내준 탓 아닌가? 오늘날은 ‘책을 안 읽어서 바보’가 아니라 ‘책을 읽어서 바보’로 뒹구는 슬픈 넋이 넘친다.


#TheBeachcombersGuidetoMarineDebris #MichaelStachowitsch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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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20.


《커피집》

 다이보 가쓰지·모리미츠 무네오 이야기/윤선해 옮김, 황소자리, 2019.6.25.



이틀째 해날이다. 하늘이 활짝 트이지는 않는다만, 빨래를 말릴 수 있다. 눅눅한 기운을 조금은 털어낸다. 큰아이랑 읍내로 저잣마실을 간다. 우체국을 들르고, 수박을 장만하면서 천천히 걷고, 찬찬히 얘기한다. 큰아이랑 작은아이가 집에서 스스로 놀며 배움길을 나아가고 싶다고 할 적에 즐겁게 받아들인 뜻을 들려준다. 일부러 늦추거나 서두를 마음이 없다고, 언제나 이곳에서 오늘을 노래하는 살림빛을 새롭게 짓는 마음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얘기한다. 우리한테는 ‘또래’나 ‘동무’가 아닌,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마주하면서 생각을 빛내는 너랑 나’가 대수롭다고 속삭인다. 저녁에는 작은아이랑 마음짓기를 돌아본다. 《커피집》을 읽었다. 읽고서 어쩐지 허전했다. ‘커피집’이라는 책이름처럼 커피를 내려서 팔던 집(가게)이 걸어온 길을 들려주는데, ‘커피라는 콩’이 나고자란 들숲바다 이야기는 거의(또는 아예) 없구나 싶다. ‘커피라는 콩이 나고자란 들숲바다’를 몰라도 커피콩을 잘 볶고 내려서 마실 수 있을 테지만, 뭔가 크게 잊거나 잃으면서 등진 굴레이지는 않을까? 오늘날 배움터(학교)하고 나라(정부·사회)는 무엇보다도 ‘마음’을 잊었고, ‘사랑’을 등진다. 그리고 ‘숲’을 짓밟고,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


#コ―ヒ―屋 #森光充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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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7.


《헌책 낙서 수집광》

 윤성근 글, 이야기장수, 2023.2.8.



새벽 세 시 무렵이면 개구리 떼노래가 잦아든다. 이즈음부터 멧새노래가 마을하고 마당으로 퍼진다. 해도 나지만, 구름밭을 이룬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은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온다. 안개구름이 하늘먼지를 잠재운다. 저녁에 아이들하고 하늘바라기를 하면서 얘기한다. 이 안개랑 요 구름은 우리가 늘 맑고 밝게 숨쉬도록 북돋우려고 몽글몽글 피어나면서 우리 마을을 사랑해 준다. 파란하늘이 파란바람으로 흐르기에 푸른들숲이 빛나고 누구나 푸른숨을 마실 수 있다. 시골도 서울도 푸르게 노래할 수 있도록 풀꽃나무를 곁에 두는 이웃이 늘기를 빈다. 《헌책 낙서 수집광》을 읽으면서 아쉬웠다. 책에 깃든 글자락이나 그림칸은 ‘낙서’일 수 없다. ‘글빛·그림빛’이다. 우리는 무늬만 한글을 쓸 뿐, 정작 우리말을 안 살피면서 아무 글이나 쓰는 듯싶다. 책을 즐긴 사람들은 귀퉁이나 앞뒷자락에 조각글이나 쪽글을 남긴다. 글꽃을 써넣고, 가볍게 담으며, 깨작 끄적 끼적을 한다. 풋글이나 적바림을 하고, 말놀이를 한다. 틀에 박힌 대로 읽으면, 틀에 박힌 대로 쓴다. 눈길을 틔우면, 글길을 틔운다. ‘틀·틈’은 ‘ㄹ·ㅁ’ 받침이 다를 뿐이지만 확 다르다. ‘틀’은 ‘틀림’으로 가고, ‘틈’은 ‘틔움’으로 간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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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6.


《세계의 문자, 설형 문자에서 이모티콘까지》

 비탈리 콘스탄티노프 글·그림/이미화 옮김, 지양사, 2020.11.25.



유자꽃 활짝 핀다. 고욤꽃도 감꽃도 맺는다. 찔레꽃이 한창이고 멧딸기알이 붉다. 햇볕이 반갑고 바람이 싱그럽다. 흙수레(농기계)가 시끄럽지만, 논자락 한 뙈기를 갈아엎은 흙수레가 지나가면 멧새노래가 가득하다. 쏙독새하고 검은등지빠귀도 우리 집을 자주 드나든다. 해가 저물면 개구리 떼노래가 새벽 세 시 무렵까지 잇는다. 시골이 조용하다고 여기는 분이 꽤 있는데, 새소리 벌레소리 개구리소리를 귀여겨듣는다면, 바람하고 해하고 비하고 별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는다면, 시골은 하룻내 왁자지껄 이야기밭인 줄 알 수 있다. 《세계의 문자, 설형 문자에서 이모티콘까지》를 읽었다. 애써서 갈무리한 그림책이라고 느끼되, 한글(훈민정음)은 엉성히 다뤘네 싶어 아쉽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임금님이 여민 훈민정음’을 ‘수수한 독립운동가 한 사람이 한글이란 이름을 붙여 널리 퍼뜨린’ 대목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이웃나라뿐 아니라 우리나라부터 대단히 많다. 훈민정음을 여미었어도 ‘한자 없애기(폐지)’를 안 한 ‘봉건사대주의 조선’이다. ‘수글(한문)한테 눌린 암글(훈민정음)’은 ‘한글’로 새 이름을 얻고 나서도 아직 제대로 빛을 못 본다. ‘글(문자)’을 읽으려면 누가 글을 살리거나 죽이는지도 볼 노릇이다.


#EsStehtGeschriebe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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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5.


《고르고 고른 말》

 홍인혜 글, 창비, 2021.11.24.



김을 장만하러 저잣마실을 간다. 이제는 제법 더운 볕이다. 매캐한 하늘을 본다. 시골조차 먼지더미라면, 서울(도시)은 얼마나 끔찍할까. 그런데 이 끔찍하늘(매캐하늘)을 곰곰이 보면서 깨끗하게 바꿀 마음인 사람이 드물다. 하늘을 볼 틈이 없다고 여기고, 서울(도시)에서는 참말로 하늘을 볼 구석부터 드물다. 바쁘고 붐비고 막히고 갇힌 채 ‘바람이 매캐하고 별을 못 보는 삶’을 못 깨닫는다. 우리는 스스로 어떤 곳에서 하루를 보내는가. 아이들한테 어떤 터전을 물려주려 하는가. 이런 곳에서 살며 글을 쓴다면 무슨 줄거리를 옮길 만할까? 《고르고 고른 말》을 읽었다. 서울(도시)에서 살며 서울살이만 마음에 담기에 “고르고 골랐다”고 해본들 ‘서울 울타리(인서울)’일 뿐이다. ‘삶’도 ‘살림’도 ‘사랑’도 아닌, ‘숲’도 ‘하늘’도 ‘들’도 ‘바다’도 아닌, 더 나아가 ‘사람’이며 ‘사이’까지 아닌, 이름·돈·힘이라는 굴레에서 글감이 맴돈다. 쳇바퀴가 나쁠 일은 없되, 쳇바퀴에 스스로 깃들고서 맴돌면 ‘생각’이 없다. 생각이란, 머리에 문득 떠오르는 반짝이는 빛이 아니다. 생각이란, 하루를 새롭게 지피고 일으켜서 푸르게 일렁이는 바람빛이다. 전기로 밝혀도 안 어둡다지만, 참빛은 별빛이요 햇빛이고 꽃빛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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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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